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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진심~seven~

크크큭 2006.08.26 02:02 조회 수 : 399

'현관 문을 연다' 라는 행위가 이렇게 싫증났던 적은 없었을거다. 나는 열기 싫은 문을 억지로 열고 좁은 방을 들어갔다. 부모님은 모두 해외로 나가고 아무도 없는 달랑 창문하나 달려있는 이 답답한 방을 보고있자니 왠지 구역질이 났다. 넘어올것 같은 위 속의 내용물을 억지로 안에 담아두고, 나는 옷을 벗는것도 잊고 책상에 놓여져 있는 편지 한장을 봤다.

[계약금은 당신의 목숨입니다.]

아무리 봐도 믿을 수가 없었다. 이따위 편지 한장이 정말 내 소원을 들어 주는 걸까. 정말 마음놓고 그녀와 사랑을 나누면 되는걸까. 그렇다면 내 주변사람들은? 날 좋아해주고 나 또한 멋진 녀석들이다, 좋은 분들이다 라고 생각한 그 사람들은?

-삐이익.

더 이상 생각하면 분명 두통으로 하루종일 고생해야 할거야.

나는 생각하는것을 쌓아둔 빨래더미를 세탁기에 집어넣듯 뇌의 한 구석으로 구겨넣었다. 컴퓨터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방의 삼분의 일을 차지하는 침대에 몸을 던져 누웠다.

"......."

사랑한다.

사랑 받는다.

넌 어느쪽이 좋니?

이런 질문을 했을때, 누가 되더라도 선뜻 '나는 이게 좋아.'라고 대답하긴 힘들 것이다. 무언가 주는게 있어야 받는것도 있다고 생각하는 나는, 사랑에 있어도 똑같다고 생각한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누군가도 나를 사랑해 줘야한다는, 이른바 교환법칙이 성립해야만 한다고 하는걸까.

그런 의미다.

'사랑에 그딴 이유 갖다 붙이지마.' 라고 말 하는 이들도 분명 있을것이다. 하지만 나는 사랑에도 이런 조건을 붙여야한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왜냐하면,

짝사랑은 괴로운거니까.















문득 눈을 뜨니, 날이 밝은것을 느꼈다. 눈을 비비며 떠지지 않는 눈을 겨우 떼내고 고개를 돌리니 잠든 주인을 언제까지고 기다리는 컴퓨터만이 웅웅대며 울고 있었다.

"잠든건가..."

어제 저녁 내내 너무 긴장을 해서 그랬던 탓일까. 생각하다보니 어느새 눈이 감겨있었던 것 같다. 몸을 일으켜 찌뿌둥한 몸을 스트레칭으로 풀었다. 피곤해서 잠든것 치고는 상당히 편하게 잔 것 같이 상태가 매우 좋았다. 나는 고개를 들어 시계가 있는 곳으로 눈을 향했다. 짧은 바늘은 8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지각이네."

이 말을 입밖에 무의식적으로 내뱉자 정신이 퍼뜩 들었다.

"지각이잖아!!!"

나는 씻는것도 잊고 입고있던 교복차림 그대로 가방만을 들쳐매고 집을 뛰쳐나갔다.









주변 풍경이 나를 지나가는것도 신경쓰지않고 오로지 달리는것에만 집중했다. 심장이 미쳐 날뛰는것을 느꼈지만 그걸 신경쓸 때가 아니다. 여지껏 결석에 조퇴, 지각마저도 하나 없던 내 학교생활에 흠이 생길 최악의 타이밍이었다. 심장은 계속해서 걷는걸 요구해오고, 땀구멍에서는 땀이 삐질삐질 나오다 못해 피부를 타고 흘러내렸다. 걸어서 15분 정도 되는 거리를 죽어라 달렸더니 5분만에 교문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손목에 찬 시계를 보니 학주가 지각생들을 잡기 2분전. 이제부터는 걸어도 늦지 않겠지.

"여어!"

뒤를 돌아볼 것도 없이 이 타이밍에 날 부르는건 히로시다. 돌아볼 것이 없기에 나는 손만 들어 히로시를 반겼다.

"임마, 사람이 불렀으면 뒤를 돌아보고 '아이고, 히로시 대감 행차하셨습니까.' 하고 반겨야할거 아냐."

뒤에서 히로시의 고함소리가 들린다. 확실히 나보다 5분정도 늦게 오면 꽤나 떨어진 거리일테다. 게다가 오늘은 뛰었으니까. 나는 못이기는척 뒤를 돌아봤다. 녀석도 지각은 하기 싫었는지 멀리서부터 뜀박질을 시작하는게 보였다. 팔짱을 낀 채로 선도부원이 시간을 고하기만을 기다리는 학주는 옆에서 '이제 교문을 닫아야합니다!'라는 선도부장의 외침에 '좋아, 교문을 닫는다!' 라고 화답했다.

-끼이이익, 콰앙!

문 닫는 소리와 함께 히로시는 아슬아슬하게 교문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수고했으니 녀석에게 잘 했다고 칭찬이라도 한마디 해야겠는데.

"여어, 히로..!"

"타치바나!"

히로시는 내가 인사하려는것을 무시하고는 나보다 앞서 걷고있었던 같은반의 타치바나에게 인사를 건냈다.

어제 일 때문에 화난건가. 녀석답지 않게... 괜찮다고 문자 보낼 땐 언제고.

"히로시!!"

화를 풀어줘야겠다고 생각하고 히로시를 불렀다. 타치바나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던 히로시는 슬쩍 뒤를 돌아보더니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날 불렀느냐는 뜻 같았다.

"그래. 너 말야."

화가 단단히 난 듯 해서 히로시녀석에게 뛰어가면서 어깨를 툭 쳤다.

"어제 일 때문에 화난거야? 괜찮다고 문자 보낼 때는 언제고... 화 풀어 임마. 오늘 저녁은 내가 살게."

타치바나나 히로시는 미묘하게 눈썹을 찡그리며 서로를 쳐다봤다. 그리고 나에게 정말로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저기,  같은 반의 타다히로군이지? 그렇게 갑자기 이름으로 불리니까 기분이 조금...."

"에이... 좀 풀어~ 저녁 사겠다니까."

"타다히로. 좀 지나친거 아냐..?"

"뭐..."

갑자기 누군가가 나에게 달려와서 머리통만한 해머로 뒷통수를 내리 치는듯 했다. 앞에 있던 히로시의 모습이 갑자기 일그러지는 듯 했다. 하늘은 원래부터 노란색이었던가. 오늘은 왠지 황사가 심한데. 근데 왜 갑자기 어두워지는거지? 뭐야 이거.....기분이 이상하잖아.

"....히로군! 타다히로군!"

나는 히로시와 타치바나의 고함소리를 들으며 몸의 중심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        ☆        ☆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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