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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진심~four~

크크큭 2006.08.21 07:01 조회 수 : 434

항상 봐왔던 모습이었지만 오늘만큼은 더욱 가슴이 떨리고 불규칙한 움직임을 보였다. 어제 그 편지를 믿고싶지 않았지만 그녀를 보고 있으니까

"미안해, 히데키군..."

그 편지는 사실이다.

라는 믿기지도 않는 일을 1초에 수십번도 되뇌고 있었다.

"HR늦은거 아냐...? 빨리 가봐."

"으, 응... 미안해."

그녀는 내 시야에서 조금씩 모습을 줄여나갔다.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이 먼지와 함께 그녀의 얼굴을 잡아먹는 듯 했다. 뿌연 먼지 사이로 그녀의 외침이 들려왔다.

"수업끝나고 반에서 기다려!"

대수롭지 않게 흘려 듣고는 옷에 묻은 우유를 털어냈다. 머리에 쏟아버린 우유도 손으로 대충 닦아냈다.

"분명 반에서 기다리라고...."

반에서....?

기다리라고?

"그, 그럴수가..."

"뭐가 그럴수가냐 멍청아. 뭐해? HR시간인데 안 들어가?"

뒤에서 내 어깨를 치며 방긋 웃어보이는 녀석. 히로시는 늘 하던대로 나보다 5분정도 늦게 교문을 들어섰다. 하지만 그게 참 미스테리다. 내 등교시간이 항상 같은 시간에 울리는 학교 종소리처럼 일정하지도 않은데 이 녀석은 언제나 나보다 5분정도 늦는다. 내가 그날 당번이라 7시 반까지 등교를 하건, 늦잠을 자서 8시 10분에 집을 나서건 언제나 5분정도 늦는 히로시. 내가 아슬아슬하게 교문을 통과했던 날, 교문앞에서 학생주임에게 붙잡혀 오리걸음을 걸었던 때도 있었다.

"아..아무것도 아냐. 이제 들어가야지. 그나저나, 너 오늘도 나보다 5분정도 늦었지?"

"캬아~ 정확하네. 역시나 오늘도 너보다 5분 늦었다. 나도 참 궁금하단 말야. 너랑 나랑 쌍둥이도 아닐텐데 꼭 너는 나보다 5분정도 일찍 오더라."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쓰냐? 너 우리집에 몰카같은거라도 설치해놓는거냐? 내 일거수 일투족을 살펴보다가 집을 나설때즈음 해서 옷을 입고 준비를 하는거겠지. 내가 허겁지겁 나가는 모습을 보고 '호오, 벌써 등교시간인가.' 하며 여유있게 머그컵에다 커피포트의 모카커피를 따라먹는 네놈 모습이 눈에 선하다구."

"이 녀석, 꼴에 망상하나는 제대로잖아?"

말을 마치자마자 히로시는 내 뒤로 달려들어 팔로 목을 휘감았다.

"웃기는 소리하지 마세요. 그렇다면 내가 왜 네놈보다 5분늦어서 교문앞에서 지긋지긋한 똥통의 잔소리를 들어가며 쭈그려앉아 운동장을 돌아야 하는거냐!"

"쿠,쿨럭... 네놈 집에 시계가 없는..케엑..거..겠지....기, 기브업!!기브업이라고!"

단단히 감겨있는 히로시녀석의 팔을 손바닥으로 필사적으로 치자, 히로시는 그제서야 그녀석 특유의 음흉한 웃음소리를 내며 서서히 팔에서 힘을 뺐다.

죽다 살아난 기분이란 이런것일까? 정말로 생명의 끈을 놓을뻔 했다.

히로시는 헥헥거리는 내 어깨를 탁 쳤다.

"늦었다. 빨리 가자. 담임성격상 지금쯤 늦은 우리들과 또 다른 지각학우를 찾으려고 실장과 부실장을 있는대로 들들볶고 있을거야. 불쌍하잖아, 걔네들."

"후우우...그래. 늦었으니까 교실까지 타임어택 어때? 준비, 시작!"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흙먼지를 튀기며 땅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이 자식! 그건 반칙이잖아!"

등 뒤에서 히로시의 목소리가 작아지는게 느껴졌다.

"그런데, 너 노래방에서 항상 부르던 노래가 뭐였더라?"












☆        ☆        ☆


"나, 어느걸 선택해야할지 모르겠어."

"무엇을 선택하건 후회하는건 마찬가지야. 중요한건...."

"....얼마나 빨리 힘을내서 쓰러진 자신을 일으키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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