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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뚫훑뚫훑뚫 뚫훑뚫훑뚫 뚫훑뚫훑뚫 따다다 뚫훑뚫훑뚫 뚫훑뚫훑뚫 -

“이런 젠장.”

골 때리는 음악에 진저리를 내며 일어났다. 흐리멍텅한 정신을 바로잡고, 자꾸 감겨지는 눈을 뜨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서야 난 평소와 다른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는, 한 명의 여성이 내 곁에 누워있었다. 위화감을 느끼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화들짝 놀라며 온갖 수선을 떨고 싶지는 않았다.

“캐스터·······.”

나의 서번트. 그녀의 이름을 슬며시 불러본다. 실제 이름은 아직도 모른다. 하지만 더 이상 그 것을 묻고 싶은 마음도 남아있지 않았다.

새하얀 피부는 심지어 창백하다고 할 정도로 하얀 색이었다. 핏기가 없는 병든 것 같은 몸. 그와는 대조적인 붉은 입술. 가만히 오르락내리락 하는 가슴과 가느다란 몸. 지금까지 잘 느끼지 못했지만 이제 보니 그녀의 몸은 날개보다도 더 약한 사람의 것이었다.

“이런 몸으로 잘도 싸워왔구나.”

씁쓸한 미소가 어린다. 캐스터. 주문을 사용하는 사람. 하지만 그녀는 직접 몸을 부딪쳐 싸워나갔다. 왜일까? 그녀의 마술 실력은 상당한 것일 텐데. 그녀가 주로 쓰는, 나무 인형을 키워 싸우는 술만 믿고 나선 것일까?

아니. 생각해보면 답은 금방 나왔다. 무작정 앞으로 나아가 싸우는 길을 택했던 나. 캐스터의 전투 방법과는 어울리지 않는 방식을 택한 자신의 마스터를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그대로 따라온 것이다. 그 길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는 단 한 마디도 내뱉지 않으면서.

“·······바보라니까. 그런 것은 그냥 말해도 상관없는데 말이야.”

조심스레, 그녀가 깨지 않게 손을 뻗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잡아본다. 손 안에서 흐뜨러지는 긴 검은빛의 머리카락을 잠시 넋 놓고 보고 있자하니, 캐스터가 입을 열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책하실 필요는 없어요.”

“아니. 네가 이렇게 된 것은 내 잘못이야. 적어도 너를 날개·······.”

“그만하세요.”

조용히, 하지만 힘이 있는 말투로 그녀는 내 말을 끊어버렸다. 조금은 화가 난 눈빛. 그 눈빛 속에서 흔들리는 눈동자를 본 순간 난 더 이상 입을 열 수 없었다.

“지금 마스터는 당신의 힘으로 제가 이렇게 되었다고 해서, 모든 것을 자신의 잘못으로 돌리고 있는 겁니다. 제가 불확실한 서번트가 되어 매 순간마다 소멸의 위험을 가지면서도 당신께 남기를 청했던 것을 잊었습니까?

그건·······

“그럼 그 목소리는 역시·······.”

“·······네.”

캐스터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에 단호한 말투로 말을 이어나갔다.

“당신은 저의 마스터입니다. 당신이 그 어떤 말을 해도 전 당신의 말을 받듭니다. 설령 그 것이 저의 목숨을 위협하는 일이라도. 그런데, 그런데 이런 제게 그런 마음을 가지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시는지요.”

“·······.”

“당신은 예전에도, 지금도 저의 주인입니다. 당신의 행동 중 잘못 된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부탁드립니다. 그런 생각 가지지 마시고, 얼마든지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필히 따를테니까요.”

“······· 그렇게 할께.”

나의 대답이 만족스러운 듯 캐스터는 입가에 웃음을 머금었다. 조금은 피곤해 보이는 웃음. 미안한 마음을 애써 감추는 내게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실례하지만 식사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엥?”

“마력의 회복은 불가능해도, 체력의 회복에는 도움이 될테니까요. 부탁드립니다. 아마도 날개씨 보다는 덜 먹을꺼에요.”

거기 아마도는 왜 붙는거야! 아마도는!






Interlude

- 따르르릉~ 따르르릉~ -

몇 번이고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짜증을 내면서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계를 보니 오전 8시 30분. 평소보다 30분이나 일찍 일어나게 만든 애꿎은 전화기에 욕을 퍼부어주며 흐느적거리는 발걸음을 옮겼다.

아. 오늘은 모두 일찍 나갔나보구나. 하아. 사회에서 어린 자실들을 위해 고생하시는 부모님들 감사드립니다. 불쌍한 고교생이여, 나 때도 다 그랬으니 좀 더 참기를 바란다. 등등, 아무도 없는 허공에 자신만의 인사를 건넨 뒤 소년은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아. 진영이?]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너무나 익숙한 목소리였다. 영아. 아무리 스스럼없지 지내는 사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전화하는 것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어 절로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뭐야? 무슨 일 생겼어?”

[아하하. 별거 아니야. 실수로 조금 다쳐서 병원 신세 좀 질 것 같아서.]

“응? 뭐야? 많이 다친거야?”

[그럴리가. 이렇게 멀쩡하게 전화하고 있잖아. 말 그대로 조금 다친 것이니 걱정 마. 단지 부탁하고 싶은게 하나 있어서.]

영아의 부탁에 자신도 모르고 고개를 끄덕였다가 머리를 한 대 살짝 쥐어박아주고는 ‘뭔데?’ 라고 물어보았다. 하지만 그 녀석의 부탁은 나로서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었다.

Interlude Out






“‘이제 나는 활이 없어. 나처럼 부디 조심해.’ 라고?”

“응. 단지 그 것뿐이야. 대체 무슨 뜻인지 알겠어?”

진영이가 전해준 영아의 말을 듣는 순간 나와 날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진영이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지만 그 짧은 한 구절을 이 쪽은 너무나 쉽게 이해해 버렸으니까.

- 아처는 소멸했어. 하지만 다행히 나는 살아남았어. 조심해. -

아처. 활의 서번트. 영아의 서번트로 은발의 긴 머리카락에 붉은색 옷을 입고 있던 소녀의 모습을 한 서번트였다. 잘은 모르겠지만 상당히 강한 힘을, 특히 마력만으로 본다면 자신과 비교하더라도 거의 동급이거나 그 이상이라던 캐스터의 얼굴과 아처의 모습이 번갈아가며 떠오른다. 그런 아처가······· 소멸되었다고?

“아니. 잘 모르겠어. 빵아 요즘 추리소설 보고 있대?”

“별로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던데·······.”

“흐음. 뭔지 잘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전화라도 한 번 해 봐야겠는데?”

이미 그 의미는 알고 있다. 하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으며 재빨리 진영이와의 이야기를 맺었다. 지금 날개와 이야기 할 것이 갑자기 많아진 느낌이었다. 이미 성배 전쟁은·······

생각하고 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 -Notorious-G君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10-07 12:24)
* 카와이 루나링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7-03-1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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