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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났다아!”

기운찬 목소리와는 다르게 몸은 이미 박살이 나 있었다. 그대로 그 자리에 엎어져 버린다. 이 자리에서 잠들어 버리고도 싶었지만 내 귀를 세게 잡아당기는 누군가의 손에 그 조차 이루지 못했다.

“시끄러워. 당장 안 일어나?”

날개는 내 귀를 세게 잡아당겼다 놓았다 하며 나에게 지속적인 고통을 안겨 주었다. 결국 항복한 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며 가방을 챙겨들고 일어나야만 했다.

“휴휴~ 여전한데? 잡혀 사는구나.”

“닥쳐.”

옆에서 떠들어대는 진영이에게 가볍게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주었다. 그에 답해 상대를 깔아뭉개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진영이는 몸을 돌렸다. 그런 진영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오늘도 가는거야?”

“응.”

진영이는 가볍게 손을 들며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밖으로 나갔다. 령아는 교통사고를 당했을 시 차 바퀴에 팔이 깔리면서 완전히 뭉개져 절단해 버렸다는 말로 어물쩍 넘긴 듯 했다. 그 이후로 진영이는 매주 주말마다 서울로 올라간다. 솔직히 말해 잡혀 사는 것은 그 쪽 이라고.



“······· 벌써 한 달 이구나.”

점심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오며 날개는 가만히 중얼거렸다. 성배 전쟁이 끝나고 일상으로 복귀한 뒤 날개와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그저 그렇게 지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게. 시간 참 빠르네.”

약 2주 정도의 성배 전쟁.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그 기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어쩌면 평생 동안 단 한 번만 경험할 수 있는, 그런 사건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기간 동안 얻은 것도, 잃은 것도 있기에 난 즐거워하며 추억을 이야기 할 수는 없었다.

몸 안에는 어떤 마력도 남아있지 않았다. 어떻게 생각하면 텅텅 빈 것과 같은 느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마술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난 무언가 비어버린 일상 속에서 평소와 다름없이 지내고 있었다.

“어째 건성으로 듣는 것 같다?”

“그러게.”

퍼억!

아. 맞았다. 하지만 아픔은 느껴지지 않는다. 평소와는 다른 강도의 공격에 나는 의아함을 감추지 않고 날개를 바라보았다. 날개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너무 그렇게 꿍한 표정 짓지 마. 이미 지난 일은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니까.”

“이미 지난 일인가·······.”

날개의 말을 되뇌이며 걸음을 옮겼다. 하늘은 오늘도 시릴만큼 푸르렀다. 마치 그녀의 미소처럼.






손을 뻗어본다.
투명한 손 끝 너머로 태양과도 같은 광구가 보였지만 그 것을 잡을 수는 없었다.
처음부터 무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이런 급조한 회로 따위로는 이 마술의 부하를 견딜 수 없었다는 것을.
남아있는 모든 마력을 짜내어 마술을 완성시켰지만, 거기까지가 한계
또 하나의 세계가 부서진 지금 그 형체를 유지하는 것 조차 벅찼다.
저 멀리 있는 빛을 움켜 쥘 수도, 그 곳에 다가갈 수도 없었다.

안도하는 소년. 그리고 그 곁에 다가가는 소녀.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씁쓸한 미소만이 떠오른다.
아마도 둘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없을 것이었다.
본래 저 마법에 가까운 광구는 영체만이 닿을 수 있는 것.
소년의 능력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갔지만 확인은 할 수 없었다.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결국 원하는 바를 이룬 것은 자신 밖에 없는 것인가 하는 점에서.
하지만, 그 것도 잠시일 것이라는 생각이 미치자 겨우 웃음 지을 수 있었다.
이대로 사라진다면, 아마도 머지않아 다시 만날 수 있겠지.
비록 소년이 다시 자신을 불러주었을 때나 가능한 일이겠지만.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이미 아지랑이처럼 자신의 몸은 사라져 가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나는 듯 했지만 억지로 그 것을 참았다.
조금 늦게나마 자신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는 소년의 모습을 보았기에.

무언가 말을 하는 것 같았지만 들리지는 않았다.
스스로도 특별한 말을 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저, 언제나와 같이 빙긋이 웃으며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이번 만남은 여기서 끝이군요.'

그의 눈에 새겨넣듯, 얼마간 그를 바라보던 여성은
본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 자리에서 사라져버렸다.

적막한 대지를 싸늘한 바람이 매만진다.
                                                                      
                                                                                      Fin






* -Notorious-G君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10-07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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