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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진심~nine~

크크큭 2006.09.16 14:49 조회 수 : 347

무작정 그녀를 교실에서 끌고 나오긴 했지만 막상 데리고 나오니 뭘 해야할지 아무것도 모르게 되어버렸다. 살고싶었다는 욕망에서 비롯된 행동인지,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기에 다른이들의 사랑은 모두 무시할 수 있다는 무모한 용기에서 비롯된 것인지. 이젠 내가 그녀를 사랑하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 단순히 살고 싶은걸까. 모든것을 희생해서라도 내 목숨을 구하고 싶은걸까. 그녀를 사랑하는걸까. 내 목숨을 내어줄 만큼 그녀에게 빠져있는걸까. 타인의 모든것을 무시할 만큼 그녀는 내 인생에 있어서 전부인가. 교복은 제대로 입은걸까. 선생님이 우릴 찾으러 지금이라도 당장 뛰어오는건 아닐까. 1교시 수업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어수업인데 괜찮을까. 내일이 세계사 쪽지시험인데 이대로 놔둬도 될까.

"...데키군!"

그녀는 날 사랑해줄까.

"히데키군!"

고막에 울려퍼지는 엄청난 소리에 몸을 흠칫 떨며 그녀를 향해 고개를 살짝 돌려봤다. 팔짱을 낀 채로 한쪽 볼을 부풀린데다 눈썹모양이 평소와 같이 단정하지 않고 일그러진걸 보니 화가 난 듯 했다.

"왜..?"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물어봐도 대답도 안하고."

아무래도 미나미는 나에게 뭔가를 계속해서 이야기한듯 했고, 나는 그것을 바닥에 껌뱉듯 귀에서 흘려보낸 것 같았다. 아주 큰 잘못을 했다싶어 일단은 양손을 합장하고 그녀에게 고개를 숙이려다가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미나미에게 되 물었다.

"너, 나한테 뭐라고 물어봤는데..?"

"그중에 하나도 기억 안난단 말야? 정말...나 교실의자에 교복재킷을 걸쳐놓았는데 니가 끌고나오는 바람에 챙겨오는데 급급해서 제대로 입었는지 안 입었는지 물어봤단말야. 그뿐이면 말도 안해. 다음 수업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어여서 안들어가도 괜찮을까, 또 당장이라도 담임 선생님이 날 쫓아올것 같아서 불안하다고도 말했다구. 도대체 뭘 들은거야? 날 이런식으로 끌고와놓고 한다는 짓이 고작 혼자 이 커다란 교문앞에 서서 멍하니 잡생각이나 하고 있는거였어?"

아무래도 두손모아 합장하는것 만으로는 어림도 없을 것 같다. 무릎까지 꿇고 싹싹 비니까 미나미는 그제서야 얼굴이 조금 풀린 듯 했다.

아직은 아침이고, 시간은 많으니 일단은 빵집에 데려가서 빵을 사줄 생각이다. 뭐랄까, 내가 무릎을 꿇고 빌며 그런 말을 하니까 그녀는 '절대로 크로와상 때문이 아니니까.' 라는 나름대로의 이유를 붙이며 나를 순순히 따라와줬다. 똑똑하기만 한줄 알았더니 의외로 단순한 면이 있는것 같았다.

교복을 입은 채로 아침일찍부터 시내를 활보하는건 그것 나름대로 기분이 새로웠다. 항상 있어야할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간다는 기분. 사람들은 그래서 여행을 가는건가 하고 생각해봤다.

"히데키군."

"응..?"

"어째서 날 끌고 나온거야?"

"아까 말했잖아....."

자신있게 말하려 했지만 이성을 되찾은 나는 또다시 입에 본드가 붙은것 처럼 말을 꺼내기 힘들어졌다. 겨우겨우 그렇게 얼버무렸지만 미나미는 상당히 집요했다.

"그렇게 시큰둥하게 대답하지말고, 제대로 말해봐."

뭘 제대로 말하라는거냐! 지금 생각해봐도 내가 양호실에서 어떻게 네 교실까지 뛰어갔는지, 네 손목을 붙잡고 어떻게 학교를 탈출했는지, 나와서는 또 어떤 말을 했는지 의문이란 말야!

하지만 이런 내 생각과는 다르게 미나미는 그 조막만한 얼굴을 들이밀며 나에게 추궁해왔다.

"왜 그런거야?"

그녀의 숨소리가 내 눈앞에서 흩어지고 있었다. 정신차리자 정신차리자 그렇게 속으로 수십번 되뇌이고 앞을 쳐다봤을땐 그녀의 눈동자만을 내 눈이 인식하고 있었다. 좀 처럼 보기 힘든 깊은 호수인걸까, 아니면 나그네들의 길동무가 되어준다는 북극성인걸까. 그녀의 눈동자는 왠지모르게 깊이가 있었고 찬란함이 있었다.

"모, 몰라! 일단 빵집에나 들어가자."

나는 고개를 홱하고 돌려 드디어 보이기 시작한 시내의 유명한 제과점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치잇. 알았어."

실망했다는 듯, 그녀는 슬그머니 몸을 돌려, 나와 나란히 인도를 걷기 시작했다. 얼굴에 '히데키는 바보'라고 쓰여있는것 같았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바보같았지만 그녀 앞에만 서면 소심한 소시민이 되어버리는 내 입장도 조금 생각해달란 말야.

"히데키군."

"응."

"절대로 크로와상 때문이 아냐."

왜인지 아까 했던 말을 되풀이 하는 미나미였다.

"알고있어."

"그럼, 들어가자."

"그래."









빵집은 아침이라서 그런지 갓 구운 빵냄새로 진동을 했다. 왠지모르게 행복해져서 빵 냄새에 취하듯 가게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미나미도 배가 고팠는지 이것저것 빵을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했다. 미나미가 탁─하고 카운터에 빵을 놨을 땐 이미 이건 빵이 아니라 빵산이라고 말해야 될 만큼 엄청난 양을 갖다놓고 있었다.

"너..이거 다 먹을거야...?"

"아니."

"그, 근데 왜 이렇게 많이 사...?"

"공짜잖아."

악당이다. 공부 잘하고 참한데다 예쁘기까지 한 색시인줄 알았더니 이건 인간의 탈을 쓴 악마임에 틀림없다. 나는 한숨을 푸욱 내 쉬며 지갑을 열어 빵값을 지불했다.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안녕히 못가. 너라면 빵값으로 1000엔을 썼는데 잘도 안녕히 가겠구나?

....라는 푸념을 속으로 늘어놓으며 미나미와 함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제 어디 갈까?"

그녀는 고개를 살짝 돌려 내쪽으로 하고 활기차게 물어봤다. 아까전에 수업이 신경쓰인다느니 하는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나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생각에 빠졌다.

솔로인생 17년, 단 한번도 여자와 대화조차 나눈적 없는 내가 데이트코스 따위를 알리가 없잖아. 일부러 물어보는걸지도 몰라. 맞아. 날 골탕먹이려고 일부러 저런 질문을 하는거다! 그렇다면 질수야 없지. 일단 내가 그녀와 가장 가고싶은 장소를 데려가자.

"카페가자."

좋았어! 적절한 선택이었다, 히데키! 카페라면 마주보고 앉아서 세시간이고 네시간이고 대화를 할 수 있는 곳이잖아. 이제 남은건 죽치고 앉아서 카페에 있는 적절한 메뉴 두개를 시킨뒤에

"싫어."

시킨뒤에, 뭐야? 카페가 싫다고? 그럼 왜 물어본거냐! 애초에 가고싶은 장소가 있으면 날 끌고 가면 되는거 아냐!

"그, 그럼 어디 갈건데..?"

"몰라."

내 속을 뒤집어라 인간아.

"카페가 어때서...? 빵도 사놨겠다, 밀크티라던가 커피 시켜놓고 빵이랑 같이 먹으면서 얘기하면 되잖아..."

"그런가...? 그럼 그렇게 하자."

뭐랄까, 조금 난항이 예상되지만 내가 바라는 대로 일이 풀리는 것 같다. 그녀의 얼굴을 보니 확실히 싫은 기색은 아닌 것 같았고 뭐가 그리도 좋은지 싱글싱글 입가에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히데키?"

"응..?"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

"앗, 아니!"

그녀의 웃는 모습이 귀여웠던건지 나도 모르게 그녀를 계속 쳐다본 듯 했다. 그녀는 '뭐야.' 하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돌려 손가락으로 정면을 가르켰다.

"저기 가자. 친구들이랑 자주 가는 카펜데, 복숭아 아이스티가 정말 맛있는데거든."

"그래."






일단 처음 들어간 카페에 대한 이미지는 상당히 깔끔하고 편안한 분위기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왼편에는 내 허리보다 조금 낮은 카운터가 자리 했고, 그 뒤편으로는 요리나 커피, 차 등을 만들어내는 주방이 있었다. 오른쪽에는 커다란 창문이 있었고, 그쪽에는 소파와 테이블이 주르륵 늘어서 있었다.

카페에서는 대충 세시간 정도를 있었던 것 같다. 요약정리 하자면 우린 세시간이라는 짧다면 짧은 그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언제부터 그녀를 눈여겨 봐왔는지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 그녀는 부끄러워하며 난 그렇게 예쁘지도, 눈에 띄는 아이도 아니라고 말해줬다. 분명 겸손떠는거라 생각했다. 적어도 내가 봤을때 미나미는 정말 예쁘고 착하고, 눈에 띄는 아이였기에.

같은반 클래스메이트에게도 물어볼 수 있는 문제를 굳이 멀리 떨어진 반에 있는 그녀에게 가서 물어본 이유도 얘기해 줬다. 하지만 정작 그녀는 그 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고 있지 않는 듯 했다. 그저 내가 속해 있는 반에 공부를 잘 하는 아이가 없겠거니 하고 생각했다며 웃으면서 얘기했다. 그녀를 좋아해서 일부러 아는 문제도 들고 찾아갔다고 말했더니 그녀는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그정도로 자신을 좋아했냐고 되 물었다. 이때 난 대답하지 못하고 뒷머리를 긁적거리는 것으로 대신 했다. 그 모습을 본 미나미는 웃으면서 나에게 '바보'라고 말했다. 좋아하는 상대에게 고백하는게 뭐가 그렇게 어렵냐면서 볼 한쪽을 부풀리며 뾰루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왠지 자존심이 상하는것 같아서 네 앞에만 서면 맥박이 빨라지고 호흡도 가빠지는데다가 눈이 멀어버릴것 같았다고는 말 하지 않았다. 멋쩍게 웃어보이는 것으로 그 모든 말을 대신했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나에게 데이트 신청을 해온 이유가 뭘까 하고 궁금해져서 물어봤더니, 언제부턴가 갑자기 나에게 호감을 느꼈다고 했다. 등교를 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문제를 들고 찾아오는 나에게 처음에는 동정심을 느꼈다고 말 했다. 그리고 그런 날이 계속 반복 될수록 나를 기다리는 자신을 보게 되었다고도 말해줬다.(솔직히 이 부분에서는 기뻐서 날아갈 것만 같았다.) 이대로 계속 가다간 그냥 문제나 풀어주는 사이가 굳어질 것 같았는데 마침 등교시간에 부딪혀서 우유를 쏟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만나서 확실하게 이야기할 구실이 생겨서 참 다행이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득 편지의 내용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히로시가 잠깐 생각났지만 잊어버리기로 했다. 편지의 내용이 사실이라는 걸 안 이상, 더 이상 되돌릴수 없는 것에 미련을 갖는걸 포기했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얻어야할 것에 더욱 집중하기로 마음 먹었다.

카페에서 나온 우리는 빵을 먹었지만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지난번에 갔던 스파게티 집을 가기로 했다.

"이걸로 두번째네."

"응. 너 지난번에 크림 스파게티 먹었지?"

"왜? 크림 스파게티 싫어해?"

"아니. 그런게 아니라, 다른건 안먹나 해서."

"그집은 크림 스파게티가 제일 맛있거든."

"그래?"

왠지 이전보다 대화가 훨씬 잘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역시 카페에서 줄창 말한게 도움이 된건가. 나름대로 뿌듯해하며 막 도착한 스파게티 집의 문을 열었다.

"주문하시겠어요?"

"크림 스파게티 주세요."

"같은걸로 주세요."

친절하게 물어오는 종업원에게 미나미와 나는 둘다 같은 크림 스파게티를 주문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라는 종업원의 대답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는데 집중했다.










어느덧 저녁이었다. 스파게티를 먹고 오락실에서 같이 게임을 하고, 극장에서 영화를 보니까 해는 이미 어디로 갔는지 그 모습을 감춘지가 오래였고,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져 빛을 낼듯 말듯 사알짝 자신의 자태를 곱게 감춘 달과 별빛만이 서로를 의지하며 하늘을 왕래하고 있었다. 살짝 불어오는 밤바람에 나도 모르게 눈을 찡긋 감았지만, 곧 잠잠해지는 바람을 느끼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굳게 다문 분홍빛 입술. 흘러내리는 머리칼은 더 이상 설명할 가치도 없이 아름다웠다. 기분이 좋았는지 그녀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걷는 도중 가끔씩 폴짝폴짝 뛰어오르기도 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나도모르게 웃음지은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두 시간전. 그러니까 극장에서 영화를 보기 직전 나는 그녀에게 '학원 갈 시간 아니야?'라고 물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공부에 전념해야할 이유가 없어졌다면서 되레 내일부터 당장 학원을 그만 두겠다고 나에게 선포했다. 전교 톱을 노린다던 녀석이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공부할 이유가 없다고 나에게 털어놓는걸까. 직접 물어보기는 껄끄럽고 해서 정말로 공부를 안할거냐고 되물었더니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너 때문이라도 공부를 해야할 것 같은데? 앞으로도 자주 물어보러 올거잖아."

그 말에 어떻게든 좋게 대답하려고 신나게 머리를 굴렸지만 곧 영화상영 안내방송이 들렸고, 우리는 더 이상의 대화를 접어두고 이번에 새로 개봉한 영화를 보는데에 집중했다.

그리고는 지금 이렇게 나왔다. 원래대로라면 지금은 그녀가 학원에서 한창 수업중일 시간일테지만 더 이상 공부할 필요를 못 느낀다는 그녀의 말에 내가 더이상 뭐라고 할 처지가 되지는 않는다. 가끔은 이렇게 놀고 싶었던 거겠지.

"히데키."

"응..?"

"이제 집에 가야돼. 부모님께서 걱정하시거든."

"아, 그렇구나."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다. 밥을 먹고, 오락실에 갔다가 극장에서 영화를 본게 전부일텐데. 1교시가 시작하기도 전에 같이 나와서 데이트를 시작 했을텐데. 히로시와 함께 축구게임을 해도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지는 않았을텐데. 24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할텐데. 어째서 우리에게 주어진 이 '하루'라는 시간은 이리도 짧게 느껴지는 거지? 빌어먹을 시간은 나, 히데키에게만 인색했다.

"집에 바래다 줬으면 해."

"뭐..?"

학교 수업도 못 받게 하고 끌고나온 놈한테 이리저리 끌려다니면서 카페에 스파게티집, 오락실에 극장까지 갔으면서 왜?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대나무는 고사하고 두부라도 베어야지."

"에에?"

잠시 무슨 말인지 몰라서 당황했다.

"그러니까, 저질러버린 일에는 끝까지 책임을 지라는 소리야. 바보 히데키."

아아, 그런건가. 그러니까 미나미의 말인 즉, 내가 수업도 못받게 하고 끌고 나와서 이곳저곳 끌고다니면서 데이트를 했으니까 마무리도 확실하게 지어라, 라는건가.

"알았어. 같이 가자."

"고마워, 히데키."

한쪽 발을 살짝 들면서 뒷짐을 지고 혀를 빼꼼히 내 무는 모습을 보며 이 이상 거절할 수도 없을거라 생각하고 그녀를 집에 바래다 주기로 결심했다. 시내에서 그녀의 집 까지는 걸어서 10분정도의 거리라고 했다.

달은 여전히 수줍은 듯,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지구의 뒤편에 숨어 조용히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        ☆        ☆










"다 왔어."

"그래... 마지막까지 조심에 조심하는거 잊지마."

"바보. 대문 앞에서 그런 말 하는것도 실례야."

나에게 척─하고 손가락을 내밀며 그녀는 비죽비죽 말했다. 그런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 좋아서 나는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헤죽헤죽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어? 히데키, 바보처럼 웃는다!"

동그래진 눈으로 날 가리키며 놀라는 미나미. 그렇게 말 하니까 더 견딜 수 없었다.

신은 인간에게 '남녀가 서로 사랑하라.' 라고 말했다 한다.
남자는 여자에게 '너의 모든것을 감싸줄 수 있어.'라고 말한다 한다.
여자는 남자에게 '내 모든것을 가져가길 바래.'라고 말한다 한다.

미나미는 히데키에게 '히데키의 그런 면이 참 좋아.' 라고 말했다.
히데키는 미나미에게 '너 없으면 난 죽을 수 밖에 없어.' 라고 말했다.
미나미는 히데키에게 '그럼 내가 없어지는 날 너도 죽겠네?' 라고 물어봤다.

".......

확실히 그럴지도 몰라. 네가 없어지는 날이, 바로 나의 장례식이 될 지도 모르는 일이야. 왜냐하면 계약에 그렇게 쓰여져 있었거든. 너의 사랑을 얻지 못하는 날에는 내 목숨은 없어진다고. 그래서 사실 난 지금 이 감정이 너를 사랑하고 있는건지 내가 죽는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건지 모르겠어.

누군가가 그랬지? 진실과 거짓은 종이 한장 차이라고.

남녀가 서로 사랑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내가 정말로 사랑하는 것이든, 거짓으로 사랑한다는 표현만을 하는 것이든, 상대방은 보여지는 모습만을 사랑하는거니까. 하지만 서로가 사랑하게 되면 알게되. 그 종이 한장 차이까지도 구별해 낼수 있는거야.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어. 방금전에 한 말도 까먹었어. 그냥 머리속이 하얘진 기분이야. 그래도 단 하나, 확신할수 있는게 있어."

나는 고개를 들어 똑똑히 미나미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녀는 약간 당황한 눈빛이었다. 전혀 신경쓰지 않고 나는 입을 열었다.

"미나미, 단 하나라는거."

정신을 차려보니 입술에 무언가 따뜻한게 와 닿았다. 말랑말랑하고 촉촉한 무언가가 내 입술에 부딪혀 온 것이었다.

가로등 불빛만이 내리쬐는 그녀의 집 대문 앞에서 나와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        ☆        ☆












난 죽고싶지 않았다. 그래서 난 그녀에게 고백한다는 걸 결심했다. 그래서 참 헷갈렸다.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는건지, 두려움이 날 그렇게 내 몰았는지. 그렇다해도 결과는 이미 정해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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