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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기 전에 다시 한 번 옷매무새를 확인한 뒤, 상의의 주머니에서 작은 손거울을 꺼내어 얼굴을 살펴본다. 목까지 내려오는 짧은 검은빛 머리카락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고, 엷은 화장을 한 우윳빛 피부는 잡티하나 없이 깨끗하다. 동그랗고 커다란 눈에는 예전과는 다른 어른스러움이 한층 배어 있었고, 립스틱을 바르지 않은 입술은 옅은 분홍빛이었다. 이걸로 모든 것은 완벽. 비록 나이는 어린 편이라지만 그녀도 어쩔 수 없는 여자인 것이다.

브리핑실의 문을 열고 들어선 아젠은 천천히 자신의 자리에 가 앉았다. 아마도 그녀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그녀의 인사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대답한 히로는 잠시 뜸을 들였다가 입을 열었다.

“예고했던 것 보다는 조금 일렀지만 곧 첫 전투가 시작된다. 우리는 아직 상대의 전투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른다. 단지 타이탄과 가니메데의 전투에서 마지막으로 전송된 자료를 토대로 추측할 뿐이다. 일단은 나카프네의 설명을 듣도록 하고, 질문이 있으면 언제라도 하기를 바란다.”

히로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브리핑 실의 시선이 스크린 앞의 나카프네에게 향한다. 그녀는 잠깐의 시간이라도 허비할 수 없다는 듯 바로 브리핑을 시작했다.

“2일 전, 저희의 예측대로 가니메데가 공격당했습니다. 미리 경고를 해 두었기에 가니메데 쪽의 민간인 사상자는 거의 발생하지 않은 상태입니다만, 일단 가니메데는 함락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일단은 가니메데에서 보내온 데이터를 보겠습니다.”

화면이 빠르게 스크롤 된다. 얼마 전에 보았던 적 대장기로 보이는 기체를 비롯해 몇 대의 기체들이 가니메데의 방위군과 싸우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 오래 보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가니메데의 방위군이 완벽한 열세라는 것을. 방위군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에 그 누구도 말을 꺼내지 못한 채 그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오로지 침묵만이 이 곳을 가득 채울 뿐이었다. 하지만 나카프네는 아무런 것도 느끼지 못한 것처럼 별 변화 없는 말투로 말을 계속 이었다.

“일단 판단하건데 적의 전투 병력은 대장기 포함 12대라고 추측됩니다. 적의 전함이 몇 대나 있는지, 혹 뒤에 후속 부대가 더 있는지에 대한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기에 확실한 정보는 아닙니다.”

그녀는 거기까지 말한 뒤 잠시 말을 멈추었다. 하지만 별 다른 반응은 없었고, 그녀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히로님의 말씀대로 적의 전투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릅니다만, 추측해 보건데 거의 드림 하트와 맞먹거나 그 이상일 것이라는 데이터가 나왔습니다.”

“질문 있습니다.”

그녀의 말을 끊은 것은 나그네였다. 히로의 승낙을 얻는 나그네는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저들의 전투력이 드림 하트의 전투력과 동일하거나 그 이상이라고 하셨는데, 그 데이터는 어디서 나온겁니까?”

“어디까지나 추측이라고 했지만 궁금하시다면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드림 하트의 전투력으로는 저 정도 속도로 가니메데를 초토화 시키지 못합니다.”

“.......”

“어디까지나 단순한 데이터의 추측과 비교를 통해 계산한 겁니다만, 저 들이 가니메데를 완벽히 박살내는데 걸리는 시간은 드림 하트의 것과 비교해 약 80% 정도의 시간 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여기에 몇 가지 변수가 작용할 수도 있으나 일단은 표면상 드러난 전력만으로 계산할 경우는 그렇습니다.”

나카프네의 말이 끝나자 나그네는 무언가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나그네가 자리에 앉는 것을 확인한 뒤 그녀는 다시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일단은 적의 전력 전체를 1대의 전함과 대장기 포함, 12대의 기체라 추정하고 전투 목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은 1:1을 기본으로 합니다. 수적으로 이 쪽이 우위에 있으며, 변수 중 가장 큰 몫을 할 제이 아크가 있기에 기본적으로 버티기만 해도 충분히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일단 드림 하트는 전투에 직접적으로 나서지 않습니다. 후방에서 지원을 기본으로 하도록 합니다. 아크님이 경우 적의 전함을, 슈안님이 적의 대장기를 맡습니다. 다른 분들은 각자 한 대씩의 기체를 맡아 싸우되, 무리하지 마시기 바라며, 아젠님이 서포트를 통해 한 대씩 적을 처리하도록 합니다.”

이번에는 별 다른 반응이 없었다.

“이번 작전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아젠님이 얼마나 다른 분과 호흡을 잘 맞추냐와 함께 렉스님과 렉슈파니아님의 아인 핸더가 얼마나 오래 버텨주냐에 달려 있습니다. 본래 전투용 기체가 아닌 만큼 아젠님은 두 분의 전투를 가장 먼저 도와주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모두들 어떤 뜻인지 이해했으리라 믿는다.”

나카프네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히로가 입을 열었다. 히로의 말에 긍정을 뜻하는 짧은 침묵이 이어졌고, 히로는 언제나와 같은 말투로 말을 이었다.

“그럼 이것으로 브리핑을 마친다. 정확히 3시간 뒤 전투가 시작될 것이다. 그 때까지 푹 쉬도록 한다. 이상.”






“기체 상태 양호. 내 상태도 양호. 점검 끝.”

“뭐야? 그건?”

“하지만 이런 저런 말로 길게 풀어내는 것은 어려워요.”

유키의 콕핏 안에서 긴장을 풀려는 듯 아젠은 토렌디와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게이트가 열리고 동료들이 하나하나 검은 우주로 향하는 것을 보는 순간 다시 찾아오는 긴장감에 손바닥이 젖어들었다. 첫 전투도 아니었지만 긴장의 강도가 어느 때보다 강했다. 그 것은 아마도 자신이 맡은 일이 지닌 무게 때문일 것이다.

‘네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이든,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든, 이 곳에서는 네가 할 수 있는 일 만큼만을 하게 되어 있어. 너무 긴장하지 마. 네게 그 일이 맡겨진 것은 네가 그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야.’

토렌디에게 들었던 말을 다시 한 번 속으로 되 뇌이며 그녀는 눈을 감았다. 드림 하트에 처음 탑승했을 때, 토렌디를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을 지켜주었던 사람들, 자신에 곁에 있다가 떠나간 사람들, 모두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다시 한 번 떠올리면서 그녀는 이를 물었다.  두렵지만 이겨내야 한다. 자신이 짊어진 영혼의 무게가 큰 만큼, 자신이 맡은 생명의 수가 많은 만큼, 자신을 믿는 사람들의 신뢰가 무거운 만큼 주저앉을 수는 없다.

그녀는 예전의 어리기만 했던 그녀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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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도 소제목으로 설정한 부분의 내용은....
뒤쪽에 조금 나오는 특징을 지니고 있군요.
.... 하핫...;;;; 소제목이라는 것이 참 무색해지는 순간입니다만...
그동안 너무 무신경해왔던 주인공씨에게 슬슬 촛점을 맞춰보려 합니다.
천천히, 그러면서 확실하게 제 자신이 쓰려고 했던 내용을 표현해 봐야겠죠.
다음 편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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