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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츠키님. 미츠키님. 일어나실 시간입니다."

밖에서 들리는 노크소리에 몸을 일으킨다. 어느새 아침이 되었는지 창가의 커튼 틈 사이로 빛이 새어들어오고 있었다.

- 똑똑

다시 한 번 노크 소리가 들린다. 네네, 나갈께요. 잠 다 깼습니다~

재빨리 '네. 일어났어요.' 하고 대답하며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부드러운 재질의 하얀 잠옷이 끌리며 사락사락 하는 소리를 낸다.

"어라? 내가.... 잠옷을 갈아입었었던가?"

적어도 그랬던 기억은 없는 것 같은데... 하고 생각하며 방문을 열었다. 문 밖에 서 있는 것은 코하쿠씨. 손에 잘 다려진 교복이 걸린 옷걸이를 든 채로 꾸벅하고 고개를 숙이며 아침 인사를 건낸다. 우... 우와. 역시 이런 것은 적은 안돼.

"저기... 코하쿠씨. 깨워주시는 것도 감사하고, 아침 인사도 다 좋은데... 역시 조금 부담스러운데요..."

아무리 그래도 평범하기 그지없게 살아왔던 내게 이런 대접은 역시 맞지 않는거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런 대접을 받으면서 살아갈 만한 사람이 전 세계에 몇이나 될런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분명한 것은 극 소수라는 것이겠지.

하지만 그런 내 마음을 나는지 모르는지 문 앞에 서 있던 코하쿠씨는 그 무표정한 얼굴을 바꾸지 않은 채 무덤덤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어제 보았던 기분 좋게 만드는 미소 같은 것은 아무리 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미츠키님은 저의 사용주 이십니다. 이런 예의는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아니... 그러니까 조금만 편하게 해 주시면 안될까요? 님이라는 호칭도 왠지 거북하고... 그냥 미츠키나 미츠키양, 그 것도 안되면 미츠키씨 정도로 안될까요?"

"그렇게는 할 수 없습니다."

우와. 이 고집불통. 어제 봤을 때는 그렇게 안 보였는데 완전히...

"옷은 이 곳에 놓고 가겠습니다. 식사 준비가 되어 있으니 아래로 내려와 주십시오."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꾸벅하고 고개를 숙인 뒤 몸을 돌려 멀어진다. 우와, 어제랑 진짜 딴판인데? 왠지 적응하기 힘든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옷을 갈아입은 뒤 가방을 챙겨들고 방문을 나섰다.





"아아. 그래요? 히스이는 원래 조금 그렇거든요. 그렇다고 너무 미워하지 말아주세요."

1층을 내려왔을 때 다시 말을 건 코하쿠씨의 모습은 어제의 그녀와 같은 상태였다. 무언가 이상한 것을 느껴 물어보니 아침에 날 깨운 것은 쌍둥이 동생인 히스이씨라는 설명. 그제서야 그 드라마틱한 성격 변화의 원인을 알게 된 나는 코하쿠씨에게 똑같은 부탁을 해 보았고 예상대로 코하쿠씨는 바로 내 부탁을 받아들여 주었다. 뭐, '밋찡' 이나 '우리 미츠키~♡' 라고 하면 안되냐는 말까지 할 정도였으니... 역시나 쌍둥이라고 완전히 같을 수는 없구나 하고 생각하며 현관문을 열려 할 때 코하쿠씨가 날 불러 세웠다.

"아, 그러고보니 미츠키씨. 소포가 도착했는데요. 이런 것이 와서요."

"네? 무엇인데요?"

"글쎄요. 다른 것들은 다 책이나 옷가지 같은 것인데... 이런 작은 상자가 같이 와서 말이죠. 미츠키씨 것 아닌가요?"

그렇게 말하며 내게 작은 나무상자를 내민다. 정성스레 붉은 실로 매어있는 나무상자. 그 상자를 내밀고 있는 코하쿠씨의 얼굴엔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참 궁금해 미치겠다는 표정이 가득했다. 그 표정을 보고도 차마 그냥 방에 가져다 놓으라는 말을 할 수가 없어 상자를 받아들고 실을 풀었다.

".... 나무막대?"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손바닥 길이만한 검은 색의 나무막대 였다. 오래된 느낌의 그 막대에는 七夜 라는 한자가 음각되어 있었고 둥근 모양의 문양도 새겨져 있었다. 그 막대를 본 코하쿠씨는 재빨리 상자에서 그 막대를 꺼내어 한 번 살펴보고는 입을 열었다.

"에에... 아니에요. 이건 칼인데요? 안에 접혀있던 칼날이 나오는 구조군요. 보세요. 야압!"

간단한 기합과 함께 살짝 손을 움직인다. 그 것과 동시에 나무막대의 안쪽에서 칼날이 기세좋게 튀어나온다. 보기만 해도 서늘한 예기가 흐르는 날카로운 단도였다.

"좋은 칼이네요. 오래된 것 같은데도 이렇게 날도 잘 살아있고.... 에... 그리고 이 글씨는..."

"나나츠요루."

"네. 나나츠요루. 그게 이 칼 이름인.... 아앗! 히스이. 언제 왔어?"

코하쿠씨의 과장되게 놀라는 액션에 히스이씨는 아까와 같은 무표정으로 반응할 뿐이었다. 그녀는 그저 나나츠요루라는 이름의 칼을 한 번 살짝 훑어보더니 무언가 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상당히 유서 깊은 보도입니다. 관리도 잘 되어 있군요."

"아니.... 평범한 고교생에게 날이 잘 드니, 유서 깊은 보도니 하는 것은 조금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데요..."

둘의 대화를 들으며 조심스레 중얼거린다. 하지만 그 것을 듣는 것인지 마는 것인지 히스이씨는 계속 나와 칼을 번갈아서 살펴보고 있었고, 코하쿠씨는 내 몸을 훑어보며 '역시 허벅지 쪽에 가죽으로 붙들어 매어 놓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라는 등의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지껄이고 있었다. 우... 우와. 안돼겠어. 일단 좀 피해야지.

"아, 늦은 것 같아요. 일단 전 가볼께요."

그렇게 말을 건네며 몸을 돌린다. 그런 날 붙잡으며 코하쿠씨는 결국 도움이 될 거라면서 가방 속에 나나츠요루를 집어넣었고, 난 결국 속으로 한숨을 내쉬면서 저택 밖으로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뭐, 괜찮은 칼 같은데 언젠가는 쓸 일이 있겠지.





[..... 입니다. 특이한 점은 이번에 발견된 시신에서도....]

무언가 점심시간에는 어울리지 않는 찝찝한 뉴스가 흘러나온다. 사실 이런 것 신경쓰는 학생은 이 식당에는 거의 없는 듯 하지만 이렇게 누군가를 가만히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는 관심이 안 가기를 바라는 것은 조금 무리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미츠키양? 괜찮다면 합석해도 될까요?"

그런 내 앞으로 한 명의 여성이 다가온다. 리본의 색을 보아하건데 2학년 선배. 안경을 쓴 모습이 잘 어울리는 어른스러운 모습을 한 선배였다. 에... 누구였더라? 이 선배가?

"으음... 그러니까..."

"응? 미츠키양. 잊은거에요? 설마? 아무리 제가 바쁘다고 해도 너무한데요."

볼을 뿡뿡 부풀리는 그 모습이 조금 우습다. 그러면서 살짝 이 쪽을 노려보는 모습이 생긴 것 답지 않게 귀엽다는 생각을 하며 쓰게 웃었다. 음... 그러니까....

"그럴리가요. 시엘 선배. 자리는 남으니까 앉으셔도 돼요."

"아. 고마워요."

매일 이야기하는 선배의 이름을 잠시 잊었던 자신의 엉터리 같은 기억력에 한숨을 쉰다. 오늘도 메뉴는 카레 시리즈인가... 어지간히도 카레를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같이 식사하기로 한 사람을 기다린다. 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나도 줄을 서 있어야 하겠지만 오늘 아침 이야기를 하면서 챙겨준 코하쿠씨의 도시락에 이렇게 여유있게 앉아서 기다릴 수 있는 행복한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다.

"오래 기다렸지? 어라? 시엘 선배님?"

"아. 이런... 죄송해요. 방해했나 보네요?"

쟁반을 들고 이쪽으로 온 츠바사를 보며 선배는 쓰게 웃었다. 츠바사는 아니라며 고개를 마구 저었고, 그 모습을 보며 자리에 앉으면 살짝 발을 즈려밟아 주겠다는 생각에 가만히 발목을 풀었다. 진짜... 그렇게 강한 부정을 해 버리면 예의상 한 말이 아닌 것 같잖아.

"그나저나 미츠키양. 이사했다고 한 것 같은데.... 토오노라면 그 토오노 인가요?"

선배의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선배는 잠시 인상을 찌푸리다가 조심스러운 태도로 다시 입을 열었다.

"어제는... 별 일 없었어요?"

"네?"

갑작스러운 말. 그 말을 듣는 순간 주변의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이 곳에 남아 있는 것은 오직 나와 선배 뿐. 그 이상한 느낌을 얼마 전에도 받은 것 같다는 생각에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그 답은 오래 지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어제의 그 새.... 그러고보니 난 왜 지금까지 그 새에 대해 잊고 있었던거지?

".... 으음.... 그게..."

"아아, 특별한 일이 없었다면 괜찮아요. 난 미츠키양이 새 집에서 적응 못했을까봐요."

하지만 선배는 그렇게 말을 대충 끊어버렸다. 세상이 다시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오는 것과 동시에 선배는 카레밥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킨다. 조금 전에 잠시 비췄던 눈빛에는 분명 무언가를 더 말하고 싶어했던 것 같지만 정말 행복한 표정으로 카레에 얼굴을 파묻어 버릴 것 처럼 열심히 먹고 있는 선배에게 그런 질문을 할 수는 없었다. 대체....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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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이야기.
미츠키. 그리고 츠바사라는 캐릭터는 분명 자작이지만...
시엘과 코하쿠, 히스이는 알고계신 그 셋이 맞습니다. 룰루랄라.

... 백합물은 안씁니다. [이봐!]

음.. 어쨌든 호칭에 대해 한 마디...

일단 전 "쨩" 인지 뭔지 하는 호칭은 안쓰려고 합니다.
코하쿠는 보통 히스이를 그런 호칭으로 부르는 듯 하지만 생략.
코하쿠가 말한 [우리 미츠키~♡]가 그 쪽 호칭과 느낌이 비슷하다 생각하시면 될 듯

☆씨, ○군, ◆양 같은 호칭이 아니라 단지 이름만을 부르는 경우라면
그런 뉘앙스라고 보시면 될 듯 합니다. 적어도 제 글에서는...

어쨌든 오늘은 여기까지.
만월의 전개는 총 10화 예정입니다.
다음 화 업로드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리 늦지는 않을 듯 싶네요.

로그인 오류만 없다면...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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