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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을 가로지르며 날아오는 비행기. 날렵해 보인다는 멋은 없지만 그 만큼 육중해 보인다. 강해 보인다. 푸른 하늘에 떠 있는 푸른 비행기. 하늘과 같은 색의 그 기체는 시위대의 뒤쪽 하늘에서 날아오다가 시위대 앞에 있는 방위대의 정면에 한 발의 미사일을 날려 보냈다.

쾅!

방위대 정면에 떨어진 미사일. 순식간에 거리는 아비규환의 지옥이 되어버렸다. 밀고 들어오는 것을 막아내기 위해 빽빽하게 모여 있던 방위대의 한 가운데 떨어진 미사일 한 방은 그 곳에 있는 방위대라는 이름을 지녔던 사람들을 모조리 날려버리기 충분했다. 더불어 그 주변의 건물들 역시 부서졌으며, 도로는 큰 크레이터가 생겨 제 구실을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시위대 중에는 그 폭발에 휩쓸린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후 폭풍에 휩쓸려 날아간 사람이나 그 열기에 화상을 입은 사람은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완벽하게 방위대만을 노리고 쏘아 보낸 미사일 한 방은 그 푸른 기체가 시위대 쪽의 기체라는 것을 확신시켜주고 있다.

“윙 거스트?”

그 기체를 알고 있는 히로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찌볼을 바라보았다. 찌볼은 부인하지 않는다. 히로를 마주보며 미소 짓고 있다. 감출 것이 없다는 듯한 표정. 찌볼은 자신을 노려보는 히로를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군의 그룬거스트 MK-2 지요. 양산형이지만 충분할 겁니다.”

“찌볼씨! 당신은!”

“뭐가 잘못 되었습니까!”

히로의 외침에 반박하듯이 찌볼의 목소리도 커졌다. 히로가 잠시 움찔하는 사이 찌볼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네! 접니다! 제가 군의 기체를 빼돌려서 저들에게 넘겼습니다! 겨우 20살도 못 넘긴 어린 소녀를 병기로 만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시민들을 선동해 왔습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피를 보았습니다!”

“.......”

“달을 위해서! 내가 태어나고 자란 이 땅을 위해서! 썩어 들어가는 이 달을 위해서 그랬습니다! 그러기 위해 저 바깥에 있는 사람들을 이용했고, 한 소녀의 인생을 망쳤습니다!”

격양된 찌볼을 히로는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말을 멈추고 한동안 거친 숨을 내쉬던 찌볼은 다시 본래의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그게 무슨 잘못이라는 겁니까?”

“....... 이 것 외에는 길이 없던 겁니까?”

시위대는 앞에 그룬거스트를 내세우고 이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군의 기체들은 거주지 외각에 위치한다. 이 곳 까지 오는 시간이 어느 쪽이 빠른지는 이미 결정되어 있다. 히로는 천천히 다가오는 그룬거스트를, 시위대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잘못하신 겁니다. 당신의 말 대로 달은 바뀌어야 하지만 그 방법이 잘못된 겁니다. 아니. 이 방법이 옳다고 합시다. 그렇지만 때를 잘못 고르신 겁니다. 저 역시 군 소속입니다.”

히로는 차가운 눈으로 찌볼을 노려보다가 몸을 돌려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찌볼은 그런 히로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품속에서 권총 한 정을 꺼낸 뒤 역시 방 밖으로 빠져나갔다.



“적은 한 대 뿐이다. 가급적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을 제압한다. 적기는 군의 기체로 일단 회수를 목적으로 하지만 불가피한 경우 파괴해도 좋다.”

정문으로 다가오는 시위대를 피해 후문을 통해 빠져나온 히로는 재빨리 무전으로 명령을 내렸다. 나카프네의 응답 소리와 함께 재빨리 무전을 끊고 차를 몰았다. 얼마 가지 않아 하늘 위로 날아오는 무언가가 보인다.

“정말로 달 역시 문제가 많은 건가.”

그에 반해 달 방위군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너무나도 대조적인 두 집단의 모습에 순간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겨우 참은 히로는 잠시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에는 그룬거스트가 굳게 봉해진 의회장의 굵은 철문을 짓밟으며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시위대 역시 그 뒤를 따라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채 진입하고 있었다.

“나 역시 당신들의 생각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이 것은 아니야.”

그 모습을 본 히로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더욱 세게 페달을 밟았다.




과거 타일런트와의 싸움에서 대부분의 기체가 파괴되어버린 지금 드림 하트 내에 자력으로 비행이 가능한 기체는 실린의 팬텀뿐이었다. 두 대의 아인 핸더 역시 가능하기는 하지만 그 둘의 역할은 전투가 아닌 보조였기에 논외. 즉 지금 그룬거스트를 상대할 수 있는 것은 실린 뿐이었다. 복잡한 시가지에서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으며 이 곳에 다가오기에는 상당한 시간을 요하는 것이다.

팔 쪽에 수납되어 있던 크로우가 회전하며 주먹 위에 고정된다. 그대로 지상으로 떨어지듯 내려오며 그룬거스트의 등을 향해 크로우를 휘둘렀다.

키이이익!

그룬거스트가 몸을 돌림과 동시에 팬텀의 팔이 내리꽂힌다. 하지만 크로우는 그룬거스트에 닿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벽에 막힌 듯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팬텀의 크로우. 그룬거스트가 휘두르는 팔을 피해 공중으로 날아오르며 실린은 가볍게 혀를 찼다.

“염동 필드인가?”

[그룬거스트 MK-2. 양산형이라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탑재한 장비입니다.]

나카프네의 설명을 들으며 날아오는 그룬거스트의 팔을 피해냈다. 빈틈이 있다고 해서 잘 먹히지도 않을 공격을 할 생각은 없었다.

[다른 기체들이 그 곳에 도달하기 전 까지는 약 4,5분 정도 걸릴 겁니다. 드림 하트가 뜨지 못하는 것이 아쉽군요.]

“나 보고 어떻게 하라고!”

실린은 쓴 웃음을 지으며 그룬거스트가 쏘아낸 푸른색 빔을 피해냈다. 이런 식으로 5분을 끌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상대 역시 5분을 보낼 생각은 없을 것이다. 시간을 끌 수록 이 쪽이 불리한 상황. 다시 한 번 빠르게 찔러 들어갔지만 역시 염동 필드에 막혀버린다. 처음부터 고 기동성을 위주로 은신 등의 특수 능력을 이용하기 위해 제작된 팬텀. 그래서 기체의 이름도 팬텀이라고 지어진 이 기체 자체의 전투 능력은 그리 뛰어나지 못하다. 격투전만이 가능한 기체임에도 불구하고 표준 규격의 반 정도 밖에 안될 정도로 가벼운 기체의 무게는 격투전에는 그리 맞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 것이 존재한다.

“시작하지.”

실린의 말과 함께 나카프네는 바쁘게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신경 쓰지 마라. 어차피 저 기체의 공격은 네 염동 필드를 뚫지 못한다.]

스피커에서 울려퍼지는 찌볼의 목소리에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 설득, 항복 같은 단어는 배운 적이 없다. 파괴해 버린다. 파괴는 0에의 희망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하지만 상관없다. 자신을 키워준 아버지와 같은 남자의 명령이기에 따를 뿐이다.

그룬거스트가 팔을 휘두르는 것과 동시에 달 의회의 건물이 부서져 버린다. 뿌연 먼지가 피어오르며 무너져 내리는 건물들. 그와 함께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한다. 아마도 이 곳에 남아있는 의원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의회라는 상징이 없어지는 것. 그 것이 시작이다. 찌볼의 생각은 그 것이었다. 일단은 의회를 부숴야 한다. 이후 차례차례 의원들을 처단하면 되는 것이다.

[핼러드. 어차피 이 곳 군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 쪽 매수하는 것은 일도 아니니까. 안심하고 날뛰어라.]

“네.”

돈 몇 푼 쥐어주는 것으로 끝났다. 물론 몇몇은 처음부터 자신들의 의견에 찬성했던 사람들. 그렇기에 찌볼은 거리낌없이 이 일을 진행시킬 수 있던 것이다.

하지만 핼러드는 자신의 일을 계속 진행할 수 없었다. 무언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느낌에 재빨리 몸을 돌리며 정면에 염동 필드를 생성시켰다. 이번에 자신을 공격해 온 것은 예의 크로우가 아닌 붉게 빛나며 맹렬하게 회전하는 거대한 팔. 그 팔의 주변에는 황금빛의 링이 감싸고 있었으며 저 멀리 그 팔을 쏘아낸 것처럼 보이는 검은 기체가 보였다.

그렇지만 방금 전 막아냈던 크로우와는 무게가 틀리다. 순식간에 염동 필드가 찢겨나가며 빠르게 회전하는 팔이 쇄도해 들어왔다. 재빨리 그룬거스트의 양손을 교차시켜 그 팔을 막는 핼러드.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팔에 실린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 팔에 떠밀려 날아가 버렸다.

콰앙!

의회 건물을 완전히 뭉개 버리며 쓰러지는 그룬거스트. 돌아온 팔을 회수하며 실린은 입술을 핥았다.

“후아. 이거 상당한데?”

솔직한 감상. 자신의 새로운 기체가 너무나도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3대의 강화 파츠에 의해 강화된 기체. 실린이 레이지 오브 팬텀이라고 이름 붙인 이 기체는 자력으로 대기권 내외의 항행이 가능할 정도의 고성능 기체에 공격이나 방어 역시 거의 완벽할 정도라고 추측되는, 팬텀과는 정 반대 컨셉의 파이팅 메카노이드 였다. 말 그대로 전투의, 전투에 의한, 전투를 위한 기체라고 할까.

“.......”

핼러드는 진작 상대를 끝내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며 그룬거스트를 일으켰다. 아니. 강화 파츠를 장비할 시간을 준 것이 후회가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물러날 생각은 없다. 생각해 보면 덕분에 순식간에 의회 건물을 부순 셈이 되지 않나. 그리고 방금 전 그 공격 하나 때문에 저 기체를 두려워 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맥시 블래스터!”

핼러드의 외침과 함께 가슴 부분에 있는 별 모양의 장식이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단순한 장식은 아니다. 이 곳에서 양산형 그룬거스트의 공격 중 가장 강한 공격인 맥시 블래스터가 쏘아지는 곳이다. 별 모양의 빛나는 에너지가 쏘아지며 팬텀을 공격해 들어간다. 하지만 실린은 피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팬텀의 가슴 부분이 열리며 그 곳에서 에너지 입자들이 방사된다. 큰 고리 모양을 이루며 팬텀의 앞에 모인 에너지 입자의 가운데로 팬텀의 왼팔을 가져다 대는 순간 주변의 대기가 진동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프로텍트 월!”

맥시 블래스터의 진격이 멈춘다. 팬텀의 손앞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던 에너지는 그 곳에 응집되며 5망성 모양을 그린다. 그리고 그대로 그 것을 쏘아보냈던 그룬거스트를 향해 날아갔다.

“치잇!”

핼러드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5망성을 보며 염동필드를 전개시켰다. 하지만 역시 이번에도 염동필드는 찢겨나갔고 그대로 자신이 쏘아 보낸 에너지에 의해 그룬거스트는 다시 한 번 쓰러져야만 했다.

[의회장 건물 주변의 공터가 넓은 것이 다행이로군요.]

둘의 싸움을 지켜보던 나카프네의 한 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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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사람은 다 안다!
레이지 오브 팬텀! 그 것의 진정한 정체를!
파이팅 메카노이드! 파이팅 가오가이가의 줄임말!
가오파이가! [끌려간다]
라지만 이건 실제 신청이었수 =_=;;;

핼러드냥의 운이 안 좋았을 뿐. 훗훗.
재수없게 첫 등장 시 걸린 상대가 가오파이가라니...
와하하하!! [폭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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