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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 그네 초승달 그네...(13)

오얏나무 2006.04.11 09:00 조회 수 : 487

노래가 시작되었다. 그녀의 진심을 가득 담은 노래가....



오늘도 울었나요,

두 눈가에 눈물자국.

그댈 만나려 별 빛

호수를 건너요.

닦아줄 수 없는 내 두손.

옅어진 한 숨으로 눈물은 말라가......



팔짱을 낀 채 나나세는 미호의 노래를 듣고 있었다. 잘 부를 수 있을까? 갑자기 야외무대를, 크기는 상관없으니 얼른 지어달라고 전화가 왔을땐 의아하기도 했었다. 늦게서야 걸려온 전화에 화가 나기도 했었고.....
하지만 그런것들도 저렇게 노래 부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다 사라져 버렸다.
걱정했었는데... 그것도 많이.
저 애는 자신의 걱정은 아무것도 아닌듯 저만치나 자라서 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쁜 녀석."

왠지 서운하여 삐질것 같았다.
그때, 누군가 나나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너, 우냐?"

타쿠미였다. 나나세의 눈가엔 언제 맺혔던지 그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눈물이 맺혀있었다. 황급히 눈가를 소매로 훔치며 나나세가 말했다.

"울긴 누가! 경찰한테 범인대신 잡히기나 하고! 멍청이!"

"그래도 돈많은 고용주가 손 써준 덕에 이렇게 무사히 나왔잖아. 고마워, 고용주나리."

타쿠미는 장난스럽게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을 보며 나나세는 좌우지간 고등학교 때랑 변한게 하나도 없어라고 생각했다.
어이없는 녀석, 타쿠미의 뻔뻔한 웃음에 피식 나나세도 웃고 말았다.
그러고보니 정말 오래간만에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타쿠미 녀석과 놀이동산에 함께 있었다.
그 언젠가처럼........

기억하고 있을까? 나나세는 고등학교 시절의 기억을 더듬었다.
장난스러웠던 녀석과 딱딱한 범생이었던 자신. 놀이 동산에서의 첫키스. 그리고 느닷없는 이별 통보......

"아, 생각하자니 화나네."

추억을 더듬다 문득 나나세가 말했고,

"너무 화내지마, 미용에 나쁘대잖아. 그냥 용서해주는 것은 어때?"

미소를 잃지 않으며 서글서글 타쿠미는 대꾸했다.

"누굴? 뭘 용서해! 절대 싫어!"

라고 단호히 말하는 나나세였지만 뒤돌아 서서는 뭐 조금 즘은 용서해줘도 괜찮을까하고 생각해 보기도 하는 그녀였다.



사랑해.. 사랑해..

쉴새없이.

달빛이 드리우는

그대 창 가에 슬픔은

그림자되어 흩어져......



거대한 폭풍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자신의 모소리도, 밴드의 악기 소리도.. 모두 저 아이가 집어삼키고 있다 그렇게 미호를 보며 슈지는 생각했다.무대가 지어지는 동안 딱 세번 맞춰본 '초승달 그네'란 제목의 노래. 솔직히 슈지는 무리라 생각했다. 단, 세번의 연습으로 어떻게 무대에 서겠다는 것인지.... 실수투성이 광대 같은 꼬라지가 될게 뻔했다.
하지만,

'이게 진짜 지나스인가.... 엄청나..'

그 아이는 자신의 목소리로 모든걸 ㅈ비어 삼키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끌어 올리고 있었다. 기타도, 드럼도 그녀의 목소리에 융합되어 억지로 한계치 이상까지 끌어 올려져 있었다. 실수할 여유따위 이쪽에는 눈꼽만큼도 없었다.
그 엄청나게 거대한 표용력이 바로 지나스였다.

'나쁘지는 않지만, 집어 삼켜져 버릴지도..'

조금있으면 듀엣인 슈지가 치고 나가야 할 파트. 슈지는 자칫 잘못하면 끌려가 버릴까봐, 자칫 자신의 실수로 무대를 망쳐 버릴까봐 시작해보기도 전에 지레 겁이 났다.
만에 하나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지잉
그때, 노래와는 어울리지 않는 기타 소리가 슈지의 귓가에 닿았다. 타나베가 반음 처리를 어색하게 한 것이었다. 그녀의 리드대로라면 타나베는 그런 실수를 할 녀석이 아닌데....
슈지는 의아해하며 뒤로 돌아 타나베를 보았다. 그리고 그 다음, 피식 웃어 버리고 말았다.

"알았어. 알았다고, 자식아."

고개를 돌렸을 때, 타나베는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슈지는 알 수 있었다, 타나베는 일부러 실수 했다는것을...
긴장풀라고, 네 목소리를 내라고, 녀석은 그렇게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등 뒤에는 든든한 아군이 있었다. 슈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음 한음에 ㅈ비중했다. 이제 잃을것은 아무것도없지 않은가.... 무서워 할것도 없지 않은가. 녀석과 함께라면 어찌되든..

클라이 막스로 넘어가는 관문이자 노래의 허리인 듀엣파트, 분위기를 이어주는 중요한 부분인 거기에서 슈지의 목소리는 방과 후의 도서실로 돌아가 있었다.



알고 있나요, 그댄 알고 있나요.

하루 종일 그대 기다리며

어두운 밤하늘에 맴돌았던 내 마음을....

알아요, 이젠 알아요.

더 이상 함께 해주지 못하는

부끄러운 나란걸.....

그래서 나도 울어요. 초승달 그네,

홀로 앉아 이 밤이 다가도록 그대 머리맡에

내 눈물을 떨궈요.

젖어오는  차가움에 그대 뒤돌아요,

내가 그대 볼 수 없게...

그대 사랑 느낄 수 없게.....



"이건 도대체.."

J.ROK빌딩의 꼭대기에 있는 사장의 집무실. 사장은 45인치 벽걸이 TV를 통해 지나스의 디즈니랜드 공연을 보고있었다.
공연 시작 당시만해도 텅비었던 관객석엔 어느새 무대를 빙 둘러싼 수만명의 관객들로 가득차 있었다. 관객석에 마련된 의자는 왠일인지 하나 밖에 없었기에 나머지 사람들은 줄 곧 선채였다. 그 관객들의 환호성이, 열정이 브라운관을 뚫고 나올 것만 같았다.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그리고 어찌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나스가 무대 위에 있었기 때문에 납치범으로 부터 그녀의 신변을 보호하기위해 투입 되었던 경찰들은 어느덧 보디가드가 되어 무대 앞에 열중 쉬어 자세로 버티고 서 열성팬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
분명 나나세의 작품일테지.....

"이래서 그 둘을 버릴 수가 없단 말이야."

J.ROK의 사장, 키쿠치는 쓴웃음을 지으며 인터폰의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그가 연결버튼을 한번 누르자 인터폰은 그의 비서실로 연결되었다.

"어, 와타나베 날세. 지금 당장 디즈니랜드 측과 연결시켜 주게. 그리고 각 신문사와 방송사마다 전화해서 J.ROK의 기자회견이 있을거라 전해. 기자 회견 내용은 지나스의 2집 홍보를 위한 도쿄 디즈니랜드에서의 깜짝 게릴라 콘서트. 어, 그래. 그렇게 해주겠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금 지나스와 함께 무대에 올라온 녀석들이 누구인지 알아봐주게."

달칵,
키쿠치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양손을 깍지끼더니 오래간만에 미호의 노래 속으로 빠져들었다.



사랑해.. 사랑해..

쉴새없이.

달빛이 드리우는

그대 창 가에 슬픔은

그림자되어 흩어져......

알고 있나요, 그댄 알고 있나요.

하루 종일 그대 기다리며

어두운 밤하늘에 맴돌았던 내 마음을....

알아요, 이젠 알아요.

더 이상 함께 해주지 못하는

부끄러운 나란걸.....

그래서 나도 울어요. 초승달 그네,

홀로 앉아 이 밤이 다가도록 그대 머리맡에

내 눈물을 떨궈요.

젖어오는  차가움에 그대 뒤돌아요,

내가 그대 볼 수 없게...

그대 사랑 느낄 수 없게.....



무대에 선 그녀를 보았을땐 소매치기를 당했을때 만큼이나 놀라웠었다.

"정말 하루에 몇번씩이나 놀라게 한다니까."

한 호흡을 고르더니 미호는 무대 위에서 눈을 감았었다. 반주가 흘러 나왔고, 종은도 눈을 감았다.
이윽고, 그녀가 노래를 시작하자 귓가에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따뜻하고 뭉클한 뭔가가 가슴 속에서 심장을 간지럽히는것 같았다. 그녀, 미호가 바로 옆에 있는 것만 같았다.

누군가 자신의 손을 잡았다. 아니, 잡는 것 처럼 느껴졌다. 낯익은 느낌.......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착각이리라. 어느새 몰려든 사람들 중 자신을 알아보고서 손을 잡을 사람이라고는 하나도 없을테니.
귓가에 들려오는 노래 소리에 실려 엷은 속삭임이 귀를 간지럽혔다.

[종은아,,,]

"진....아야?"

종은이 사랑했던 그녀의 목소리였다. 미호의 노래가 마술처럼 진아를 종은 앞에 데려다 준것일까?

'진아야.. 미안. 미안해, 나......'

[됐어, 바보야. 괜찮아, 아무 말 안해도 다 알아. 그 동안 많이 힘들었었지?]

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 예전 그대로 였다. 종은은 안타깝게 그녀를 불렀다.

'.....진아야.......'

[이제 그만 아파도돼. 충분히 아파했으니까 앞으로는 행복해야돼? 가끔 내가 보고 싶을땐 지금처럼 하늘을..........
그럼 내가 거기 있을 테니까.]

".............."

종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럴 수 있을까? 내가 너 없이 행복할 수 있을까?
진아, 그녀의 얼굴이 종은의 가슴깊은 곳에서 솟아 올랐다. 그녀가 떠나가버린 이후, 줄곧 그를 괴롭혀 왔었던 마음속 슬픈표정의 그녀. 이제는 슬픈 표정이 아니었다. 예전 그가 사랑했었던, 그렇게 찾고 싶었던 예쁜 미소로 종은을 지켜봐 주고 있었다.
이제야.....웃어주는구나.

종은은 간신히... 대답할 수 있었다.

'...응, 알았어. 잘가... 겨우 이렇게 늦게서야 널 보내내. 너무 오래 걸려서 미안.'

짧은 작별.
꼭 감은 종은의 두눈으로 눈물이 흘러 내렸다.

"고마워.."

종은은 누구에게 인지 알 수 없는 감사의 말을 혼잣말처럼 읊조렸다.
어느덧, 미호의 노래가 끝나가고 있었다.

마법같은 그녀의 노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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