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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m Clavolt  - 고전적인 반란  -     Project. 잊혀진 자들
        외전    천로역정~☆ - Ave, Spirit of the Departed! -
                                              
                                                   - 천년 여우 Taeryu -
                                                        오후 : 번화가ㅣ

 

 

 

 "고민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문을 열려는 순간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작고 낮은,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목소리.

 고개를 돌린다.
 예상대로, 그 곳에 서 있는 것은 가희씨의 모습.
 
 나와 눈이 마주치자 가희씨는 가볍게 인사를 건네며 말을 이었다.
  
 "괜찮으시다면, 들려주실 수 있으신지요?"

 연희에게 이야기를 들었던 것일까?
 조금 전 연희가 보였던 석연치 않은 태도가 떠올랐다.
 역시,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이려나... 하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끄덕인다.

 그에 알겠다고 답하며 가희씨는 몸을 돌렸다.
 따라오라는 것일까?
 앞장서서 걸어가는 가희씨의 뒤를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처음에는 단순한 꿈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꿈은 내 능력과도 관계되어져 있는 것.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과 관계되어져 있는 무언가.

 '자신과 접촉한 상대의 과거를 꿈에서 보고, 그 대상의 능력을 구현해 낼 수 있게 된다. 맞나?'

 마고가 해주었던 말.
 내 몸의 상태에 대한 마고의 판단이 저렇다면, 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겠지.
 게다가 실제적으로도 그 것은 맞아떨어지는 말이었고.

 그렇다면, 내가 본 과거는 내 주변 사람들의 과거가 맞다.

 하지만 그 과거라는 것 역시 무언가 이상한 것이 사실
 역사 교과서에 나왔던 사실들과 내 주변 사람들의 과거는 묘하게 일치된다.
 대체 그 것은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미 엄청난 시간이 지나간 과거의 사실과, 지금 이 곳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사람들의 관계는?

 "이 곳에서 이야기 할까요?"

 그런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가희씨는 한 가게의 앞에 멈추어 서 있었다.
 생각에 빠져있다보니 학교 밖으로 나온 것도 눈치채지 못했던 것 같다.

 딸랑이는 종소리와 함께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연희와 닮았다고 하는 종업원씨는 여전히 밝은 목소리로 우리를 맞아주고 있었다.
 아무래도 가희씨는 처음부터 이 곳에 올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러고보니 가희씨가 입고 있는 옷 역시 평상복, 평소 입던 제복이 아니기도 했고....

 이전처럼 가희씨 몰래 옆구리를 찔러가며 무언가를 캐물으려 드는 종업원씨를 피해 재빨리 자리에 앉는다.
 어쩐지, 데이트 어쩌구 하는 소리가 들려온 것 같지만 애써 무시.
 쓸데없이 떠오르는 생각을 접어버리려, 커피를 시킨 뒤 가희씨가 다시 고개를 돌리는 것과 동시에 입을 연다.
 
 "복잡한 기분이에요."
 
 동시에 내가 가지고 있던 의문을, 고민을 속사포처럼 그대로 털어놓는다.
 조금 전 보았던 '마고'에 대한 이야기는 차마 하지 못했지만....

 그리 긴 이야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내게 이 일은 단순히 꿈 이야기로 끝날만한 것이 아니다.
 어쩌면 이미 스스로가 확신하지 못하더라도 무언가 어긋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던 것일지도...

 그렇기에...

 "역시... 영웅씨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군요."

 라는 말을 듣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그 말이 가진 의미에 대해 깨닫고 놀란 것은 그 다음이었지만.

 "네?"

 방금 가희씨가 뭐라고.. 한거지?
 
 "확실히,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희가 맞습니다."

 당황할 틈도 주지 않은 채 가희씨는 그런 말을 꺼내었다.

 그 것은 과거와 현재의 연결에 대한 긍정.
 
 "하지만, 그들이 저희가 맞는지는 확신이 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것은 그에 대한 부정.

 그 상반되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기억은 있지만, 그 기억이 제 것이 맞는지 확신이 들지 않습니다."

 씁쓸한 표정.
 하지만,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과 연결되지 않는 자신의 기억.
 마치 책에 적혀 있는 내용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겠지.
 자신의 기억이 아닌, 기록물을 보는 듯한.
 
 "모두... 그런 건가요?"

 ".... 아마도...."

 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가희씨.

 "내색은 하지 않는다고 해도, 무의식적으로라고 해도 눈치채고 있을겁니다."

 "그건..."

 "연희가 놀란 것도 그 때문이겠지요. 연결되지 않는 기억. 그렇지만 떠올릴 수 밖에 없는 옛일."

 "....."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지금 가희씨가 하는 말은 단순히 꿈 이야기로 끝날만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었다.
 
 세상을 구한 영웅들.
 하지만 그들에게는 대체 어떤 문제가 남아있는 것일까?
 대체 무엇 때문에 스스로마저 자신의 과거를 잊어버린 것일까?

 그리고...

 "연희에겐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을 겁니다. 단순히 어렴풋한 느낌 뿐이었겠지요. 하지만 영웅씨의 말을 듣는 순간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그리고 깨달았던 것이겠지요."

 그 것을 알지 못했던 상대에게 그 것은 어떤 의미로 전해지게 되는 것일까?

 "... 죄송해요."

 "아닙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었겠지요. 저처럼. 그러니 자책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사과하는 내게 고개를 저으며 말리는 가희씨.
 
 "진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말은 착각입니다. 어떻게든 진실은 밝혀지고, 알려지게 되어있지요. 그렇다면 그 것을 굳이 피하려 애쓸 필요는 없는 겁니다."

 '멍청하긴. 진실 따위, 모르고 있는 것이 나을텐데.'

 조금 전 들었던 마고의 말과는 정 반대의 말.
 하지만, 그 것은 마고의 눈빛을 잠시나마 잊게 해줄 정도로 설득력 있는 이야기였다.
 정말 모르는 것이 나은 것일까?
 그 끝에 있는 것이 무엇이든...

 '보름이 뜨는 밤. 이 주변에서 가장 높은 산에 올라가 보면 재미있는 것을 볼 수 있을거다.'

 덧붙여 마고는 분명히 그런 말을 했었다.
 그 것은 내가 이런 생각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단순한 변덕이었을까?

 그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 곳에 진실이라는 것이 있는 것일까?

 알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앞으로도 없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마고의 말 대로 모르는 것이 나을 수도 있을지도...

 하지만...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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