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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츠키, 같이 카나페나 먹으러 갈래? 치카게가 맛있는 곳을 찾았다던데."

"후으... 치카게. 너는 무슨 맛집 탐사 지도라도 그리니? 3일에 한 번은 끌어내니 원... 아야메도 좀 적당히 맞장구 치는 것은 어때? 너무 먹는 것 좋아하면 위험해."

"으응? 미츠키. 너무 그러지 마. 옛 말에 함께하면 즐거움은 두배. 칼로리는 반 이라는 말도 있잖아."

"이봐요. 치카게씨. 그거 어디서 나온 말이지요?"

방과 후, 시덥잖은 농담을 지껄이며 학교 문을 나섰다. 반은 끌려가다시피 해서 도착한 카나페 가게는 꽤나 세련된 디자인의 작은 가게였다. 원색을 최대한 배제한 부드러운 느낌의 채색은 약 10명 정도만 들어올 수 있을법한 가게에 잘 어울렸고, 귀여움 느낌의 삽화들이 주변 벽에 그려져 한층 가게의 분위기를 잘 살려주고 있었다.

"아무래도 주 대상이 우리.... 랄까?"

"응, 고급스러운 느낌보다는 역시 학생 대상으로 하는 곳 같은데?"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안목을 자랑하는 치카게의 말에 적당히 맞장구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인지 깨끗한 가게의 이미지는 잘하면 단골 꽤나 확보하겠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 것 같았고, 이 곳에서 만든 카나페의 맛은 상당히 훌륭한 편이었다. 이거... 어째 칼로리를 반으로 줄이는 것이 아니고 배로 늘릴 것 같은 만행을 자행할 것 같은데? 그 것도 상당히 자주.

"그나저나... 미츠키. 요즘 츠바사랑은 어때?"

"그냥 그래."

카나페를 또 하나 입에 넣으며 아야메의 물음에 건성으로 답한다. 사실 건성이라고 하고 자시고도 없이 저런 말 외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친한 사이들에게만... 이라고 할 것도 없이 여자들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이야기가 돌고 있지만, 아니 남자들에게도 대충 그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긴 하는 듯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녀석은 항상 제자리 걸음이었다. 덕분에 나름대로 이야기의 중심에 서는 일도 잦았고....

"뭐, 조금은 네가 강하게 나가보면 어떨까? 이미지도 좀 바꿔보고."

"으음... 글쎄... 그런다고 그 녀석이 알 것 같지는 않지만...."

이쯤 되면 좀 다른 사람들이 귀띔이라도 해 줬으면 좋겠다. 이미 알 사람은 다 알고 있는데, 정작 상대도 감출 생각도 안하고 있는데 이 미련한 사람은 진짜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알면서도 그러는 것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투덜투덜. 그렇게 속으로 한 벽창호 씨에게 잔소리를 퍼붓고 있노라니 치카게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역시... 미츠키는 안경이 마이너스야. 뭔가 굉장히 촌스럽거든. 안경을 바꾸든, 렌즈를 껴보든 하는 것이 어때? 분위기가 확 살 것 같은데?"

그 말에 아야메 역시 맞장구를 친다. 점차 열기를 더해가는 대화. 급기야는 지금 당장 안경점으로 쳐들어가자는 것을 어찌어찌 말릴 수 있었다. 아니... 이 안경만이어야 하는 이유는 따로 있거든요. 그렇다고 그런 것을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투덜대는 친구들을 달래주는 그런 역할뿐이었다.





바깥은 어느샌가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친구들과 헤어진 뒤 혼자 밤거리를 걷는다. 통금까지는 앞으로 1시간 남짓. 약간은 여유가 있는 것 같기에 오랜만에 거리로 나온만큼 조금 더 머물러 있고 싶었다. 하지만 점차 싸늘해지는 바람이 발걸음을 재촉하는 것 같았다. 아직도 밤바람은 여전히 차갑다. 생각해보니 교복 위에 입을 가디건이라든지 다른 무언가 걸칠 것도 가지고 오지 않았다.

이거 안돼겠네.... 그냥 빨리 돌아가야겠다. 결국 간간의 아쉬움과 함께 발걸음을 집쪽으로 돌렸다. 그러나 그 것도 잠시. 시야 안에 들어온 익숙한 누군가의 뒷모습에 일순 발걸음이 느려진다.

"어라? 시엘 선배?"

조금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그래도 시엘 선배가 맞는 것 같았다. 사람들 틈 사이에서 얼핏 본 것 뿐이지만 교복을 입은 뒷모습은 시엘 선배의 그 것과 동일했다. 선배는 옆에서 걷고 있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면서 걷고 있는 중이었다. 에에... 설마 남자인가?

딱히 시엘 선배한테 애인이 있다는 이야기는 못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막상 생각해보면 없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시엘 선배는 미인인데다가, 성격도 좋고, 게다가...

- 두근 -

그 순간 심장 박동이 거세진다. 시엘 선배의 옆에 있는 남자를 본 순간 갑작스레 찾아온 느낌. 하지만 그 것은 지나칠 정도로 강력했다.

- 두근 -

더 이상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내 앞에 있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내가 왜 여기 있는 것인지, 내가 무엇을 하고 있던 것인지...

그 어떤 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생각나는 것은 오직 하나....

- 두근 -

머리를 강타하는 것 같은 느낌. 이상할 정도로 어떠한 감정이 솟구쳐 오른다. 욕망. 내게 이런 감정이 있었나 할 정도로 더럽고 추잡한 욕망.

- 두근 -

"크윽...."

가슴 부근이 아려온다. 입술을 깨물며 가슴을 움켜쥐었지만 심장 박동은 계속 빨라지기만 했다. 저절로 호흡이 거칠어진다.

- 두근 -

이미 시야 속에는 단 하나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찌릿찌릿한 감각의 홍수가 전신을 뒤덮는다. 달뜬 호흡 속에서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언제부터인가 나는 그 남자의 뒤를 쫒고 있었다.

- 두근 -

"하아.... 하아..."

얼굴이 상기된 것을 느낀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기대감. 지금부터 벌일 일에 대한 것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야릇한 쾌감이 전신을 달린다. 아직 이만큼이나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는데, 단지 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몸의 한 곳이 젖어오는 것이 느껴진다.

- 두근 -

이미 남자 곁에 있는 여자는 어디론가 가 버린 상태였다. 하지만 그딴 것은 상관 없었다. 필요한 것은 절대 놓치지 않으니까. 그래, 필요한 것은 단 하나. 저 남자 뿐이었다. 지금 그 외에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았다.

- 두근 -

안경을 벗어 블라우스의 주머니 안으로 넣는다. 예전에 누가 안경을 벗을 때에는 어떻게 하라고 했던 것 같은데 이미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온 세상을 뒤덮은 검은 선을 볼 때마다 호흡은 더욱 가빠졌다.

- 두근 -

'달칵'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래. 이미 도구도 준비되어 있잖아? 그 미칠듯한 쾌감에 입꼬리가 절로 말려 올라간다. 아아, 미칠 것 같다. 이대로 달려가버리고 싶다. 그대로 저 남자를 덮치고, 그리고....

- 두근 -

혀로 입술을 핥는다. 조금만 있으면 이 입술에 저 남자의 것이 가득해지겠지. 그 맛을 상상해보는 것 만으로 이미 넘처버린 쾌락의 열기는 그 온도를 더욱 높여간다. 아아, 시작하는 것 만으로도 몇 번의 절정을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 두근 -

이미 하복부는 뜨거워질 대로 뜨거워져 있었다. 남자의 몸이 골목 안으로 사라진다. 주변의 인기척이 없다는 것을 확인 한 뒤 그대로 그 안으로 뛰어들었다.

- 두근 -

그리고....

그 안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아니, 그 안에 남아 있는 것은 한 남자의 시체 뿐이었다. 쫓아오던 남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상체와 하체가 분리되어 있던 남자의 시체 뿐. 그 뿐이었다. 그 외에는 지독히도 평범한 더러운 뒷골목의 모습일 뿐 핏방울 하나 떨어져 있지 않았다.

"아.... 아니야."

떨리는 발걸음을 겨우 옮긴다. 뭐야... 뭐야 이건! 왜! 왜! 왜! 어째서! 어째서 없는거야! 어디간거야! 대체 왜 이따위 것만 내팽개치고 어디로 사라진거야! 시체 앞에 무릎을 꿇는다. 피 한 방울 없어보이는 창백한 피부. 아니야, 아니야, 조금은, 조금은 남아있을지도 몰라....

손에 든 칼을 들어 머리 위에 꽂는다. 그 행위만으로 지릿! 하는 느낌이 전해왔지만 그 것은 너무 약했다. 부족하다. 칼을 그대로 내리긋는다. 역시 부족했다. 왼손으로 오른쪽 눈을 파버린다. 모자란다. 칼로 가슴을 찌른다. 채울 수 없다. 그대로 그어버린다. 안된다. 이 정도로는. 왼손으로 안에 박힌 내장들을 뽑아버린다. 그렇지만....

"모자라.... 안돼.... 이 정도로는 할 수 없어.... 왜... 왜...."

다시 한 번 칼을 시체에 꽂아넣는다. 하지만 피는 단 한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먼지처럼 부서질 뿐이었다. 선을 잘라도, 그냥 새하얀 피부에 칼을 꽂아도 소용없었다. 이미 이 것은 고깃덩이 이하다.

"어째서... 어째서어! 왜 없는거야!"

몇 번이고 칼을 휘두른다. 아예 형체따위는 알아볼 수도 없을 정도로 완전히 다져보았지만 원하는 것을 얻을 수는 없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고깃덩이였던 것이 먼지가 되어 날리는 순간까지 난도질을 해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분노는 절망이되고, 절망은 좌절이 된다. 그렇게 쾌감에 흠뻑 빠져있던 몸에는 어떠한 감각도 찾아오지 않았고, 바싹 말라버린 입술은 다시 젖어들지 않았다. 참을 수 없는 절망감에 자신도 모르게 흐느끼고 있었다. 아래로 손을 가져가 보았지만 이전과는 달리 차갑게 젖어있는 천조각 만이 느껴질 뿐.... 그 외에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 반전충동.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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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츠키 하악하악 모드 발동! [틀려!]

언제나 하악하악한 글을 써 보고 싶지만 여전히 내공 부족임을 느낍니다.

후으... 어쨌든 반전충동 챕터는 종료.

이어 검은짐승 챕터 이어집니다. 룰루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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