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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m Clavolt  - 고전적인 반란  -     Project. 잊혀진 자들
        외전    천로역정~☆ - Ave, Spirit of the Departed! -
                                              
                                                   - 천년 여우 Taeryu -
                                                        밤 : 언덕

 


 구름 한 점 보이지 않는 하늘.
 이 곳의 밤하늘은 동화 속의 하늘처럼 아름다웠다.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 이상할 정도로.

 새카만 밤 하늘에 별을 뿌려놓은 것인지,
 새하연 별의 바다에 먹의 검은 빛을 칠해 놓은 것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빛나는 하늘.
 저 뿌연 우윳빛의 은하를 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그에 취해 밤을 지샐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환상과도 같은 밤 하늘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한 가운데 새하얀 빛으로 빛나는 둥근 달이 떠 있었다.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나날.
 보름을 기다리는 것 외에는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던 시간들.
 
 진실이란 어떤 모습일까?
 그 해답을 오늘에야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아지랑이 나래 뒤쪽에 있는 작은 언덕을 올라간다.
 
 작은 언덕이라고는 하지만 왠만한 학교의 건물들 보다는 높은 언덕.
 오르는 사람도 없는, 관리하는 사람도 없기에 작은 샛길조차 없는,
 그저 그 곳에 있을 뿐인 언덕.

 "정말, 무언가 감추고 있는 곳 같은데?"

 쓸데없는 감상과 함께 가볍게 숨을 고른다.
 그리 높지는 않아도 경사가 급하고 길이 험하다는 것은 상당한 체력을 요구하고 있었다.
 게다가 산을 타는 것을 잘 하는 것도 아니었고.
 진실이라는 것을 알고 싶다.
 그 바램만이 이 곳을 오를 수 있도록 내 등을 떠밀고 있었다.

 수풀을 헤치며 산을 탄다.
 내 생각이 틀리지 않는다면 마고가 말했던 곳은 이 곳이겠지.
 
 "후으...."
 
 문득, 가만히 손을 들어 이마를 훔쳐본다.
 땀방울이 가득 맺힌 손바닥을 보며 한숨.
 언제부터일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 꽤 많은 체력을 소진했던 듯, 몸이 무거웠다.
 
 조금 전만 해도 이 정도 느낌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산을 탈 때 중간에 쉬게 되면 다리가 풀려 더 이상 오르지 못한다는 말이 이런 뜻일까?
 어느 한순간부터 무거워진 몸은 그만 돌아가서 쉬라고 외치고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저 높이는 도저히 내가 오를만한 곳이 아니다.

 게다가 이 어두운 산길.
 갑자기 어떤 이상한 무언가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산길.
 마치 옛 이야기 속에 나오는 불길한 느낌의 산길을 그대로 재현한 듯한 이 곳.
 대체 난 이런 곳에 전등조차 가져오지 않고 무슨 베짱으로 온 것일까?

 정말, 지치는 느낌... 마음 같아서는 방으로 돌아가 그대로 눕고 싶은...

 [멍청하긴...]

 순간 귓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의 목소리일까?
 가볍게 울리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누군지 모르겠지만...
 어쩐지, 내가 잘 알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 같았다.

 ".... 뭐?"

 그리고, 그제야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 앞을 가리고 있던 장막이 걷히는, 그런 느낌과 함께 뒤통수를 강하게 맞는 듯한, 그런 충격.

 아무리 이 언덕이 학교 내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고 해도 어디까지나 단순한 언덕.
 100m도 되지 않는 높이의 산을,
 아무리 가파르다고 해도 걸어서 오를 수 있을 정도의 산을 오르는데
 이 정도로 힘이 빠질리가 없었다.
 아무래 내가 산을 잘 타지 못한다고 해도 이 것은 무언가 말이 되지 않는다.

 ".... 뭔가 있다는 뜻이지?"

 쓰게 웃으며 몸을 추스른다.
 어쩐지 사라지던 의욕이 다시 샘솟는 느낌.
 머리칼을 한 번 뒤로 넘겨준 뒤 양 뺨을 손바닥으로 두들겨본다.
 
 좋아. 누가 이기나 해 보자고.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대꾸해 준 뒤 다시 걸음을 옮겨본다.
 도무지 오를 수 없을 것 같았던 높이의 언덕의 끝은 어느샌가 코 앞에 도달해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오르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던 이 곳이...

 커다란 나무는 커녕 조잡한 수풀만이 가득한 언덕일 뿐인데.
 어째서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일까?
 이 것도 무언가 관계가 있는 것일까?

 어쩐지 신빙성이 있는 이야기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래, 얼마 남지 않았다.
 곧 내가 찾던 의문에 대한 답이....

 "하아...."

 그리고, 그 순간...

 "흐으응... 하으...."

 무언가 정신을 놓게 만드는,
 
 "하아앗... 으응...."

 그런 소리가 들려왔다.

 ".... 이건..."

 순식간에 얼굴로 피가 몰려든다.
 잠시 뿐이었지만 그대로 이성을 잃을 것 같았던 순간.
 귓가에 들려오는 교성은 그 어떤 남자의 혼이라도 그대로 빼어낼 듯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이잇!"

 있는 힘껏 귀를 틀어막는다.
 이대로 질 수 없지.
 
 남자의 본능에 이미 몸은 달아있었지만 억지로 그 충동을 억누른다.
 저런 충동에게 질 수 없다.
 그런 고집 아닌 고집과 함께 있는 힘껏 본능을 억누르며 발걸음을 옮긴다.
 
 "대체... 뭐 어쩌라는 이야기야..."

 정말, 이렇게까지 나온다면 오기로라도!

 


 "... 에?"

 
 

 그리고,

 "아?"

 멀지 않은 곳에 있었던,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보는 순간 몸이 굳어버린다.

 초점이 없는 멍한 눈.
 분홍빛으로 달아오른 자신의 몸을 힘껏 끌어안은 채 몸을 웅크리고 있던 한 사람의 모습.
 가볍게 벌려진 붉은 입술 사이로 토해내는 얕은 신음.
 흘러내리는 땀방울에 젖어서 착 달라붙은 얇은 옷에 여과없이 비춰지는 아름다운 몸.

 "태... 려....씨?"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의 등장에.
 상상조차 할 수 없던 그 뇌살적인 모습에.
 조금 전까지 희미하게 들려왔던 그 원색적인 신음에.

 자신도 모르게 얼어버린다.

 그리고, 그 순간

 태려씨의 눈이 붉은 빛으로 달아올랐다.
 흐려졌던 촛점이 되돌아오며 이 쪽을 노려본다.
 
 움직일 수 없다.
 입을 열 수가 없다.
 그 어떤 행동도 취할 수가 없었다.

 사냥감을 발견한 맹수처럼 달려드는 태려씨의 모습을 보면서도
 텅 비어버린 머릿속은 어떤 지시도 내리지 않는다.

 그대로

 태려씨는 내 어깨를 밀치며 날 넘어뜨린다.
 맞닿아 있는 살결.
 그 뜨거운 몸의 안쪽에서 뛰고 있는 심장의 고동이 느껴진다.

 몸이 달아오르는 느낌.
 순식간에 마비되어 버리는 이성을 애써 붙잡으며 태려씨를 밀어내 보려 하지만...

 "....읍!"

 태려씨는 그대로 내 몸 위에 올라탄 채,
 서슴없이 입을 맞춰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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