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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m Clavolt  - 고전적인 반란  -     Project. 잊혀진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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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 늑대 Chanrang -
                                                          이틀째 오전 : 교실




교실 안은 조용했다. 교단에서 오늘 수업 내용에 대해 열심히 강의를 하고 계신 하늘비 선생님을 제외하고는 누구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듯한 적막함. 유독 하늘비 선생님 수업때만 이렇게 조용한 이유는 단순히 학생들이 예외없이 하늘비 선생님을 매우 존경해서 같은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세계의 균열을 막은 이들을 '최초의 영웅'이라 칭하고 있으며, 그 후예를 디퍼런티언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그 균열에서 나온 다른 세계의 존재들을 디퍼런티언이라고 하는 설도 있지만요. 하지만 아직은 앞쪽의 설이 더 지지를 얻고 있어요."

확실히, 하늘비 선생님의 수업은 재미있다. 하늘비 선생님이 그렇게 이끌어 가려 노력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내용 자체가 워낙 관심을 많이 끄는 수업인 것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모두가 하나같이 눈을 빛내며 듣고 있는 것이곘지. 실제로 작년에 배웠을 것이 분명한 학생들도 이 수업만은 거의 예외없이 다시 듣는다고 한다.

"그 최초의 영웅들에 대한 설은 여럿 있지만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어요. 다만 구전이나 간간히 발견되는 흔적, 디퍼런티언이나 몇몇 일족들에 관한 설화로 유추할 뿐이지요."

최초의 영웅. 그 것은 밖에 있을때도 수없이 많이 들어왔던 이야기였다. 그만큼 유명한 내용이고 이 영웅들에 관한 이야기만은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거나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그 후예가 되려하는 사람들이 모인 이 곳에서 듣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현재 존재했었다.' 라고 확실시 되는 영웅은 '푸른 늑대와 소녀', '검은 호랑이와 웅녀', '몽환의 공주', '비나리의 어머니', '천년 여우' 등이에요."

거기서 잠시 말을 끊으며 하늘비 선생님은 책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선생님은 책을 몇 장 넘기더니 다시 고개를 들어 이 쪽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306쪽을 볼까요? 그 곳에 있는 삽화가 바로 '푸른 늑대와 소녀'에요. 우연히 발견된 고문서에 실려있던 그림이지요. 이들이 늑대족과 바람 일족의 시조라는 설이 현재 지배적이에요."

선생님의 말을 들으며 책장을 넘긴다. 그 곳에는 책장의 반 정도를 차지하는 그림이 실려있었다. 늑대의 등 뒤에 타고 있는 소녀의 그림. 보통 사람보다 서너배는 클 듯한 푸른 늑대와 등 뒤에 활을 든 소녀가 올라타 있는 그림이었다. 거기에 소녀의 귀 뒤에는 바람 일족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깃털이 삐죽 튀어나와 있는 모습이었다.

고개를 돌려 반 안을 힐끔 하고 돌아본다. 늑대족과 바람 일족이라면 분명히 우리 반에도 있었지. 하지만 찾을 수 있는 것은 단 한 명 뿐이었다. 그러고보니 풍월 녀석, 오늘 수업은 빠진다고 했었던가?

자리에 있는 것은 내 바로 왼쪽에 앉아있는 지흑 뿐이었다. 보아하니 평소 지흑의 앞에 앉아있던 백검도 수업에 들어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뭐, 오늘 수업 내용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늑대족과 바람 일족. 보나마나 꽤나 많은 시선들이 몰려들겠지. 귀찮은 것일지도 모른다.

수업을 들어오기는 했지만 듣기 싫은 것은 지흑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지흑 성격에 수업을 빠진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저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싫은 표정을 지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마치 화가 난 것 처럼 짙은 하늘색과 흰색이 섞인 귀를 쫑긋 세우고 앞 쪽에 서 있는 선생님을 노려보고 있었다.

... 잠깐? 화가 난 것 같다고? 어째서?

"그 중에서 오늘은 푸른 늑대와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요?"

하늘비 선생님은 그렇게 이야기하며 발걸음을 옮겨 교단에서 내려왔다. 학생들이 앉아있는 앞줄 쪽으로 다가가며 말을 잇는다.

"푸른 늑대와 소녀는 가장 먼저 알려진...."

말을 이어나가던 선생님은 갑자기 말꼬리를 흐렸다. 조금 전과는 달리 표정이 살짝 굳어있는 것 처럼도 보인다. 반 안의 학생들 역시 그 것을 느낀 것인지 웅성거리지는 않았지만 술렁이고 있다는 느낌은 분명히 전해지고 있었다.

"아, 죄송해요. 잠시 실례할께요. 쉬고 계세요."

작은 술렁임. 그 속에서 하늘비 선생님은 창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창문을 열고는 한복 소매에서 긴 곰방대를 꺼내에 입에 물었다.

"죄송해요. 수업 전에 태우고 왔어야 하는건데 깜박했네요. 아무래도 나이가 나이다 보니까 이 것 없이는 서 있는 것도 힘이 드네요."

왠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하늘비 선생님은 곰방대에 불을 붙였다. 푸르스름한 연기가 창문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간다. 대체 담배를 태우는 것과 나이가 많은 것이 - 생긴 것은 완전히 초등학생 이지만 -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지 궁금헤 하고 있는데 지흑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영웅이라고? 개소리 하긴."

낮은 목소리. 그르릉하고 가래 끓는 듯한 소리에 섞인 지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것 없이는 몸을 유지하지도 못할 정도로 망가졌으면서도 눈치는 여전한가보군."

입 안에서 되뇌이는 너무나 작은 혼잣말.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그 목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틀림 없었다. 지흑은 지금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그 조용하고 사람과 부딪치는 것 자체를 꺼려하던 지흑이.

그 모습에 놀라 지흑을 바라보고 있으니 지흑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내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조용한, 듣기 힘들기로 유명한 차가운 목소리로 짧게 물었다.

"무슨...?"

"으, 응? 아, 아무 것도 아니야."

착각이었을까? 조금 전 욕설을 퍼붓던 지흑의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저, 혹시 조금 전에 뭐라고 했었어?"

조심스레 목소리를 낮추어 물어본다. 하지만 지흑은 내 물음에 말 없이 나를 바라보다가 가만히 고개를 젓고는 다시 시선을 돌렸다.

가볍게 한숨을 내쉰다. 뭔가 헛것을 본 느낌이었다. 조금 전 욕설을 내뱉던 지흑은 분명히 평소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모습은 틀림없이 평소의 지흑이 보여줬던 모습이었다.

그래, 마치 조금 전 욕설을 되뇌이던 모습은 지흑이 아니라 차라리....

"영웅 학생? 무슨 일 있나요?"

"네? 아, 아닙니다."

그 순간 하늘비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황급히 답하자 선생님은 가벼운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곰방대를 소매 속에 집어 넣고 다시 교탁 쪽으로 몸을 옮겼다.

"계속할께요. 최초의 영웅이었던 푸른 늑대와 소녀의 후예를 현재의 늑대족과 바람 일족이라고 보는 설이 유력하지요. 모두 이 것은 알고 있는 사실일 거에요."

선생님의 말을 들으며 조심스레 지흑 쪽으로 눈을 돌려보았다. 하지만 지흑의 모습은 평소와 전혀 다른 것이 없었다.

설마 잘못 본 것이었나?

"늑대족은 모두 아시다시피 '은늑대'와 '검은늑대'로 나뉘지요. 무예에 능한 은늑대, 주술에 능한 검은늑대. 은늑대의 경우는 개호족과도 비등하게...."

계속 이어지는 선생님의 설명을 건성으로 들으며 힐끔힐끔 지흑 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별 다른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었다.

"늑대족은 그 수가 매우 적다고 알려져 있지요. 그래서 현재 밖에 나와서 활동하는 늑대족은 극 소수로 보는 것조차 힘들다고 해요. 실제로..."

언제부터인가 선생님의 말은 잘 들리지 않고 있었다. 계속되는 설명. 하지만 내 신경은 온통 지흑에게로 쏠려있는 상태였다. 그 이상했던 변화. 착각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너무나 생생했던 모습.

대체 뭐였지?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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