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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카네이션.

2007.05.08 23:51

Lunate_S 조회 수:208

 내가 한참 어린아이였을 무렵.
 아무것도 모르고, 알지 못하는 것이 쑥스러워서 그만 고개를 숙이고 말았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보았던 세상이, 어찌나 편안해 보였던지. 그리고 나는 밑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밑에는 많은 것이 있었습니다. 작디작은 수경, 미끄러지게 웃고 있는 곰 인형, 새장 같은 곳에 갇혀있던 누군가의 눈물. 이 모든 것이 평온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나는 밑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조금 더 컸다고 생각한, 하지만 아직도 어린아이였을 무렵.
 누군가 작고 동그랗게 생긴 돌을 하나 주었는데,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그만 주머니 속으로 넣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주머니 속에서 딸랑거리는 소리가, 어찌나 기분을 좋게 하던지. 그러다 나는 그것의 사용법을 배우게 됐습니다. 그것은 많은 곳에 쓰이고 있었습니다. 달콤한 검은 과자, 재빠르게 달리는 장난감 자동차, 톡 쏘는 맛을 가진 음료가 나오는 기계. 이 모든 것이 신나는 모습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나는 누군가가 쥐어주는 동전을 바라게 되었습니다.


 내가 시간을 빠르게 걸어가서, 쑥쑥 자라나 사춘기가 시작됐을 무렵.
 손에 잡히는 거리에 모든 것이 서있었기 때문에, 내 자신을 너무나 대단하다 느끼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어려운 것들이, 왜 그렇게 쉽게만 보였던 건지. 그래서 나는 제멋대로 굴기 시작했습니다. 제멋대로 구는 방법은 많았습니다. 이유 없는 짜증,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마음,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는 단어의 사용법. 이 모든 것이 잔혹한 웃음으로 나를 혹사시키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나는 세상을 걸어가게 되었습니다.


 내가 작은 창문으로 스스로 걸어가기 시작한 지금.
 지금까지의 모든 것은, 경험을 가장한 상처로 다가온다고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작은 것에도 마음이 쓰이고, 우울한 상처를 입는 것인지. 그때 누군가 조용히 말을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기억에 부딪힐 정도로 많이 보았던 말을 조심스럽게 꺼내고 있었습니다. 다치지 않았니, 그곳을 걸을 때는 조심해야지, 조금 더 어깨를 당당하게 피고 정면을 바라보는 거야. 이 모든 것은 감춰졌던 따스함으로 나를 향해 웃어주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나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깨닫고 말았습니다.
 아무것도 몰랐던 어린 시절, 꿈이라고 생각하며 바라본 새장 속의 눈물.
 이기적인 마음으로 행복을 찾던 시절, 딸랑거리는 소리가 고달프게 들리던 동전.
 건방진 생각으로 가득 차올라 자신만만하던 시절, 내게 마음을 전하려던 누군가의 힘겨운 고동소리.
 외면하고, 또 다시 외면하여 나만이 중심이라고 생각한 지금, 죽어버리고자 생각한 마음을 되돌려준 누군가의 목소리를─.

 그 누군가가, 언제나 고통으로 상처받고, 희생했던 그 누군가가─
  내 곁에 서있던 당신이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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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정말로 카네이션 하나 사러가는 것조차 못하는 인간이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 일을 할 뿐입니다. 이것도 그런 의미.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글을 쓰는 일 뿐이기 때문에, 카네이션 대용으로 쓰게 된 어버이날 선물이지요.

 여하튼 결과는 만족스러웠음. [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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