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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의 방패 사계절의 방패 1

azelight 2008.08.04 14:30 조회 수 : 651

사계절의 방패 시작합니다.
부디 재미있는 글이 되기를 기원하며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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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이야기, 드림워커.

 

저는 훔쳐보는 자에요.

기억의 틈새, 의식의 깊은 곳, 보이고 싶지 않은 어떤 것들을 원치 않아도 훔쳐볼 수밖에 없는...

꿈의 정원을 거닐며 다 익은 과실을 따먹는 탐식자.

꿈을 먹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약한 존재.

저는 꿈속을 거니는 자 이지요.

여기 한 명의 남자가 있어요.

그는 강인한 전사이자 굳은 신념을 가진 자 이지요. 그들 종족에게 있어 가장 명예로우며 굳은 영혼의 맹세를 하고 또 한명의 남자의 소망을 이루는 일을 도와주려고 하는 자에요. 그의 꿈은 볼 순 있으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이지요. 색색과 소리의 우주와도 같은 그의 안정적이기에 평안하기는 하지만 재미는 없지요. 무너질 듯 불안한 마음이 들 때 도망칠 피난처.

작은 난쟁이 족. 언제나 낙천적인 마법사. 그의 마음은 굳게 무언가를 묶어 놓고자 하는 일념으로 가득 차 있어요. 마법과의 묶인. 인연과의 묶임. 결벽적인 매듭에 대한 집착. 그 과도할 만큼의 식탐보다도 더 강렬한 매듭에 대한 열정. 아직 덜 익은 과실. 언젠가가 기대되지만 그의 마법사로서의 가치를 위해서라면 참아야 되겠지요. 저라는 꿈의 주인을 위해서라도.

영원히 노래 부르는 자. 불확실함이 주는 긴장감에 혼을 빼앗긴 가희. 비참했던 시기의 기억이 상처처럼 남아 그녀를 지배하고 있어요. 과도한 명랑함은 그 상처의 반동. 그녀 스스로는 깨닫지 못하고 있지만 이미 그 가면이 그녀 자신이 되어 버렸죠. 하지만 그런 그녀의 꿈은 색색으로 빛나서 아름다워요.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극명하게 갈라지는 고통과 기쁨의 조각 정원. 거니는 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아름다운 정원.

경건한 신의 기사. 최근에 만난 새로운 꿈. 굳건한 의지, 흔들리지 않는 신념, 그럼에도 모든 것을 포옹하는 긍휼함. 정의를 신봉하는 여신의 기사. 선의로 충만한 그의 정원은 분명 가치 있는 것. 수많은 꿈을 끌어들일 포용성 있는 세계.

라셰일림의 처녀. 훔쳐볼 수 없는 어둔 장벽을 지닌 자. 정신력을 다룰 줄 아는 자로서 당연한 장벽. 언젠가는 그녀의 진실조차 낱낱이 볼 수 있기를...

야수의 피를 이은 남자. 피의 비를 내리는 순간을 꿈꾸는 힘의 추구자이며 명예를 존중하고 공정성을 추구하는 이중성을 가진 자. 야수인가 전사인가. 본능인가 이성인가. 두 가지의 길에서 갈등하는 자. 그의 꿈은 무한한 혼돈. 이미 탐스럽게 익어 떨어지기 직전의... 이손으로 따고 싶은데... 말리지 말아줘요. 지켜보는 자여. 조금 맛보는 정도는 괜찮잖아요.

전 암살자. 지금은 빛으로 나오길 원하는 남자. 그의 과거는 어두웠고 그 일에 신념을 지녔으나 이제는 그것을 잃어 텅비어버린 빈껍데기 같은 남자. 여신의 기사가 추구하는 바를 함께 쫓고자 하지만 그의 과거가 드리운 그림자가 너무 짙어요. 동정 받을 만 한 자. 하지만 저는 그럴 이유가 없지요.

그리고 마지막. 마법사 살해자. 비참한 영혼. 기억에 묶인 자. 손실된 영혼이 주는 힘을 끌어안고 이룰 수 없는 복수를 향해 나아가는 자. 끊임없이 하나의 꿈을 반복해서 꾸는 불쌍한 사람. 뒤틀린 고통과 복수의 의지가 영원하도록 저주 받은 불행한 자. 아마도 가장 달콤한 과실. 진정한 고통과 두려움, 비탄, 절망, 혼돈스러움이 가득한, 영혼이 갈가리 찢기는 고통을 품은 부푼 꿈. 하지만 묶여 있어요. 강대한 하나의 술식에 의해. 검은 처녀, 영원한 질서의 주인. 추구자. 마법사 살해의 비의를 이 마법사 살해자에게 가르쳐준 세외의 존재. 그녀의 손에 의해 그의 기억은 이렇게 영원히 꿈속에 묶여 버렸지요. 그를 위해서라도 나를 위해서라도 먹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종속된 꿈을 저의 손으로 해방시킬 수 없으니 슬픈 일이에요.

정말... 슬픈 일이에요.

그리고 바로 저 자신. 굶주린 영혼을 품은 자. 꿈의 정원을 거니는 탐식자. 언제나 거짓말을 해야 하는 슬픈 자신. 진실을 깎아 내는 자. 괴로워요. 괴로워요.

이토록 괴로운데...

이 굶주림을 참을 수밖에 없다니.

너무나도 슬퍼요.

 

“아아. 정말 싫다.”

 

부스스한 눈으로 흐트러진 머리칼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겨우 눈을 뜬 저는 그렇게 말했어요.

 

올트마을

애드가 오빠는 저와 4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어요. 보통 만나는 사람들이 까마득하게 연상이라 이렇게 나이차가 적게 나는 것에 조금 놀랬는데, 오빠라고 불러도 좋다기에 그렇게 부르기로 했지요.

 

“아직 인거야, 오빠?”

 

“얼마 안 남았어. 반응이 점점 강해지고 있으니까.”

애드가 오빠가 탐색기라고 부르는 물품을 다시 한 번 사용해 보더니 저에게 말래주었어요.

 

“이제 하루 정도 거리야.”

 

“아아. 아직도 하루거리야.”

 

평소에 걸어 다니던 것에 비하면 마차에 타고 가는 이번 여행은 사치스러울만하지만 그런 소리가 입에서 절로 나오는 거예요. 일주일이 넘도록 좁은 마차에 앉아 있기만 하는 것도 정말 쉬운 일이 아닌 거예요.

 

“곧 있으면 마을이 나올 거다. 일단 거기서 쉬기로 하지.”

 

지도를 보면서 오늘도 태산처럼 굳건한 발락 아저씨가 말했어요. 저를 달래줄려는 생각으로 말한 것이겠지요. 이미 발락 아저씨는 전사라기보다는 파티의 어른으로 위치가 굳어버린 것 같은 것이 안타깝긴 하지만요.

발락 아저씨가 말하는 동시에 마부석의 갠 아저씨가 저에게 반가운 소식을 들려주었어요. 가뭄속의 단비처럼 기다리던 말이었답니다.

 

“이미 슬슬 보이는데. 아직 조그맣긴 하지만 말이야.”

 

“어디요.”

저는 천막을 걷고 마부석으로 나갔어요. 갑작스러운 밝은 햇살이 눈부셨지만 지금은 강렬한 햇빛이 자랑인 여름도 아닌지라 견딜 만 했지요. 제가 나오니 갠 아저씨가 손을 들어 한 방향을 가리켜 주었습니다. 정말 그곳에는 조그맣게 마을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뒤로 널따란 숲이 펼쳐져 있어 특이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전원적인 느낌이라고 할까요. 최든 도시들만 돌아다녔기 때문에 이런 시골 분위기를 접한 지 오래 되었으니까요.

 

“진짜네. 이렇게 보니까 마을이 귀여워 보이네요.”

 

두 손으로 조그만 사각 상자를 만들어 그 가운데 마을의 정경을 넣어 보았어요. 앙증맞게 보이는 작은 마을의 모습이 참 마음에 들었답니다.

 

“루시엔.”

 

제가 열심히 마을의 모습을 손가락 액자 속에 넣어보고 있는 사이 라니아 언니가 저를 불렀습니다. 마차 지붕 위로 고개를 돌라자 라니아 언니가 머리를 내일고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불렀어요?”

 

“응. 불렀어. 네가 듣고 싶다면 저 마을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줄까?”

 

“어, 언니는 저 마을을 아세요?”

 

“올트 마을이지. 게올트의 계곡에 관한 전설로 유명하지. 아직도 게올트의 저주가 남아있어 아무도 숲의 깊숙한 곳으로 가지 않는 다지.”

 

“전설이 숨 쉬는 마을이네요.”

 

“그래, 리치가 된 현자가 살던 탑보다 훨씬 로망이 있는 곳이지.”

 

“그거 궁금한데.”

 

네린 언니가 라니아 언니 위로 모습을 보였어요. “무거워.”라는 라니아 언니의 저항감담긴 목소리가 흘러나왔지만 네린 언니는 무시하고 말을 이었지요. 저는 정말 두 사람의 성격이 닮았다고 생각했답니다.

 

“어디 한번 이야기 해봐. 나도 듣고 싶으니까.”

 

“네가 안 시켜도 할 거니까 좀 비켜줘. 무겁다고.”

 

“기대할게.”

 

네린 언니가 쓱 비켜주자 마차 지붕에 가리어 금세 보이지 않게 되었어요. 라니아 언니도 지붕 안 쪽으로 사라졌어요.

 

“음음.”

 

그리고 목을 가다듬는 소리가 들렸답니다.

 

“아아,

 

누구도 알 수 없다네

 

리딘 숲 깊은 곳

누군가가 있나?

어두운 눈동자

뱀 같은 숨결

보요주지 않는 자 게울트

숨겨진 계곡에 산다네

 

저주의 말로 사람들을 내쫓는다네

누구에게도 계곡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네

돌아오지 않는 자들은 누구인가?

오로지 게울트만이 알지.

 

보여주지 않는 자, 계곡에 살지

쫓겨난 자 빼곤 누구도 돌아오지 못했네

두려운 게울트 무서운 게울트

쫓겨난 자 빼곤 누구도 돌아오지 못했네.

 

음침하게 라니아 언니가 노래 부르자 햇살이 바래는 느낌이 들었어요. 네린 언니가 그게 뭐냐고 핀잔을 주자 “게울트에 관한 노래야. 수준이 좀 떨어지긴 하지만...” 라며 언니는 말을 이었답니다.

 

“30여년전인가? 더 오래 전인가? 울트 마을의 뒤에 펼쳐진 깊은 숲 리딘의 안쪽, 가장 깊숙하고도 깊숙한 곳에 보여주지 않는 자 게울트가 살았지. 그는 은자였어. 물론 그가 누구이고 어디 출신이며 무엇을 목적으로 그곳에 사는지 아는 이는 없었지. 물론 나도 모르고 말이야. 게울트는 그곳을 성소로 만들 생각이었는지 몰라도 리딘 숲의 깊은 곳에 있는 한 계곡에 자리 잡고 있었지. 울트 마을이 생기기 훨씬 전부터 말이야. 누구도 그의 진정한 나이를 모르고 진실한 정체를 알지 못했어. 하지만 그는 분명 옛 시절부터 존재했었지. 울트 마을이 생기고 처음 게울트는 마을 사람들을 숲 속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려워했기에 숲 속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어딜 가든 겁 없는 멍청이들이 있기 마련인지라 가끔 희생자들이 나왔지. 하지만 게울트는 숲에 들어오지 않는 자들은 신경 쓰지 않았기에 마을 사람들은 두려워하면서도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었어.

하지만 결국 문제가 발생한 거야. 무슨 이유에서인지 게울트가 사람들을 습격해 잡아들이기 시작한 거지. 마을 사람들은 공포에 떨었고 외부에 도움 요청했지. 그리고 세 사람의 모험가가 찾아왔어. 한명의 전사와 한명의 마법사, 한명의 성직자였지. 그들 셋은 숲의 깊숙한 곳으로 떠나갔고 단 한 명만이 지친 모습으로 돌아와 마을사람들에게 말했어.

“이제 더 이상 게울트는 이 마을에 해를 끼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고는 쫒기듯이 마을을 떠나갔지. 최소한의 감사 인사도 받지 않고 두려운 것을 피하듯이 말이야. 마을 사람들은 그가 숲 속에서 무엇을 보았고 어떤 일을 당했는지 알 수 없었어. 호기심 강한 마을 사람들 중 몇 명이 계곡으로 찾아갔을 땐 그곳에 불타버린 낡은 오두막과 치열했던 전투를 상징하는 듯 한 핏자국 밖에 없었지. 신기한 것은 그 곳에 단 한구의 시체도 없었다는 점이야. 오로지 핏자국만이 남아있었던 거지”

 

조금 으스스하게 언니가 결말을 지었을 때 네린 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그것이 끝?”

 

“응. 끝이야.”

“뭐야. 그게 끝이야? 너 바드 아니었어? 무슨 이야기가 그래?”

 

“아으윽. 돈도 안주는 일에 내가 공을 들여야 할 필요가 대체 뭐야. 네가 내 이야기에 대해 적절한 보상만 해준다면 충분히 고려해 주지.”

 

티격태격하는 소리가 천장에서 들려오자 마차 안에서 베이커드가 “시끄러.”라며 짜증을 내는 소리도 뒤 이어 들려왔어요. 저는 피식하고 웃었답니다. 갠 아저씨도 즐거운 듯 콧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고요. 제가 듣기에는 그저 으르렁거림 같지만 말이에요.

다시금 마을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니 멀리 작게 보이던 마을이 커다래지고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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