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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카프네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해야만 했다. 겨우 꺼낸 그 말에 돌아온 대답은 달랑 저 한 마디. 뭔가 잘못 들은 것인가 하는 생각에 다시 한번 반문하려 했지만 히로의 말이 더 빨랐다.

“상관없잖아. 어차피 우리가 싸울 상대는 이성인인데 그들에게 핵 쓰지 말자는 내용은 없겠지? 게다가 슈안의 기체는 군에 등록도 안 되어 있는 녀석인데 핵무기를 달건, 뭐를 달건 상관없을 테니까.”

“그렇지만.......”

“들키지만 않으면 돼. 뭐야? 그 표정은? 난 원래 이러는 것 알잖아. 평소에 내가 일 처리하는 것 못 봤나?”

“....... 못봤죠.”

나카프네의 힘 빠진 대답에 히로는 잠시 고개를 갸우뚱 하다가 그제야 생각 난 듯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현재 히로를 약간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한 남자가 있는 자리.

“아아. 미안.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군. 류노스케.”

“그 ‘까맣게’ 가 너무 강조된 것 아닙니까?”

투덜거리는 류노스케지만 어디까지나 거기까지였다. 다시 고개를 돌린 히로는 류노스케라는 이름을 곱게 접어 머릿속 구석에 잘 처박아 놓고는 계속 말을 이었다.

“슈안은 보기 드문 실력의 파일럿이야. 날아오는 총알을 보고 피할 정도의 신체적 능력을 타고 난데다가 조종 실력도 발군이지. 브레인 브레이커가 워낙 스펙이 딸려서 그렇지 자체적 실력만으로는 팀버 울프와 맞먹거나 그 이상일 거다. 그런 녀석이 더 강해진다면 쌍수를 들고 좋아해야지 그 까짓 핵무기가 대수야?”

“요컨대 이번에도 알아서 잘 보고하라는 거죠?”

“정답.”

히로는 너무나도 상큼한 목소리로 대답한 뒤 팔을 뻗고 허리를 비틀면서 천천히 몸을 풀었다. 마지막으로 입을 가리고 찢어지듯 하품한 그는 조금 흘러나온 눈물을 살짝 닦아 주고 입을 열었다.

“별 일 없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하지만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었다.






희뿌연 담배연기가 말려올라간다. 함 내에서는 틀림없는 금연. 하지만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너무나 당당한 태도로 담배를 피우고 있다. 담배연기를 한껏 들이켰다가 내뿜으며 휴대용 재떨이에 담뱃재를 턴다. 그리고 다시 담배를 입에 물고 걸음을 옮기는 것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우연히 발견한 것은 아젠. 오늘 따라 일찍 일어났기에 함 내에 있는 체력 단련실에서 운동이나 해 볼까 하는 마음에 가벼운 운동복을 입고 목에는 수건을 걸친 뒤 방에서 나오면서 보게 된 것이다. 함에 들어왔는데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줄창 담배를 피워대는 그를 본 아젠은 한껏 인상을 찌푸리며 그에게로 다가갔다.

“뭐야?”

아젠이 다가오는 것을 본 그는 담배를 입에서 빼어들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표정이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곱게 대해줄 만큼 그는 좋은 성격을 가지고 있지는 못했다.

“지금 뭐하는 거야?”

그의 바로 앞에 다가온 아젠은 그의 손에 들려있던 담배와 휴대용 재떨이를 빼앗아 담배를 비벼 끈 뒤 꽁초를 재떨이 안에 집어넣고 뚜껑을 닫았다. 그리고 황당한 표정을 지은 채 자신을 노려보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짐짓 어른스러운 목소리로 꾸짖었다.

“함 내에서는 금연이란 말이야. 게다가 너 같은 [어린 아이]가 담배를 피우면 안돼!”

아젠의 말에 그의 표정이 바뀌었다. 우습다는 표정. 그와 함께 조금 짜증이 난 듯한 표정. 그는 자신을 노려보는 아젠을 바라보다가 옷의 안쪽 주머니에서 담배 갑을 꺼내어 그 안에서 담배 한 개피를 빼서 물었다. 그리고 라이터를 꺼내어 불을 붙였다. 그런 그를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아젠. 그는 그런 그녀를 보며 입을 열었다.

“어이. 너 몇 살이냐?”

자신보다 30cm 는 작아 보이는 어린 아이가 다짜고짜 반말로 나이를 묻는 순간 아젠은 무언가 ‘툭’ 하고 끊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동안 이런저런 일이 많아서 좀 얌전히 지내왔더니만 이런 불량 꼬마까지 날 무시해?’ 라는 생각과 함께 그녀는 주먹을 쥐고 그의 뒤로 돌아가 양쪽 관자놀이 부근을 압박해 주었다. 최대한 힘을 주어 주먹을 빙빙 돌리는 아젠의 공격에 그의 긴 머리는 빙빙 꼬여갔고, 더불어 그는 담배도 놓친 채 찾아오는 고통에 저항하기 위해 발버둥 쳐야만했다.

“15살이야! 이제 16살 된다고! 겨우 10살 정도 밖에 안 되어 보이는 불량 꼬마에게 그런 대접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난 서른 살이란 말이야!”

순간 아젠의 몸이 잠시 경직되면서 약간의 빈틈이 생겼다. 그 틈을 타서 그는 그녀의 무지막지한 주먹에서 빠져나온 뒤 손으로 흐트러진 머리칼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거짓말! 이게 언니를 속이려 들어?”

하지만 그의 머리는 다시 빙빙 꼬이기 시작했다. 바로 그의 말을 거짓말이라고 결론지은 아젠이 다시 한 번 오의를 시전 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바로 앞에서 고통스러워하는 그의 얼굴을 그대로 바라보며 정면에서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이익!”

이를 악물고 억지로 가해지는 고통을 참으며 그는 아젠을 떼어놓기 위해 노력했다. 힘을 주어 그녀의 팔을 잡고 떼어내려고 했지만 그 동안 꽤나 단련된 아젠의 근력은 우습게 볼 정도가 아니었다. 다시 말해서 실패. 저 가느다란 팔에서 어떻게 그런 힘이 나오는지 의문을 가질 틈도 없이 그는 아젠에게서, 자신을 괴롭히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녀의 몸을 힘껏 밀었다.

물컹.

“!”

“엥?”

하지만 그 순간 그의 손에 무언가가 잡혔다. 아젠이 무릎을 꿇다시피 하며 그와 눈높이를 맞춘 채 고문을 가하던 것이 화근이었다. 그의 팔 높이와 비슷한 위치에 있던 아젠의 양 가슴이 그대로 그의 손안에 잡혔고, 순간 아젠의 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어떻게 보면 그녀에게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였지만 그 역시 당황하는 통에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꽤나 아픈 것이었다.

“꺄아아악!”

짜아아아악!






히로에 의해 일말의 설명을 들었음에도 아젠의 화는 풀리지 않았다. 사고로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변해버린 엔지니어 ‘레고니아 시피르’는 덕분에 미칠 지경이었다. 아젠 덕분에 완전한 ‘변태’로 함 내에 인식이 되어버렸으며, 더불어 엔지니어면서 정비실에 들어가지도 못해 찌볼과 함께 만든 신형기의 조종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정비실 문을 열었다가 토렌디가 던진 몽키 스패너에 맞아 터진 이마에 커다란 반창고를 붙인 채 시피르는 한 숨만 푹푹 쉬며 자신의 방 안에서 담배만 줄창 피울 뿐이었다. 덕분에 방 안의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홀딱 젖어버린 일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그 것은 그에게 그리 커다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당장 감기에 걸리는 것을 걱정하는 것보다 앞으로 자신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방도에 대한 생각을 하기에 바빠진 불쌍한 엔지니어일 뿐이었다.

물론 다음 날 시피르는 감기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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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는 기체 '뉴얼군' 이 등장할 예정이었는데 말이죠.
도저히 등장할 만한 건덕지가 없더군요.
퍼스트 건담의 등장신과 비슷하게 하려고 고집을 부린게 결국은 삭제로 이어졌습니다.
다시 등장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의문이군요. [하아...;;]

레고니아 시피르. 어쩌다 보니 작은(?) 오해를 받게 되어버렸군요.
하지만 건드릴 사람을 잘못 건드린 거죠.
드림하트에서 토렌디씨가 지닌 권한이 어느 정도인데...
뭐. 그래도 꽤나 마음에 드는 등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안 있으면 기다리고 기다리던 전투씬이군요. 잇힝.
과연 얼마나 잘 쓸 수 있을지...
노력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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