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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의 방패 사계절의 방패 2

azelight 2008.08.04 23:49 조회 수 : 617

사계절의 방패 2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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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트 마을은 활기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리치의 습격이 있었던 우르하 마을의 모습이 흐린 날씨까지 더해서 우중충한 첫인상을 보인 것에 비하면 한결 대조적인 모습이었어요. 간단하게 말하면 보기 좋았지요.
 저는 이방인에게 흥미로운 시선을 보내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며 마차 안으로 도로 기어들어갔어요. 제재업을 중점으로 하는 마을이라 목재상들이 제법 들르는 곳이긴 하지만 흔히 모험가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울트에서는 낯선지 많은 사람들이 기웃거리고 있답니다. 솔직히 부담스러울 정도예요. 물론 그런 시선에 굴하지 않겠다는 듯 당당히 팔짱을 끼고 마부석에 앉아 있는 갠 아저씨는 예외지만요.

 “마을 사람들이 다 나온 것 같아요.”

 저의 말에 발락 아저씨가 손질하던 방패를 내려놓으며 말했어요.

 “이 마을에 우리 같은 사람들은 드문 것 같더구나. 하긴 이런 외지 곳에 모험가가 있을리 만무하긴 하지. 숨겨진 마법사의 탑이나 사악한 괴물들이 있지라도 않는 한은 말이지. 그래서 그런 걸 거다.”

 “하지만 부담되는 것은 사실 아냐?”

 베이커드가 끼어들었어요. 하긴 우리들 중 주변인에 아예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은 애던 오빠랑 라니아 언니뿐일 테니까요.

 “그건 그래요.”

 저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발락아저씨는 동의하는 듯 했고 아까 전부터 조용히 침묵을 지키는 오톡스씨도 동의하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죠. 하지만 이 마을을 나가기 전까지 계속해서 이런 시선을 받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부담스럽기 그지없네요. 어떡해야 좋을까요. 누가 제 대신 고민해서 결론을 내줬으면 좋겠어요. 장도 봐야 하는데 말이죠.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데 애드가 오빠가 마차 안으로 고개를 내밀었어요.

 “여관이 하나 있답니다. 목재상들이 머무르는 곳이라는 데 작은 곳이라서 방이 있을지는 알 수 없다는 군요.”

 “뭐든 좋으니까 발 뻗고 있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환영이야.”

 애드가의 말에 베이커드가 농담을 던졌습니다. 저는 풋하고 웃었지요. 그럴것이 베이커드와 같은 하라드족은 키가 작아서 다릴 뻗어도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었거든요. 애드가 오빠도 그게 농담이라는 것을 알았는지 웃었답니다. 물론 발락아저씨는 핀잔을 주었죠.

 “그 짧은 다리를 못 뻗을 곳이 어딨다고 그러나. 나야말로 제발 좀 발 좀 뻗었으면 좋겠단 말일세.”

 “흠, 그건 자네가 너무 큰 종족이라서 어쩔 수 없는 거야. 소와 생쥐처럼 말이네. 다릴 뻗을 수 있는 것이 무리라면 자네도 다음 생에 하라드로 태어나게 해달라고 신께 빌게나.”

 “고민해보지. 어디서는 다를 곧게 펴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큰 장점인 것 같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 들기 시작했네.”

 움츠려 앉은 발락 아저씨가 한숨을 쉬며 말했어요. 한숨 쉴만하다고 생각해요. 발락 아저씨는 지금 불쌍해 보일 정도니까요.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저흰 여관에 도착했습니다. 마차에서 내려 본 여관은 어마어마하게 낡아 보이는 건물이었지요. 군데군데 수리한 흔적도 있는 것이 왠지 비가 오면 빗물이 방으로 샐 것 같이 보이는 건물입니다.

 “굉장하군.”

 갠 아저씨가 으르렁거림을 섞으며 감탄했습니다. 크기는 엄청나게 큰데 반면 무너지지 않을지 의심스러울 만큼 낡은 여관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겉만 보고 판단할 수 없는 일이니 저희는 여관으로 들어갔지요. 여관의 내부는 조용한 편이었고 낡았지만 깔끔하게 유지되어 있었습니다.

 “어서오십쇼.”

 쾌활한 여관주인의 목소리가 저희를 맞았습니다. 그는 40대 후반의 남자였는데 넉넉한 웃음을 지닌 인상이 좋은 분이셨어요.

 “안녕하세요.”

 “오, 아직 어린 아가씨도 섞여 있구료. 그보다 뭐가 필요하시오. 식사와 목욕, 잠. 3개중에 말이오.”

 “음, 일단 식사가 고프군.”

 “발 뻗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그거보단 식사가 우선이지.”
 
 베이커드와 발락 아저씨가 그런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 애드가 오빠는 마차를 보관할 수 있는 장소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질문하고 있었습니다. 주인아저씨는 껄껄 웃으며 이 여관은 목재를 옮기기 위해 마차를 가지고 오는 상인들도 많기 때문에 마굿간과 마차를 보관할 수 있는 장소들이 모두 준비되어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애드가 오빠와 갠 아저씨는 심부름꾼 아이의 안내를 받아 마차를 챙기러 갔고 저는 라니아 언니와 함께 여관의 방을 정했답니다. 다인실 밖에 없는데 모두 짝수인지라 여성들을 위해서는 4인실을 남자들은 6인실 방을 쓰기로 했답니다.
 우리의 영원한 짐꾼인 발락 아저씨는 그 거구와 힘을 이용해 대부분의 짐을 짊어지고 묶기로 정해진 방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1층에 식당과 목욕탕, 숙박하기 위한 방까지 있는 것이 역시 크기가 큰 값을 하는구나 생각했죠. 거기에 방도 깔끔했답니다.

 “역시 겉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되는 거로구나.”

 “확실히 그러네.”

 짐을 풀어 놓으며 라니아 언니와 네린 언니가 한마디씩 주고받았어요. 물론 저도 거기에 동의했죠.

 “정말이에요. 어지간한 도시의 여관들보다 훨씬 깔끔한 것 같아요.”

 “반대로 벌레는 더 많이 나올지도 모르지.”

 후후후 웃으면서 네린 언니가 말했지만 저는 별로 동요하지 않았어요. 저는 이해자들의 일원. 자연의 존재들에게서 혐오감을 느끼기엔느 그들에게 너무 익숙하니까요. 저는 가볍게 네린 언니에게 웃어보였어요.

 “은근히 반응이 없네.”

 네린 언니가 실망하자 라니아가 언니가 네린 언니에게 설명해 주었답니다.

 “저 아이는 자연이해자들의 일원이니까. 애초에 숲에서 살았던 애가 벌레 한때 겁먹을 리가 없지.”

 “그랬구나. 그렇다면 이해가 간다. 이해자들은 우리 부락에도 가끔 방문하거든. 상당히 초탈한 사람들이더라고.”

 “전 그 정도까진 아니에요.”

 초탈이라는 것이 어떤 인상으로 남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왠지 안 좋은 방향으로 생각되는 것 같아서 저는 긴급히 지적했어요. 그리고 짚을 잔뜩 넣은 침대에 털썩하고 앉았어요.

 “그보다 애던 오빠는 언제 쯤 합류하는 걸까요. 문제없이 찾을 수 있다고 했지만 그래도 혼자서 단독 행동이라니. 가뜩이나 몸도 좋지 않은 데 말이에요.”

 4일 전쯤 애던 오빠는 잠시 갔다 와야 될 곳이 있다면 파티를 나간 후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었답니다. 연락이 가능하도록 마법물품을 가지고 가진 했는데 아직까지 연락이 전혀 없어서 조금 걱정이 되는 거죠. 특히나 몸도 안 좋으니 더 걱정 되네요.
 하지만 라니아 언니는 그렇지 않은 가 봐요.

 “걱정마. 그 녀석은 딴 거 몰라도 자기 앞가림 하는 것만큼은 충분히 잘 할 것 같으니까. 정작 위기 상황에서 혼자만 활약하는 거 봐서 알잖아.”

 “그것도 그렇지만...”

 역시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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