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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해 완벽한 실력의 파일럿으로 자신을 갈고 닦는 것. 그 것만이 내 목표였지. 누구보다
강해지고 싶었을 뿐이야. 다른 누군가를 지켜준다거나 아니면 쓰러뜨려야 한다거나 하는 그런
고차원적인 이유 따위는 없었어. 단순하다고? 하지만 그게 사실이란 말이야. 누가 뭐라고 해
도 난 그 이유 때문에 GS(Ghost Strikers)에 들어간 거니까.

그런데 말이야. 무언가 내 생각과는 전혀 딴판이었던 거야. GS는. 이름 그대로 암울한 분위기
에, 사람들은 다 거무튀튀한 상복 비슷한 옷을 입고 있으리라 생각했거든. 그런데 아니었지.
내가 들어서자마자 날 반긴 것은 폭죽에 케이크였던가. 나중에 알고 봤더니 그 케이크도 그 안
에 있던 녀석이 직접 구운 거라더군. 요리가 취미인 최강의 비밀 부대 요원이라니, 무언가 언
밸런스하다는 생각 안 들어?

하지만 사실이라고. 못 믿겠으면 지금 당장 레이지 녀석에게 가서 부탁해봐. 그 녀석 꽤나 요
리를 잘한단 말이야. 그 때 먹은 당근 케이크는 꽤나 맛있었어. 응? 뭐야? 날개군. 그 뭐 씹
을 표정은. 오호라. 대충 알겠군. 당근. 당근. 당근. 당근. 당근. 하하하. 표정이 정말 가관이
네. 당근을 정말 싫어하나봐. 아아. 알았어. 재촉하지마. 뭐... 그래서 말이지...




“....... ”

밝은 햇살이 비추어 들어온다. 실린은 무거운 몸을 겨우 일으키고는 자면서 엉망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을 대충 정리하기 시작했다. 파일럿인 만큼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라거나 하는 제제 같
은 것은 없었다. 아무렇게나 흩어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대충 빗은 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그녀는 머리가 아픈 것을 느끼며 몸을 일으켰다.

어제 좀 무리한 모양이다. 신입생 환영회라며 술을 진탕 마신 것 까지는 기억이 났다. 속이
쓰리다. 몸을 겨우 움직이며 저쪽 탁자에 있는 물을 마시기 위해 침대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거의 기다시피 하는 움직임. 순간 싸늘한 느낌과 함께 정신이 든다. 아직은 초봄이라 그런지
아침 공기는 찬 것 같았다. 맨살에 닿는 차가운 공기. 난방이 잘 안되다니. ‘설마 기름값
아낀다고 불 안 넣어주는 것인가?‘ 같은 생각을 하며 차가운 물을 들이킨 그녀는 순간 의문
점이 떠올랐다.

“....... 어라?”

어이. 뭔가 이상한 것 못 느꼈어? 으음. 뭘까. 어제 술을 꽤 많이 마셨지. 음. 대충 15명이 50
병 가까이 마신 것 같은데. 으음... 더 많았던가? 어쨌든 그러니까. 이 숙취는 당연한거고.
음. 맞아. 그 뒤에 나는 거의 실리다 시피해서 내 숙소로 돌아왔지. 그리고 그대로 엎어져서
잠이 들...

.......

...............

...........................

그녀는 완전히 굳어버렸다.





응? 왜 이야기를 중단하느냐고? 아아. 됐어. 대충 눈치 좀 채란 말이다. 응? 아젠. 뭐야. 모르
겠다고? 하아. 이래서 어린애는. 응? 나? 17살. 뭘? 17살이면 다 컸지. 15살이면 어린아이
고. 하하. 생각해보니 그 때 나이가 16살이었나. 거참. 나도.......

보채지 말란 말이다 아젠! 가끔은 나도 나 혼자만의 는 아니지만 어쨌든 추억 속에 젖어들고
싶은 거야. 암. 그렇지. 응?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 으음. 그게 말이지. 쩝. 말하기 좀 그
렇네.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아앗~! 소리 지르지 마 아젠. 거참. 남 연애 이야기를 왜 그렇
게 듣고 싶어하는거야. 생각해 보면 그렇게 자랑할 것도 아닌데.






그대로 와서 잠이 들... 었던 것이 아니지. 음음... 다시 다시. 술에 취한 나는 거의 끌려오
다시피 해서 숙소로 돌아왔어. 응. 그래. 응? 잠깐? 끌려왔다고? 분명히 혼자서 걸어오는데
저런 식의 서술은 하지 않지. 맞아. 누군가가 나를 데려왔어. 음. 맞아. 그 레이지라는 녀석
이었지. 당근 케이크 만들었던 녀석. 맞아. 그리고 그 녀석은 나를 방에 데려다 주고...

그리고 그녀는 완전히 굳어버렸다. 자신이 전날 어떤 행동을 했는지, 거의 필름이 끊겼다고
해도 맞는 지금. 어제의 일이 완벽히 기억난 것이다.

분명히 난....... 나를 데려다 주고 가려는 녀석을....... 가려는 녀석을.......

순간적으로 그녀의 손가락이 그녀의 입술에 가 닿는다.

그렇게 소녀는 한 소년의 첫 키스를 빼앗아 버렸다. 물론 자신의 것도 빼앗겼지만.......





뭐야. 아젠. 그 눈은. 16살에 술김에 첫 키스 한 것이 무슨 죄야? 흥. 누구처럼 자는 사람한
테 도둑 키스 하지는 않는다고. 응? 어떻게 알았냐고? 뭘. 하나마도 알고 있더만. 응? 날개
군. 뭐지? 그 눈은? 카루나 네 녀석도 마찬가지야. 평소에 흐리멍텅하던 녀석들 눈이 왜 이렇
게 빛이 나? ........ 하긴 알 것은 다 알 녀석들이구나. 아젠하고는 다르게. 뭐. 맞아. 그 다
음은 안 봐도 DVD지?






정작 놀란 것은 레이지였다. 겨우 침대에 눕혀 놓았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나 덥쳐 오는 소녀
의 입술. 짙은 술 냄새와 섞여 풍겨오는 그녀의 체취에 7조 광년만큼 멀어져가는 자신의 이
성을 겨우 붙잡으며 레이지는 그녀를 밀쳐내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목을 세게 안
으며 계속 입을 맞추고 있었고, 천천히 그녀의 중심이 무너지고 있었다. 더불어 레이지는 그녀
와 함께 쓰러져버렸다.

뭐. 하나만 알아두자. 레이지 역시 신체 건강한 남자이며, 거의 만취 상태라는 것을. 초인적
인 자제력으로 그녀에게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그 발악은 채 1분을 넘기지 못했다. 아름다운
미소녀의 적극적인 공세에 어찌 버티리오. 결국 레이지는 본능에 자신의 몸을 맡겼다.

입 안으로 들어오는 실린의 혀를 자신의 혀로 감아올리며 가만히 그녀의 가슴을 쥔다. 그리
크지 않은 그녀의 가슴을 잡고 천천히 주무르며 레이지는 그녀의 입술에서 자신의 입술을 떼
며 고개를 돌려 그녀의 목 부분에 자신의 입을 가져다 대었다. 몸은 알아서 반응한다. 잠재적
인 학습. 어렸을 때 자주 보던 동영상 속에서는 이렇게 했었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니
다. 그저 몸 안에서 이렇게 하라고 시키고 있다.

무릎을 굽히고 상체만을 숙여 그녀에게 다시 한 번 입을 맞추며 천천히 그녀의 옷을 끄른
다. 그녀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는다. 다만 가쁜 숨을 내쉬며 레이지에게 자신의 몸을 맡
길 뿐이었다. 얼마 안 가 그녀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이 되었지만 그런 그녀의 몸
을 감상할 생각은 레이지에게 없는 것 같았다.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그녀의 앙가슴에 얼굴을 파묻는다. 고개를 들어 그녀의 가슴을 빨고, 가
볍게 유두를 깨문다. 그녀의 눈은 자신을 끝까지 바라보고 있다. 레이지는 다시 한 번 그녀
의 몸을 핥으며 천천히 위로 올라갔고, 또 다시 혀와 혀가 얽힌다. 몇 번의 움직임. 둘의 얼
굴이 떨어지며 끈적한 타액이 길게 늘어진다. 그렇게 그 둘은 서로의 눈을 응시한다.





자자. 여기까지. 응? 아젠. 표정이 가관인데. 아예 새빨개져서. 저기 남자 둘은 눈물이라도
흘리며 더 해달라고 할 것 같은데? 이봐이봐. 나도 여자라고. 여기까지 한 것만 해도 상당한
인내력을 가지고 한 거야. 하하. 생각해보니 좀 부끄럽네. 16세의 첫경험이라.

뭐. 대충 결론은 알꺼야. 다음 날 아침에 거의 난리 났지. 레이지도 깨어났을 때 어떤 일이 있
었는지 기억 해냈나봐. 하지만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더라고. 보통은 미안하다며 굽신대
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야. 오히려 이러더라고.

‘모르겠어. 지금은 책임감이라는 감정 아래 네가 특별히 보이는 것 같아. 하지만 왠지 너를
진짜 좋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너는 어때?’

조금 황당하지? 그런 녀석이야. 레이지는. 뭐. 나도 그 때는 당황해서 그냥 고개를 끄덕이기
만 했지. 쩝. 그 다음에도 그 녀석의 행동은 변하지 않았고. 점점 나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
나고, 나랑 함께 하는 일도 늘어나고. 하지만 특별한 무언가는 느끼지 못했어. 당했다는 생각
이 들 정도였다고. 녀석과 함께 있는 동안 난 점점 녀석이 좋아지던데 말이야.

하아. 그런데 그 일이 있은 지 정확히 100일하고 1일 만에 녀석이 나한테 말하더라고. 좋아한
다고. 100은 완성, 혹은 끝. 1은 시작. 그러므로 101은 새로운 시작. 글쎄. 그 녀석이 101이
지닌 의미를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어쨌든 이래저래 그 이후부터 보다시피 내
가 끌고 다니고 있지. 응? 무언가 엉망인 연애라고?

뭐. 어때. 좋으면 된 것 아냐? 조금은 비틀린 시작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지금은 만족해. 충분
히. 아니 넘칠 정도로. 난 녀석이 좋으니까. 뭐. 그런 기억과는 별개로 말이야. 응? 맞아.
전혀 관계없다고는 못할지도 몰라. 헤헷. 그만하자고. 이래저래. 자꾸 그러면 드림 하트에서
동영상 찍어 DVD로 만들어 배포한다. 이거 꽤나 염장이라는 것. 보고서야 느끼겠어?

으음... 그러고 보니... 그 때 왜 레이지를 안았을까? 나도 궁금해지네. 나 욕구 불만이었나?
에이... 몰라. 좋은게 좋은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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