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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 안은 침묵이 지배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마친 영아는 이제는 없는 한 팔을 들어올리며 씁쓸하게 웃고 있을 뿐이었다. 뭐라고 이야기를 해 줘야할까? 화를 내야 할까? 아니면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말을 건네야 할까? 괴로운 정적. 병실에는 그저 시계가 움직이는 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 그럼. 이만 갈께. 몸조리 잘해.”

“······ 응. 몸조심해. 그 녀석은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 것 같으니까.”

몇 시간이 지나고 (실제로는 5분도 안 되었지만) 나서야 날개의 말에 겨우 병실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병실을 나서면서 본 영아의 눈은 분명 ‘이제 그만포기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라는 권유를 담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포기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이미 이만큼이나 와 버린 것을.

“하아. 일단 앉아서 이야기 할까?”

병원을 빠져나온 뒤에야 날개는 입을 열었다. 가까운 벤치에 앉은 우리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입을 열었다.

“역시 이상해.” / “역시 이상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풋 하고 웃는다.

“네가 먼저 말할래?” / “네가 먼저 말해.”

······.

“그럼 내가 먼저······.” / “그럼 내가 먼저 말할게.”

할 말이 없군.

날개 역시 질렸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게 손짓했다. 아마도 내가 먼저 하라는 의미겠지.

“뭐. 내 생각은 이래. 그 녀석이 과연 성배에 관심이 있는 것일까? 하는 것. 분명 성배 전쟁의 규칙 중에는 전투는 서번트만으로, 마스터에게는 위해를 가하질 말 것이라고 했는데 말이야. 성배가 정한 규칙을 깬다는 것은 성배가 힘을 잃게 될 수도 있는다는 것 아냐?”

“아니. 그 것은 틀려.”

바로 부정해 버리는 날개의 말에 얼굴을 찌푸린다. 대체 어디가 틀렸다는 것인지 다시 한 번 내가 했던 말을 되짚어 보지만 틀린 점은 없는 것 같았다.

“틀린 점을 못 찾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럼 수정해주지. 성배 전쟁에서 서번트만의 전투라는 것은 절대로 정해진 규칙이 아니야.”

“무······· 슨 말이야? 그럼 그 규칙은.”

“당연하지. ‘인간’이 정한거야. 어떻게 보면 그는 성배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가장 당연한 방법을 택한 거야.”

순간 뒤통수를 세게 맞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면······.

“그럼 그 룰 브레이커라는 의미는?”

“말 그대로.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이라고 했지? 성배 자체의 룰에는 반하는 일이 없어.”

이를 물었다. 결국 영아도 착각 속에서 그런 꼴이 되어버렸다는 건가. 대체 왜·······.

“하지만 내가 더 궁금한 것은 그거야. 단지 ‘팔을 잘라내는 것만으로 령주의 이식이 가능한가?’ 라는 것. 령주를 이식하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다가 신경과 연결되어 있는 령주를 강제적으로 떼어낼 경우 폐인이 되어버릴 수도 있단 말이야. 실제로 팔을 잘라내는 것만으로 실력 있는 마술사는 령주를 이식할 수 있겠지만 그 팔 자체를 가지고 서번트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해.”

“그건······.”

그렇다. 분명 그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령주의 강제적인 이식. 그 것은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얼핏 들은 것 같았다. 하지만 잘라낸 팔 자체로 서번트에게 명령을 내린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다시 말해 아쳐의 자살은 쓸모없는 과민반응이었다는 것일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가슴 속에서는 그 행위가 가능한 것이라고 외치고 있는 것일까?

“·······신경의 연결.”

“응?”

“다른 존재와 자신의······· 융화. 다른 존재와······· 자신을 이음······· 으로서······.”

“한가람? 무슨 말을 하는거야?”

“파장을······· 동일하게······· 스스로 그 안에······· 녹아들어······.”

“어이!”

“으······· 응?”

갑자기 날개가 호통을 치는 바람에 정신이 돌아왔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채 날개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날개는 먹구름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너 대체 무슨 말을 한거야?”

“응?”

기억을 더듬어보지만 특별히 말을 한 기억은 없었다.

“무엇 때문에 그러는건데?”

“······· 후우. 됐어. 일단 난 먼저 갈께.”

그렇게 말하며 날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내 말은 듣지도 않은 채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대체 왜 그러지?”




Interlude

“세이버.”

“무슨 일이지?”

“저 녀석. 주의해. 저 녀석은 그 녀석의 정체를 알고 있을지도 몰라.”

“······· 알았다. 그나저나 역시 그 것은.”

“네가 생각한 대로야.”

날개는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은 채 무작정 걷고 있을 뿐이었다.

“역시······· 그건 ‘감응’ 의 일종인가.”

감응. 한가람이라는 반쪽짜리 마술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마술.

Interlude out



덧 : 어째... 스토리 진행하려 그 쪽만 신경쓰다보니 묘사가 부실해진듯
한데... 반성!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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