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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용의 조락-폭풍의 탑편-3

2010.12.16 01:03

azelight 조회 수:650

예전에는 하루에 16Kb 정도는 예사였는데 요즘에는 힘들군요.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현재 백순데도.
안녕하세요, 아젤라이트 입니다.
폭풍의 탑도 현재 3화. 예정 분량에 비해 분량이 줄어들 것 같은 불길한 조짐이 보이고 있어 몹시 속이 쓰린 저입니다.
차라리 늘어날 것이지;;;
조만간 세계관에 대해서 좀 정리해서 글 말미에 올릴까 하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안그래도 요즘 쓰는 속도가 너무 느려져서 말이죠.
세계관 정리한다고 지체하면 잊혀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 정돕니다.
자, 그럼 이제 3화. 예정대로라면 10화 정도가 끝이었지만, 분량이 줄어들 조짐을 보여서 다음 화 쯤에 1장 우르하 항구편이 끝나버릴 것만 같네요. 아마 2장인 폭풍의 탑 부분도 1회 분량 정도가 줄어들 것 같은데.
한~숨.
이러면 8화 예정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면 부디 재미있는 글이었기를 기도하며~.
다음화에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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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란하네.”

  위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라니아는 2층을 향해 귀를 기울였다. 초월적인 청각을 지닌 그녀는 위에서 벌어지는 전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대충 읽을 수 있었다. 

  평범한 엘루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실 그녀의 정체는 엘드린이라고 불리는 선조 종족이었다. 엘드린의 영성이 쇠퇴해 엘루가 나타났으니 이제 세상에 진정한 엘드린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자들은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고 라니아는 그 얼마 안 되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

  그런 초월적인 존재이지만 안타깝게도 라니아는 자신이 가진 대부분의 힘을 기억과 함께 잃어버린 상태였다. 그녀가 깨어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3년 전. 마치 인위적으로 봉인된 듯 몇몇의 지식만이 선별된 듯 남아있었다. 문제라면 그리 유용한 것들이 없다는 점일까?

  그 덕인지 라니아가 자신이 엘드린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얼마 전의 일이었다. 

  그것도 우연히 ‘용의 조락’과 접촉했던 순간. 그녀는 기억의 일부를 회복하는 동시에 그들이 자신의 적이라는 사실 또한 깨달았다. 안타깝게도 그 이상의 기억을 되찾을 순 없었으나 라니아는 애던과 함께 ‘용의 조락’을 추적하다 보면 언젠가 자신의 모든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반년 가량은 별 소득이 없다보니 이제는 회의적이라고 할까. 지금에야 일행에게 정이 붙어서 따라다니는 것에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주 성과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베이커드를 통해 마법을 접하면서 그녀는 옛 지식들의 일부를 느리지만 꾸준히 끌어올리고 있는 중이었다. 역시 마법종족인 엘드린이었다고 할까. 그녀는 배운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마법을 익혀나가고 있으며 동시에 웬만한 숙련자들 이상의 응용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마법에 대한 지식의 전반을 잃어버린 라니아가 이렇게 결계를 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그 덕이라고 할 수 있었다. 베이커드가 구성과 운용방식을 알려주면 라니아는 자연스럽게 관련된 기술을 봉함된 기억 속에서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마치 깜짝 상자처럼 놀라운 지식이 끌려올라오고 드물게 그 지식들을 따라 추억들도 끌려올라 왔다. 

  지금은 이 정도로 충분하다. 루시엔도 걱정되고, ‘용의 조락’에 대한 적대감 또한 확실한 만큼 라니아는 굳이 자신의 기억을 쫓아 일행을 떠날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베이커드 이쪽은 준비 끝났어.”

  결계를 치기 위한 마법진을 완성시킨 라니아는 반대편에서 작업 중인 베이커드를 향해 몸을 돌렸다. 

  “아, 그럼 이제 표식을 세우고 의식을 시행하면 되네. 일단 본인이 보여줄 테니 라니아 자네는 보고 있도록 하게나.”

  베이커드가 그렇게 말하고 방의 중안으로 걸어갔다. 라니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발락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발락은 여전히 상태가 안 좋은지 팔짱을 끼고 묵묵히 앉아 있었다. 하지만 시선이 계속 벽에 난 구멍에 박혀 있는 것을 보면 경계를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 라니아는 추측했다.

  그런 것 치곤 기분이 안 좋아 보이긴 했지만. 

  “뭐라도 있어?”

  라니아가 말을 걸자 발락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목을 움직여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러곤 다시 빗발이 쏟아져 들어오는 구멍으로 시선을 돌렸다.

  “내가 감지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없네.”

  “그래?”

  라니아는 가방에서 제기를 꺼내 세우고 태양석과 흑요석, 흙덩이, 혈석, 월장석을 배치하는 베이커드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엘드린으로서의 초감각은 발락이 이상하게 불안해 한다는 것을 집어냈다. 

  뭘 두려워하는 거지?

  라니아는 감각의 일부는 발락에게 일부는 윗층에 두고서 베이커드가 의식을 시작하는 순간을 지켜보았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알 수 있었으리라.

  발락이 민첩히 자리에 일어나는 순간 이미 서 있던 라니아는 몸을 던져 베이커드를 안고 바닥을 굴렀다. 

  ‘와지끈!’하고 천장이 부서지며 검은 형체가 위에서 떨어져 내렸다. 그것은 베이커드가 설치한 제기와 촉매로부터 마력을 게걸스레 빨아들였다.

  그 위로 애던이 떨어진 것은 검은 형체가 착지하고 얼마 되지 않은 순간이었다. 애던은 떨어지면서 침묵을 내려쳤고, 검은 형체는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 공격을 피했다.

  “시오여!”

  발락의 전투함성이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음성을 타고 흐르는 지향성의 투기가 정신체일 것이 자명한 검은 형체를 관통했다. 부르르하고 검은 형체가 몸을 떨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애던의 검이 검은 형체. 루시엔이 에리크리프트라고 칭한 괴존재의 몸을 베어 갈랐다.
  「늦었….」


  말을 채 끝내지 못하고 검은 형체는 점차 사그라졌다. 그러나 그게 끝이 나이었다. 라니아가 욕설 섞인 비명을 지르며 일행을 불렀다.

  “잠깐! 아직 끝나지 않았어. 망할. 저게 뭐야!”

  라니아가 구멍 너머를 가리킬 때 “으아아악!”하고 베이커드가 비명을 질렀다. 비명소리에 놀란 일행들이 그를 찾자 베이커드는 보이지 않는 뭔가에게 끌려가고 있었다. 

  “벽 속에 있어.”

  라니아가 경고하는 동시에 애던이 침묵을 다시 빼들고 뛰었다. 베이커드는 벽을 타고 그대로 천정까지 끌려올라가져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끌려가고 있는 베이커드를 향해 애던의 침묵이 찔려 들어갔다. 침묵은 베이커드의 몸에 닿기 직전 투명해지며면 그대로 베이커드의 배를 관통했다 뽑혀 나왔다.

  베이커드는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괜찮소?”

  건조한 목소리로 애던이 묻자 베이커드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네. 아아. 그런데 그거 영 적응이 안 되는구만.”

  “전혀 괜찮지 않아 보이오.”

  애던은 시커멓게 탄화된 베이커드의 발목을 보며 말했다. 두터운 가죽신발의 발목이 완전히 뜯겨졌고 발목에는 시커먼 손자국이 나있었다.

  “아아, 당한 것 치고 심각한 것은 아니라네. 치료할 수 있네.”

  베이커드는 자리에서 일어나 절뚝거리며 가방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꽤나 아파보였지만 애던이 도와줄 여유는 없었다. 라니아가 심각한 얼굴로 일행들에게 경고해왔기 때문이었다.

  “미안한데. 여유롭게 치료할 순 없을 것 같아.”
  “무슨 일이오?”


  애던의 질문에 라니아는 이마 뚫려 있던 구멍을 가리켰다.

  “저길 봐. 뭔가 몰려오는데. 대놓고 봐도 절대 우호적으로 생기진 않았는 걸?”

  “시귀들이군.”

  건물들 사이사이에서 천천히 다가오는 뒤틀린 인영들을 보며 애던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것도 많아. 지금 근처에 있는 것들만 대략 100여명 정도는 될 것 같아.”

  “정확히는 650명일걸.”

  뒤에서 솔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시엔을 안고 내려온 솔드는 최악의 상황이라는 듯 인상을 연신 찌푸리기 여념이 없었다.

  “이건 기존 인구만 가지고 산출한 이원이야. 유동인구까지 치면 훨씬 더 많은 숫자가 나올지도 모르겠군. 입지 탓에 큰 항구도시로 성장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무역 연합령의 자유무역도시와 직통하는 장소니 말이야.”

  “뭐야, 루시는 어떻게 된 거야?”

  “잠시 기절했을 뿐이오. 상처가 난 것도 아니오. 게다가 지금 그런 일을 따지기 보다는 다른 일을 수행하야 하지 않겠소?”

  “알아. 하지만 말이지….”

  걱정이 되는 것인지 라니아는 말끝을 흐렸다. 

  솔드는 라니아를 힐끔 보곤 발락에게로 가 그 앞에 루시엔을 내려놓았다.

  “어때? 회복시킬 수 있을 것 같나?”

  “힘들지도. 하지만 해보겠네.”

  발락은 그렇게 대답하고 손바닥을 폈다. 그러자 손바닥의 이음매가 갈라지더니 새하얀 빛이 나는 내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발락은 손바닥을 루시엔의 몸 위로 가져다대고 백색 파동을 쏘아 넣었다. 

  대지모신인 에덴버러의 힘은 생명의 힘. 그녀가 이 대지의 관리자로서 창조한 노르위펜은 대지로부터 힘을 얻었으며 이를 이용해 마법적인 이적을 일으키는 일이 가능했다. 일반적인 마법으로는 불가능한 회복술까지.

  발락의 치유의 파동을 받은 루시엔은 한 번 몸을 움찔 떨더니 깨어났다. 

  “어라? 저 기절했었나요?”

  깨어나자 어리둥절해 하며 입을 연 루시엔은 머리를 세차게 흔들고는 여전히 정신이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루시엔이 깨어나자 라이나가 후다닥 달려왔다.

  “루시. 괜찮니?”

  “아, 언니. 괜찮아요. 그보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나요?”

  “몇 분도 지나지 않았다. 베이커드. 치료는 천천히 해도 되겠소. 움직임이 느리군. 거기다 달려들 생각도 없어 보이오. 시위일수도 있고 그저 포위만 목적일 수도 있을 것 같소. 발락. 빨리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소?”

  “무리요. 마치 에덴버러의 은총이 존재하지 않는 곳 같소.”

  발락의 말에 베이커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있겠군. 이 지역은 일종이 이계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으니. 그것도 음기의 세계인 코누곤으로. 네 여신 중 생명의 힘을 관장하는 에덴버러의 힘을 끌어내는 것은 무리일지도.”

  “코누곤? 아까도 그런 말 했었지. 그런데 코누곤이라면 묶인 신들의 영역 아냐?”

  “맞네, 라니아.” 베이커드는 박수를 치며 말을 이었다. 왠지 시선이 발전한 제자를 흐뭇하게 쳐다보는 스승같은 눈빛이라 라니아는 기분이 나빠졌다.

  “코누곤은 묶인 신의 영역이지. 실렌스티의 황천 밑바닥에 있다고 하는 미지의 영역이네. 부정함을 모아둔 곳이라고도 하지.”

  “그렇다면 발락 아저씨는 지금 적대적인 세계에 왔다고 생각해도 되겠네요.”

  루시엔의 지적에 베이커드는 “맞네.”라고 확인해줬다. 그러자 루시엔은 조금 생각하더니.

  “그렇다면 대지 정령을 소환해서 발락 아저씨의 힘을 채워줄 수 있지 않을까요? 아까 위층에서 정령을 소환할 수 있었거든요.”라며 탁하고 의견을 내놨다. 내용이 제법 그럴듯해 보였기에 발락은 일단 시도해보기로 했다.

  루시엔은 평소에 교감하지 정령을 소환하기 때문인지 공을 들이기 시작했고, 루시엔과 베이커드가 그를 돕기 시작했다. 솔드는 애던과 함께 시귀들의 동향을 계속 감시했다.  

  시귀들은 일정 거리 이상 나가오지 않고 있었다. 마치 그 이상 다가올 수 없다는 듯 여관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대기했다. 그러나 꾸역꾸역 몰려와 점점 늘어만 가는 시귀들의 숫자는 그 겉모습만큼이나 위협적이었다. 

  사람을 까뒤집어 놓은 듯한 기이한 외형에 이상세포 증식으로 각질화된 단단한 낫 같은 손날이 달린 역관절의 괴물들은 그르렁 거리는 듯한 낮은 신음 소리를 내며 아르키아난 우르하 지부를 향해 포위망을 형성해 있었다. 

  “계속 몰려 올 거야, 애던. 여기 계속 이러고 있을 순 없어. 뭔가 결단을 내려야해.”

  “생각 중이오. 일단 저들이 보다 상위 개체의 지배를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이니 그 점을 고려해봐야 하오. 

  “고려해볼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 아무리 잘난 영웅이라도 600이나 되는 괴물을 해치울 순 없는 법이야, 애던.”

  “아오. 다만 어째서 바로 공격해오지 않는 가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있었을 뿐이오. 솔직히 이상하지 않소? 수로도 압도적이고 지금 우리는 약해져 있소. 예상외의 수단에 피해도 입었소. 최소한 저들도 그걸 알고 있을 거요.”

  처음 1층에 올라올 때부터 쭉 느껴지고 있는 시선의 존재를 일행은 알고 있었다. 적은 일행을 감시하고 있다. 그것도 일행 중 어느 누구도 알아챌 수 없는 장소에서.

  일반적인 주문에 의한 감시하고는 달랐다. 그렇기 때문에 일행 내부의 마법 사용자들 중 누구도 반주문을 사용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그들의 적은 굳이 마법 따위에 의지하지 않고 순수한 감각만으로 이 항구 내의 모든 존재를 감시할 수 있는 초월적인 존재라는 말이었다. 

  “그걸 몰라서 하는 말이 아냐. 이 숫자를 감당할 수 있으냐 없느냐에 대한 거지.”

  답답하다는 듯 솔드는 호소했지만 여전히 애던은 무덤덤했다. 

  “발락이 회복된다면 해볼 만 할 거요. 그렇지 않다면 좀 힘들지도 모르겠소. 당신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소? 이 정도를 뚫고 나가는 것 정도야.”

  “혼자서라면야.”

  “마찬가지요. 당신이 걱정하는 루시엔은 제쳐 두더라도 여기에 그게 가능한 인물이 다섯이오. 걱정할 것 없소.”

  “아니. 루시엔은 제쳐두고. 베이커드와 라니아도 그렇다고?”

  “베이커드는 지구력은 떨어지지만 화력 면에선 최고요. 주제모르고 이단 마법에 손을 댔다가 봉한 덕에 실력에 비해 계약 주문 수가 비참할 정도지만 말이오. 라니아는 저래보여도 엘드린이오. 선조종족의 일원이라오. 하는 짓이 유아적인건 어디까지나 기억을 상실했기 때문이오. 그녀에게서 3년 전 이전의 기억이 없다고 들었소.”  

  “어이, 지금 내 욕하는 거야? 다 들린다!”

  “허허. 뒷 담화라니. 리더의 교양과 인격에 대해 본인은 실망했네.”

  “아이! 다들 집중하세요.”

  즉시 항의가 들려왔지만 애던은 무시했다.

  “게다가 내 생각이지만 승부가 걸려오는 때는 아마 자정일 거요. 실렌스티는 밤의 여신이자 마법의 여신이지만 곧 명계의 여신이기도 하오. 그녀는 방위론 북을 맡고 있으며 온갖 저주받은 것들 또한 그녀의 것이오. 북극성이 가장 높이 떠오르는 때가 자정이고 북극성은 그녀를 상징하는 별이오. 즉 자정은 음적인 기운이 가장 강해지는 시기라는 거요.”

  “즉 자신들이 가장 강해지는 때에 쳐들어 올 것이라는 예긴가?”

  “그럴 거요. 무엇보다 그쪽은 이쪽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소. 빙의한 마법사들의 육체로부터 얻은 지식을 지니고 있을 테니 말이오. 솔드나 루시엔은 최근 합류하게 되었으니 알 수 없지만. 최소한 나나 발락에 대한 것들은 웬만큼 파악하고 있을 것이오. 우리가 쉽지 않다는 것도. 그렇다면 차라리 우리가 만전에 해당하는 상태가 될 수 없는 이 상 자신들이 완전히 되는 상태가 될 때까지 기다리려고 할 거요.”

  “우리가 회복이 용이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한 지구전이로군.”

  “맞소. 오르젝은 일이 해결되었다는 확신이 있기 전까지는 절대 차원문을 열지 않을 거요. 그 정도는 알고 있겠지. 아르키아난의 마법사들을 먹었을 테니 말이오. 물론 우리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거요. 나나 발락, 베이커드 정도라면 아르키아난의 마법사들 사이에서도 제법 알려져 있소. 우리들은 약해진 상태에서도 저들에게 충분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알거요.”

  “그래서? 자정이 올 때까지 기다리자는 건가?”

  “물론 아니오. 저들이 원하는 건 우리가 스스로 입은 피해에 겁을 먹고 자정까지 틀어박히는 것일 거요. 실렌스티의 시간이 오면 마법이란 많은 것이 가능해지니 말이오.”

  “충만한 음의 힘에 마법적인 보조를 받는 시귀무리라. 끔찍하군. 그렇다면 자네가 생각하는 건 돌판가?”

  “맞소.”

  애던은 바깥의 시귀들을 가리켰다.

  “발락을 앞세우고 당신과 내가 중견을 지키는 거요. 그대로 배가 있는 곳까지 일직선.”

  “어차피 우리에게 저들을 모두 몰살시킬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없다는 거군.”

  “맑은 날이라면 가능할거요. 베이커드의 특화주문은 조작계지만 속성적으론 화염계가 친화속성이오.”

  “이 폭우가 문젠가? 그렇다고 빙결주문을 사용하면 우리에게도 폐가 돌아오고. 그래서 돌파로군. 배에 올라타고 속전속결로 탑까지 이동한다. 배야 엘자로부터 바람을 받으면 진로를 조종할 수 있으니 속도면에서도 문제없겠군. 후, 지리를 알면 좋을 텐데.”

  아쉬운 듯 솔드는 주먹을 꽉 쥐었다. 지리를 모른다는 것은 큰 페널티가. 이번 전투는 아마도 속도전이 될 것이 분명했다. 골목골목을 누빌 줄 안다면 속도에서도 전투에서도 큰 이득을 보게 된다.

  “문제없소.”

  애던은 뒤에서 열심히 작업 중인 루시엔들을 보며 단정했다.     

 
4. 우르하 항구 전투

  그르렁 거리는 소리가 빗소리를 뚫고 들려오고 있었다. 

  우는 소린지 위협하는 소린지 알 수 없지만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어 보일 정도로 뒤틀린 육체가 빧빧이 선체로 괴상한 소리는 내는 것들 수백 마리에게 포위당해 있다면 당사자는 제법 머리에 활이라도 맞은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던과 그의 일행들은 그다지 압박받고 있진 않았다. 가장 어린 루시엔은 기이할 정도로 이 상황에 잘 적응하고 있었다. 그녀는 정령을 불러내 발락을 회복시켰고 포위당한 상황에서도 이상하리만치 침착했다. 

  솔드도 경험이 있기 때문인지 동요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과연 숙련된 모험가라고 할까.

  반면 베이커드는 다리를 달달 떨면서 ‘나 긴장하고 있소.’라고 온 몸으로 소리치고 있었다. 라니아는 카드를 꺼내들고 점을 쳐보거나 주사위를 굴려보거나 하면서 취미생활을 보내는 중. 긴장한 표정이지만 침착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좀 성장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고 있었다.

  다만 의외인 것은 발락이었다.

  처음에는 굳은 표정으로 전방만 주시하고 있던 그는 이제 심하게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베이커드나 라니아만큼 알기 쉬운 모습을 보이진 않고 있었지만 평소에 굳은 바위 같은 존재감을 유지하던 때에 비하면 시선이 여기저기로 옮겨 가는 것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럼 모두 준비됐소?”

  애던이 돌아보고 말하자 발락은 제외한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애던은 대답하지 않는 발락을 보고 한숨을 내쉰다던가 하진 않았다. 평소라면 대뜸 “음, 맡기게!”라고 호언장담하면 가슴을 탕탕 쳤을 인물이 조용히 침묵을 고수하며 꼬리 내린 전사가 되어버렸으니 모두가 이상하다고 생각할만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애던은 이해했다. 그와 함께 한지 대략 1년 남짓. 대충 노르위펜의 특징에 대해 알게 되었다. 반드시 식사를 할 필요가 없으며 철과 바위를 섭식함에 따라 신체를 강화 혹은 변형시킬 수 있는 특수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들은 자연의 권화 그 자체. 대지의 힘을 상징하기 때문에 풍화를 상징하는 물의 정령력은 그들에게 나쁜 쪽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노르위펜은 물에 대해 거부감은 일종의 공수증과 비슷한 형태로 표현되어 물을 기피하게 되고 불안을 유발하기도 한다.

  발락이 지금 겪고 있는 증상이 바로 그거였다. 

  노르위펜들 사이에서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게 산 아래에 사는 다른 종족들에게 통용되는 상식인 것은 아니다. 자긍심 강한 전사로서 두려운 것이 있다는 것 자체를 말하려는 것은 어려운 일. 그것도 비웃음 사기 딱 좋은 일이라면 말하기 힘들거나는 것이 심정적으로 이해가 간다.

  의외로 상식이라는 것은 높은 지적능력과 적응력이 있다면 빠르게 익히는 동시에 가장 신경 쓰이는 요소니 말이다.

  “루시엔.”

  애던이 루시엔을 부르자 그녀는 입을 헤 벌리고 발락을 쳐다보던 단정치 못한 얼굴을 정돈하곤 애던에게 싹하고 고개를 돌렸다. 마치 이미 모든 것을 눈치 챘다는 듯 장난기 가득한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헤에. 그런 거로군요.”

  “뭐가 그런 거라는 건진 모르겠지만….”

  “네. 네. 풍왕결계로 비를 막으라는 거죠? 물론 가능하죠. 아아, 그렇죠. 비는 시계를 가리니까요. 속도전엔 거슬리는 만큼 반드시 막아야하는 거겠네요.”

  애던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루시엔은 마치 질문을 예측하기라도 한 듯이 줄줄이 대답하기 시작했다. 베이커드는 그 대화에서 뭔가 힌트를 받았는지 알아챘다는 듯이 손가락을 퉁겼지만 라니아와 솔드는 갑작스럽게 흥분한 듯 보이는 루시엔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쳐다보았다.  

  “의외네요, 발락 아저씨. 뭐, 납득은 가지만요.”

  “음. 음. 그래, 납득은 가지.”

  베이커드도 동의한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만큼 발락의 고개는 점점 바닥을 향했고 라니아의 호기심은 눈밭의 개처럼 활기를 뛰어갔다.

  “뭐가? 뭔데? 알려줘, 루시.”

  “알려주고 말고 할 내용은 아니에요, 라니 언니. 후후후. 이건 어디까지나 눈치로 알아내야 하는 거랍니다.”  “아잇. 그러면 완력으로라도 알아내겠어.”

  라니아의 양손이 루시엔의 허리를 공략하기 시작할 때. 솔드가 두 사람에게 “딱콩. 딱콩.”하고 천벌을 내렸다.

  “장난 칠 때가 아닐 텐데. 발락 싸울 수 없는 건가?”

  “아닐세.”

  발락은 그렇게 대답하고 일어났다. 추태를 더 이상 보일 수는 없는 법이다. 물을 밟고 뛰어야 하는 건 여전히 신경 쓰이는 그였지만 온 몸이 안 젖게 된 것만이라도 어디냐고 그는 스스로 위로했다. 위로해도 기분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정신적인 면에서 밑받침이 되어주는 것이 필요한 그였다. 

  “그럼 준비는 끝났군. 애던, 아무래도 슬슬 싸워야 할 시간이 온 것 같아.”

  “맞소. 이제 다들 나갑시다. 루시엔. 나가자마자 결계를 치도록 해라. 발락, 선봉에 서시오. 솔드. 당신은 나와 같이 발락의 뒤를 맡아야 하오. 베이커드는 그냥 뒤따라 오돍 하시오. 당신의 기술은 이런 환경에선 별 쓸모없으니. 라니아. 당신도 마찬가지요. 주문은 아끼시오. 아, 그리고 작교에 오를 때 발락에게 경량화 주문을 잊지 말고 써줬으면 하오. 이상. 질문 있소?”
  일행은 고개를 저었다.

  “좋소. 나가면 모두 항구를 향해 뛰는 거요.”

  “잠깐.”

  라니아가 손을 들었다.

  “질문이 생겼어. 항구의 위치는 아는 거야?”

  “모르오. 하지만 문제없소. 탑이 보이는 장소로 뛰면 될 거요.”

  “우와. 막무가내 작전이네.”

  애던의 빠른 대답에 라니아는 재미있겠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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