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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m Clavolt  - 고전적인 반란  -     Project. 잊혀진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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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 늑대 Chanrang -
                                                          이틀째 점심 : 식당





밥을 먹으려다 문득 조금 전에 있던 지흑과의 대화가 다시 기억났다. 말을 거는 것 부터가 조심스러웠던 질문. 그에 되돌아 온 것은 차가운 한마디. 그리고 여전히 남아있는 의문점.

"왜? 무슨 일 있어?"

그런 내 태도가 이상했던 것인지, 풍월이 밥을 먹다가 수저를 멈춘 뒤 물었다.

"아니, 별 것 아냐."

그에 적당히 답한 뒤 다시 밥그릇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곧 머리를 들어올렸다. 어쩌면 풍월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예전에 수업을 받았었고, 이번에 수업을 빼먹었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수업 내용에 대해 자신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수저를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풍월. 하나 물어볼 것이 있는데."

"얼마든지."

고개를 끄덕이며 간단히 답한다. 다시 밥을 먹는 것에 열중하고 있는 풍월의 모습을 보며 수업이 끝난 직후에 지흑에게 물었던 것과 똑같은 것을 물어보았다.

"푸른 늑대에 대해서 알고 싶은데."

"..."

내 물음에 풍월은 별다른 말 없이 계속 먹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분명히 풍월의 몸이 살짝 굳었던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 것은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틀림없이 보였었다.

"... 뭔가 민감한 문제인가보네?"

그 모습에 머리를 긁으며 혼잣말 하듯이 말을 던진다. 풍월은 잠시 행동을 멈추었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수저를 내려놓으며 답했다.

"보인거야?"

"아무래도. 빤히 보고 있었으니까."

내 답에 풍월은 쓰게 웃음지었다. 그리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더니 테이블에 기댄 채 몸을 앞으로 내밀며 물었다.

"그래, 대체 뭐가 궁금한건데? 아마도 오늘 수업 시간에 왠만큼 배웠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풍월의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늑대족. 은늑대와 검은늑대로 나뉘는 디퍼런티언의 한 부류로 푸른 늑대라는 '최초의 영웅'의 후예라고 알려진 종족.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꺼려 극소수를 제외한다면 눈에 잘 띄지 않는 희귀한 종족. 그 것이 오늘 수업시간에 배웠던 내용이었다.

하지만,

'희귀하긴, 아예 없다가 맞겠지.'

그 순간 환청처럼 들려온 지흑의 목소리. 정신을 차리고 지흑의 모습을 보았지만 역시나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지흑 역시 묵묵히 수업에 열중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니, 그러니까 정확히는 푸른 늑대가 아니라 은늑대와 검은늑대에 대해 묻고 싶은건데."

가볍게 코를 긁으며 묻는다. 그 말에 풍월은 눈살을 찌푸리며 답했다.

"그건 내가 아니라 쌍둥이한테 물어봐야지."

그 것도 모르냐는 투로 답한다. 하지만 풍월은 곧 표정을 바꾸더니 말을 바꾸었다.

"하긴, 생각해보면 쌍둥이 한테 묻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 일려나?"

그렇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가볍게 끄덕인다. 그와 동시에 내게 혹시라도 그런 것에 대해 묻는 실수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까지 곁들여서.

... 아니, 사실은 이미 물어봤거든요.

풍월의 진심어린 충고에 말 없이 그 얼굴을 바라본다. 그 속에 담긴 뜻을 이해한 것인지 풍월은 한숨을 쉬더니 말을 이었다.

"살아 있는 것이 용하다. 그래, 뭐라고 하는데?"

풍월은 골치가 아프다는 표정을 지으며 양 관자놀이를 지긋이 눌렀다. 그 모습에 쓴 웃음만을 지으며 가만히 조금 전의 대화를 다시 떠올려본다.



'전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데?'

'응? 그, 그거야...'

'믿지마. 그거야 말로 진짜 개소리니까.'



지흑의 입가에 실려 있던 명백한 비웃음. 그 엉망진창인 얼굴에서 볼 수 있던 것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 뿐이었다.

  "그런가..."

내 말에 풍월은 시선을 돌린 채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안되겠다. 그건 못 알려주겠어."

"역시 뭔가 알고는 있구나."

풍월은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말 못할 사정이 있는거야?"

내 말에 풍월은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정말 힘겨운 듯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 하나만 알려주자면 푸른 늑대와 늑대족, 그 것이 쌍둥이들의 트라우마가 된 원인이라는 것까지만 알려줄께. 하지만 더 이상은 묻지 말고 신경도 쓰지마."

그렇게 말하며 풍월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이 입을 다물었다. 다시 한 번 수저를 들기는 했지만 이미 식욕이 없어졌는지 그대로 수저를 쟁반 위에 내려놓을 뿐이었다.

굳어있는 표정. 그 표정에서 아직 이야기 하지 못한 것들이 많지만 이야기 할 수 없는 내용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저, 그럼..."

"그만 하라고 했잖아."

말을 이어볼까 했지만 풍월은 단번에 그 말을 잘라버린다. 그리고는 한숨을 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이 오지랖 넓은 아저씨야. 나도 알면서 가만히 있잖아. 그럴만한 이유가 다 있는 거라니까. 그러니까 더 이상은 이야기 하지마."

"그..."

"하나만 더 말해줄까?"

말할 틈도 주지 않고 풍월은 입가에 미소를 띄운 채 말했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내게 몸을 기울이며 풍월은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내가 그 둘에 대해 어떤 식으로 이야기 했는지 기억 안나?"

"그야... 이야기조차 안 꺼낸 것 같은데?"

풍월의 물음에 잠시 생각한 뒤 답변해본다. 풍월은 내 답에 만족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내가 평소에 다른 사람들, 아니, 다른 '여자들'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 이야기 했는지에 대해서는?"

"... 뭐, 매일같이 그... 그러니까... 저속한 농담이나.... 어라?"

풍월이 그렇게까지 이야기를 꺼낸 뒤에야 겨우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풍월이 지금까지 그런식으로 이야기 하지 않은 사람들은 딱 세 사람. 태려와 그 쌍둥이 자매 뿐이었다는 것을. 심지어 마고의 눈앞에서도 서슴치 않고 그런 저속한 농담을 꺼냈던 - 비록 금방 꼬리를 내리기는 했지만 - 풍월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알았어? 그 둘은 내게는 특별한 사람이야. 태려보다도 훨씬. 누구보다도 그 둘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도 나고. 그러니까 쓸데없이 참견하지 마. 그 둘은 지금처럼 그냥 가만히 두는 것이 가장 좋아."

풍월은 평소에는 볼 수 없던 진지한 표정으로 그런 말을 꺼냈다. 그 말에 겨우 고개를 끄덕이자 풍월은 피식하고 웃으며 평소의 얼굴로 돌아와 다시 내게서 멀어졌다.

"뭐, 이만 일어날께. 더 이상은 입맛도 없고."

쓴 웃음. 풍월의 표정은 틀림없이 그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웃음에 담긴 의미를 나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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