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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 그네 초승달 그네..(6)

오얏나무 2006.04.07 15:54 조회 수 : 418

#11
나나세의 전화에 그는 곧장 사무실로 달려와 주었다.

"이야, 이거 예전 내 자취 방보다도 심한데."

그가 나나세의 사무실로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던진 한마디였다. 사무실 온갖 곳에 흩어져있는 서류들 속에서 소파로 추정되는 물체에게로 다가가 그는 서류들을 바닥으로 털어냈다. 그러자 서류더미 안에 묻혀있었던 검은색의 가죽소파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는 소파 위의 서류 두어개를 더 털어내고 나서 앉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 뒤, 소파에 엉덩이를 안착 시켰다. 그러자 그가 앉았는지 서있는지 눈길조차 주지 않고서 나나세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니 자취방 만큼은 아니지."

남자는 나나세의 말에 입을 비죽 내밀었다.

"우.. 대답하는 반응이 너무 느린데."

"바쁘니까."

이어지는 차가운 대답. 남자는 두손으로 깍지를 끼더니 뒷통수를 받치며 소파에 등을 기댔다. 그는 나나세의 차가운 태도에 익숙한 것 처럼 보였다.

"3년 만에 전화해서 불러놓고 하는 말이 고작 '바쁩니다'냐? 괜시리 기대하고 왔었네."

"응, 괜한 기대같은거 하지마. 오늘은 업무상 부른거니까."

여전히 나나세는 서류를 읽으며 말했다. 남자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그녀의 손이 무척이나 바빴다.
소파에 기대어 있던 남자는 돌아누우며 나나세가 있는 책상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래서 그 업무상의 용건은?"

"사람 하나를 찾아 주었으면 해서. 너 그쪽으로는 탁월하잖아. 덕분에 이렇게 사립탐정
까지 되었고 말야."

"어째 내 직업에대해  탐탁지 않은 듯한 말투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데 말야."

찌릿,
나나세는 남자를 무섭게 흘겨보았다. 소파위의 남자는 화들짝 놀라며 순식간에 정좌자세로 돌아왔다. 나나세는 그것을 확인하고 다시 서류쪽으로 눈을 옮겼다.

"딱히 탐탁지 않게 여기는것은 아냐. 어차피 이제 나랑은 상관 없으니까. 아무튼 받아들일거야 말거야, 의뢰는?"

"뭐, 나야 보수만 좋으면 얼마든지."

"보수? 얼마나 원하는데?"

나나세는 들고있던 서류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어.. 약간의 돈, 그리고 미인 의뢰주와의 데이트 정도면 충분하려나?"

찌릿.
다시금 사나워지는 나나세의 눈매. 사립탐정은 그 눈빛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 있
었다.

"아아! 농담이야, 농담. 여전히 딱딱하기는... 고등학교 동창 부탁인데 보수가 문제겠냐? 당연히 들어줘야지."

"그렇지?"

그제야 나나세는 눈빛을 풀어보였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

"그리고 사건에 대한 정보와 의뢰주의 정보는 밖으로 절대 새어나가지 않는거지? 안그
럼 불안해서 믿고 맡길 수 가 없어."

"아, 보안을 신경쓰는 것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사건에대한 어떤 얘기도, 그것에 관한 단 한마디 조차도 외부에 알려지는 없을거야. 그런건 업무적인 것에 앞서 탐정의 자존심 문제니까."

음, 하고 몇초간 생각하다 나나세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래. 그럼 믿고 맡길게. 의뢰는 아까도 말했듯이 누군가를 찾아주었으면해. 기왕이면 조용하고 신속하게."

구체적인 일 얘기로 들어가자 남자의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 예전 나나세가 그를 알던 시기의 능글맞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 그게 탐정으로서 이 남자의 모습이리라, 그렇게 나나세는 생각했다. 조금은 변해버린 듯한 그 모습에 어딘지 서운한 느낌이 드는 나나세였다.

"어이, 어이. 그렇게 대충 말하면 알 수 가 없다고. 찾으려는 사람의 이름, 나이, 성별,
외모, 가족관계, 학력, 마지막으로 만났던 날짜와 장소 정도는 알려줘야지."

사립탐정의 푸념에 나나세는 귀찮다는 듯 손바닥을 흔들었다.

"알았어.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곳은 지금 이 건물 꼭대기 층의 스위트룸. 없어진 날짜는 어제, 아니면 이틀 전 즘? 그리고 나머지는 말할 필요도 없어. 이름만 말하면 다 알테니까."

남자는 그게 무슨말이야?는 표정으로 나나세를 바라보았다.

"찾아주었으면 하는 사람이 바로 지나스거든. 지나스, 18세. 본명 나카시마 미호. 이제 됐지?"

"뭐?"

남자는 놀랐다. 자신이 찾아야할 사람이 일본 최고의 스타 지나스라니. 지나스가 행방불명 되었다니....

"신문 일면 감이군."

남자는 그렇게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진지한 눈빛으로 나나세에게 조용히 말했다.

"만약 내가 이 정보를 매스컴에 팔아넘긴다면?"

나나세는 정색하는 대신 싸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내가 아는 타쿠미는 돈에 목숨을 걸지는 않아."

"그건 그렇지."

사립탐정 타쿠미는 반즘은 그 미소에 질려, 그리고 나머지 반즘은 자신을 너무나도 잘아는 그녀에게 질려 그렇게 대답했다. 그리고는 소파 옆에 아무렇게나 굴러 다니는 티비 리모컨을 주워 들었다.
그가 버튼을 눌러 티비를 켜자 티베에 지나스의 얼굴이 나오고 있었다. 일주일전 촬영한 쇼프그램 분이었다.

"오오! 이것봐. 나나세. 지나스야. 어때? 빨리도 찾아냈지? 이렇게 간단한 것을. 역시
난 일본 제일의 탐정...."

그제야 나나세는 정색했다.

"맞어. 넌 돈 대신에 유치한 개그에 목숨을 거는 녀석이었지?"

"어..어이? 나나세?"

무서운 얼굴로 표정없이 다가오는 나나세. 타쿠미는 사무실에 들어온 후 두번째로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어떻게서는 나나세의 관심을 돌려야.....

"나,나나세? 자,자. 흥분하지 말고. 빨리 지나스 찾아야지. 한시가 아깝잖아. 자, 그래서 지나스는 어떻게 사라진거지? 납치?"

지나스의 얘기가 나오자 힘이 풀린듯 나나세는 타쿠미의 맞은편 소파에 털썩,주저 앉았다.

"아니. 납치는 아냐. 굳이 설명하자면 가출쪽이 가까우려나...."

나나세는 타쿠미에게 포스트잇 한장을 내밀었다. 갈기갈기 찢어진 종이조각들은 테이프로 붙여져 겨우 그 형체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것을 그는 받아 들었다.
흐음, 하고 읽어내려가다 타쿠미는 잠시후 입을 열었다.

"원인은 슬럼프에 의한 스트레스 과다 누적."

그렇게 혼잣말을 하다가 타쿠미는 나나세에게 물었다.

"이 종이 어디서 나왔어?"

"그 아이의 옷방. 옷과 모자를 모으는게 취미거든, 그 녀석. 주로 모자 쪽이기는 했지
만."

"모자 수집이 취미."

언제 들고 있었는지 수첩과 펜을 손에 쥐고서 타쿠미는 필요할 만한 정보들을 적고 있었다. 부지런히 펜을 놀리며 그가 당연한 일이라는 듯 그녀에게 한마디 툭, 던졌다.

"그 방에서 사라진 것들 체크 해뒀지, 나나세?"

하지만 그녀에게는 전혀 당연한 일이 아니었던 듯,

"응? 아니. 왜 그런걸?"

그렇게 대답했다. 그런 그녀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다 그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성큼성큼 탁자를 돌아 그녀에게로 다가가 그녀의 볼을 꼬집었다.

"아얏! 무슨 짓이야, 이게!"

거칠게 타쿠미의 손을 뿌리치는 그녀.

"어? 이 까칠한 반응으로봐선 분명 나나세가 맞는데..... 너 옛날에는 꽤 머리 좋지 않았냐?"

"무슨 얘길하고 싶은건데!"

나나세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그는 후..하고 한번 호흡을 고르더니 그녀에게,

"뭐, 그냥. 그방에서 사라진것들을 알 수 있으면 지금 즘 그애가 입고 있을 옷가지들을
추측할 수 있지 않을까해서."

"아..."

나나세는 작게나마 탄성을 지르다 정신을 차리고 숨을 삼켰다. 저런 녀석에게 감탄하다니 조심하자 나나세. 그녀는 스스로를 타일렀다. 그런 그녀의 속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타쿠미는 계속 자기 할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 애, 평소 용돈은 얼마나 받아? 지갑은 두둑한 편?"

툭 하고 아무렇게나 내던지는 듯한 그의 말. 하지만 나나세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 툭툭 대수롭지 않게 내뱉는 그의 말이 실은 정말로 중요한 내용이라는 것을...... 타쿠미는 그렇게 말하는 녀석이라는 것을.
그래서 나나세는 남의 지갑사정이 뭐가 그리 궁금하나고 쏘아붙이려다 생각을 바꿔 순순히 물음에 답 해주었다.

"아니, 돈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거야.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으니까. 필요한 것이나
사고 싶은게 있으면 내가 다 사주거든. 평소에는 내 카드로 다 계산하니까. 그 아이, 아마 화폐란 개념을 잊어버렸을지도 몰라."

나나세는 그렇게 말하며 속으로, 분명 잊어버렸을거야, 아무렴. 하고 중얼거렸다. 현금인출기를 무슨 장난감으로 알고 그녀의 카드에서 100만엔을 한꺼번에 뽑아내던 미호가 아니었던가......

"그래. 돈도 없다는 말이지....."

끄적끄적 다시 수첩에 뭔가를 적으며 그가 물었다.

"그럼 계기는?"

"뭐?"

나나세는 질문의 요지를 요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자 그가 다시 길게 늘여 물었다.

"그러니까 가출의 계기는 뭐냐구요. 단지 스트레스만으로는 이런 돌출 행동을 하지 않아, 사람이라는 동물은. 쌓인 스트레스가 폭발하는 계기가 있었으니까 돌출행동이 나타나는 거라구."

아,아주 잘나셨군요 속으로 비꼬으며 나나세는 대답했다.

"계기라.... 계기라하면 결국 그거겠지?"

나나세는 2집 녹음 기간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그에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6시간을 넘겼던 고된 작업. 그런데도 작업의 진행은 느리기만 했으며 그 때문에 자신이 지나스에게 했었던 폭언들. 지나스가 결국 울었던 이야기, 등..
타쿠미는 필요한것은 메모를 하기도 하고 나나세의 푸념이다 싶은 대목에선 바닥에 떨어진 서류로 종이 비행기를 접는 둥 딴짓거리를 하기도 하며 꽤 긴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사무실 바닥에서 나뒹굴던 서류들로 네번째 종이 비행기를 완성한 순간 나나세는 이야기를 끝맺고 있었다.

"......거야, 알겠어?"

"어, 대충은. 그래. 좋은 정보 고마워. 중간에 불필요한 니얘기가 빠졌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자, 이제 지도 하나 갖다 줄래? 도쿄 시내 지도 정도의 대축적으로."

여튼 저 녀석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위로라는 것을 모른다.
지금처럼 힘들때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건내준다면 옛날의 잘못 같은거 용서해줄 수 도 있었는데......

나카시마 미호를 찾는 것과 약간은 동떨어진 생각을 하며 나나세는 캐비넷 위를 더듬었다. 퀘퀘 묶은 먼지들이 쏟아져 내려 그녀의 머리칼에 하얗게 내려 앉았다. 거기에 오래전 방치해 두었던 지도가 분명 있을 터였다. 지나스의 1집 활동기간에 도쿄 콘서트를 어디서 할 것인가 하는, 공연장 물색을 위해서 그녀가 사두었던 것이었으니까.

바스락.
역시 있다.
손에 걸리는 종이의 감촉. 나나세는 그것을 가지고 소파 앞 손님 접대용 탁자에 펼쳤다. 원래, 커피 같은것을 올리려 구비해 둔 탁자였지만 이 남자라면 커피 따위 필요없었다. 나이 답지 않게 코코아를 선호하는 그라 커피는 줘봤자 마시지도 안을테고 어차피 사무실에 코코아는 없지 않은가...... 차라리 이렇게 지도를 올려두는 목적으로 사용되는게 탁자에게도 더 나을거다.
그래도.......

"사둘걸 그랬나?"

"혼자 뭘그리 중얼대?"

타쿠미가 혼잣말하는 미호를 다그쳤다. 그제야 미호는 공상에서 현실로 돌아왔다. 지금은 무엇보다 지나스가 우선이었다. 코코아보다도.

"아니, 아무것도. 그런데 지도는 왜?"

그는 아무말 없이 지도를 바라보다 한 곳을 쿡 찔렀다.

"찾았다. J.ROK빌딩."

타쿠미가 가리킨 곳은 바로 둘이 함께 있는 그 건물이었다.

"너, 고작 여기 위치 확인하려고..."

그으으윽
나나세의 말을 무시한채 그는 들고있던 볼펜으로 지도 위에 동그라미를 그리기 시작했다. 뭔가 테두리 쪽이 많이 찌그러져 있기는 했지만 분명 지도 상의 J.ROK빌딩을 중심으로하는 원이었다.나나세는 그가 하는 양을 가만히 두고보다 원이 완성되고 나서 물었다.

"뭐야, 이 동그라미?

"이 동그라미 안에 지나스가 있어."

"정말?"

"아마도."

"어떻게?"

어떻게 확신해 라는 그녀의 의문에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못본사이 머리가 많이 나빠졌구나, 나나세는."

그는 쯔쯧하고 입맛을 다시더니 설명하기 시작했다.

"잘봐봐. 첫째, 지나스는 도쿄 사람이 아니야. 걔 훗카이도 출신이지? 당연히 도쿄에 아는 친지나 친구들이라고는 없어. 신세질 만한, 몸을 숨길만한 곳이 없다는 소리지.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어. 그랬다간 도움은 고사하고 자신을 알아보는 팬들의 무지막지한 공세에 시달리다 그 소동으로 출동한 인근 경찰에게 붙잡혀 다시 돌아오게 될테니까. 그렇다면 그 아이는 도쿄의 어딘가를 목적으로 나갔다기 보다는 그저 떠돌고있을게 틀림없어. 단단히 위장을 하고서 말이지.
둘째, 그 애는 돈이 없어. 돈을 빌릴 수도 없고, 일을 해서 벌어 들일 수도 없어. 자신은 일본 최고의 아이돌이니까. 누구나 그녀 자신을 알아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니까. 돈이 없으면 지하철을 탈수도 버스를 탈 수도 없어. 그리고 도망치는 그녀에게 그런 대중교통은 위험해. 이동하는 시간동안 사람들과 죽 같이 있어야되고, 여차해서 들켰을때 달아나기도 쉽지 않아. 대중교통은."

"반드시 정류장에서 멈추니까."

타쿠미의 말을 나나세가 이어받아 말했다.

"그렇지, 그래서 그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눈에 띄지 않는 이동수단이 바로."

"바로?"

바로 라고 묻는 나나세의 눈이 동그랗게 모아졌다. 그 눈동자에 탐정 타쿠미의 진지한 모습이 담겨져 있었다.

"발이야."

그렇게 탐정 타쿠미는 결론 내렸다.

"그리고 그 발로 36시간 정도에 걸쳐 쉬지 않고 이동했다고 가정했을 때의 이동 범위가 바로 이 동그라미지."

말을 마치며 그는 지도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의 손가락을 따라 지도를 바라보는 나나세의 머릿속에 동그라미 안 됴쿄의 정경이 그려지는 듯 했다.
그 정경을 따라 거대한 빌딩의 숲을 머릿속에서 조망하고 있는 나나세에게 순간 동그라미 안 어느 한곳이 크게 확대되었다.

'그래.. 어쩌면.....'

근거는 없지만 나나세는 왠지 지나스가 거기 있을것 같다고 강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직감적으로 그 느낌은 확신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애가 언젠가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말했던 곳,
바쁜 스케줄 와중 장난 삼아 데려가 달라고 칭얼 대던곳,
어릴적 그 애와 아빠의 추억이 담겨 있는 그 곳.

그곳은...

바로 '됴쿄 디즈니 랜드'였다.

그 애가 가고 있을 곳 어쩌면 이미 도착해 있을 곳은 알아내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그 애의 인상착의.

"그럼 다음은 청소인가.."

"응? 뭐라고?"

나나세는 사무실 안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들을 내팽겨쳐 버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곧장 타쿠미의 손을 붙잡고 지나스의 옷방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야, 갑자기 왜?"

"청소를 해야해, 타쿠미. 청소를!"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늘어놓으며 나나세는 꾹 쥐여진 타쿠미의 손을 놔줄 생각조차 하지 않은채 힘차게 달려나갔다.

그리고 그로부터 네시간 동안,
그 방 안에 발디딜 틈 없이 어질러져있던 모든 모자와 옷가지들을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정리해버리고 나서 나나세는 힘겹게 입을 떼었다.

"....퍼,펑키 스타일의 파란 진 모자에 얇은 봄 청코트...... 그게.. 어,없어진거..."

얼굴이 하얗게 떠버린 그녀. 그 방 청소에 모든것을 불태운듯해 보였다.

"어... 아, 알았어. 근데 도대체 얼마나 이런걸 해왔길래.."

나나세는 이미 파김치가 되어 말하기도 귀찮았던지 손가락 세개를 타쿠미 앞에 펼쳐 보였다.

"석달?"

절래 절래, 고개를 흔드는 나나세.

"그,그럼... 설마 3년?"

끄덕이는 그녀의 턱을 바라보며 타쿠미 자신도 뭔가 수긍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3년간 청소만 하다보면 학생회장 나나세도 머리가 굳어버릴 수 있는 거였어.'

나나세와 청소의 상관관계에 대한 방정식이 그의 머릿속에서 정립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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