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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 막간 - 메로메로 마고 (1)





그 날은, 여느 때와 같은 아침은 아니었다.

어제 체육 수업에 풍월이 크게 다치고 말았다. 풍월은 조금 접질린 것 뿐이라고 허세를 부리다가 부속 병원으로 실려가는 처지가 되어 버렸고, 결국 아지랑이 나래의 13호 방은 적막에 감싸여 있었다.

수업도 없는 휴일이라 어느 정도는 낮잠에 취하고 싶었기 때문에, 나는 이불을 끌어올려 햇빛을 막았다.

맹새코 그때까지도 나, 나영웅은 내 자신이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 몰랐다.

묵직하고 따듯한 이불은 너무 기분 좋았고. 침대는 마치 나를 잡아당기는 늪 같았다. 물이 꽉 찬 배보다 더 달콤한 선잠을 한참 즐기던 나는, 뭔가 익숙하지 않은 감촉에 방해받았다.

뭔가 이불 속에서 꼼지락 거리고 있었다.

선잠에 취한 나는 주변의 반응을 무의식적으로 무시하고 있었지만, 살짝 요동치는 그 느낌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뭔가 상당히 따듯하고 부드러운 것이 내 이불 속에서 바둥바둥 거리고 있었다.

선잠이 싸늘하게 달아났다.

귀신? 괴물? 아니면 위험한 야생동물? 능력자의 소환수? 암살자? 별의 별 생각이 내 머릿속을 에덴 동산 삼아 뛰어다녔다. 아하하 아하하

... 집어치워!

오기와 용기는 두려움을 몰아내고, 발끈한 동작으로 이불을 들춰버렸다. 무언가에 습격 당할 것인가? 아니면 밤 중에 이불 속으로 찾아온 신부를 얻게 될 것인가? 

뭐,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상황에서는 충분한 대비책을 두고 행동 했어야 했다.

난 무심한 표정의 검은 고양이와 눈길을 마주쳤다.

"하, 하... 하."

그저 따듯한 곳을 찾아온 고양이일 뿐인 것이다. 나는 피식 웃고는 다시 이불을 둘러 쓰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온 몸의 피가 다 빠져나가는 것 처럼 섬뜩한 기분이 내 가슴을 관통했다.

대비책이란, 주변을 한번 둘러 보는 것 만으로 충분했을 것이다.

고양이가 어떻게 이곳에 들어왔을까. 그런 의문 하나로도 충분 했을 것이다.

내 침대 옆에는, 15세 정도 되어 보이는 검은 머리의 소녀가 있었다.
자신에게는 너무 큰 티셔츠를 잠옷 대신 입은 탓인지 한 쪽 어깨가 완전히 드러나 있었고, 아래쪽으로 쭉 뻗은 새하얀 다리는 원초적인 단계에서 매혹적이었다.

단편적으로 봤을 때, 그 상황은 최악이 아니었다. 아니 어떤 의미로는 최고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대상이 마고씨가 아니었을때는 말이다.

완전히 얼어 붙어버린 나를 묵묵히 바라보던 마고씨는, 내가 침을 한번 꿀꺽 삼킬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천천히 손을 들어 내 얼굴을 쓰다듬었다.

"... 히"

그 약간 바보 같은 미소를 봤을 때, 난 모든 것을 눈치 챘어야 했다.

"네, 네?"

"... 먀고 파앙~☆"

... 그녀는 분명 그렇게 말하고는 내게 안겨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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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월은 일단 잽싸게 치우는 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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