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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레 손을 뻗어 문 옆의 버튼을 누르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하고 다시 손을 뺀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다시 손을 뻗어보지만 이번에도 역시 손을 뺀다. 문을 열 자신이 없다. 모두를 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렇게 아젠은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위잉

“아.......”

아젠이 손을 다시 한 번 거둘 때, 굳게 닫혀있던 문이 열렸다. 문 앞에서 서로의 눈동자를 바라본다. 하지만 렉스는 아무 말 하지 않은 채 그녀의 옆을 지나치며 앞으로 걸어갔다. 아젠은 그런 그에게 무언가 말을 걸려고 했지만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하고 애써 뻗었던 팔을 늘어뜨리며 고개를 숙였다. 특히나 그에게는 말을 걸 수가 없었다.

“죄송해요.......”

힘없이 중얼거리는 그 녀의 어깨를 잡는 손이 있었다. 순간 아젠은 흠칫 하고 놀랐지만 그 손의 주인공이 실린이라는 것을 알고 가만히 한 숨을 쉬었다.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거야?”

“아뇨. 그런데 움직여도 되요?”

실린은 금빛의 팔을 들어 가볍게 볼을 긁었다. 그리고 난처한 듯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난 저런 녀석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잊었어?”

“아.......”

보통의 인간과는 실린의 몸. 그 것을 기억해 낸 뒤 아젠은 다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미안해요. 괜한 말을 했네요.”

“하아?”

하지만 아젠의 말에 실린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젠의 양 어깨를 잡고 자신 쪽으로 돌렸다. 그런 실린의 태도에 놀라며 아젠은 고개를 들어 실린의 눈을 바라보았고, 실린은 상당히 짜증난다는 말투로 소리쳤다.

“네 녀석이 대체 뭐길래 그러는 거냐?”

“에?”

“아니면 왜 그런 얼굴을 하고 있는 건데? 혹시 저번 전투에 관한 책임감이라도 느끼고 있는 거냐?"

“그. 그건.......”

당황하는 아젠. 실린은 그런 아젠의 몸을 돌린 뒤 그녀의 등을 세게 쳤다. ‘짝!’ 하는 소리와 함께 아젠은 의무실 안으로 밀려들어갔고, 그 곳에서 자신에게 쏟아지는 사람들의 시선에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레슈파니아나 죽돌이 죽은 것이건, 나그네가 실종되어 버린 것이건, 지금 여기 파일럿들이 쇼크로 쓰러져 있는 것이건. 그게 너와 무슨 상관이라는 거지?”

“하지만 모두 제가 잘못해서 그런 거잖아요! 제가 조금만 더 신경을 썼어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요!”

“웃기는 소리는 집어 치워!”

실린은 아젠의 뺨이라도 칠 기세로 손을 들며 소리쳤다. 하지만 순간 움츠러드는 아젠과 자신의 금빛 팔을 바라본 뒤 팔을 내린 채 비어있는 침대로 가 걸터앉으며 말을 이었다.

“네 녀석이 책임감을 느껴야 할 필요는 없어. 이 곳에 이런 식으로 쓰러져 있는 것은 결국 실력이 모자라서일 뿐이야. 그 둘이 죽은 것도, 그 시끄러운 꼬마가 우주 미아가 된 것도 결국은 자신의 실력이 모자라서일 뿐이야. 실력이 있다면 슈안이나 아크처럼 굳이 너의 손을 빌리지 않아도 돼.”

“그건.......”

“이 곳에서 모두에게 물어보시지. 네 녀석 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지. 더 이상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마. 차라리 그 시간 동안 어떻게 하면 이 곳에 있는 사람들이 깨어날 때 까지 네가 모두를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실린.......”

“미안하지만 나도 아직은 완전히 나은 것이 아니라서 말이야. 팬텀의 수리도 완벽하지 않고. 때문에 얼마 동안은 너희 셋이 이 곳을 지켜야해. 그렇게 할 수 있지?”

실린은 목소리를 낮추며 가만히 그녀의 곁으로 가 말했다. 자신의 어깨에서 느껴지는 실린의 무게를 느끼며, 이 곳에 잠들어 있는 동료들의 무게를 느끼며, 이 함내에 있는 모든 사람이 지닌 무게를 느끼며 아젠은 기운 차게 대답했다.

“물론!”

아젠은 평소와 같이 기운차게 대답한 뒤 의무실을 빠져나갔다. 그런 아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실린은 웃으면서 가볍게 중얼거렸다.

“정말이지 단순하기 그지없는 녀석이라니까.”






“현재 드림 하트에서 전투가 가능한 인원은 아젠, 슈안, 아크. 너희 3명뿐이다. 때문에 적 함과 함께 남은 적의 기체 8대의 공격을 너희의 힘만으로 막아야만 한다는 뜻이지.”

“드림 하트의 전투 역시 가능하긴 합니다만 일단 드림 하트의 전력은 제외한 뒤에 생각하도록 하겠습니다.”

나카프네와 히로의 설명이 계속 될수록 그 것을 듣고 있는 3명의 표정은 굳어만 갔다. 히로는 가라앉은 분위기에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슈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때. 적 대장기 포함 3대 정도는 방어가 가능하겠어?”

“불가능 합니다.”

슈안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의외의 대답에 아젠은 순간 놀라 슈안을 바라보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미 그런 대답을 예상하고 있던 것 같았다.

“대장기와 다른 한 대 까지의 공격은 어찌어찌 버틸 수 있을지 모르나 3대 까지는 자신 없습니다.”

“뭐. 그렇겠지. 아크는?”

“비슷합니다. 제이 아크의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수에는 못 당합니다. 상대가 왠만한 실력이 아니라면요. 저 정도 실력이라면 2대 까지는 가능하겠지만 3대는 힘듭니다. 2인의 상대를 하고도 여력이 남는다고 해서 3인의 상대가 가능할 리는 없지요.”

“그렇겠지. 본래 전장은 1+1 = 2 가 아니고 3,4 가 되는 곳이니까.”

히로는 고개를 저으며 눈을 감고 한 숨을 쉬었다. 도저히 수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 당장이라도 공격이 시작되어도 이상하지 않는 상황. 단 하나라는 수가 아쉬운 지금이었다.

“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겠지. 일단 토렌디에게는 팬텀의 수리를 우선으로 하라고 전해 놓았다. 일단 파일럿 중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실린 정도니까. 팬텀의 수리만 끝난다면 어느 정도 수는 보일 것 같군.”

“결국은 시간 싸움이라는 거군요.”

나카프네의 말에 히로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 양 관자놀이를 누르며 고개를 숙였다.






푸른 섬광이 사라지며 유키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검은 우주에 자신의 몸을 띄운 채 저 멀리 다가오는 적의 전함을 노려보고 있다. 유키의 레이더에 비추어지고 있는 커다란 전함 한 대와 주변에 떠 있는 8 대의 기체. 그 기체들이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다가 아젠은 빠르게 스틱을 움직였다. 그녀의 손짓에 따라 유키의 팔이 움직이며 어깨에 메고 있던 커다란 포를 꺼내든다.

“절대로.......”

아젠의 가벼운 중얼거림. 그와 동시에 포의 앞쪽에 푸른빛이 맺힌다. 유키의 계기판에 에너지의 충전률을 알리는 게이지는 높아만져 가고 그와 함께 적기가 사정거리에 들어왔다는 메시지가 표시된다. 아젠은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았다. 메이져 포의 포신에서 붉은 빛이 맺히고 있는 것을 확인한 아젠은 다시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보았다. 아마도 제이 아크의 반대쪽에서는 슈안의 토르해머도 TB를 들고 상대를 겨누고 있겠지.

“이 쪽은 준비 완료.”

“역시.”

슈안과 아크가 자신에게 공격을 시작할 준비가 되었음을 알려왔다. 아젠은 계기판을 바라보며 에너지 게이지를 확인했다. 80, 85, 90, 95.......

“준비. 되었습니다.”

“좋아. 공격 시작이다!”

제이 아크의 메이저 포가 먼저 쏘아져 나갔다. 검은 우주에 붉은 섬광을 뿌리며 쏘아지는 메이저포의 뒤를 이어 토르 해머의 TB 플라즈마 캐논이 쏘아져 나간다. 그와 함께 아젠 역시 있는 힘껏 방아쇠를 당긴다.

“이번에는 절대로! 아무도 죽지 않게 하겠어!”







“괜찮겠어? 츠바사?”

“오르젠더의 조정도 끝났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수?”

그 말을 끝으로 오르젠더의 콕핏이 닫혔다. 가볍게 스틱을 당김과 함께 페달을 밟는다. 츠바사의 조종에 따라 황금빛의 제왕은 자신을 구속하고 있던 와이어를 가볍게 끊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메인 게이트 오픈. 수고해.”

“이래저래 간식이나 준비해 놓으라고 전해주시구랴.”

토렌디의 신호에 따라 캐터필러 위로 걸어간 오르젠더는 가볍게 무릎을 굽히고 자세를 낮추었다. 캐터필러가 흰 연기를 뿜어대기 시작했다. 츠바사는 콕핏 안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의 몸이 제대로 고정되어 있는지 확인 한 뒤 스틱을 잡았다. 그리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럼.”

“OK. 사출!”

드림 하트에서 쏘아져 나가는 금빛의 기체. 오랜 시간 묻혀있던 금색의 제왕은 검은 우주로 날아올랐다. 회색빛의 날개를 달고 다시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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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음. 오랜만에 쓰는 DG군요. 이번 화는 어땠을라나.
역시나 소제목은 맨 끝에 아주 조금의 내용만 담고 있군요 [머엉]
'제왕 날다' 라는 제목은 아시다 시피 '오리 날다' 의 패러디랍니다 [웃음]
흠흠. 다음 화에는 다시 한 번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겠군요.
잇힝~ 이래저래 묻히는 불쌍한 조연들 [퍼어억!]
그럼 다음 화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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