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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탑 폭풍의 탑 12

azelight 2008.07.19 12:58 조회 수 : 353

 12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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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움직였다.
 몸을 말리는 일에 다시 시간이 소모되었다. 아까 전 밖에서 비 맞고 들어온 것과 다를 바 없는 상태였다.
 
 “이런 식으로 주문을 또 낭비하게 되는 군.”

 베이커드는 한숨을 쉬었다. 마법사는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인가가 관건인데 그는 낭비를 하고 있으니 그럴 것 같기도 했다. 거기다 조작계 특유의 기술은 주문 변환은 상당한 정신력이 소모되기 때문에 그는 매우 피곤해 보였다.
 반면 혈인술사로서 막대한 정신력과 프라나를 가진 라니아는 쌩쌩하게 주문을 구사했다. 엘드라린은 타고난 주문시전자들이기에 마법에 깊게 발을 디디지 않은 라니아라도 제한적이지만 주문사용이 가능했다.
 나는 물기가 말라서 다시 단단해진 몸을 확인했다. 짧은 전투였지만 루시엔은 원소령 소환 덕에 정신력과 프라나를 모두 소진해버려 더 이상 전투에는 도움이 되지 못할 것 같았다. 베이커드도 피로해보인다. 라니아는 주문 시전 말고도 전투능력도 제법 뛰어나니 기대해볼만 하지만 제대로 전력을 낼 수 있는 것은 나와 애던 뿐으로 보였다. 솔드는 전투요원이라기보다는 보조 요원이고...
 조금 걱정되기 시작하는 나였다.

 “그럼 다음 방으로 가보지.”

 애던이 말하자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에는 내가 앞장섰다. 여태까지 방들의 성향을 보아 함정을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선선히 흘러나오는 바람이 이번 방에 공기의 원소령이 존재할 것임을 예고했다.

 “아주 선선한데.”

 긴장감을 떨치려는 듯 솔드가 여유를 부렸다. 아까 물의 원소령처럼 공기의 원소령이 공기 중에 숨어서 공격한다면 끔찍할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볼 것도 없다. 하지만 루시엔이나 애던, 라니아들에게서 그런 낌새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들은 나와 같은 걱정을 하지 않거나 그렇다 하더라도 확고히 쓰러뜨릴 수 있는 무언가를 갖추고 있는 것일 것이다.

 “도착했다.”

 갑자기 홀 안쪽으로 공기의 기류가 끌려가더니 커다란 구체의 소용돌이가 나타났다. 처음 보긴 하지만 저것이 공기의 원소령임에 틀림없었다. 나는 힘껏 뛰어 들어 방패로 공기의 원소령을 후려쳤다. 언제나 그렇지만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고 충분한 사전지식만 있다면 기습보다 중요한 수단은 없다.

 -붕!

  찢어지는 공기의 파쇄음과 함께 애던의 침묵시키는 자가 흩어지는 공기의 원소령을 잘랐다. 공기의 원소령은 한순간 흩어지더니 좀 떨어지는 장소에 재생성 되었다. 그리고 공격이 들어온다. 그 공격의 일직선상에 있던 나와 애던은 동시에 서로 다른 방향으로 뛰었다. 그러자 그 잘에 예리하게 베인 자국이 생겨났다.
 
 “우어어어어어.”

 목소리라고 부르기에는 어중간한 소리를 내며 대지의 정령이 움직였다. 솔드가 석탄을 던졌지만 바람을 일으키는 만큼 적중되지 못하고 비켜나갔다.
 그와 함께 솔드가 뭐라 소리쳤지만 바람 소리가 매서워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애던이 무릎을 꿇었다. 곧이어 나에게도 발밑에서 폭발하듯 바람의 기류가 일었다. 나는 기우뚱했지만 곧 자세를 잡았다. 나는 인간에 비해 2배는 무거운 육체를 지니고 있기에 넘어지지 않은 것이다.

 “재주가 좋군.”

 나는 몸을 낮춰 돌격 하며 말했다. 처음처럼 뛰어 들었다가는 도리어 날려가 버릴 위험이 있어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나를 스치며 애던이 달려 나갔다. 공기의 망치가 다시 내려쳐 졌지만 이번에는 애던의 주변만 영향을 받을 뿐이고 정작 애던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단숨에 짧은 기합과 함께 2번검을 휘두르고 애던이 공기의 원소령을 뚫고 지나갔다. 아마도 저 공기의 망치는 단순히 자신의 육체를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마법 같은 것인 것 같았다.
 뒤를 이어 나의 메이스가 공기의 원소령을 세로로 갈랐다. 그리고 방패를 당겨 다시 후려쳤다. 공기의 원소령이 또 한 번 흩어지더니  나와 애던의 반대편에 생성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온전히 뭉치지 못했다. 이미 그렇게 될 것을 예상한 걸까? 라니아가 다시금 뭉치는 공기의 원소령에게 양손의 검을 휘둘러 폭풍처럼 검격을 쏟아 부었다. 결정타로 봐도 좋을 정도였다. 아무리 공기의 원소령이라고 해도 저렇게 마법검에 타격당한 부위가 많아서야 손실부가 너무 커서 제대로 자신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어설픈 지식이나마 그렇게 단정 짓고 마무리를 위해 내달렸다.
 하지만 그 전에 대지의 원소령이 공기의 원소령을 후려쳤다. 힘있는 일격이었다. 땅에 금이 쫙쫙 갈 정도로 강렬했으니까. 내가 도착하기도 전에 대지의 원소령이 공기의 원소령을 파괴했다. 확신하진 못하겠지만 물의 원소령이 파괴되던 때를 생각하자면 그렇게 여겨졌다. 공기의 원소령을 유지하던 바람이 방향성을 가지지 못하고 사방으로 흩어진 것이다. 그리고 휘몰아치던 바람의 거센 소리가 사라지고 정적이 찾아왔다.

 “이걸로 4개째. 완성이네.”

 라니아가 떨어지는 와드스톤의 파편을 손으로 붙잡으며 말했다.

 “그렇군. 생각보다 쉬워서 다행이었어.”

 나는 메이스를 어께에 걸쳐 들었다. 애던도 그리 지치지 않았는지 숨을 고르고 있을 뿐이었다.
 4번째 와드 스톤까지 회수한 우리는 3층으로 통하는 문 앞에 섰다. 4개의 와드스톤은 금에 맞춰 끼우자 하나로 합쳐졌다. 솔드가 그 와드스톤을 기둥에 꽂아 넣었다. 그러자 우르릉하고 기관이 움직이는 소리가 나더니 기둥이 가라앉고 3층으로 통하는 문이 열렸다.
그리고 적색완전판금 갑옷이 할버드를 들고 나타났다. 굳이 갑옷이 나타났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속이 텅 비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건 뭔지?”

 솔드가 저 기이한 갑옷을 보며 말했다. 그것은 속에 사람이 없음데도 단정한 걸음걸이고 철컹거린느 갑옷소리를 내며 우리에게로 걸어왔다.

 “살아있는 갑옷이야. 마법으로 만들어낸 수호자지. 아무래도 탑의 주인의 전용 코드가 필요한 모양이건 같은데.”

 베이커드가 솔드의 의문을 해명해주었다. 그리고 갑옷은 베이커드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증명했다.

 “제어코드를말해주십시오.”

 문의 수호자가 요구했지만 우리는 당연히 그에 응할 수 없었다. 나는 앞으로 나섰다.

 “내가 혼자 상대하지 좀 쉬고 정신력과 프라나를 회복해둬. 3층에 또 무엇이 있을지 모르니.”

 “혼자서 괜찮겠나?”

 솔드가 걱정되는지 물어보았지만 나는 잠잠코 고개를 끄덕였다.

 “노르위펜의 전사는 불굴이자 불패일세. 맡겨두게.”

 나는 수호자에게로 달려들었다. 애초에 말이 통하지 않는 기계라면 명예를 논할 필요가 없다.

 “덤벼라.”

 쿵하고 발을 내딛으며 메이스를 휘둘렀다. 수호자는 전혀 저항없이 그 공격을 받았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요란하게 날려가 벽에 부딪힌다. 하지만 역시 속이 비었기 때문인지 수호자는 일어섰다. 메이스를 맞은 부분이 조금 우그러져 있지만 그런 충격으로는 별 피해가 없는 듯했다.

 “침입자.배제.”

 “발락! 갑옷 안에 새겨진 마법진이나 촉매를 파괴해야만 완전히 쓰러뜨릴 수 있어. 그렇지 못하면 그냥 찌그러뜨려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어야 해!”

 배이커드가 소리쳤다.

 “알겠네. 걱정말고 푹 쉬게.”
 
나는 그렇게 말하고 방패를 앞세우고 돌진했다. 방패 위로 거세게 내려치는 무게가 느껴졌다. 그 육중한 힘을 버틴 나는 메이스를 휘둘러 수호자를 내려쳤다. 투구가 일그러졌지만 개의치 않으며 수호자는 곧장 반격해 들어왔다. 할버드가 횡으로 움직이여 소용돌이처럼 공격해 들어오는데 과연 무기술에는 빈약한 마법사가 만든 물건 다웠다. 다만 그 힘이 엄청나고 살아있는 인간이라면 불가능한 동장을 선보여서 문제였지만 극도로 방어적인 나의 전술을 뚫을 순 없었다.
 나는 있는 힘껏 수호자를 걷어차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시간차 없이 방패를 앞세워 챠지를 시도했다. ‘쿵!’하고 진동이 울려왔다. 수호자를 방패와 벽 사이에 끼어 넣은 것이다. 아까의 원소령보다 훨씬 상대하기 간단했다. 역시 내겐 이런 물리적인 녀석들이 알맞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방패로 몇 번 더 수호자를 두들기고 그 다음 메이스로 관절 부를 펴서 더 이상 움직이기 못하게 만들고 일행에게로 돌아왔다.

 “너무 빨리 해치웠어.”

 라니아가 불평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애던은 예상했다는 듯이 반응이 없고 베이커드는 입을 딱 벌릴 뿐이었다. 살아있는 벽이라는 것이 그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두려운 것이었나 보다. 하지만 나에겐 그리 어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비 인간이라는 특성상 어이없는 공격이 좀 들어오긴 했지만 마법사가 만든 오히려 애던이 상대하기가 훨씬 까다롭지...

 “3층으론 바로 올라갈거야?”

 라니아가 애던에게 물었다. 애던이 방임주의이긴 했지만 일단 실질적 리더이기 때문이다.

 “글쎄. 일단 제대로 쉬기로 하지. 수호진은 가능해?”

 애던이 주문사용자 일동에게 묻자 라니아와 베이커드, 루시엔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그 정도의 힘은 남아 있어?”

 “이 몸의 유용함은 단빗물 같다고 했지 않나.”

 “가능할 것 같아요.”

 셋의 대답을 듣자 애던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수호진을 만들고 쉬도록 하자.”

 애던이 결정을 내리자 주문사용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론 이런 일에는 비전문가인 나와 솔드는 얌전히 그들이 하는 일을 지켜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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