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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 더 월드 오버 더 월드 3장-1

azelight 2008.06.18 13:55 조회 수 : 404


 심심함. 심심함. 심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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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헌신하는 자들의 손

 

마차 속의 공간은 엄청날 정도로 확장되어 있었다. 거기에다가 역장과 환상으로 만들어낸 갖가지 환경들이 존재했다. 그야말로 환상적인 공간. 사막과 설원, 녹지가 동시에 존재하는 기막힌 환경 속에서 미르카는 정좌를 하고 앉아 있었다.

슈는 그런 미르카를 향해 말했다.

 

“들어. 마법의 기초란 예민함이다. 아무리 강력한 의지와 재능을 지녔다고 해도 프라나를 느끼지 못하면 말짱 헛 거야. 물론 프라나를 느끼는 것은 마법의 재능 그 자체긴 하지만 이 세계에 사는 존재들 중에 마법의 재능을 가지지 못한 존재는 없다. 다만 너무 미약하여 쉬이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 누구나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프라나를 느낄 수 있어. 프라나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은 곧 기초적인 마법의 사용에 대한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슈는 그렇게 말하고 간단히 빛을 만들어 보였다.

 

“프라나를 감각적으로 읽어내고 그들을 조합해 성질을 부과하면 이렇게 결과로서 현상이 나타나게 돼. 하지만 이렇게 성질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심상을 단련해야하지. 굳건한 의지로 상상하면 환영도 실체가 있는 것처럼 힘을 가지게 돼. 그 힘이 프라나에 영향을 미치면 그건 현상 그 자체가 되는 거야. 그것이 마법이라고 불리는 것의 본질. 즉 사고의 힘이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해. 인간은 그런 강력한 심상을 언제까지고 붙들고 있을 수 없어. 마음이 만들어낸 것은 오래지않아 붕괴하기 마련이지. 그래서 존재하는 것이 구성이야.

 

구성은 비약해서 설명하자면 내적 심상을 기호적으로 재구성하는 거지.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내적 심상이 프라나에 미치는 중간값과 결과값, 그에 도달하는 프라나의 변성을 구조화시키는 거야. 이렇게 함으로서 명확한 상이 없어도 마법을 이끌어낼 수 있게 되는 거지.”

 

빛의 마법을 취소시키고 슈는 미르카를 들여다보았다.

 

“알겠어?”

 

미르카는 슈를 보며 불안한 듯 물었다.

“무슨 말인진 알겠어요. 그런데 그 말이 사과를 만지는 것하고는 무슨 상관이죠?”

 

그녀는 아까부터 사과를 쥐고 있었다. 슈는 사과를 잔뜩 산 다음 미르카에게 넘겨준 것이었다. 문론 하루 종일 가지고 있게 했다.

 

“기본 훈련이야. 프라나를 느끼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만 그건 시간이 걸리는 일이거든. 환경적이 조성도 필요하고 말이야. 넌 솔직히 말해서 마법에 대한 재능이 거의 없으니까 당장 프라나를 사용하는 마법 수업을 하게 되는 것은 무리야.

그러니 심상부터 만들어내며 의지를 관철하는 법부터 익힌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케 하게 만들고 의지를 깎아먹는 초월적 고통을 만들어 내는 일을 너에게 가르칠 거다. 이건 그를 위한 기초야. 먹든 만지든 단 한순간도 사과를 놓지마. 그 모든 감각을 몸으로 익혀라. 존재치 않더라고 네 손에 쥔것처럼 느낄 수 있을 때까지 사과만 생각해. 딴 생각을 하더라도 사과는 놓치지 마. 그리고 머릿속에서 사과를 그리는 것도 꾸준하게 시도하도록 해.”

 

슈는 길게 설명과 당부를 늘어놓았다. 미르카는 폭풍처럼 쏟아지는 언어의 홍수에 질린 표정을 지어보였고, 반대로 슈는 그렇게 쉬지 않고 말을 내뱉었음에도 전혀 숨차지 않은 듯 교관같은 얼굴로 미르카를 보고 있었다.

 

“알겠어요. 그런데 질문 하나만 해도 되나요?”

 

“좋아.”

 

“왜, 하필 사과죠?”

 

“소재가 불만이야? 그냥 기본이라고 생각해. 사실 먹을 수 있는 단단한 거면 뭐든 상관없었거든. 친숙한 것인 것도 중요하고. 그거 끝내고 나면 더 다양한 물건들로 실험해볼 수 있을 테니까. 일단 모든 시도를 해봐. 먹든지 때리던지 문지르던지 던지던지. 뭐든 해서 감각을 기억해. 그것이 환상에 이르고 너에게서 실체가 될 때 결과가 나게 될 거니까. 그럼 난 고삐를 잡을 테니까 성실히 하도록 해. 딴 짓하면 혼날거다.”

 

슈는 그렇게 말하고 사라졌다. 확장된 공간이니만큼 입구로 나가려면 끔찍하게 걸어 가야하기 때문에 순간이동으로 이동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슈가 감시를 위해 남겨둔 눈동자는 여전히 미르카의 머리에 더 있었다.

 

“으음.”

 

미르카는 신음을 흘린 다음 사과를 한입 베어 물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잘 감이 잡히지 않는다. 무턱대고 사과라는 것의 형태와 감각을 익히라고 하지만 너무 추상적이기 그지없는 것이다.

 

“와삭와삭. 음. 정말 이게 제대로 된 마법 수업이 맞을까?”

 

미르카는 꿍얼거리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사기꾼이라고 의심하기에는 그녀는 너무 강력하다. 생활의 소소한 면면에서조차 그녀는 마법을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미르카에게는 하루종일 사과만 만지게 하면서 잡일은 스스로 다하는데 물체를 조종해서 한번에 4~7가지 일을 하는 것을 보면 정말 사람 같지 않아 보였다.

그런 부분들을 떠나서도 슈의 강력함을 느낄 수 있는 때가 많았다. 첫 번째로 그녀의 말을 거역할 수 없다. 그녀는 특별히 뭔가를 요구해오지는 않지만 사소한 몇가지 일들을 할 때 그녀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은 절대 할 수 없었다. 거기다가 주변에 마치 감정을 두르고 있는 듯이 자신의 기분에 따라 주변 인물들의 감정까지 이끌어 간다.

두 번째는 외모. 이 세상의 어떤 종족도 가지지 못한 완벽한 검은 색의 머리칼. 짙은 밤색 머리칼이 검게 보이는 경우는 있지만 그녀처럼 완벽한 흑발은 존재하진 않았다. 그것도 빛을 반사하지 않는 완전한 어둠과도 같은 머리칼이어서 윤기고 아름다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의 왼쪽 눈동자와 더불어 텅 빈 듯이 느껴질 뿐이었다. 반대로 극단적으로 하얀 피부는 칠흑빛 머리칼과는 대조되어 살아있는 생명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보다 죽은 자에 가까운... 어쩐지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

강함.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지만 느낄 수 있는 강함. 막대한 존재감이 아닌 그녀 자신을 포함해 모든 것을 억압해 누르는 거대한 나락의 감각. 본래라면 느낄 수 없는 것이었지만. 슈가 예민함을 길러야 한다는 이유로 억지로 자신에게 연결시킨 그녀의 정신이 그것을 느끼게 하고 있었다.

이 거대한 감각을 헤아릴 수 있다면 미르카 스스로가 분명 마법사라고 칭해도 된다고 슈는 말했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럴 것인가? 밑도 끝도 보이지 않는 나락 그 자체를 어떻게 느끼고 헤아릴 것인가?

사과를 쥔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 그녀는 정말 *대단*하다. 보는 이를 한없이 불안하게 하면서도 이상하게 믿게 만드는 힘이 있다. 단 하루를 보았는데도 이토록 충성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 그 증거가 아닐까.

미르카는 남은 사과를 베어 먹고 자루에서 다른 사과를 꺼내 들었다. 혼자서는 한 일주일을 배터지게 먹을 수 있을 만큼의 사과가 자루 속에 들어 있었다. 미르카는 다시 사과를 베어 물었다.

 

“와삭와삭.”

 

제철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사과는 맛이 좋았다.

 

 

 

슈는 마차를 몰며 미르카가 사과를 씹어 먹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법사의 눈이라고 불리우는 이 마법은 제 3의 시각을 창조하는 마법이었다. 슈는 그 눈으로 미르카가 제대로 수업을 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하면서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어차피 위험이 일어나면 금방 알아챌 테지만 달리 할 일이 없어서 보고 있는 것뿐이었다.

그러던 도중 먼 거리에서 누군가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예지했다. 평소라면 무심히 넘길 테지만 굳이 반응한 이유는 싸우고 있는 자들 중 한 족이 ‘어둠의 교단’의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슈는 즉각 마부석에서 일어나 미르카에게로 공간친환을 시도 했다.

 

“미르카.”

 

“네? 네넷.”

 

미르카는 갑자기 슈가 나타나자 깜짝 놀라서 먹고 있던 사과를 떨어뜨렸다.

 

“난 잠시 볼일이 생겨서 다녀 올 테니까. 네가 잠시 고삐를 잡아줘. 길은 지금 가는 길 그대로 따라서 오면 돼.”

 

슈는 그렇게 미르카에게 말한 후 미르카가 대답할 시간도 주지 않고 다시 공간 치환을 시도했다. 눈 앞에 보이는 정경이 한 순간에 변하고 그녀는 한 무리가 뒤엉켜 싸우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슈는 이들의 전투를 시각으로 시인하자마자 즉각 이들의 상황을 분석했다.

살아남은 3명의 기사. 기원을 사용하고 갑옷에 붙어 있는 문장을 보았을 때 이스마일의 신전기사들 같았다. 반대로 압도적인 수로 기사들을 몰아대고 있는 자들은 불사자들의 군대와 다섯 명의 마법사. 아니 사제들이 있었다.

사제들은 한결같이 백색 바탕에 검은 문양이 들어간 옷을 입고 있었다. 악마의 두개골을 형상화 하여 만든듯한 그 문양은 ‘밤의 군주’의 해골 투구를 형상화 한 것. 그들은 ‘어둠의 교단’의 사제이자 하위차원의 힘을 다루는 마법사인 것이다.

 

“헌신하는 분의 성광이 부정한 모든 것을 태운다. 빛이여!”

 

신전기사들 중 한명이 이스마일의 성표를 들고 외쳤다. 섭리에 벗어난 자들을 섭리로 되돌리는 신성한 힘이 그를 중심으로 파문처럼 퍼졌지만 불사자들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들은 하위차원의 독특한 힘으로 보호받고 있었다. 태양광에 약한 저들이 한 낮에 나와 있다는 사실이 바로 그 증명이었다.

섭리 속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어둠의 교단’의 사제들을 먼저 처리해야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마법으로든 물리력으로든 일일이 하나씩 파괴하는 수밖에 없었다. 슈는 즉각 행동을 취했다.

 

“타올라라. 작염. 화인이여 나의 뜻에 따라 나타나라. 내가 원하는 모든 적을 태워라.”

 

일순 불사자들의 몸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작은 연기와 함께 타오르던 불길은 순식간에 거대한 불기둥을 이루며 타올랐다. 그 모습에 사제들도 기사들도 놀라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뭐지, 이건? 누구냐?”

 

사제들 중 한 명이 빠르게 감정을 수습하고 소리쳤을 때 슈가 달려들었다.

 

“글쎄다.”

 

슈의 발길질이 사제의 목을 강타했다. ‘우두둑.’하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사제는 멀리 나가 떨어졌다. 슈는 연이어 주문을 외워 마법을 날렸다. 산의 회오리가 두 사제의 몸을 감쌌고 연달아 불꽃의 기둥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크아악.”

 

산에 당하고 불꽃에 휩싸여버린 두 사제가 땅을 뒹굴었다. 슈는 착지하고는 타오르는 사제들을 보았다. 어찌나 강한 화력인지 앞서 타올랐던 불사자들은 잿덩이가 되어버렸다.

기사들은 갑작스레 나타나 사제들을 처리해버리는 슈를 보며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그녀에게 다가오려고 했다. 하지만 슈는 조용히 팔을 들어 그들을 제지 했다. 불에 타던 사제들과 발길질에 목이 부러진 사제가 다시금이 일어난 것이다.

 

“역시.”

 

슈는 일어나고 있는 사제들 중 하나에게 경의 수법으로 일권을 질렀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허리가 끊어졌다. 그리고 손가락을 튕구자 분홍색 빛줄기가 뻗어나가 다시금 소생하는 사제를 머리부터 가랑이까지 반쪽을 냈다.

 

“참. 상대가 안 되네. 역시 대사제급은 되야 할 만한 건가.”

 

슈는 머리를 긁적이고 두 명을 처리하는 사이 완전하게 소생한 남은 사제를 바라보았다. 목이 부러졌을 뿐인 그는 그나마 깔끔한 상태였다. 그는 슈가 한 걸음을 내딛기도 전에 마법을 발사했다. 하위차원의 원기를 그러모은 제법 강력한 마법이었으나... 슈는 맨몸으로 그것을 받아낸 다음 무효화 시켰다.

그 다음 슈는 볼 것도 없다는 듯 공간 결정화와 치환을 반복시켜 그의 몸을 분해했다. 목 위의 머리를 제외한 모든 부분이 산산조각 나며 흩어졌다. 핏물을 뿌리며,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불신을 눈빛을 띈 사제의 머리는 자신의 육편이 만들어낸 핏물 속으로 떨어졌다. 슈는 그 머리를 핏물 속에서 집어든 다음 몇 가지 마법을 더하고는 주머니공간 속으로 집어넣었다.

조금 자신의 힘을 시험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슈는 너무 싱겁게 끝나서 그런지 실망한 표정이 얼굴에 역력했다. 그런 그녀에게 살아남은 3명의 기사가 다가왔다. 그 중 한명이 앞으로 나서더니 오른 손을 가슴께에 주먹을 쥐고 올리며 말했다.

 

“부디 당신을 위해 봉사하겠습니다. 저는 루크 디발드입니다.”

 

“앤디 피어럴입니다.”

 

“다리안 메이즈 아데인입니다.”

 

세 명의 기사가 차례로 같은 자세를 취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이들 중 루크라는 기사가 그들의 대표자인 듯 했다. 슈의 모습을 보면 으레 위화감을 느끼기 마련인데 이들은 목숨을 구원받아서 그런지 상당히 호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는 헌신하는 분의 손입니다. 은인께서는 상아탑의 마법사이십니까?”

 

루크의 질문에 슈는 어떻게 대답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과 똑같은 취급을 받는 것은 짜증나지만 질문을 받고 설명하는 것은 더 짜증나는 일이었다. 어차피 마법사란 전부 상아탑에서 관리 받고 있어 외부와는 단절되어 있으니 자신이 그 이름을 자청한다해도 문제없을 거라는 계산도 있었다.

 

“그러십니까? 도움을 받은 입장에서 이런 말을 하긴 그렇습니다만 혹시 슈도스 쪽으로 가신다면 부탁 하나만 들어주실 수 있으신지요.”

 

“부탁?”

 

“네. 저희는 임무가 있어서 이들을 매장한 후 바로 남쪽으로 내려가 봐야 합니다. 그러니 이들의 유품을 슈도스에 있는 슈도스신전에 전해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슈는 잠시 생각해보더니 말했다.

 

“당신들 위브로 가는 거지? 윈델 그라나른이나 크라드를 찾아가는 거라면 늦었어. 지금쯤 상아탑으로 갔을 거고 윈델도 거기서 성지로 움직이기 시작했을걸. ‘어둠의 교단’이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거든. 뭔가 소식을 전하고 싶으면 그냥 돌아가는 쪽이 훨씬 나은 선택이야. 돌아간다고 하면 내 일행이 곧 마차를 끌고 올테니 태워줄 수 있어.”

 

그녀의 말에 3명의 기사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슈야 이 쪽의 내부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인물이니 이 정도를 생각해내는 일이야 손쉬운 일이지만 그들 입장에서는 이 일이 기밀에 속하는 내용이었다. 그것을 외부인인 슈가 알고 있으니 놀랄만한 일이었다.

 

“그걸 어떻게?”

 

“예지계 주문이 특기라서 여러모로 알아본 결과다. 그쪽이 알 필요는 없고 어떻게 할 건데. 내말을 따를 거야? 아니면 알면서도 헛수고 할래.”

 

슈가 일체 답변을 거부하자 그들은 더 이상 캐물을 수가 없었다. 단호함이 방패처럼 그녀의 주변을 휘감고 있는 듯이 느껴졌다. 아까도 보았지만 인간적인 느낌이 전혀 없는 그녀는 원한다면 존재만으로 주변을 압도하는 힘을 지니고 있었고 지금 그 장점을 십분 발휘하고 있었다.

 

“느긋하게 생각해. 어차피 나도 일행이 올때까지 여기서 기다려야 하니까.”

 

슈는 그렇게 말하고 역장으로 의자를 만들어 환상을 입힌 후 그 위에 털썩 앉았다. 이스마일의 신전기사들을 상대로 호의를 보일 필요가 없었지만 슈는 자그마한 친절정도는 베풀어주기로 했다. 사실 그 기사들 쪽이 학살된 후에 끼어들어도 그녀에게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오히려 그녀의 행적은 알려지지 않는 쪽이 유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쪽 세계 쪽이 전력을 보존할수록 그녀에겐 결과적으로 좋은 일이었다. 언젠가 아리키가 적과 맞서게 되었을 때 그들이 힘이 되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마음에는 안 들지만. 별 수 없지.’

 

“그렇다면 조금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동료들의 시신도 수습해야 합니다.”

 

“마음대로 해. 단 마차가 오기 전까지는 결정해줘.”

 

노골적으로 귀찮다는 태도를 취하면 손을 휙휙 저은 슈는 멍한 표정으로 마차가 올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 사이에 기사들은 그들의 목에서 목걸이 같은 것을 회수하고 시체를 염했다. 어떤 수법을 썼는지 모르지만 그들이 기도를 하고 이스마일의 성징을 손으로 그리자 시체들은 갑옷까지 재가 되어 사드라 들었다. ‘어둠의 교단’쪽의 시신들은 이미 슈가 불살라 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 손댈 필요가 없었다.

그들이 모든 일을 끝내고도 미르카가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사들은 모여서 회의를 하고 있었다. 슈는 원한다면 들을 수 있었지만 그저 감각을 죽이고 조용히 있었다. 결과가 뻔하기 때문에 엿들을 필요도 끼어들 필요도 없는 것이다.

적당한 시간동안 그들은 서로 속삭인 뒤 슈에게로 다가왔다. 그리고 여전히 루크가 대표인 듯 그가 말했다.

 

“좋습니다. 당신의 말대로 하지요. 대신 슈도스신전에서 이 일에 대해서 해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좋아.” 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 자. 그러면 여기 앉아서 기다리도록 해.”

 

슈가 의자를 3개 만들어 그 3명을 앉게 했다. 어색한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미르카가 마차를 끌고 오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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