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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아아아아아고~"

"여전하군, 변태 도깨비."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여성을 보고 살짝 옆으로 비켜선다. 발을 거는 것은 애교. 애교라고 하기에는 조금 지나친 처사다 싶을 정도로 마구 굴러버리는 여성이었지만 마고는 표정하나 바꾸지 않았다.

"무슨 일이지? 백여우와 바람돌이 만으로는 힘든 상황인데."

"아코오. 그래서 부른거에요."

새빨갛게 변한 코를 매만지며 말하는 아리사리의 말은 마고가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었다.

"하, 안되겠군. 돌아가지."

투덜거리면서 몸을 돌린다. 기껏 바쁜 와중에 겨우 몸을 빼내어 이 곳으로 왔더니 이상한 말만 지껄이고 있다. 하지만 미처 몸을 빼내기도 전에 한 작은 소녀가 불쑥 나타나면서 마고의 앞을 막아섰다.

"안 돼. 마고는, 이 곳에 남아 있어야해."

".... 주희, 너까지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 아니, 네가 그런다면 분명 다른 녀석들도 이 곳에 있겠지."

주변을 둘러본다. 역시나, 언제나와 같이 검은 옷을 입은 여섯의 어린 소녀가 마고의 주변에 서 있었다. 하나같이 굳은 표정으로 서 있는 것이 마고를 이 곳에서 보내지 않겠다는 의지를 전해오는 것 같았다.

"하아, 대체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알 수가 없군."

천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쉰다. 지금도 태려와 사풍은 저 위에서 계속 싸우는 중일 것이다. 그 것이 너무나 걱정되었지만 내색하지 않은 채 마고는 아리사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말해봐. 변태 도깨비. 되도록 빨리. 쓸데없는 내용이면 바로 가 버린다."

싸늘하게 변한 마고의 시선이 그녀의 기분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와 동시에 주변의 공기가 요동친다. 역시 비나리의 어머니. 속으로 연신 감탄을 터뜨리며 아리사리는 자신도 모르게 꿀꺽 하고 침을 삼켰다.

"음, 그러니까.... 시작은...."

"본론부터 말해라."

"아이, 마고는 역시 급하다니까요."

가늘어지는 마고의 눈초리. 하지만 아리사리는 웃음으로 그 것을 받아냈다.

"그러니까... 본론부터 말 할께요. 제가 그 동안 영자범주와 목후, 키리츠케의 잔해를 가지고 무엇을 했을까요?"

점차 붉어지는 마고의 얼굴을 보며 폭발하기 직전에서야 아리사리는 입을 열엇다. 그 뜬금없는 말에 마고는 잠시 의아해 햇지만 하나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아리사리는 계속 시간을 끌고 있었다.

"알게 뭐냐. 보나마나 이상한 것을 만들어 댔겠지. 쓸데없는 소리 말고 비켜라."

"헤헷, 마고는 역시 대단하다니까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칭찬한다. 하지만 마고는 그럴 수록 점차 짜증이 밀어오르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더 이상 참지 못한 마고가 조금은 거친 방법을 쓰더라도 이 곳을 벗어나야 겠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아리사리는 살포시 웃으며 말했다.

"뭐, 됐어요. 이제 증오가 밥 먹을 시간이거든요."

보통 사람이라면 알아들을 수 없는 내용의 말. 하지만 그 것이 무언가의 신호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고는 그 것이 어떤 뜻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늦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계속 자신의 뒤에 서 있던 태희에게만 주의를 기울이고 있던 것이 실수. 왼쪽에 서 있던 연희가 달려들며 그대로 주먹으로 마고의 배를 가격한다.

"흡!"

거친 호흡과 함께 몸이 기역자로 꺾인다. 참기 힘든 강렬한 통증이 마고의 정신을 빼앗아간다. 당했다. 분명 이런 상황도 고려하고 있었지만 자신에게 달려드는 것은 체술에 능한 태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안. 마고 언니."

사과하는 연희의 팔에 새겨진 문신이 환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그림을 통한 주술의 발현. 연희가 지닌 능력을 이런 식으로 사용할 것이라고는 마고 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어.... 째.... 서...."

사라져가는 정신을 겨우 붙잡으며 자신의 앞에서 웃고 있는 아리사리를 노려본다. 하지만 아리사리는 그 흰 가운이 무색할 정도로 환한 얼굴에 미소를 머금으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희가 영자범주와 목후, 그리고 키리츠케를 제거했지요. 그건 실수였어요. 그 들이 비록 사람들을 해치고 있었지만 저희같은 이들을 지켜주는 방패 역할 역시 했던 것이거든요. 저희는 사람을 해치지 않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저희 역시 그들과 같은 존재. 그들이 사라지는 순간 사람들의 손에 들린 칼날은 저희에게로 향해지는 것. 이미 전 오래전부터 예상하고 있었답니다."

그 환한 미소가 이상하게도 슬퍼보인다.

"세상은 더 이상 주술을 필요로 하지 않아요. 그리고 그 것을 막아주던 마지막 방파제마저 사라졌지요. 우린 분명 자신의 몸을 지킬 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 수 없다는 신념하에 결국 그 들의 손에 사라져갈 존재인 거에요. 그렇게 싸우는 것을 좋아하던 한울이, 가라호와 창랑이 그렇게 쓰러졌어요. 능손희와 부레, 환은 말할 것도 없지요. 저희를 지키던 로우도 지킴이들과 거믄바리족, 아이아후투와 아비시니언까지 모두 이 세상이 더 이상 자신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결국 사라져갈 거에요. 그 것이 우리들의 마지막이에요."

더 이상 마고는 아리사리의 말을 듣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정신을 잃어버린 그녀를 안은 채 아리사리는 말을 잇는다.

"당신 역시, 알고 있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해치지 않았잖아요. 사풍도, 태려도 곧 사라질 거에요. 그 들 역시 사람들을 해치지 않으니까요. 모든 것이 다 끝난거에요...."

"아리사리, 시간이 없어."

"준비는 끝났어요. 서둘러요."

아리사리의 목소리가 잦아드는 것과 동시에 민희와 가희가 끼어든다. 그 말에 아리사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고를 안고 일어섰다. 여섯의 소녀가 서 있는 곳 그 중앙에 무언가 거대한 것이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마고는 항상 우리를 지켜주기만 했죠. 이젠 우리가 당신을 지켜줄께요. 미안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정도 뿐이에요."

웃고있는 아리사리의 얼굴을 타고 한 줄기의 눈물이 흘러내린다. 차가운 눈물이 마고의 얼굴로 떨어졌지만 그녀는 미동조차 하지 못한 채 스러져 있을 뿐이었다.

"헤에. 이 것도 손해보는 것 만은 아닌데요? 마고의 우는 모습은 처음인 것 같아요."

더 이상 대답이 없는 그녀를 바라보며 아리사리가 말한다. 하지만 그 것도 마지막일 것이다. 왠지 어울리는 이별 장면이라 생각하며 아리사리는 그 [무언가]의 안에 마고의 몸을 뉘었다.

"이제 시작할께요, 아리사리씨. 비켜주시겠어요?"

여섯의 소녀가 웃으며 각자의 방위에 자리를 잡는다. 그 모습을 보며 아리사리는 조금 뾰루퉁한 말투로 투덜거렸다.

"정말이지. 가희씨는 성격도 급해요. 조금은 분위기 잡게 해달라구요. 아직 마고한테 이별의 키스도 못했는데..."

"마고가 정색하는 이유가 있다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안돼요. 시간이 없으니까."

맏이인 가희가 쓰게 웃으며 대꾸했다. 무명. 이름없는 소녀로 살아온 시간 속에서 고통받다가 이제 겨우 자신의 이름을 얻었는데, 이렇게 쓰러져 가는데도 웃을 수 있다는 것이 왠지 부러워지는 아리사리였다.

"이 걸로 금주의 술은 두 번째 인가? 우리 여섯이면 마고 언니도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영영 못해보겠네?"

둘째인 연희 역시 웃는다. 증오라는 이름으로 불리었지만 정작 자신은 그 누구도 미워하지 않았던 소녀.

"별 수 없지. 그래도 어찌되었건 마고를 쓰러뜨린 것은 맞지 않나?"

연희의 말에 민희가 대꾸하며 웃는다. 오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으면서도 오만이라는 자신의 별명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며 허리를 쭉 펴고 어색하게 걷던 그 모습이 떠오른다. 정말, 사실은 가장 겸손한 소녀였지만, 저 소녀를 누가 저렇게 만들었던가...

"그건 나중에 따지는 것이 좋지 않아요? 방금 사풍 언니와 태려 언니의 기운이 사라졌어요."

잔혹이라는 이름을 지닌 소녀, 태희가 걱정스레 묻는다. 저 소녀가 잔혹이라고? 누구보다도 다른 사람을 잘 챙기고 걱정해주는, 겨우 열살도 채 되지 않는 아이가?

"그러게. 빨리 시작해야겠는데? 준비 되었니?"

주희가 옆에 있는 승희를 바라보며 웃는다. 그 물음에 승희는 평소와 다름 없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고통과 절규. 대체, 대체 누가 저 소녀들에게 그 따위 이름을 지어준거야!

"시작할께요, 모두들. 그리고 아리사리씨."

가희의 말에 모두들 자신의 힘을 개방하기 시작한다. 요동치는 힘. 보이지 않는 무형의 힘이 자신의 주변에서 움직이는 것을 느끼며 아리사리는 가희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웃어요. 마고씨를 그런 얼굴로 보낼 거에요?"

흠칫 하며 아리사리는 자신의 얼굴에 손을 가져다댄다.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 아리사리는 애써 얼굴을 닦아내며 힘겹게 웃었다.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며 가희는 천천히 붓으로 허공에 글씨를 써 내려간다. 그 뒤를 이어 소녀들이 각자의 주술을 펼쳐낸다. 마지막으로 승희가 입을 열어 노래를 시작하는 순간 모든 세계가 새하얀 빛을 내며 타오르기 시작한다.

"잘가요, 마고. 부디 당신만은 살아주세요."

마지막 이별의 말. 모두의 바람을 안은 채 마고를 품에 안은 그 무언가는 이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를 지워버렸다.






[아마, 이 전언을 받을 때 쯤이면 모든 것이 끝나있을 거에요. 헤헷. 그렇다고 울지 마요. 마고는 웃는게 예쁘니까요. 항상 마고가 우리를 지켜줬듯이 이제는 이 귀왕슈가, 우리 모두를 대신해서 마고를 지켜줄거에요]

기계 속에서 흘러나오는 아리사리의 목소리, 그 것이 마지막이었다. 몇 번이고 그 메세지를 되돌려 들어보지만 남아있는 흔적은 그 것 뿐이었다.

"... 바보들..."

이미 들을 사람 없는 마고의 목소리가 바람에 실려 날아가고 있었다.










백스토리 오브 리체에르 프리엘러! 안녕, 영령들이여...
입니다. 우하하하. 대체 언제 단순 오컬트 매니아가 사상 최악의 주술사가 된거지?
뭐랄까... 군 안에서 진행중인 Clavolt 프로젝트의 설정 참 매력적이죠
결국 따 온것입니다. [먼산]
어쨌든 어느샌가 외전도 5화 씩이나! 뭐 그런겁니다. [씨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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