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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 막간 - 메로메로 마고 (8)




"후훗..."

마고씨의 눈매는 흡사, 먹이를 발견한 맹금류와도 같다.
그 치명적인 미소는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이성을 마비시키고, 거역할 수 없는 손길에 나는 구석으로 몰렸다.

"마, 마고씨..."

"하흐... 뭐야 뭐야. 왜 도망가는 거야?"

마고씨의 살풋 웃는 미소.

석양에 물든 주술 연구부실, 이미 잠궈버린 정문. 그 안에서 마고씨와 단 둘이라는 꿈같은 상황.

"넌 나한테 마음대로 키스했잖아? 그럼 나도 널 마음대로 하게 해 줘야 공평한 거 아냐?"

"으. 으으? 마, 마고씨?"

마고씨는 천천히 다가와 내게 몸을 밀착시킨다.
그 녹아버릴 것 같은 체온에 녹 아웃. 햝듯이 비벼오는 볼에 내 얼굴은 완전히 익어버린다.

"왜? 무서워? ... 마음대로 무서워 하도록 해. 평생 지금처럼 무시무시하게 해 줄테니까."

마고씨가 블라우스의 단추를 툭툭 풀어버리고, 맨살을 드러낸다.

앙증맞은 브래지어에 감긴 가슴이 드러나고. 마고씨는 그것을 끌어올려 내게 가슴을 보여줬다.

작은 편, 어떻게 생각하면 살집이 조금 있는 남자아이 같을 정도로 작다. 하지만 그것은 마고씨의 가슴, 누구도 마음대로 볼 수 있을리 없는 마고씨의 작은 결점.

모두에게 자랑하고 싶다. 나는 마고씨의 가슴을 봤다고.

"... 움직여, 수컷. 암컷이 기다리잖아?"

마고씨의 무시무시하도록 아름다운 미소.
못된 것 처럼 보이기도 하고, 동시에 너무 앙증맞아서 몸서리 쳐 질 만큼 귀엽다.

그대로 마고씨를 훌쩍 들어올려, 테이블 위에 앉힌다.

무례하게 치마를 들춰내서 검은색 팬티 스타킹을 끌어내리려 하지만, 마고씨는 저지하지 않는다.

"하아... 나, 혼내주고 싶지? 못된 마고씨에게 벌 주고 싶지? 마음대로 망가뜨려보고 싶지?"

나는 미친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테이블 위의 마고씨를 헝클어트린다. 서툰 손놀림에 팬티 스타킹의 올이 나갔지만,  마고씨는 그저 웃고 있을 뿐이다. 다리 사이에 뜨거운 부분을 찾아서 손을 가져다 댔을 때. 마고씨의 눈에 기대감이 물든다.

그대로 마고씨를 찍어 내리듯 안아버린 순간.

갑자기 세상이 빙글 돌았다.

몸이 붕 뜨는 듯 하더니, 뭔가에 등을 세게 부딪혀 숨이 막혔다.

"... 아?"

다시 눈을 떠 보니, 그곳은 기숙사 방이었다.
나는 침대에서 떨어진 체, 거꾸로 처박혀 멍청한 표정으로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

꿈?

나는 머리를 얼싸안을 수 밖에 없었다.





"... 뭘 힐끔거려."

주술 연구부실, 마고씨는 뾰루퉁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고씨의 눈길이 내게 돌아오자, 난 간밤의 마고씨와 내 눈앞의 마고씨가 겹쳐지는 바람에 얼른 고개를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 흥."

하지만 마고씨도 어제와는 다르다.
내 쪽을 3초이상 보고 있지 못한다. 얼굴이 약간 달아오른 상태로, 힐끔 힐끔 이쪽을 훔쳐볼 뿐이다.

그 증거로, 마고씨의 손에 들린 책은 30분째 같은 페이지다.

거짓으로 책장을 슬쩍 넘겨도 될테지만, 마고씨는 그 페이지를 다 읽을 때까지 넘기지 않을 생각인 모양이었다.
그게 의외로 고집스럽달까? 은근히 귀여워서 빙그레 웃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저 책이 이쪽으로 날아올지도 몰랐다.

발간 얼굴로 책이 뚫어져라 시선을 내리 꽂은체, 조금은 불규칙한 호흡으로 색색거리는 마고씨를 흘깃 흘깃 본다.

어제의 마고씨는 반칙이었다.

"묘한 꿈을 꿨어."

"... 꿈이요?"

"너한테 덮쳐지는 꿈."

삐끄덕 하고 허리가 비틀린다. 갑자기 힘이 풀려서 상체가 마음대로 춤을 춘다.
역전 만루 홈런과 같은 추태, 하지만 내가 추태를 부리던 말던 마고씨는 턱을 괴고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뭐랄까. 너와 난 연인이 아냐."

"... 예."

겨우 키스 두번 한 사이일 뿐이죠. 하지만 연인은 아니에요.
... 그건 뭐야.

"솔직히 말해서, 누구랑 사귀겠다는 생각도 없어. 관심 없어."

"네."

조금은 씁쓸하지만, 연애사에 관심이 지대한 마고씨라는 것도 나름 무시무시하다. 현실에 있어서는 안될 것 같다.

"하지만 모두가 날 무서워하는 걸. 그건 싫어."

"에, 그럼 먼저 숙이고 다가가는 태도를 취하시는게...?"

"그건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걸."

"... 뭐에요 도대체 그게."

마고씨가 읽던 책에 얼굴을 묻는다.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더니 나를 귀엽게 올려다본다.

"그러니까... 부탁... 할까 하는데..."

"네?"

마고씨는 히익 하는 희한한 비명을 지르며 책에 얼굴을 완전히 파묻어 버린다.

"아아으..."

"에? 마고씨? 어디 아파요?"

마고씨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고자 손을 내밀 었을 때, 갑자기 마고씨가 고개를 번쩍 들더니, 완전히 익어버린 얼굴로 나를 쏘아봤다.

"너, 날 무서워하지 않으려면, 뭐가 필요해?"

"아? 필요하냐니요?"

"내, 내가 보통의 여자아이처럼 보이고 싶다면, 넌 나한테 뭘 요구할 거냐구."

허세가 잔뜩인 얼굴, 무시무시한 각오가 느껴진다.
스스로는 눈치채지 못하겠지만, 입술이 가늘게 떨리고 있다.

난 금방 대답을 고르지 못했다.

마고씨는 보통의 여자아이가 아니다. 하지만 마고씨는 보통의 여자아이가 되고 싶어한다. 마치 구미호가 인간이 되고 싶어하듯, 그런 종류와 비슷한 갈망일 것이라 생각한다.

어째서일까, 이유는 모르겠다.

"역시 야... 야한 것, 해야 해?"

"... 그건 아니라고 봐요. 마고씨."

"마음대로 마... 만질 수 있는 여자아이를 무서워 할리가 없어, 어차피 수컷이란 그런 거니까. 안 그래?"

"그러니까, 마고씨...?"

마고씨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에게 다가오면서 손을 휘두르자, 또 출입문 쪽에서 찰칵 하는 소리가 들린다.
어째, 이거랑 비슷한 상황이 있었던 것 같은데, 멀지 않은 과거에.

마고씨의 진지한 얼굴에, 난 할 말을 잃는다.

어제 키스할때 보다, 더 깊은 감정이, 결의가 그곳에 있다.

내게 비틀거리며 다가오는 마고씨의 어깨를 붙잡자, 마고씨는 손으로 자신의 블라우스를 움켜쥐고 단추를 뜯어내듯 풀었다.

안돼, 더 이상은 위험하다.

"진정해요 마고씨!"

"마고씨! 마고씨! 그렇게 장난삼아 함부로 불러대지 마!"

웅웅 하고 울린다.

귓속이 아니라, 마음 속에.

마고씨는 스스로 지른 소리에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 눈물에 반쯤 젖어버린 눈길이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붙들어주는 것 말고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

마고씨는 내 손안에 붙잡힌 체, 고개를 떨궜다.

"먀고... 팡~☆..."

마고씨의 중얼거림에, 정신이 들었다.

"나, 저혈압 같은 거 없어."

천천히 고개를 든 얼굴엔, 저번에 봤던 눈물 젖은 미소가 그려져 있다.

"태려가 야한 거 좋아한다고 그랬어, 남자들은. 귀여운 거 좋아한다고 그랬어. 그런데 너무 부끄러워서... 그걸 감추려고 때렸어. 그것 때문에 태려한테 혼났고... 내 스스로가 한심해서 비 맞다가 정말 덮쳐질 생각으로 너한테 갔어."

"..."

"네가 날 미워할 줄 알았어. 심한 짓 당할 거라고 각오 했는데, 넌..."

그녀의 눈에서, 가슴에 맺힌 것이 넘친다.

"너무 따듯했어... 좋아 하지 않을 수 없었어..."

이유,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사람들에게 무섭게 보이는게 싫은 게 아니다.

적어도 내게는 무섭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필사 적이었던 거다.

나한테 만큼은, '평범한 여자아이'이고 싶었던 거다.

하나의 존재가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 있단 말인가.
가슴 속에서 감정이 폭발하듯 소용돌이 친다. 자제하기 힘들 정도로, 마고씨에 대한 사랑스러움은 내 몸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한 없이 행복하고, 한 없이 불안하다.

마고씨의 손이, 내 옷깃을 꾸욱 잡는다.

"... 왜 난 '마고씨'야? 더 귀여워야 해? 키스 또 해줄까? 더 야한 짓 할래? 그럼 마고라고 불러 줄거야?"

"그런 건, 필요 없어요."

'마고'의 얼굴이 울상으로 변한다. 그런 '마고'를 내버려두지 못하고, 나는 가만히 품 안에 끌어 안았다.

"그 마음을 표현해 줬으니까... 그걸로 됐어요... 마고."

마고의 얼굴에서 놀라움이 샘솟듯 번져간다.

"역시, 웃는게 더 예쁘네. 마고는..."

"나빠... 심술쟁이야."

그녀의 환한 미소, 마치 다시는 밤이라는 것이 오지 않을거라고 확신하고 말 것 같은 미소.

나는 그녀를 품에서 끌어올렸다.

아름다운 존재는 경배 받아야 마땅하다.



나는 그녀에게 키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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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펫탄 펫탄 츠루펫탄~☆

마고 앞에서 부르면 절정의 순간에 임포에 걸리는 저주를 받게 됩니다.









- 번외.1 -

마고의 얼굴에서 놀라움이 샘솟듯 번져간다.

"역시, 웃는게 더 예쁘네. 마고는..."

"너... 누가 반말하래?"

"... 에?"




- 번외.2 -


"묘한 꿈을 꿨어."

"... 꿈이요?"

"응, 오징어가 널 머리서부터 우적우적 깨물어먹고 있었어. 다리에 버터쿠키랑 딸기 우유를 들고."

어쩌라구요?




- 번외.3 -


"마고씨! 마고씨! 그렇게 장난삼아 함부로 불러대지 마!"

"그, 그럼 마고양?"

"... 죽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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