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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진심~eight~

크크큭 2006.09.16 14:47 조회 수 : 458

"모르겠어요. 갑자기 눈빛이 흐려지고 초점을 못맞추더라구요."

"그래서?"

"그 뒤엔 바닥에 쓰러졌어요. 그 뒤엔 선생님이 보시던 그대로에요."

뭔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남자녀석은 히로시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앞에서 응해주는 사람은 양호선생님일테고.

"그래, 알았다. 곧 수업이니까 먼저 들어가렴."

"네. 선생님, 별일 없는거죠?"

"걱정하지마라. 그냥 일시적인 쇼크같아 보이는구나."

"그럼, 먼저 들어갈게요."

"그래."

정신은 말짱하지만 눈을 뜨기가 힘들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정신이 말짱한것만은 아니었다. 중학교때부터 줄곧 진짜 친구라고 믿었던 녀석이 날 '타다히로군'이라고 불렀으니...

"타다히로군? 정신이 들어?"

"......"

양호선생이 날 불렀지만 쓰러졌다는 것을 핑계삼아 대답을 그만뒀다. 두어차례 날 부르던 양호선생은 내가 정신이 들었다는걸 눈치 채지 못한 듯, 한숨을 내 쉬더니 교실용 슬리퍼를 끌고 양호실의 문을 열고 나가는 듯 했다. 양호실 만의 독특한 거즈와 알콜 냄새가 몽롱했던 내 의식을 점차 깨우는 듯 했다. 눈을 살짝 떠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보이는 것은 열려져있는 양호실 문과 막 이곳을 벗어난 양호선생의 흰 가운만이 여운을 남기며 펄럭이고 있었다.

삐걱거리는 허리를 겨우 들어올릴 수 있었다. 창 밖을 보니 체육수업에 한창인 C반 녀석들이 운동장을 가득 메운 채 뜀틀뛰기에 온 힘을 집중하고 있었다. 왠만하면 자유시간 정도는 줘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태평한 생각을 하고말았다. 나는 고개를 돌려 다시 양호실의 열린 문을 바라봤다. 여전히 봄기운 가득한 햇살이 복도를 비추고 있었다. 어딜봐도 항상 보던 익숙한 장면이라 고개를 올려 천장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건지 이제서야 실감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미나미는 나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절친했던 친구 히로시는 날 이름대신 성으로 불러주며 날 마치 지나가던 클래스메이트1에 불과한 사람취급을 했다. 실감하고 나니 의외로 별거 아닌것 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되면 미나미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계속해서 함께 보낼수 있는 것이다. 물론 친구들과 가족과의 그동안 즐거웠던 추억 자체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계약이 성사된 지금, 나는 죽음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그녀의 사랑을 얻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 당장 미나미를 만나러 가자.

"어, 타다히로군. 일어났..."

"죄송합니다! 이제 괜찮으니까 먼저 나가볼게요!"

때마침 들어온 양호선생이 깨어난 나를 보며 안심 했다는 듯 가슴을 쓸어내리며 걱정스런 말투로 말을 걸어왔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무시하고 싶진 않았지만 어째선지 마음이 급해져서 나도모르게 바닥을 박차고 급하게 미나미가 있는 교실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뒤에서 '...다히로!'라고 양호선생이 외치는 목소리가 점점 거리를 좁히며 쫓아오는 듯 했지만 개의치 않고 뛰는데만 집중했다.

아직 수업시작하기 5분 전. 그녀를 데리고 학교를 빠져나오는데에는 이미 충분한 시간이었다.

-드르르륵!

교실 문을 거칠게 열어재꼈다. 안에 있는 아이들은 일제히 급하게 문이 열린 내 쪽을 바라봤고, 곧 웅성대며 자신들이 하고 있던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둘러보자 역시나 항상있던 그 자리에 미나미는 안경을 쓰고 안 풀리는 수학문제에 온 힘을 쏟고 있었다.

"미나미, 나가자!"

"에..에에! 히데키군..."

"잔말말고 날 따라와."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이런 말을 내 뱉고 있었고, 그녀의 손목을 움켜잡은 채 복도를 질주하고 있었다. 복도에서 우리를 보며 소근소근 거리는 아이들이 있었지만 가볍게 무시해주고 건물의 한 가운데에 있는 계단을 타고 내려가 교문을 향해 전력질주를 했다.

-딩동뎅동.

교문을 나서자 교내에선 1교시의 시작을 알리는 수업종이 울렸다.

-짝!

경쾌한 소리와 함께 미나미는 나를 쏘아봤다. 어딘가 얼얼해서 만져봤더니 왼뺨이었다. 후끈후끈 달아오르는 왼뺨을 어루만지며 나는 미나미를 조심스럽게 쳐다봤다. 그녀는 화가나 있는 듯 했다.

"이게 무슨 짓이야!"

잡혀있던 오른손을 뿌리치며 내 뺨을 때린 미나미는 상당히 화가난 눈빛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널 좋아하니까!"

사람은 이성이 날아가버리면 용감해지는 듯 했다. 이번 기회로 그걸 더욱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뭐라고....?"

처음엔 완강한 태도를 보이다가 내가 이런식으로 밀어부치자, 약간은 당황하는 듯 했다. 내 이런 모습을 처음봤으니 무리도 아니겠지.

"예전부터 쭈욱 좋아했었어. 그렇게 짝사랑한지 1년째야. 더 이상 혼자서만 좋아하는건 싫어. 나, 미나미를 좋아해."

나도 내 자신이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이런 말을 꺼낼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항상 그녀 앞에만 서면 돌이되어 굳어버리기 일쑤였는데... 처음부터 이렇게 하지 못한걸 정말 절실히 후회하는 중이었다.

"..........."

그녀는 잠시간 말이 없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칼을 바로잡고자 오른손으로 머리를 꾸욱 눌러보는것으로 대답을 대신 하는 듯 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봤다. 내리쬐는 햇살이 더없이 따스하게 느껴진것은 버드나무에서 낮잠을 잤던 이래로 처음인것 같았다. 미나미는 마치 지나가는 바람에게 속삭이듯 나즈막히 이런말을 꺼내어줬다.

"봄 햇살은 따뜻한거구나. 그래서 연인들은 이런날에 데이트를 많이 하나봐."











☆        ☆        ☆



Happy ending.
Bad ending.
Normal ending.

내 꿈은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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