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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죽이겠습니다.”

늑골을 부수며 캐스터의 안으로 들어간 손. 버서커의 새하얀 손은 그녀의 가슴 안쪽 깊은 곳에 있던 심장을 움켜쥐었다. 쳐들어온 이방인을 경계하듯 캐스터의 심장은 더욱 거세게 뛰려고 했으나 버서커는 전혀 망설이지 않고 그대로 심장을 뜯어내 버렸다.

- 콰드득

근육이 찢어지는 소리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
혈관이 끊어지는 소리

짧은 순간 동안이지만 들려온 그 소리는 이 밤보다 더 어두웠다.

자신의 피에 의해 새빨갛게 물든 흰 빛의 여성이 스러진다. 마치 나무등걸처럼 쓰러지는 캐스터의 몸. 이미 생명이 느껴지지 않게 되어버린 그 몸은 곧 사라져 버리겠지. 그런 생각을 하자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전신을 휘감기 시작했다.

그녀를 죽인 버서커라는 서번트에 대해
그녀를 지킬 만한 힘이 없던 자신에 대해
그녀를 고통스럽게, 죽게 만든 성배 전쟁이라는 것에 대해

분노가 마음속을 가득 메웠다.

“겨우 이 정도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캐스터의 심장을 움켜쥐어 터뜨려버린 뒤 손을 털어내는 버서커, 그녀에 대한 공포는 이미 그녀에 대한 증오를 억누른지 오래. 마치 뱀 앞에 선 개구리의 느낌이 이럴까?

“할 말은 더 없나보군.”

그렇게 말하며 버서커는 내 앞으로 다가왔다. 왼손으로 내 목을 움켜쥐고, 피가 묻어있는 오른손을 내 가슴 위에 내려놓는다.

“끄......”

목을 움켜잡고 있는 손은 머리를 하얗게 만들 정도로 강하게
하지만 가슴 위에 올려져 있는 손은 상냥하다 느낄 정도로 부드럽게

그런 모순된 태도 속에서도 나는 한 모금의 숨을 들이키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으....... 하.......”

“소용없어. 그 정도....... 로는 어....... 수 ........”

시야가 흐릿해지고 있었다. 뿌옇게 변하는 밤거리 속에서 난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 버서커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이젠....... 틀렸어.






Interlude

- 쨍그랑!

“아!”

“.......”

그녀를 지켜주던 빛이 일순 사라진다.

이 것으로 그녀의 운명은 결정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전혀 내색하지 않는다.

당황해 하는 남자.

그리고 오히려 침착해 하는 것은 그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용서한다.

자신이 할 일을 들은 뒤 바깥으로 나가는 사내.

그의 뒷모습을 쓴 미소와 함께 바라보며 그녀는 작은 한숨을 쉬었다.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하지만 하늘은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 것이, 나의 운명이라면......”

아쉬움을 삼키며, 말 뿐이나마 자신을 위로해본다.



이루어지지 않았던 별의 가호.

하지만 끝까지 그녀를 비추었던 별의 빛.

그녀를 지켜주던 별 중 하나가 그 빛을 잃는다.

Interlude out






“쿨럭!”

순간 전신을 가득 메우는 생환의 느낌.
고통 속에서 찾아오는 삶의 미소.

“헉! 헉!”

때문에 힘들어도, 몇 번이고 기침을 토해내도 숨을 들이켰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서야 시계가 돌아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제서야 지금의 상황이 눈에 들어온다.

버서커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괜찮으십니까.”

만신창이로 찢겨진 옷, 그리고 붉게 물들어 있는 새하얀 도포.

그 모든 것은 분명 내 기억 속에 있던 방금 전의 상황과 같았지만, 그 것을 입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내가 기억하고 있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다.

맨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처럼 깨끗하기만 한 여성.

한 손으로 찢겨져 나간 옷을 여며 가슴 부위를 꼼꼼히 가리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내게 손을 뻗고 있는 그녀.

캐스터.

“캐....... 스터?”

“네. 접니다. 마스터. 버서커는 도주했습니다.”

“지....... 지금 어떻게?”

말이 나오지 않는다. 분명히 어깨가 [뜯겨 나가고] 팔이 [잘리고] 심장이 [뽑혀] 버린 그녀가 지금은 너무나 멀쩡한 상태로 서 있었다. 그리고 평소와 다름없는 목소리로 내 곁에 서서 내게 말하고 있다.

“설명은 나중에 하겠습니다. 일단은 일어나세요.”

그 말을 듣고서야 황급히 그녀의 손을 잡고 몸을 일으킨다. 그녀는 내가 일어난 뒤 자력으로 서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다. 빠르게 복원되어가는 그녀의 옷. 실제적으로 서번트의 의상은 그 서번트의 마력 자체로 이루어 진 것이라 찢겨지더라도 쉽게 수복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내 눈앞에서 만신창이가 된 옷이 순식간에 본래의 새하얀 옷으로 돌아가는 것은 꽤나 신기한 광경이었다.

“끝났습니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니. 아니야. 그나저나 어떻게.......”

마지막 말은 차마 내뱉지 못했다. 대체 그녀는 어떻게 살아있는 것일까? 버서커 역시 그녀의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한 뒤에 내게로 다가온 것인데.......

“버서커도 그 때문에 놀라서인지 물러가더군요. 일단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 것이 제 보구입니다.”

“보구?”

하지만 보구를 사용한 것 치고는 몸에 어떤 이상도 없었다. 알고 있기로는 서번트가 보구를 사용하는 것은 마스터의 마력을 상당히 요하기에 마스터에게도 많은 부담을 주게 된다고 했는데.......

“네. 다만 보통의 보구와는 다른 것이, 마스터와의 계약에 의한, 서번트로서의 보구라기 보다는 이 세계에서 받지 못했던 일종의 채무랄까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가볍게 웃음 지었다. 하지만 캐스터의 얼굴에 쓸쓸한 미소가 담기는 것을 확인한 나는 더 이상 그녀에게 그 일에 대한 것을 묻지 않기로 했다.

“뭐. 일단은 됐어. 피곤하니까 그만 집으로 돌아가자.”

그렇게 또 하루의 밤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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