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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어져 있던 몸이 움직인다. 심장이 수축하며 좌심실에 있던 혈액을 밀어내는 것을 시작으로 전신의 기능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잠든 듯이 감겨 있던 눈을 천천히 뜨며 어두운 천장을 바라보는 눈동자. 붉은 루비 빛의 눈동자가 어두움을 쫓듯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그와는 대조적인 그리 길지 않은 적당한 길이의 회색빛 머리카락은 아무렇게나 헝클어져 있었다. 누워있던 침대를 짚고 상체를 일으키는 소년. 왼쪽 어깨에 검을 들고 있는 여성의 실루엣 같은 문신이 새겨져 있었고 그 아래에는 A.C 라는 글씨가 있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런 문신이 있다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관심이 있는 것이라면 자신의 몸이 제대로 움직이고 있느냐는 것 정도?

가만히 주먹을 쥐었다 풀어본다. 생명 활동을 시작한지 채 5분도 지나지 않았지만 몸의 모든 기능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듯 하다. 주먹을 쥐었다 펴고, 팔을 구부렸다가 펴고, 팔를 몇 바퀴 빙빙 돌려본 뒤에야 소년은 천천히 이불을 걷고 자리에서 침대에서 내려왔다. 단지 몸을 가리기 위한 것 같은 얇은 이불. 아니 천이라고 할 수 밖에 없던 것에 가려져 있던 소년의 나신. 자리에서 일어난 채 옆에 곱게 개어져 있던 속옷과 자신의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는다.

어깨 부분의 녹색의 줄무늬에 G.p라고 새겨져 있는 배이지 색의 반팔 티를 입고 조금은 좁아 보이는 청바지를 챙겨 입는다. 그 옆에 있던 은색의 손목시계를 본 소년은 잠시 그 커다란 시계를 내려보다가 티셔츠의 가슴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바지 주머니에 들어 있던 검은색 깃털을 꺼내어 눈앞에 들어 올려 잠시 바라보다 다시 주머니에 넣는다.

언제부터인가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던 한 커다란 전함 속에 있던 방에 서 있던 소년. 불도 켜져 있지 않은 어두운 방이었지만 그 것은 소년에게 어떠한 장애도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천천히 방을 둘러보다가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커다란 종이 뭉치를 발견하고 그 곳으로 다가간다. 불빛 하나 없는 어두운 방이지만 그 종이에 써 있는 내용을 소년은 별 문제 없이 읽어나간다.

[H-s4. MODEL NUMBER : SM. NO-247 ORGEN]

절대자. 그 종이 뭉치에 있는 것. 단순히 종이에 나열되어 있는 문자와 그림들이지만 소년은 그 것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이 것은 자신을 위한 것. 이성적으로는 무엇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이 것의 존재를 알고 있다.

“오르젠더.”

소년의 중얼거림과 함께 어디선가 거대한 무언가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잠에서 깨어나 자신의 주인을 찾는 존재의 울음소리가.






“토성의 타이탄에 있던 콜로니와의 연락이 끊겼다고 합니다. 콜로니에서 마지막에 전송된 영상을 지구에서 보내왔습니다. 지금 재생하겠습니다.”

흘러내리는 연보랏빛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 묶으며 디스크를 넣고 Play 버튼을 누른다. 나카프네의 말과 함께 비추어진 영상은 커다란 전함들과 함께 콜로니를 공격하고 있는 기체들의 영상이었다. 꽤나 눈에 익은 기체들. 이미 지구에서도 몇 번씩이나 교전해 왔던 ‘페가수스’ 라고 칭하고 있는 푸른색의 기체들이다. 그 외에 2개의 긴 촉수에서 빔을 쏘아대는 4족 보행형의 로봇도 간간히 보인다. 그 영상을 보며 브리핑 실에 있던 모두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 영상을 조용히 바라만 볼 뿐이었다.

“그리고 이 것이 ‘적’의 대장기로 보입니다.”

계속 진행되는 영상이 중간에 멈춘다. 어두운 갈색의 기체. 기체의 머리 정 중앙에는 갈기 같은 것이 붙어 있었고, 등 뒤에는 커다란 원형의 고리가 있었다. 그 곳에 6개의 둥근 구슬 같은 것들이 붙어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곡옥’과 비슷한 모양. 그 구슬들은 제각각 따로 움직이며 몸으로 부딪쳐 목표물을 부순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 역시 ‘게르밀’ 시리즈의 하나라고 추측됩니다.”

나카프네는 말을 이으며 화면을 바꾸었다. 그 곳에는 대장기로 보이는 갈색의 기체가 커다란 포를 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휴케바인의 블랙홀 캐논과 흡사합니다. 훼르게르밀이 게슈펜스트를 모태로 하고 있고, 슬레이드 게르밀이 그룬거스트를 기반으로 변형된 머신임을 생각할 때 아마도 휴케바인이 변형된 게르밀 시리즈라고 생각됩니다.”

그녀는 그 이후에도 화면을 넘겨가며 설명을 계속해 나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검은 화면이 뜨며 모든 자료의 열람이 끝났다는 것을 알리자 재생기 안의 디스크를 교체한 뒤에 말을 이었다.

“또한 타이탄의 콜로니가 공격 받은 것은 1주일 전의 일입니다. 적의 이동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아마도 가니메데의 콜로니 역시 무사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화면에는 태양계의 모식도가 나타나 있었다. 화면의 정 중앙에 있는 커다란 항성이 나타내는 것은 태양. 그리고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는 9개의 행성들. 그녀가 말을 잇는 것과 동시에 토성 쪽에서 붉은색 화살표가 목성 쪽으로 날아가는 것을 표시했다. 하지만 그와 함께 또 다른 붉은색 화살표가 목성이 아닌 지구를 향해 바로 날아들고 있었다.

“아마도 적의 움직임은 크게 이 둘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됩니다. 현재 목성은 토성에서 지구로 향하는 방향에서 그리 많이 어긋나 있지는 않습니다. 다시 말하면 약간만 돌아서 오는 것만으로도 목성의 콜로니 역시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 것은 자신들의 뒤에서 오는 공격을 막는 것뿐만 아니라 보급을 위한 기지의 건설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아마도 그 들의 다음 행동은 가니메데의 콜로니 역시 파괴하는 쪽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며 탁자 위에 있던 유리잔을 들어 그 안에 있던 물을 마셨다. 그 뒤에 크게 숨을 내 뱉었다가 들고 있던 포인터로 지구와 달 사이를 가리켰다.

“드림 하트의 현재 위치입니다. 일단 저희는 달에서 병력의 충원을 받을 것입니다. 현재 시간적으로 여유가 그리 많은 상황이 아니기에 병력의 충원을 받는 시간은 3일 정도로 한정시킬 겁니다. 그리고 화성으로 이동. 아시다시피 화성에는 아카데미아의 캠퍼스가 존재합니다. 드림 하트가 지구에 있었을 때는 화성의 아카데미아 학생들을 굳이 데려올 필요는 없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화성의 아카데미아에서 새로운 파일럿을 영입한 뒤 출발.......”

지구에서 달을 거쳐 화성에 도달했던 푸른색 화살표는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못 가 소행성대를 지나 화성쪽으로 다가오던 붉은색 화살표와 만나게 되었다.

“아마도 이 곳이 첫 번째 전투 지역이 될 것입니다. 저희는 화성의 포보스에 있는 군 기지를 베이스로 삼고 첫 전투에 들어갈 것입니다. 여기서 최대의 변수 두 가지는 역시 적의 이동 속도가 어느 정도인가, 또 한 가지는 적이 정말 가니메데를 공격한 뒤에 올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최악의 경우 화성에 도달하는 순간 공격을 받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재생이 끝난 디스크를 꺼냈다. 그리고 브리핑 실의 불을 켠 뒤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기에 적어도 달에서 출발한 뒤부터는 1급 경계태세로 대기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질문 사항이라도 있으십니까?”

손을 드는 사람은 없었다. 나카프네는 마지막으로 히로를 바라보았고, 히로는 그런 그녀를 보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었다. 그제서야 그녀는 긴장이 풀린 듯 한숨을 조용히 내 쉬며 가볍게 미소 지었다. 살짝 말려 올라간 매력적인 붉은 입술이 열리며 그녀는 말을 이었다.

“그럼 이것으로 브리핑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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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시작되는 SRW DG FTU - 챕터 1. 베르게르밀 입니다.
FTU의 챕터 명은 아마 특별한 일이 아니면 기체명일 듯 하군요. [제가 기체명을 영어로 쓸 수 있다면.......]
일단 1화는 노멀하게 간단한 브리핑으로 시작합니다.

설명을 하자면 시간은 지구편이 끝난 뒤 약 6개월 정도가 흐른 뒤 입니다.
그 동안 본래 대기권 내에서 사용하려고 했던 드림 하트를 우주에 맞게 개조하고, 또한 기체 역시 우주에서 사용이 가능하도록 개조를 했다.
라는 설정입니다.
그리고 맨 처음 나왔던 '그'가 만들어지는 시간도 역시 이 때지요.
뭐....... 알만한 분은 다 알겠지만 말이죠 [웃음]

일단 1화의 잡담은 이 정도로만 하죠.
많은 비평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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