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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m Clavolt  - 고전적인 반란  -     Project. 잊혀진 자들
        외전    천로역정~☆ - Ave, Spirit of the Departed! -
                                              
                                                   - 도깨비 반장님 Jinsan -
                                                            아침 : 교실




평소보다 일찍, 학교로 향한다.
풍월에게는 말 조차 하지 않고 나오기는 처음이었다.

진산이라면, 오늘도 일찌감치 교실에 와 있겠지.
확인한 적은 없지만, 진산의 성격이라면 누구보다 빨리 학교에 와 있을 것 같았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았다.
현실감이 넘치는, 아니, 진짜라고 믿을 수 밖에 없을 것 같았던 꿈 속의 모습.
꿈 이라기 보다는. 내 머릿속에 남아있던 기억이라는 느낌까지 들게 하는...

"...."

예상대로, 진산은 이미 학교에 나와있었다.
말 없이 내 쪽을 바라보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하고는 다시 자신이 하던 일에 몰두한다.

"... 일찍 왔네."

최대한, 태연을 가장하여 말을 건다.
동시에 진산의 눈치를 살피며 곁으로 다가갔다.

"... 너도."

간단히 대꾸하는 진산.
여전히 고개 조차 돌리지 않은 채, 손으로 만지는 상당히 복잡해보이는 기계 장치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답한다.

그 모습을 보며,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것 처럼 말을 걸었다.

"... 묻고 싶은게 있어서."

"... 나한테?"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올리는 진산
조금은 귀찮아 하는 듯한 표정을 보며,
잘 열리지 않는 입을 억지로 열었다.

".... 기계신에 대해 듣고 싶어."

"잊어."

힘겹게 묻는다.
하지만 진산은 고려할 가치도 없다는 듯 그대로 말을 잘라버린다.

".... 야."

"잊어. 어디서 들은 것인지는 몰라도."

냉랭한 태도로 말을 잘라버리는 진산의 모습에 입술을 깨문다.
하지만 그 뿐.
이미 내게서 시선을 돌린 진산의 모습에선 어떤 말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 것에 비해... 몸이 가볍게 떨리고 있다는 것은 금방 눈에 들어왔지만.

".... 알았어. 그럼 다른 것을 물을께."

괴로워하던 진산의 모습이 떠오른다.
울부짖던 그 얼굴에서, 과연 난 무엇을 보았던가...

"... 사풍에 대해... 알아?"

"대체 뭐가 묻고 싶은거야!"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진산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날 쏘아보는 진산의 모습에 가볍게 한숨을 쉬며 답했다.

"전부."

"시끄러워!"

평소의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화를 내며 날 노려보는 그 모습은, 꿈 속에서 울부짖던 그 진산의 느낌 그대로였다.
기계만을 만지던, 그런 모습이 아닌... 살아있는....

"..... 말해 줄 수 있어?"

누군가 이런 진산의 모습을 본다면, 믿질 않겠지.
그 얌전하고 말이 없던 진산이 단 한 마디의 말에 이렇게까지 변한다는 것이..

"대체, 무슨 일이 있던거야?"

주먹을 쥔 채 날 노려보는 진산의 모습.
안경 너머로 떨리는 그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 무거운 입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

한 동안 날 노려보던 진산은 고개를 돌리며 팔을 떨궜다.
조금 전에 보이던 날카로운 모습은 어느샌가 사라져 있었다.

".... 잊어버려."

"... 야!"

하지만 되돌아오는 답은 변함이 없었다.
자신도 모르게 날카롭게 답해보지만 진산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내게로 시선을 돌린다.
안경을 고쳐쓰며, 낮은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누구에게 들었는지 묻지는 않겠어. 하지만 잊어버려. 알아서 좋을 것 하나 없어."

더 이상의 반론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말투.

"하나만 물어보자. 네가 처음 이 곳에 왔을 때, 기억해? 그 거대 로봇?"

"그건...."

기억하고 있었다.
밟혀 죽을 뻔 했던, 그 강렬한 기억은 아마 이 학원 첫날의 추억으로 오랫동안 남겠지.

"그 미쳐 날뛰던 로봇 <b>역시</b> 내가 만든거야."

씁쓸한 말투.
그 말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길게 생각해 보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기계에 미쳐버린 도깨비.
그 결과가 사람에게 해를 끼쳐도, 소중한 사람을 쓰러뜨리게 되어도...
절대로 멈추지 않는 도깨비..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고 있으면서도,
소중한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힌 기억에 대한 괴로움보다
앞으로도 누군가를 상처입히게 될 자신을 알면서도 절대로 멈출 수 없는 욕심에 대한 괴로움.

"... 할 말 없지? 더 이상?"

진산은 쓰게 웃으며 말했다.
그와 동시에 다시 자리에 앉으며 조금 전까지 만지고 있던 그 기계 쪽으로 다시 시선을 돌린다.

"그렇지만..."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말을 걸어본다.
이번엔 조금 전과 반대로 내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아직도 모르겠어?"

그런 내 모습을 힐끔 본 진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입꼬리가 말려 올라간다.
하지만 절대 즐거워 하는 표정이 아니다.
지금 막 이 곳에 와서 저 모습을 보는 사람이라도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눈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입가에 한껏 비웃음을 머금은 채로 내게 쏘아붙이듯이 말한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보면 단순한 비웃음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고통스러워 보이기도, 후회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복잡한 미소.
그 안에 담긴 감정이 과연 무엇일까?
아마도 내가 아는 것보다도 훨씬 복잡한 감정일 것이다.

"좋아. 그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서 이야기 해 줄께."

콧방귀를 뀌더니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을 잇는다.
그 목소리에는 지금처럼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변화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 얼굴에는 조금 전처럼 비웃는 듯 보이는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네 룸메이트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자 단 하나뿐인 가족."

마치 책에 있는 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무덤덤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일그러질대로 일그러진 얼굴.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저 것은 단순한 비웃음이 아니다.
고통? 후회?
그 것들 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역시 저 모습은,

"내가 그를 죽였어."

그 어긋나 있는 한 사람의 모습은 지독하게도 슬퍼보였다.
그렇기에,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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