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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탑 폭풍의 탑 17

azelight 2008.07.24 10:23 조회 수 : 339

3층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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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의미를 함축한 말을 나에게 한 라니아는 사람들 앞에 나섰다. 나는 물러섰다. 친숙한 엘드라린의 여성이 나타나자 인간들과 하라드들은 안심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들에겐 바위와 돌의 종족인 노르위펜을 골렘들과 같게 보는 것일까? 조금 서운한 이야기다.

 

“이봐. 발락.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말게. 그들에겐 단지 자네같은 이들이 낯설은 것 뿐이야. 누구나 낯은 가리지 않다. 처음 보는 향토음식을 먹을 때 느끼는 거부감 같은 것이라네.”

 

베이커드는 그렇게 말하곤 내 허리까지 밖에 오지 않는 팔을 들어 내 허리를 툭툭 쳤다.

 

“그리 말해주니 고맙네. 하지만 내가 실망하거나 화나 난 것은 아니라네. 다만 그보다 우리 종족이 그렇게 저 골렘과 닮았단 말인가? 그게 문제라네. 자네 생각은 어떤가?”

 

“어떠냐니.”

 

내 질문에 베이커드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됐네. 자네 표정만 봐도 알겠군. 내가 저렇게 웃기게 생겼단 말이지.”

 

그냥 돌덩어리에 이목구비만 티나게 만들어 놓은 얼굴과 똑같다고 하다니. 한숨밖에 안 나온다.

 

“으. 음. 이보게 발락. 자네는 충분히 잘생겼다고 생각하네.”

 

베이커드가 나를 위러해 보겠다고 나섰기에 나는 괜찮다고 대답했다. 사실 농담에 가까운 이야기고 이제 와서 서운해 하기에는 그간 당한 일들이 너무 많다. 나는 애던을 돌보고 있는 루시엔에게로 갔다.

4층으로 올라가는 입구에 애던이 앉아 있었고 루시엔은 애던의 다리 위에 탁 앉아서 “흐흐흥.”하고 흥얼거리고 있었다.

 

“너희들 뭐하는 거냐?”

 

나는 기가차서 물었다. 루시엔은 방긋 웃었다.

 

“무릎베개의 대가로 무릎의자를 하기로 했어요.”

 

반면 애던의 얼굴은 과히 좋지 않았다.

 

“원치 않았던 노동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 셈이지. 마치 고용주를 착취하는 피고용주의 모습이라고 할까.”

 

“혁명적인 사고인 거죠. 조만간 평민이 귀족으로부터 세금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는 혁신적 발상요.”

 

드물게 길게 말하는 애던의 말을 루시엔이 더욱 긴 농담으로 받아쳤다. 애던은 할 말을 잃었는지 조용히 입을 다물었고 루시엔은 소악마 같은 표정으로 애던의 가슴팍에 등을 탁 기댔다. 갑옷을 입고 있어서 그리 편하지도 않을 텐데 굳이 시도하는 걸로 보아 애던에게 장난을 치고 있는 듯 한데... 라니아의 성격이 루시엔에게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산 증거처럼 보이는 광경인지라 왠지 암울해졌다. 루시엔마저도 저 기묘한 여성 엘드라린 같은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인가.

내가 좀 더 구체적인 상상을 하기 전에 루시엔으로부터 제재가 들어왔다. 말렸다기 보다는 말을 시킨 것에 불가하지만.

 

“저 방은 어떻게 됐어요? 아까 제법 요란하게 싸우던 것 같던데. 게다가 제법 시끌시끌하고.”

 

“리치에게 잡혔던 사람들이 모두 저기에 갇혀 있더군.”

 

“사람들이요?”

 

“그래. 라니아가 정리하고 있네. 곧 나오겠지.”

 

나는 애던이 앉아 있는 계단 바로 아래에 앉았다. 나를 따라왔던 베이커드는 내 아래에 앉고는 골렘이 있는 방을 바라보았다. 조금 있으니 솔드가 사람들을 데리고 나오고 있었다. 많은 수는 아니고 8명 정도였는데 모두 제대로 먹지 못했는지 피폐해져 있었다.

골렘이 밥 먹고 하는 것을 일일이 챙겨줄 리가 없으니 당연한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워낙 약해져 있어서 자기들끼리 탑을 내려갈 수 있을지도 의심스러워 보였다. 그들은 인간과 하라드들의 상태를 제대로 알아볼 수 없는 내가 보기에도 확연히 약해져 있었다. 그들은 웅성이며 불안해하며 솔드의 뒤를 따라 조심스럽게 걸어 나왔다.

 

“솔드, 라니아는 뭐하고 있나?”

 

계단으로 걸어오는 솔드를 향해 내가 묻자 솔드는 “사로잡힌 모험가들이 있어. 부상을 입어서 치료중이야. 그런데 이 사람들을 탑 아래까지 데려다 줘야할 것 같은데. 누가 나 좀 도와줄 생각 있어?”

 

“내가 가지.”

 

나는 자처해서 일어났다. 어차피 여기서 그런 수고를 할 만큼 사교성 좋고 마음씨 좋은 사람이 나뿐이니 별 수 있나. 루시엔이 손을 흔들며 “잘 다녀오세요.”라고 말했고 애던은 슬쩍 나를 쳐다보다가 눈을 감았다. 베이커드는 “나도 같이 가지.”라며 드물게 따라왔다. 오늘따라 베이커드가 유난히 이상하다. 뭔가 내게서 노리는 것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루시엔과 애던, 라니아를 혼자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일까. 하지만 어차피 루시엔과 라니아의 공격은 애던에게로 한정될 것이니 문제 업ㄱㅅ지 않을까 쉽기도 하다. 그렇다고 무슨 꿍꿍이가 있냐고 대놓고 물을 수도 없지.

나는 베이커드와 함께 솔드에게로 걸어갔다. 사람들은 내가 다가오자 겁을 냈지만 같은 편이라는 것은 아는지 물러서거나 하진 않았다.

 

“탑 아래까지 데려다 주는 거야 상관없지만 이들을 마을로 보낼 수단이 있어? 배는 이미 떠났을 텐데.”

 

아마 3일 후에 다시 오기로 되어 있었을 것이다. 아직 하루도 제대로 지나지 않았는데 어떻게 돌려보내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솔드는 쯧쯧쯧하며 혀를 찼다.

 

“설마하니 내가 그 정도도 생각 안 해뒀겠어. 긴급 연락망 정도는 만들어뒀다고. 내려가기만 하면 돼. 그보다 그 아저씨들만 고생하는 군. 아직 도착하지도 않았을 텐데.”

 

솔드는 그렇게 말하고는 나를 전위에 세웠다.

나는 사람들을 이끌고 다시 1층을 향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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