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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 막간 - 메로메로 마고 (11)





도망가버린 마고를 찾는 건,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난 숨이 끊어질 것 같은 와중에도 다리를 멈출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마고의 상처도 커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잠시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 어디 있는거야!"

기숙사까지 갔다왔지만, 마고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아, 저... 아까 마고 선배랑...?"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되돌아보니, 아까 마고에게 일을 의뢰하러 왔던 학생회 임원이었다.

"아, 맞구나. 아까 도와주셔서 감사했어요."

방긋 하고 웃으며  고개를 꾸벅하는 바람에 나는 그 자리에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아... 예. 혹시 마... 아니, 마고 선배 못보셨어요?"

"네? 음... 마고 선배라면 방송실에 있지 않을까요? 아직 그 장비 수리가 끝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았다.

학생회 임원이 놀란 표정을 짓는 것은 애써 무시한다. 그녀에게는 나중에 사과해도 늦지 않는다.
내 다리가 움직이고 있었다. 곧 끊어질 것 같은 고통을 주면서도, 다리는 끝까지 움직이길 포기하지 않았다.
언젠가 다리에 포상을 줄 수 있다면, 특등급으로 주리라 다짐하면서, 나는 방송실로 한 걸음에 내닿는다.

실례가 된다는 생각도 잊고, 문을 벌컥 열어 젖혔다.

"... 아."

그리고 그 안에서, 익숙한 검은색을 찾아냈을 떄, 나는 마음 속이 환호성을 내지르는 걸 느꼈다.

마고는 멍청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방송실에는 아무도 없다. 방금 전 까지 훌쩍이고 있었는지, 빨개진 눈가에 덮개가 벗겨진 사과 상자 만한 기계 덩어리를 만지막거리고 있었다.

마고는 날 바라보더니, 뒤에 있던 방송 장비 중 하나를 건드리고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 왜 왔어?"

"그게..."

나는 숨을 고르는 척 하며 열심히 머리를 굴린다.
바보같이 할 말을 아무것도 생각해 오지 않았다.

"사과라도 듣고 싶어?"

"... 아냐."

"어차피 내가 나쁜 거 잖아? 너도 이제 내가 미워졌을 거고..."

"아냐, 정말... 그런게 아냐."

"... 그럼 뭐야? 동정해 줄 생각이야? 너한테 미움받는 건 싫지만 그건 더 싫어. 그러니 집어 치워."

마고의 말투는 한 없이 냉정하다.
그 말이 하나 하나 얼음 칼날처럼 몸에 박혀드는 것 같았지만, 나는 앞으로 나갈 수 밖에 없다.

마고를 미워하다니,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나는 마고에게 다가가서, 조용히 마고의 어깨를 붙잡는다.

"... 힉..."

마고가 두눈을 꽉 감으며 억눌린 소리를 내지만, 나는 천천히 미소지으며, 마고를 내 몸 쪽으로 끌어당긴다.

생각해 온 말은 없다.

하지만 이 상황에 들어 맞는 마법의 단어는, 내 가슴 속에, 이미 달리기 전 부터 있었다.

"사랑해."

마고가 멍하게 내게 끌려오듯 안겨든다.

"... 뭐?"

"사랑해."

얼굴이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그건 마고도 마찬가지다.
마고는 지금 이 상황이 아직도 이해 되지 않는 듯, 멍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거짓말쟁이인데?"

"그래도 사랑해."

"내가 밉지 않아? 어째서?"

"어쩔 수 없잖아. 사랑하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해. 그걸 무슨 이유로 시작했던, 무슨 이유로 사랑하고 있던, 그게 뭐가 중요하냐구."

마고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아... 으... 뭐야 그게. 넌 자존심 없어? 배신감 안 느껴?"

"네 연인이 되는데 그게 방해가 된다면 버려야지 뭐. 또 버릴 거 있으면 말해 줘."

"뭐야, 잔뜩 미움 받을 줄 알았는데... 왜 넌 날 미워하지 않는 거야...? 계속 그러니까... 계속 그러니까..."

마고가 내게 푹 안겨든다. 처음 그랬던 것 처럼, 내 옷깃을 꽉 잡으면서.

"사랑할 수 밖에 없잖아. 어리광 부리고 싶고, 의지할 수 밖에 없잖아... 미워, 도대체 왜 날 이렇게 만드는 거야."

마고가 내게 꽉 안겨든다. 나도 마고를 부서져라 품에 안아 버린다.
뿌듯한 마음에 마고를 내려다보다가,  마고의 손이 방송실 장비 중 하나를 꾹 누르는 모습을 보고 말았다.

"하아, 힘들었다."

"에?"

마고는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저, 저게 뭐야?"

물어보면서, 갑자기 주변이 소란스러워 진 걸 느낀다.
아니, 주변이라기보다는 학교 전체가 소란스럽다. 주변에 뭔가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뭔가 오싹한 것이 피부 아래를 기어다닌다.

"서, 설마..."

"... 방송 버튼."

마고는 마치 착한일을 한 어린애 같이 방긋 웃는다.

"아마, 다 들렸겠지. 전교에... 후후"

"도, 도대체 이건...?"

내가 완전히 당황해서 마고를 내려다 봤지만, 마고는 그저 빙그레 웃으며 나를 올려다 볼 뿐이다.

후배를 공격할 때와 같은, 오싹한 미소다.

"우린 이제, 학교 공인 커플,"

마고의 천둥 같은 한 마디에, 나는 기절해 버리고 싶어졌다.

"도... 도대체 너라는 녀석은..."

"상처 받아도 아무렇지도 않아. 아무리 진심을 부정당하고, 마음을 부정당해도, 난 마고인 걸."

마고의 미소가, 정말로 무섭다.

"내가 그 정도로 널 포기할 것 같았어? 꿈 깨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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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메로메로 마고를 기획하면서 처음 생각했던 장면.

이 에피소드에서 모든 플룻이 뻗어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중간 중간 곁가지 처럼 쳐진 것도 있지만... 그것 때문에 글이 많이 무겁고 지저분해 진 것 같아 반성하는 중이다.

쓸데없는 서비스 씬 때문에 마고의 츤츤이 부각되지 않은 것도 큰 문제랄까.

육체적인 허락보다 마음으로부터의 허락이 좀 더 모에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시작한 서비스 씬이었지만...


마고는 무서운 아이. 라는 컨셉은 버리지 못했다. 아니, 버려서는 안됐다.

덕분에 글이 붕 뜬 것 같이 됐지만, 나름 결론으로 치달아가는 상태.

사실 구성 자체를 미소녀 게임 시나리오 플룻을 따온 부분이 있어서 후반부, 애정이 가장 타오를때 이렇게 구불 구불 역경이 가득하다.

이게 또 나름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있음.





어쩌다 보니 또 3연참... 난 참 한가한 녀석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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