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어째서야?”

캐스터의 말에 그만 고함을 질러버리고 말았다. 왜 그녀는 날 거부하는 거지? 내가 그녀를 공격했기에? 아니면 내가 스스로 끊어버린 계약이기에?

“······· 그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전 더 이상 당신의 서번트가 될 수 없습니다.”

“어째서·······.”

내 물음에 캐스터는 후우 하고 한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잠시 턱 밑을 괴고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이 예가 좋겠군요. 성배에 의해 맺어진 계약, 그에 의해 당신과 저는 이렇게.”

캐스터는 양 손의 검지와 엄지를 대립시켜 고리를 만들어 연결했다. 그리고 양팔을 옆쪽으로 당겼지만 두 손은 떨어지지 않았다. 뭐, 그렇겠지. 두 손가락을 벌리지 않는 한 그 손가락들은 떨어지지 않을테지.

“서로 묶인 상태였습니다. 여기서 정상적인 연결의 해제를 하게 된다면.”

캐스터의 오른손 엄지와 검지가 떨어진다. 여전히 굳게 물려있는 왼손의 고리, 하지만 손가락을 벌린 뒤에는 당연히 오른손과 왼손을 떨어뜨릴 수 있었다. 걸리는 것이 없을테니까.

“이 오른손이 마스터, 그리고 왼손이 서번트 입니다. 이렇게 떨어진 상태라면 다시 연결도 할 수 있지요. 하지만 당신과 저는 이 것이 아니고 이 곳이 잘린겁니다.”

캐스터는 왼손을 들어 오른손 팔꿈치 부분을 그었다. 오른손에 만들어져있는 고리는 그대로인 상태로.

“즉 아직 제 안에는 당신과의 패스가 남아있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패스가 존재하지도 않는 그런 모순적인 상태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다시 계약을 하려고 한다면 그 만큼 그 모순이 더 커지게 되지요.”

“으음·······.”

캐스터의 설명을 듣자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난 더 이상 캐스터와는 계약할 수 없다는 그녀의 설명. 그 만큼 힘 빠지는 일이 또 있을까.

“저 역시 새로운 마스터를 얻지 못한다면 이 세계에서 소멸해 버릴 것입니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마력의 보충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현계 하는 것 정도는 가능하겠지요. 이 역시 연결의 단절시 일어난 모순에 의해 가능하니 좀 우스운 상황이지만요.”

캐스터는 그렇게 설명을 마친 뒤 고개를 돌려 날개를 바라보았다. 날개와는 이미 이야기가 되어 있던 듯, 날개는 고개를 끄덕인 뒤 캐스터로부터 바톤을 받아 말을 이어나갔다.

“다시 말해 네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세 가지야. 첫째는 캐스터와의 계약을 통해, 물론 성배를 통해 령주로 묶인 그런 계약은 아니지. 계약을 통해 캐스터에게 지속적인 마력의 공급을 해 주어 이 세계에 그녀를 현계 시키는 것이 첫 번째.”

즉, 캐스터가 나를 령주로 묶인 마스터가 아닌, 나라는 사람 그 자체를 마스터로 인정하게 한다는 방법일 것이다. 캐스터가 그 것을 거절할 경우에는 실행조차 불가능한 방법. 하지만 고개를 들어 캐스터를 바라보았을 때 그녀는 이미 날개와 이 이야기가 되어 있던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두 번째는 내가 캐스터와 계약을 맺고, 넌 세이버와 계약하는거지. 세이버를 포기하는 것은 좀 아쉽지만 애시당초 우리 둘이 싸운다는 생각을 하기도 힘든 만큼, 어떻게 보면 이게 가장 안정적인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어.”

이 것은,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가장 안정적인 방법이다. 세이버와 캐스터의 마스터가 나와 날개로 바뀔 분, 어떻게 생각하면 원래의 상황과 크게 다른 상황은 아니게 되는 것. 나와 날개가 정면으로 싸우지 않는 이상 어떻게 생각하면 가장 좋은 선택일지도·······.

마지막 방법을 기다리고 있으려니 날개는 살짝 눈을 찌푸렸다. 그리고 조금은 차가워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마지막은·······, 이 전쟁을 포기하는 것. 즉 리타이어라는 의미지. 령주를 파기하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야. 물론 캐스터는 소멸해 버리겠지. 그리 추천하고 싶지는 않은데?”

그렇게 말을 맺으며 날개는 숨을 골랐다. 둘러보니 캐스터와 날개, 그리고 세이버까지 나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뭐. 내가 잠들어 있는 동안 셋 사이에는 이야기가 끝난 것이겠지. 그래. 비록 아직 궁금한 것이 많지만 일단은 눈 앞에 있는 일부터 처리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아. 그 전에 옷 좀 입으면 안될까?”

퍼억!

“아프다.”

“아프라고 때린거야! 갑자기 그게 왜 나와!”

“하지만 허전하다고.”

“기다리는 사람도 생각해 달란 말이야! 대체 너란 녀석은·······.”

기운이 빠진 듯 한숨을 쉬는 날개. 그리고 ‘풉’ 하는 소리와 함께 소리 죽여 웃는 캐스터와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옆으로 돌려버리는 세이버까지. 후우. 그래. 이런 분위기가 더 낫다. 아까와 같은 무거운 분위기는 좋지 않아.

뭐. 하지만 분명히·······, 일단은 정해야 겠지. 어떻게 하면 좋을까?






1. 캐스터를 포기할 수 없다. 조금은 무리를 하더라도 이 상태로 간다.

2. 역시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세이버를 받아들이는 것이겠지.

3. 이제······· 그만 일상으로 돌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