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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났을 때 가슴의 상처는 깨끗하게 아물어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 때의 통증이 남아있는 느낌이었다. 분명 통증 역시 완전히 사라졌지만 이상하게도 숨을 쉴 때마다 살을 찢어내는 듯한 통증이 찾아오는 것 같았다.

사라진 통증. 하지만 여전히 날 괴롭히는 통각. 그 어는 것이 진짜 나의 감각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설마했지만, 아니길 바랬지만 추측이 맞았다는 것을 알게 된 어제의 일이 떠오른다.

반마의 피. 마에 반응하는 내 몸이 그 녀석을 보고 반응했다는 것은...

"츠바사...."

절로 한숨이 나온다. 동시에 또 한 번 통증이 밀려온다. 그 녀석을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그렇게, 그렇게 아파왔다.

"하아...."

어쩔 수 없음을 알고 있지만 무력한 자신이 너무 싫었다. 어제도 난 결국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그토록 원래 있던 곳으로 데려오겠다고 맹세했는데 결국은 바라보는 것 뿐... 그렇게 츠바사를 보내버리고 말았다.

고개를 저으며 다시 한 번 한 숨을 내쉰 뒤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느샌가 자신도 모르게 다도부실 앞에 와 있었다. 시엘 선배에게 상담을 받았던 곳. 지금 다시 한 번 만나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정말... 이렇게 지금이라도 문을 두드리면 "네. 들어오세요." 라며 반겨줄 것 같은데.... 이런 이야기를 들어줄 상대가 없다는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 가 아니잖아!

다도부실의 문을 벌컥하고 열어젖힌다. 그 안에는 언제나와 같은 모습의 시엘 선배가 다소곳하게 앉아 조심스레 찻잔에 차를 따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이 너무나 평소와 같아 지금까지 내가 무슨 꿈을 꾼 것인지, 아니면 무언가 착각을 했던 것인지 하고 의심을 할 정도였다.

".... 저기, 선배님?"

"네? 네. 맞는데요?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들어오세요. 미츠키양. 같이 차라도 한 잔 하면서 이야기 하도록 하죠."

선배의 말에 부실 안으로 들어가 앉는다. 찻잔을 건네고 그 잔에 차를 따르는 선배의 모습을 보니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선배는 살짝 웃으면서 물었다.

"궁금한 것이 많은 모양이에요. 미츠키양."

"네? 그야...."

떨떠름한 표정을 지우지 않은 채 선배의 말에 대꾸했다. 선배는 그런 내 모습을 빤히 바라보며 차를 약간 들이키더니 결국 피식 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미안해요. 이제 그만할께요. 뭐, 일단은 제가 여기 있는 이유부터 설명해야 겠군요. 간단해요. 전 계속 이 학교에 있었어요. 간단한 암시를 걸었던거죠."

".....암시요?"

"네, 마치 제가 이전에 이 곳에 녹아들어갔던 것처럼 이번에도 적당한 암시를 건 겁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말을 하는 선배. 대체 선배의 능력은 한계가 있는 것인가... 하고 생각하고 있으려니 살짝 목소리를 낮추며 내게 물어왔다.

"그나저나 표정이 영 안 좋아 보이네요. 잘 안되나보죠?"

".... 잘 되어간다고 할지, 아니라고 할지... 골치 아프네요."

선배의 말에 쓴웃음을 감추지 않으며 답했다. 내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선배에게 어젯밤 있던 일을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목표의 설정에 이은 탐색 준비. 츠바사의 발견과 이어진 가슴의 통증까지. 내 말을 들은 선배는 고개를 저으며 착 가라앉은 투로 말했다.

"역시, 그런가요? 츠바사군마저..."

"조금은 예상 했었지만요."

지울 수 없는 씁쓸함이 배어나온다. 그에 선배는 한숨을 쉬며 차를 그대로 털어넣었다.

"미안해요. 조금만 일찍 그 흡혈귀를 제거했더라면..."

고개를 꾸벅 숙이는 선배에게 손사래를 친다. 선배 탓이 아니라고 몇 번이고 말해보지만 선배에게는 그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하아, 선배도 꽤나 고집이 센 편이라니까...








"그래서 어떻게 하실 생각이에요?"

"그건..."

선배의 말에 도저히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앞으로의 계획같은 것, 알 수 있을리가 없으니까. 츠바사가 사도 - 흡혈귀의 통칭이란다 - 가 된 것은 확인된 것이 아니지만 거의 확실한 듯 했다. 츠바사를 찾는다고 해서 일상으로의 복귀가 가능할지도 의문이지만 그 보다 먼저 츠바사는 자신을 문 상대에게 종속되어 있을 것이니까 먼저...

"응? 미츠키양. 그건 아닐지도 몰라요."

"네? 하지만 선배가 조금 전 그렇게..."

그렇다. 사도. 그러니까 흡혈귀가 자신을 물어버린 상대에게 종속되어 복종하게 된다는 것은 선배가 알려준 사실이었다. 때문에 츠바사를 찾는다고 해서 순순히 내 말을 들을지부터가 의심된다는 이야기. 하지만 그 말에 선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이었다.

"츠바사씨를 보기 전까지는 별 일 없었다고 했죠?"

"네? 그야..."

기억을 더듬어본다. 그러고보니 확실히 그런 것 같았다. 내 대답에 선배는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미츠키양의 반전충동은 왠만한 수준의 사도가 아니멸 일어나지 않을 거에요. 물론 그런 부류의 공격에 위험에 빠지게 된다거나 하는 경우에는 또 예외가 되겠지만... 모르셨죠? 매일 밤 돌아다니고 있는 리빙데드, 그러니까 사도가 되지 못한 단순한 사자死者 부류가 이미 두자리 수가 넘는다는 것을."

"네?"

"어디를 가도 지금 그 녀석들 투성이에요. 저랑 제 동료가 그런 녀석들을 두고 굳이 굵직한 녀석들만 찾아 제거하면서 그 정점에 있는 사도를 없애려 하는 것도... 사실상 그 숫자를 단번에 소거시킬 능력이 없기 때문인거죠."

그 말에 할 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지금 상태가 그 정도로 심각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니까.

"생각 외로 더 놀라신 듯 하네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그 중심점이 되는 사도를 쓰러뜨리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니까요. 그리고 츠바사씨는...."

잠시 뜸을 들인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로고, 그 시간이 더 이상 참기 힘들 정도로 길게 느껴지기 시작했을 때 선배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미츠키씨의 반전 충동을 일으킬 정도 수준의 누군가가 츠바사씨가 맞다면 걱정 없을거에요. 그 정도라면 이미 거의 하나의 독립된 사도 수준이라고 보아도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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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낙엽 2화입니다.
본래는 3화 분량도 붙어있어야 하겠지만... 너무 길어서 자른겁니다.
때문에 분량은 좀 적군요.

앞으로 남은 것은 3화, 4화, 에필로그.

... 과연 그 끝에 기다리는 진실은? [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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