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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m Clavolt  - 고전적인 반란  -     Project. 잊혀진 자들
        외전    천로역정~☆ - Ave, Spirit of the Departed! -
                                              
                                                   - 도깨비 반장님 Jinsan -
                                                             오전 : 교실



진산에게 말을 전해들은 아비시니언 선생님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 쪽을 바라보았다. 독심술 같은 것은 할 줄 모르지만 하고 싶은 말은 대충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뭐 저런 녀석이 다 있나?'

"별 수 없군. 일단 들어가서 공부하고 있어라. 지흑이 나와서 강신술에 대해 이야기 좀 하고 있도록."

한참을 고민하던 선생님은 결국 결론을 내린 것인지 내게 자리로 돌아갈 것을 지시했다. 그리고 자신의 지시에 따라 교단 쪽으로 말 없이 걸어오는 지흑을 한 번 힐끔 보더니 휴대전화를 꺼내며 교실 밖으로 나가버린다.

지흑이 책을 잠시 펼쳤다가 탁! 하고 닫는 모습이 보인다. 이야기를 듣자하니 지흑은 강신술 계열이라면 거의 마고와 비등하거나 그 이상이라고 할 정도로 뛰어나다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지흑이 하는 이야기에 집중할 만한 정신은 내게 남아있지 않았다. 그 듣기 힘든 지흑의 말이 계속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술적인 능력이 아예 없을 경우입니다.'


진산의 한 마디, 그 말이 계속 귓가에서 맴돌고 있었다.

납득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분명 이전에 주술을 사용했었다. 시간과 확장의 능력이라고 했던가? 틀림없이 꿈은 아니었다.

주술을 사용하는 것이 무슨 단발식 로켓 런쳐도 아니고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지... 적어도 선생님의 태도로 볼 때, 이런 일을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분명히 아니었다. 그럼 왜...

"야, 어떻게 된거야?"

"당연히 내가 알 리가 없잖아."

옆에서 날 쿡쿡 찌르며 묻는 풍월에게 간단히 답한 뒤 고개를 감싸쥐었다. 이거 이렇게 짧은 학교 생활이 끝나는 것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기 시작한다. 이 곳은 분명히 [능력]이 있어야만 올 수 있는 곳이고, 그 것을 배우기 위해 다니는 곳이니까.

생각이 바뀐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다. 하지만, 무언가 시작을 해 보기도 전에 이렇게 끝나 버리는 것일까? 이상할 정도로 불안한 생각만 자꾸 떠오르고, 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었다.

"제길..."

다시 한 번 깊은 한 숨을 내쉬며 머리를 부여잡는다. 손으로 머리카락을 있는대로 헤집어 보지만 그렇다고 해서 뾰족한 생각이 날 리가 없었다.

- 드르륵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 사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선생님이겠지. 하지만 고개를 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보나마나 이 쪽을 보고 있겠지만 그렇다고 무언가 특별한 말을 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최소한 이 학교의 선생님이라면 지금 내 기분이 어떤지 정도는 대충이라도 알고 있을테니까.

"어째서...?"

한숨을 쉬며 턱에 손을 괴고 멍하니 앞 사람의 등을 바라보고 있는데 풍월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교실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높아진다. 하지만 그 것도 잠시, 곧 그 웅성이는 소리가 딱 멈추어 버린다. 누가 입을 연 것도 아닌데.

... 뭐지?

고개를 든다. 눈 앞에 다가와 있는 한 사람의 모습. 이 곳에 있을 만한 사람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이어진 생각은 조금 전에 있던 교실의 드라마틱한 변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럴만한 생각도 이어 떠오르기 시작했다.

검게 물든 벽이 서 있었다. 그 크기는 분명히 굉장히 작았지만 위압감은 어떤 거인보다도 커다랗다. 말 그대로 넘을 수 없는 벽을 마주한 느낌.

어깨 위에서 흔들리는 짧은 머리카락. 칠흑빛의 머리칼을 대부분 덮고 있는 커다란 챙이 달린 뾰족 모자위의 해골이 이 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교칙 따위는 신경 쓸 필요도 없다는 듯이 검은색의 코트를 교복 위에 걸쳐 입고, 주머니 속에 손을 찔러 넣은 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이 쪽을 내려다 보고 있는 사람.

"문제 있다고 한 놈이 너였냐?"

그 주인공은 다름아닌 마고씨였다.

내 앞에 서 있는 마고씨의 모습을 보자 왠지 모르게 뒷걸음질 치고 싶어졌다. 의자에 앉아있는 지금 그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었지만 그 정도로 마고씨는 전신에서 불길한 느낌을 줄기줄기 뿜어내며 내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흐음...."

마고씨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내 얼굴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다.

"어? 자, 잠깐만요."

"가만히 있어."

무언가 말을 해 보려 하지만 마고씨는 단번에 내 말을 잘라버린다. 그리고 들어올린 오른손을 가만히 내 뺨에 대고는 눈을 감았다.

부드러운 손이 내 볼을 따라 움직인다. 평소 보아왔던 마고씨의 이미지와는 정 반대로, 단지 닿아있다는 것 만으로도 가슴을 뛰게 만드는 어린 소녀의 피부. 그리고 그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온기. 그 것은 그 차갑던 마고씨의 느낌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이었다.

마고씨의 집게 손가락이 내 입술에 닿는다. 눈을 감은 채 마고씨는 내 턱선을 따라 손을 움직였고, 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그 손길에 정신을 빼앗겨 있을 뿐이었다.

목을 따라 내려오고, 쇄골을 스쳐 지나가며 내 가슴쪽으로 다가간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교실 안에서 마고씨는 그렇게 내 몸을 천천히 더듬어가고 있었다.

"...."

가슴 부분의 상의에 손이 걸리고 나서야 마고씨는 내 몸에서 손을 떼었다. 그 손이 떨어지는 순간 왠지 모를 아쉬움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교실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이 쪽으로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어렵잖게 느낄 수 있었지만 그런 것 정도는 쉽게 무시해 버릴 수 있을 정도로 마고씨는 매혹적인 느낌이었다.

"재미있군. 네 능력이 본래 뭐였다고?"

눈을 뜬 마고씨가 팔짱을 끼며 물었다.

"시간하고 확장, 그리고... 다른 7가지는 잘 모르겠는데요."

그에 대답하며 말꼬리를 흐렸다. 실제로 저 것 이외에는 나도 내 능력을 아직 제대로 모르고 있었으니까. 내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교실에서 웅성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지만 마고씨는 한 번 주변을 둘러보는 것 만으로 그 소란을 잠재운 뒤에 말을 이었다.

"그런가? 하나 더 묻겠다. 이전에 사용했다고 하는 능력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었지? 그 때의 상황과 발현된 능력의 형태에 대해 기억 나는 대로 말해봐."

마고씨의 물음에 잠시 이전에 있던 일을 떠올려본다. 그러니까... 그 때 분명히...

"차에 치일 뻔한 사람을 구했는데... 그러니까 이 사슬이 늘어나서 차를 묶어버렸어요."

손을 들어 손목에 달린 사슬을 짤랑거리며 답한다. 마고씨는 잠시 내 손목 쪽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답했다.

"확장이로군. 그렇다면 시간은?"

"글쎄요. 전 그저 가희씨가 그렇게 말해줘서..."

자신도 모르게 꺼낸 말. 그 말을 꺼낸 것이 실수였을까? 순간 마고씨의 눈이 빛나는 것 같았다. 그 강렬한 눈빛에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드는 순간 마고씨는 턱에 손을 대고는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그렇군. 사용할 수 있는 능력과 사용한 능력이 맞지 않아서 생긱 부작용인가? [본 것]은 그 것인데, 정작 몸에 담겨 있는 것은 다른 힘이고. 그렇다면..."

무엇인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중얼거리는 마고씨. 하지만 궁금해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답을 줄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날 수록 고조되는 분위기. 하지만 교실 안은 여전히 조용했다. 그 안에서 마고씨는 무언가를 계속 중얼거리며 생각에 잠겨 있을 뿐이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마고씨는 결국 결론에 도달한 것인지 다시 내 눈을 바라보았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묻자."

"... 뭡니까?"

눈을 가늘게 뜨며 이 쪽을 노려보는 마고씨. 그 작고 붉은 입술이 가볍게 열린다.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을 기다리며 침을 삼켰다.

"가희랑 잤냐?"

"네?!"

가볍게 툭 던진 한 마디. 하지만 그 짧은 말에 담긴 무게는 전혀 가볍지 않았다. 아니, 무엇보다 그건....

"이해가 안 가냐? 가희랑 같이 침대에서 뒹굴었냐고 묻고 있는거다."

"무, 무슨 소리입니까?!"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소리를 질렀다. 당황하며 주위를 살피자 너도나도 쑥덕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아니, 그러니까 이건 그런 것이 아니라니...

"아닌가?"

"그, 그럴리가 없지 않습니까!"

세차게 고개를 흔들며 부정한다. 쿵쾅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를 써 보지만 가슴은 쉽사리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럼 예상이 틀린건가..."

내 말에 마고씨는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나와는 달리 얼굴에는 어떠한 표정의 변화도 느껴지지 않는다.

"뭐, 뭔가 집히는 곳이라도 있는 겁니까?"

그 표정을 보며 조심스레 묻는다. 실제로 마고씨의 표정은 장난을 치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나와 가희씨의 일에 대해 묻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있지. 한 성질 더러운 음흉한 늙은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니까."

그렇게 말하며 쓰게 웃는다.

"하지만 아니라니 할 수 없군. 그럼 이게 어떻게 된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외에는 해답이 없는데 말이지."

마고씨는 다시 턱에 손을 괸 채로 생각에 잠겼다. 간간히 인상을 찌푸리는 것이 문제가 잘 풀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손을 꼽아가며 몇 가지의 수를 세어보는가 싶더니 눈을 굴리며 다시 무언가를 생각해본다.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아비시니언 선생님은 의외라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놀라운데? 마고가 모르는 주술의 문제라니."

"시끄럽군."

마고씨는 선생님의 말을 잘라버리며 가볍게 손을 들어 귀를 파는 시늉을 해 보였다. 완전히 선생님을 무시하는 태도. 하지만 선생님이 인상을 찌푸리건 말건 마고씨는 내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실험을 해 보는 것이 좋겠지?"

"실험?"

"그래. 어디.... 바람돌이. 좀 도와 줄텐가?"

마고씨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풍월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풍월은 마고씨의 눈빛에 잠시 인상을 찌푸렸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풍월은 마고씨의 손짓에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 이 쪽으로 다가오며 물었다.

"뭘 하면 되는데?"

"별 것 아냐. 이 옆에 의자를 가져와서 앉아봐."

왠지 불안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마고씨는 천천히 내 뒤쪽으로 걸어왔다. 그에 나도 모르게 몸을 돌리려 했지만 마고씨는 내 어깨를 지긋이 누르며 움직이지 못하게 막았다.

"너도 남자 보다는 여자가 낫겠지? 흰둥이나 검둥이한테 부탁해볼까 했는데 생각을 바꿨다."

쿡쿡 거리며 소리 죽여 웃는다. 풍월은 그 말을 듣더니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어이, 그러면 반대로 된 것 아냐? 왜 쌍둥이가 아니고 나야?"

"내가 남 잘되는 꼴을 볼 것 같아?"

풍월의 물음에 마고씨는 당연하다는 투로 당당하게 답한다. 풍월은 '그럼 그렇지.'라고 투덜거리며 내 옆에 의자를 가져와서 앉았다.

"뭘 하면 되는데?"

"별 것 아냐. 금방 끝나니까 편하게 앉아."

그렇게 말하며 마고씨는 한 손을 내 어깨에, 또 다른 손을 풍월의 어깨에 얹었다.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풍월은 마고씨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계속 궁시렁거리고 있었다. 나 역시 영문을 알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마고씨는 '후~' 하고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말했다.

"입 다물고, 어깨에서 힘 빼라. 시작할 테니까."

투덜거리는 풍월의 입을 그렇게 막아버린다. 힘이 들어가 뻣뻣하게 굳어있는 내 어깨를 몇 번 두드려서 힘을 빼게 만든다. 마고씨가 하는 행동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지만 정작 그 장본인은 설명을 해 줄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

"자아, 그럼."

마고씨가 작은 목소리로 준비가 끝났음을 알리며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곧 다가올 알 수 없는 무언가를 기다리며 조심스레 침을 삼키는 순간.

마고씨는 그대로 내 뒷머리를 잡고 강제로 머리를 옆으로 돌려버렸다.

"?!"

당황하는 풍월과 눈이 마주친다. 그리고, 무어라고 말을 거내기도 전에 마고씨는 그대로 나와 풍월의 얼굴을 서로에게 들이대어 버렸다.

"읍!"

숨을 삼킨다. 무언가 말을 해 보려고도, 풍월에게서 떨어지려고도 해 봤지만 있는 힘을 다해 나와 풍월의 머리를 세게 누르고 있는 마고씨의 힘에 저항할 수가 없었다.

눈 앞이 새하얗게 물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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