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오고 있어.”

사역마와의 교감을 끊은 날개는 피곤해진 듯 두 눈을 살짝 누르며 말했다. 캐스터의 말대로 그들은 어떤 특별한 반응을 보이거나 하지 않고 그저 이 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작은 주의조차 기울이지 않은 채 당당히 다가오는 그들에게서부터 뿜어지는 자신감이 너울거리며 내 몸을 간질이는 듯 했다. 보이지도 않는 적에게 조금이나마 떨고 있다는 자신을 추스르고 있을 때 캐스터가 입을 열었다.

“아마도 디펜더와 그의 마스터는 별 어려움 없이 이 곳으로 올 것입니다. 아무래도 급하게 만든 진이다 보니 마력의 기운이 새어 나가는 것은 어쩔 수 없군요.”

“뭐. 그건 말 그대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거야.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날개의 말에 캐스터는 좀 전에 그렸던 지도를 꺼내와 다시 앞에 펼쳐 놓았다. 간략한 듯 보이지만 주변의 지형이 알기 쉽게 그려진 지도. 그 지도를 잠시 바라보던 캐스터는 고개를 돌려 날개를 바라보았다.

“그 전에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응?”

나와 마찬가지로 날개도 왠지 모르게 분위기가 바뀐 캐스터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캐스터는 전혀 아랑곳 하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왜 아직도 마스터에게 협력하는 겁니까?”

“·······에?”

“당신은 성배 전쟁에서 탈락한 겁니다. 이미 세이버는 사라졌지요. 그 팔에 령주는 남아있다고 하나, 실질적으로 당신의 서번트가 될 자는 없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그럼 그냥 뒤로 물러나 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어째서 위험을 자초하는 것인지 묻고 있는 겁니다.”

순간 날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사지로 뛰어 들고 있는 것은 그녀였다. 이젠 더 이상 위험을 무릅쓰고 싸울 필요가 없는데.

그녀가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방법은 사라졌다. 성배는 영체의 손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그녀를 위협하던 것은 사라졌다. 이미 아야메와는 화해한지 오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여전히 이 곳에 있었다. 마술사로서 살아온 그녀가. 전혀 이익이 되지 않는(정확히 말하면 이미 막심한 손해만 입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았다.

“그냥.”

“·······.”

“······· 이라는 이유는 역시 좀 그런가? 뭐.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내가 그러고 싶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 특별한 이유는 없어.”

날개의 표정은 담담했다. 뭔가 좀 얼빠진 답이 들려오기는 했지만 날개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던 캐스터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지도를 향해 눈을 돌렸다.

“진의 입구는 이 쪽 입니다. 이 부근에 몸을 숨기고 있을 경우 뒤를 잡을 수 있고, 또한 위치상으로 진과 그렇게 동떨어진 곳도 아니라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어느 정도 기척을 지워줄 겁니다.”

“알았어. 내 위치가 그 곳이라는 거지?”

캐스터는 고개를 끄덕인 뒤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예의 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이제 그 들을 맞으러 가 볼까요?”



이미 시간은 새벽 3시를 지나고 있었다. 익숙해진 어둠 너머로 그가 보였다. 한 걸음에 달려들기에는 조금 먼 거리이다. 조금씩 달아오르는 몸과 반대로 차갑게 식는 머리. 잠시 뒤에 있을 쾌락의 시간을 기대하며 조금 전과 다를 것 없이 발을 옮겼다.

그가 움직였다. 하지만 위협적이지는 못했다. 단지 그는 몸을 조금 돌렸을 뿐. 하지만 그 만을 바라보고 있는 내 눈에는 그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똑똑히 보였다.

그가 사라졌다. 하지만 놀라게 하지는 못했다. 아마도 ‘진’ 이라는 것이겠지. 실제로 그를 삼킨 것은 돌로 만든 벽이었으며, 그 벽의 정체를 너무나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위험한 것 같다.”

“전혀.”

서번트가 되면서 더욱 예민해진 전사로서의 감각이 그를 핥는 듯 했지만 난 무시한 채 걸어갔다. ‘공방’ 이나 ‘신전’ 이 아닌 ‘진’ 이다. 자신의 마술을 행하기 쉽게 만들고, 침입자를 막는 ‘진지’ 가 아닌 상대를 끌어들여 말살해 버리는 ‘함정’ 이다. 보통 이런 타입의 서번트는 동양계 주술사가 많다. 실제로 서양쪽 마술사들은 이런 기술은 잘 모를테니까. 실제로 무협 소설의 ‘진’ 과 환상 소설의 ‘결계’ 라는 개념은 비슷하지만 다르니까. 아마도 그런 차이가 디펜더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리라.

“들어가자.”

캐스터의 ‘진’ 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진에 들어가는 것이 바로 ‘나’ 이니까. 아니, '우리‘ 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진에 들어서는 순간 검을 뽑아들었다. 그리고 검 끝이 향하도록 거꾸로 바꿔 쥔 뒤 캐스터는 눈을 감았다. 다른 특별한 말은 하지 않았다. 단지 잠시 숨을 크게 들이 쉰 뒤 있는 힘껏 검을 땅을 향해 내리 꽂을 뿐이었다. 그런 캐스터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 역시 캐스터가 전해 주었던 검을 꺼내어 들었다. 검을 배운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빈손 보다는 나을 것이었다.



진에 들어서는 순간 그 정체를 알아챌 수 있었다. 동시에 캐스터의 진명까지 알 수 있었다. 자연물의 구성, 아마도 돌 들을 이용했겠지. 일종의 환상, 하지만 진실. 그 것으로 만들어진 벽들로 구성되어 있는 진.



캐스터의 몸 주변에 바람이 일고 있었다. 주문의 영창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끌어올리고 있는 마력의 양은 내 상상을 초월한지 오래였다.



계산이 끝나고, 그 결과를 말해 주었을 때 디펜더는 무슨 헛소리라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래도 단 2명이 10만명이 하지 못한 일을 해 낸다는 점에서 얻어진 일률은 분명 기네스북 감이었다.



신 량 아뢰옵니다

영창이라기보다는 기도를 하는 듯한 목소리. 하지만 그 순간 요동치는 대기를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그 순간 내 몸에서 힘이 빠진다. 일순 다리가 풀릴 정도로 많은 마력이 흘러나가고 있었다.



이 진은 사람의 착시를 이용한 것이라는 점이 이미 밝혀진 바 있었다. 그 것이 아니라도 난 이미 이 진에 대해 알고 있었고. 더불어 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에 의해 사람의 감각 역시 마비되는 바, 이 진 속에서 미아가 되어버리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디펜더의 능력 앞에 모든 마력은 그 힘을 잃고, 평상시와 다름없는 감각 속에서 이 진을 구성하는 몇몇 물질들을 찾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선제께서 신이 낫다 하지 않으시고

낭랑한 목소리. 요동치던 대기는 태풍을 만들어 낼 것처럼 춤추고 있었고, 그와 함께 마력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고막이 터질 듯한 울림 속에서도 그녀는 말을 영창을 멈추지 않았다.

스스로 굽히어 세 번 초려로 찾아오시니



“뭐. 그렇기에 어떤 절진이라도 내가 있으면, 거기에 디펜더의 항마가 있다면 문제 될 것이 없는거지.”

손을 휘젓는다. 마력의 흔들림에 따라 주변의 풍경 역시 흔들리고 있었다. 이미 진의 일부는 깨진 상황. 구멍이 난 제방을 무너뜨리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분명 지금도 무적의 진일지도 모르겠지만, 상대를 보고 사용하라고.”



이에 감하여 선제의 뜻에 따름에

캐스터의 영창이 진행되는 것과 동시에 마력이 점차 방향성을 지니기 시작했다. 캐스터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이끌려 마력과 마력이 모여 선을 이루고, 그 선과 선이 얽히고 있었다.



순간 유리가 깨지는 것처럼 주변에 있던 벽들이 사라졌다. 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유리가 깨지는, 그런 소리가 났다면 어울릴 것 같았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땅에 검을 꽂은 채 눈을 감고 입을 움직이는 캐스터와 그 앞에 서 있는 ‘그’ 가 보였다.



패군의 때에 임무를 받고

현실성 없는 어떤 장면을 보는 것처럼, 눈앞의 벽이 깨져나간다. 모래성을 부수듯 허무하게 사라져간다. 그와 동시에 나를 바라보는 ‘나’의 모습이 보였다.

순간 오한이 들었다.

손은 떨리고, 이는 서로 부딪치기 시작했다.

내가 바라보는 ‘나’의 눈은 광포한 야수의 눈이었다.




‘그’를 보는 순간 머릿속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차가웠던 머리가 불 속에 집어넣은 듯 뜨거워졌다. 한 순간, 한 시도 잊은 적 없었다. 이전과 달리 이성이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

그 때처럼 눈을 파먹어 버리겠다.
그 때처럼 두개골을 쪼개 버리겠다...
그 때처럼 팔을 잘라 버리겠다.......
그 때처럼 다리를 뭉개 버리겠다........!
그 때처럼 배를 헤집어 버리겠다........!!
그 때처럼 뼈를 갈아 버리겠다.........!!!
그 때처럼 네 몸을 씹어 버리겠다........!!!!
그 때처럼 갈기갈기 찢어 버리겠다........!!!!!








“죽어버려!!!!!!!!!!!!!!!!!!!!!!!!!!!!!!!!!!!!!!!!!!!!!!!!!!!!”



비명과도 같은 절규가 귀를 파고든다. 나의 앞에 있는 또 다른 ‘나’ 의 손에 불꽃이 넘실대고 있었다. 마술의 준비 절차 따위는 완전히 무시해 버리고 있었다. 마술 각인을 사용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손을 든 것만으로 그 곳에는 거대한 불꽃이 맺혔고, 그 불꽃과 함께 백색의 섬광이 달려들고 있었다.

위란의 때에 명령을 받아



“멈춰!”

무언가 갑자기 뒤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이성이 돌아온다. 하지만 그 순간 등 뒤에 강한 충격이 내 몸을 뒤흔들었다.

“크악!”

속이 뒤집히는 듯한 고통 속에서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아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 이상 그 녀석에게 다가가면 네 마스터 먼저 죽게 될 거야!”

하지만 그 말이 누구를 향해 하는 것인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난 상관하지 말고 그 녀석을 죽여.”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듯 팔을 들며 명령했다.



날아드는 불꽃을 겨우 막아낸 뒤 멈추어 선 디펜더의 어깨 너머로 날개가 ‘나’를 향해 손을 뻗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마치 창과 같은 형태로 그 녀석의 팔을 감싸고 있는 마력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생김새가 의미하는 그대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적과 싸우고, 그들을 멸함에 있어



팔이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런 감각과 함께 마지막 령주가 사라져간다. 더불어 내게 날아드는 마력의 덩어리를 피하기 위해 몸을 비튼다. 하지만 완전히 피하지 못한 채 그 ‘창’에 내 몸의 일부를 내주고 말았다.

마치 씹어 먹힌 듯 옆구리의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그 때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때문에 마력의 운용에 아무런 지장도 받을 수 없었다.

상처를 누를 필요도 느끼지 못하고, 내 눈 앞의 적을 죽이기 위해 팔을 휘둘렀다.



디펜더가 달려들고 있었다. 전에 보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움직임. 실제로 그 녀석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나를 죽이겠다는 살기만이 진득하게 배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서번트의 공격을 인간이, 그 것도 령주를 사용한 서번트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리 없었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단지 그 말만이 내 머릿속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아무 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범 앞에 선 작은 토끼의 기분이 이럴까?

비명을 내뱉기도 전에 새하얀 검의 끝이 내 목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신에게 탁하여 적을 벌하라 하매



급하게 고개를 숙이는 ‘적’ 의 머리 위로 진공의 칼날이 지나간다. 미처 내려앉지 못한 긴 머리카락이 잘려나가며 미래를 보여주는 양 산산이 흩어진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피한 것은 사실, 그 뒤에 있을 공격을 막기 위해 마력을 집중 시켰지만 그녀는 달려들지 않았다. 오히려 거리를 벌리고 있을 뿐이었다.

“무슨 생각이지?”

“별로. 내 역할은 이 정도까지니까.”

그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뒤로 돌아간다.



죽어?
이렇게?
이렇게 간단히?
싫어.
죽는 것은 싫어.
이렇게 죽임 당하는 것은 싫어.
하지만 어떻게?
어떻게 하면 살 수 있지?
그 강함이 나와는 다른 전설 속의 존재에게서?
아니.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몇 백번, 몇 천번 이라도 발버둥치겠어.
난 살기 위해 싸운다!

허리가 부서질 정도로 격하게 뒤로 몸을 젖힌다. 이마 위로 검이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되돌아갔던 검은 내 몸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감히 신에게 모든 것을 맡기시니



령주로 의해 강화된 명령. 하지만 그 일격을 피해냈다는 것 자체가 저 녀석이 보통이 아니라는 의미가 된다. 이가 갈린다. 잠들어 있던 저 녀석의 본성이 깨어나면 그 보다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는다. 서번트의 강함은 보통 사람과는 비교할 수도 없다. 하지만 몇몇 극에 달한 달인이라면 서번트와도 정면으로 맞설 수 있다고 한다.

하물며 저 녀석이라면 맞서는 것이 아니고 서번트를 찢어발기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저 녀석은 우리 가문에서 나를 제거하고 나의 행세를 하며 살아온, 무력으로 모든 것을 제압하기 위해 탄생 되었던 ‘나’ 라는 존재에 기반을 둔 살인 병기니까.

하지만 걱정은 거기까지였다. 그 녀석 뒤의 캐스터가 뿜어내는, 그리고 그녀 주변의 대기가 요동치는 움직임을 보는 순간 터무니없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채웠다.

“캐스터를 먼저 없애!”

하지만 이미 령주는 남아있지 않았다.




내려오는 검을 보며 손에 마력을 집중시킨다. 이전과는 달리 마력은 순조롭게 내가 구상하던 이미지대로 구성되며 손바닥 앞에 작은 방패를 만들어낸다. 요정의 검이 마력의 방패를 찢어발기고 있었지만 상관하지 않고 마력을 이미지화 시킨다.

세계를 느끼고
그 안의 마력과 동화된다.
나의 몸이 된 대지가
손짓하는 바람이
울부짖는 영창이 되며
이 세계의 마력을 움직이니

아무런 준비도 없었다. 내가 생각한대로 마력이 움직이며 그에 따라 내가 이미지한 마술이 발현된다.

“큭!”

디펜더의 항마를 뚫으며 내가 토해낸 불길은 그의 몸을 감싼다. 불길에 휩싸인 채 뒤로 한 걸음 물러나는 디펜더. 순간 재빨리 몸을 일으키며 뒤로 물러났다. 그 사이에 디펜더는 자신의 몸을 뒤덮고 있던 불길을 한번에 소멸 시키며 나를 바라보았지만

이에 출사하옵니다.

이미 캐스터의 영창은 끝이 났다.

캐스터의 주변에 불길이 일어난다. 작은 불꽃은 커지고, 기둥을 이루며 움직인다. 바깥쪽으로 밀려나오며 점차 그 크기를 키우는 불꽃은 백열하며

세계를 태우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불꽃에 삼켜지는 순간 눈을 감았었지만 그 불길은 내 몸을 태우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것은 디펜더와 또 다른 ‘나’ 에게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더불어 날개 역시 아무런 데미지를 받은 것 같지 않았다.

부서진 것은 이 세계였다.

이미 밤의 거리는 사라져있었다. 내가, 그리고 다른 모두가 서 있는 것은 너른 초원. 끝없이 펼쳐진 초원 위에서 나와 날개는 캐스터의 뒤에 서 있었다. 그녀가 옮겨 놓았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약 30미터 정도 떨어진 채 그들은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 고유결계.”

날개가 기가 차다는 듯 내뱉었다. 그런 날개의 말에 캐스터는 빙긋이 웃으며 답했다.

“아시잖습니까. 이 땅에서 저는 그 누구보다 강합니다. 이 세계 자체에 간섭할 수 있을 정도로.”

“······· 제갈량 공명.”

가람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단 5명밖에 존재하지 않는 너른 대지. 하지만 특별한 무언가가 보이지 않자 가람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별 다른 것은 보이지 않는군. 당신의 마음속이 이렇게 텅 비어있다는 것은 아쉬운데? 상상과는 다르게 말이야.”

“글쎄요. 이럴 때 쓰는 말이 ‘착각은 자유’ 던가요? 상처 입은 당신은 저 혼자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가람은 그 말에 얼굴을 찌푸리며 옆구리의 상처를 눌렀다. 하지만 그 역시 그녀의 말에 이상한 점을 찾아냈는지 입을 열어 물었다.

“디펜더를 무시하는건가?”

“아뇨. 단지 상대할 사람이 따로 있다는 뜻이지요.”

이미 놀랄만큼 놀라있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어떤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 결심은 ‘누군가’가 주변을 가득 메우면서 무너지고 말았다.

“······· 설마?”

이미 세는 것은 포기해 버렸다. 일이백명이 아니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을 가득 메우며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무장한 채 모두를 감싸고 있었다.

“디펜더는 여기 있는 일백만의 장병들이 상대해 줄 것입니다.”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이루지 못한 꿈을 향해 싸우고 있는 중이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9 SRW DG - Fly to the Universe - 09화. 개전 [9] 카루나 2004.02.19 432
248 SRW DG - Fly to the Universe - 08화. 성장하는 소녀 [8] 카루나 2004.02.18 434
247 SRW DG - Fly to the Universe - 07화. 마녀와 광전사. 이상한 듀엣들... [7] 카루나 2004.02.16 429
246 SRW DG - Fly to the Universe - 06화 : 변태(?) 엔지니어 [4] 카루나 2004.02.13 612
245 SRW DG - Fly to the Universe - 05화 : 늘어가는 골치덩어리 [7] 카루나 2004.02.09 428
244 SRW DG - Fly to the Universe - 04화 : 소녀의 눈물 [8] 카루나 2004.01.31 443
243 SRW DG - Fly to the Universe - 03화 : 레이지 오브 팬텀 [11] 카루나 2004.01.28 456
242 SRW DG - Fly to the Universe - 02화 : 달을 대표하는 과학자. [8] 카루나 2004.01.28 415
241 SRW DG - Fly to the Universe - 01화. 출진 [9] 카루나 2004.01.19 476
240 SRW DG - Fly to the Universe - 프롤로그 : 조금은 이르지만 만회를 위해 [4] 카루나 2003.12.31 521
239 [Fate/Stick night] 4월 중 어느 날 - Epilogue [3] 카와이 루나링 2005.08.13 821
238 [Fate/Stick night] 간단한 설정 및 후기 [2] 카와이 루나링 2005.08.13 736
237 櫻道場 - 운명은 흩날리는 벚꽃처럼 - last sakura [2] 카와이 루나링 2005.08.13 657
» [Fate/Sticky night] 3 / 12 Sticky night - 05화 [2] 카와이 루나링 2005.08.13 874
235 [Fate/Sticky night] 3 / 12 Sticky night - 04화 [2] 카와이 루나링 2005.08.13 470
234 [Fate/Sticky night] 3 / 12 Sticky night - 02 / 03화 [1] 카와이 루나링 2005.06.01 372
233 [Fate/Sticky night] 3 / 12 Sticky night - 01화 [1] 카와이 루나링 2005.05.29 683
232 [Fate/Sticky night] 지금까지의 줄거리 [5] 카와이 루나링 2005.05.29 651
231 [Fate/Sticky night] 3 / 11 Rule Breaker - 05 [2] 카와이 루나링 2005.03.05 460
230 櫻道場 - 운명은 흩날리는 벚꽃처럼 - 26th sakura [1] 카와이 루나링 2005.03.05 616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