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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터. 이젠 괜찮아?”

“예. 솔직히 이 정도일 거라고는 예상도 못했습니다. 힘이 넘치는군요.”

“후으·······. 뭐. 그럼 다행인데·······. 한가람, 너 그 눈 밑의 다크 서클은 대체 뭐야?”

“······· 부탁이야. 묻지 말아줘.”





Interlude
정신이 들었을 때 느껴진 것은 고통 밖에 없었다. 서기는커녕 다시 정신을 잃어버리고 싶을 정도의 고통 뿐. 그제서야 기억할 수 있었다. 아아·······. 나 당했었지. 하고.

한 쪽 눈알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아니, 그 전에 얼굴 반쪽이 사라져 있었다.
왼팔은 말 그대로 박살나 있었다.
오른팔은 붙어있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정도로 끊어져 있었다.
쇄골 부분은 물어 뜯겨, 이미 그 곳에 있어야 할 것들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늑골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복부 근육은 사라져 있었다.
척추는 두 동강 난 채 아무렇게나 뒤틀려 있었다.
장기들은 제자리를 잃고 밖으로 삐져나오고 있었다.
양 다리는 완전히 뭉개져 있었다.

솔직히, 살아있는 것이 이상했다. 이 정도 상처라면 죽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그런데, 그런데 왜 난 살아있는거지? 대체 왜?





“·······. 기억하기 싫은 꿈이야.”

자리에서 일어난 가람은 지금은 온전한 자신의 몸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미 몇 번씩이나 꾼 꿈.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몸은 흠뻑 젖어있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곁에 있던 백색의 기사가 묻는다. 무미건조한 목소리. 어떻게 생각하면 존경심 같은 것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그저 형식적으로 묻는 듯한 어투. 그에 반하듯 가람은 무뚝뚝하게 대꾸했다.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디펜더.”

고개를 돌려 창 바깥을 바라본다. 슬슬 해가 지고 있었다.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 꿈속의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핏빛 같은 색깔.

순간 밀려오는 오한을 애써 참으며 가람은 입을 열었다.

“뭐, 내일부터는 잊게 될테니까.”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자신의 대신 살아온 그 녀석.

“오늘 반드시 그 녀석을 죽여버리겠어.”

그렇게 몇 번이고 자신에게 다짐을 받아낸다.

Interlude out





"알아들었어? 관건은 캐스터가 주문을 준비하는 시간 동안 우리가 어떻게 그 서번트를 막느냐. 라는거야.“

캐스터가 사용할 주문은 텐카운트의 영창이 넘어가는 초대형 마술이라고 한다. 때문에 그녀의 영창이 방해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것. 그 것만 해 내면 이길 수 있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었다. 실제로 캐스터도 확신에 찬 목소리로 그리 말 했으니 마술 자체의 효과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문제라면 미리 영창을 해 놓으면 되지 않아?”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으윽. 귀 아파. 하지만 날개는 그런 내 사정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첫째, 일단 마술은 무슨 도시락 같은 개념이 아니야. 평소에 저장해 놓았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쓸 만한 녀석이 아니라고. 보석에 마력을 담아 놓는 것은 어디까지나 마력, 그리고 그 보석의 속성에 따라 변환된 성질. 그런 개념이고 그 것을 개방하면서 마술을 사용하는 것이지. 마술 자체를 저장한다는 것 자체는 불가능한 일이야. 마술 자체는 움직이는 신비라고 칭할 수 있으니까. 그런 정적인 수단으로 고정시키는 것이 가능할 리가 없지.”

날개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머리칼을 쓸어넘겼다. 그러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이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어.”

“그게 뭐야!”

퍼억!

“윽!”

“시끄러워. 조용히 입 다물고 있어.”

날개의 어처구니없는 한마디에 무심코 크게 소리를 질렀다가 한 대 맞고 말았다. 하지만 반격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더 많이 맞을 것 같으니까.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캐스터의 영창은 미리 해 놓을 수 없어. 그렇기에 우리가 그 사이에 캐스터를 지켜 줘야해.”

결국 하고 싶던 말은 달랑 그 것 뿐이었습니까. 라는 말을 차마 내뱉지 못한 채 나는 고개를 숙였다.

말이 좋아 영창 시간 동안 캐스터를 지키는 거지, 그게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서번트. 즉 영령이라 불리는 존재를 인간의 힘으로 막아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쯤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캐스터를 지키려다가 내가 죽을 수도 있는 상황. 게다가

애시당초 그 녀석은 나를 노리고 있지 않았던가.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다. 무언가 특별한 방법이 떠오르는 일 같은 것은 없었다. 오직 하나, 불길하기 그지없는 내용의 결말만이 자꾸 머릿속에 떠오르고 있을 뿐이었다.

캐스터의 영창. 그리고 그 짧은 몇 마디의 말이 나오기까지 그녀를 지켜서는 나. 하지만 하얀 섬광이 내 몸에 다다를 때까지 움직일 수조차 없는 내 모습만이 그려졌다. 결국 그렇다. 인간으로서 서번트를 막아선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시는 겁니까?”

순간 들려온 목소리에 정신은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캐스터는 내 얼굴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내 곁에 앉았다.

잠시 볼일이 있다며 나갔다 온 그녀였다. 그리고 약 1시간이 지난 지금 돌아온 것이다.

그녀의 목소리에 왠지 모르게 떨림이 가라앉았다. 그리고 고개를 저으며 신경쓸 것 없다고 말해 주었다. 그녀는 왠지 납득하지 못한 듯 했지만 별다른 말없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단 주변에 진을 설치해 놓았습니다. 돌 몇 개로 급조한 진이지만 어느 정도 성과는 있을 겁니다.”

캐스터는 그렇게 말하며 책상 위의 종이와 펜을 가져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 일대의 간략한 지도를 그리며 어느 한 곳에 커다랗게 표시한 뒤 계속 설명해 나갔다.

“이 곳이 진을 설치한 곳입니다. 성배의 발현지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공터지요. 이 곳으로 그들을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진 안으로 들어오면 어느 정도는 시간을 벌 수 있겠지요. 그 사이에 영창을 끝내면 될 것입니다.”

“그 진이 그렇게 대단해?”

날개의 의심스러운 눈총에 캐스터는 쓰게 웃으며 대답했다. 왠지 모를 쓸쓸함이 담긴 눈빛이었다.

“분명히 본래의 진에 비하면 그 효력이 떨어집니다. 단지 급하게 설치했을 뿐이지요. 뭐. 그렇지만 적을 막는데는 별 문제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 것 말고도·······.”

“걱정 마세요. 이미 생각을 해 놓았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빙긋이 웃을 뿐이었다.






“······· 베짱 좋군.”

가람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눈앞에 있는 또 다른 자신을 바라보았다. 성배 전쟁의 종착지, 성배의 발현지가 될 그 곳에 소년은 단지 혼자서 그 곳을 걸어오고 있었다.

“무슨 꿍꿍이 인지는 모르겠군.”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만약 그가 상대해야 할 존재가 사람이라면 그의 서번트를 후에 있을 무언가를 위해 감추어 두었다고 생각 할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그가 상대해야 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다.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는 능력을 지닌 존재. 과거 영웅이었던 자가 그 공로를 인정받아 윤회의 굴레에서 벗고 영원의 길을 걷게 된 영령, 서번트인 것이다. 더불어 그 전투력만으로는 세이버와 정면으로 부딪칠 수 있는, 어찌보면 세이버의 천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디펜더인 것이다. 그런 영령에게 혼자서, 맨몸으로?

“뭐. 금방 알 수 있겠지.”

더 이상 많은 생각을 하는 것도 손해다. 가람은 그렇게 생각하고 가볍게 눈짓했다. 그와 동시에 백색의 섬광이 달린다. 곧 알게 되리라. 왜 저렇게 아무런 방비도 없이 나타난 것인지, 그의 서번트인 캐스터가 어디에 숨어있는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까지도.

“음?”

하지만 그의 바램과는 다르게 그는 디펜더의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막거나 하는 행동을 취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무표정하게 자신의 가슴을 비집고 들어오는 검의 주인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가람을 바라볼 뿐. 피 한 방울 나지 않는 그의 모습에 가람은 그제야 이해한 듯 씁쓸하게 웃었다.

“환영이었나?”

“기다리고 있겠어. 위치는 저쪽이야. 그 근방에서 직접 찾아와봐.”

그 인형이 하기로 했던, 녹음기처럼 저장된 말을 내뱉은 뒤 그는, 아니 그의 모습을 한 인형은 쓰러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디펜더는 검을 거두었고, 가람은 비릿한 웃음과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분명히 무슨 생각이 있겠지. 아마도 캐스터와 함께 숨어있을 것이다. 그 것도 위험천만하기 그지없는 진영 속에서. 캐스터가 정면으로 디펜더를 맞아서 싸울 경우 이길 수 있는 확률은 한 자리 수 미만. 그렇다면 캐스터에게 유리한 진지로 그들을 끌어들여서 싸운다는 전략일 것이다.

하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군.”

디펜더. 그리고 자신. 이 둘에겐 그 어떤 수도 먹히지 않을 것이다. 그 캐스터가 만든 함정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부수지 못할 것은 없었다. 틀림없이 그럴 자신이 있었다.

“그럼. 원하는 대로 호랑이 굴로 들어가 줄까?”

가람은 단지 입꼬리를 살짝 말아올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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