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Interlude

어느 순간부터 마력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 일대는 성배 전쟁이 일어나는 토지. 그만큼 이 땅에 흐르는 마력이 많은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 것이 어느 순간부터 한 곳에 집중되기 시작하고 있었다. 모든 것의 열쇠가 되는 땅. 아마도 그 곳이 성배의 발현지이자 모든 것의 열쇠가 되는 곳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소녀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그 곳을 찾아왔다.

“멀리서 느낀 거랑은 심하게 차이가 나는데?”

솔직한 감상. 직접 그 곳에 왔을 때 소녀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어느 보이지 않는 ‘선’을 넘는 것과 동시에 다가온 짓눌릴 것 같은 마력. 이 일대의 공기를 내리누르는 듯한 마력에 일순 숨이 가빠지는 것을 느낄 정도였다. 아직 성배는 구현되지 않았다. 오직 그 성배라는 것이 구현될 터를 마련하는 것뿐이건만 이 정도로 충만한 마력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날개는 가볍게 인상을 찌푸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별다른 특징이 없는 공터. 특별한 엄폐물 같은 것조차 없는 작은 공터는 을씨년스럽기만 했다.

“남은 것은······· 캐스터와 랜서, 어쌔신인가?”

가만히 기억을 더듬으며 남은 서번트를 세어본다. 그제서야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는 날개는 인상을 찌푸렸다.

“세이버. 혹시 이전의 성배전쟁에도 참가한 적이 있어?”

“······· 그렇기는 하다만. 무슨 일 때문에 그러는 것인지?”

“혹시 이전의 성배전쟁에도 아직 서번트가 반 수 이상 남았어도 성배가 나타날 준비가 되어있던거야?”

세이버는 잠시 인상을 찌푸리다가 고개를 저어 부정을 표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갑자기 살기어린 모습으로 검을 뽑아드는 세이버의 모습에 몸을 돌리던 날개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랜서 역시 소멸되었어. 그리고 이 자리에서 세이버도 사라지게 되면 성배가 나타나게 될거야.”

“······· 설마?”






“설마······. 이 목소리는?”

“글쎄. 누굴까?”

날개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멀리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소년. 그리고 그 뒤에 서 있는 순백의 갑옷을 걸친 사내. 재킷의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걸어오고 있는 소년의 얼굴은 모자를 깊숙이 눌러쓴 상태기에 제대로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체형이나 풍기는 마력 등이 너무나도 비슷했다. 아니, 거의 같다고 해야 할까? 단지 평소와는 달리 마력의 양이 상당히 크다는 것이 다른 점이지만.

“전부터 궁금했어. 내 서번트와 최고의 서번트라는 세이버가 맞붙으면 누가 이길까······· 하고 말이야. 기다리느라 혼났다고.”

“·······.”

“아. 그렇게 보지 않았으면 하는데.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대충 알 것 같지만 지금 그렇게 노려보기만 할 때는 아닌 것 같단 말이야.”

“네 녀석!”

비아냥거리는 그 말에 대꾸한 것은 날개가 아닌 세이버였다. 검을 뽑아드는 순간 밤 보다 더 어두운 검은 기운이 넘실대기 시작한다. 하지만 세이버는 검의 기운에 자신을 맡기지 않는다. 모언 블레이드의 위에 세이버가 사용하던 마검 스톰브링거가 구현되며 일순 검이 우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다. 귀를 찢는 듯한 소리와 검을 감싸는 흑빛의 불꽃같은 기운. 소년을 향해 달려가며 세이버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속인거냐! 한가람!”

“난 속인 기억 따위는 없다고.”

세이버의 말에 대꾸하는 소년의 목소리는 침착하기 그지없었다. 모자를 벗은 소년의 얼굴은 분명 날개와 세이버가 알고 있는 ‘그’의 모습. 그 비웃는 듯한 침착하기 그지없는 표정이 세이버를 더욱 분노하게 했고 세이버는 크게 고함을 지르며 검을 뒤로 당겼다.

“하아아!”

휘둘러지는 흑빛의 대검. 하지만 세이버의 공격은 중간에 난입한 흰 갑주의 사내에게 막혀버렸다. 방패를 들어 세이버의 검을 막아내며 오른손에 든 검을 세이버를 향해 찔러들어간다. 몸을 비틀어 검을 피한 뒤 자신의 검을 회수한 세이버는 잠시나마 감정에 휩쓸렸던 자신을 질책하며 자신의 검을 막아낸 상대를 바라보았다.

금발 벽안의 젊은 남자. 많아야 20대 중반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외모에 흰 갑옷을 입고 있는 사내였다. 보석과 황금으로 장식된 화려한 검을 들고 왼손에는 흰 방패를 들고 있었다. 사내는 천천히 검과 방패를 고쳐 쥐며 자세를 낮췄다. 방패를 앞에 두고 검을 뒤에 둔 채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는 상태로 해 둔 모습에 세이버는 속으로 혀를 찰 수 밖에 없었다.

완벽한 방어자세. 기본적이지만 그 것이 너무 충실하기에 도저히 틈이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자신의 검을 너무나 쉽게 막아냈다는 것으로 보아 그의 서번트로서의 방어 능력 역시 출중.

‘보통 상대가 아닐 것 같군.’

후우······· 하고 숨을 내 쉬며 몸을 진정시킨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상대를 향해 쏘아져 나간다!







“말도 안돼.”

이번 성배 전쟁에 대체 몇 번이나 이 말을 내뱉었던 것일까? 날개는 눈앞에 보이는 것이 정말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가볍게 볼을 꼬집었다. 느껴지는 통증. 꿈은 아니다. 하지만 상대는 너무나 쉽고 당연하다는 듯이 세이버의 검을 막고, 피해내고 있었다.

“겨우 어쌔신 따위가······.”

본래 대 마스터용의 서번트인, 정면 대결이 아닌 암살을 통해 승리를 거두는 서번트가, 어쌔신이 세이버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인정할 수 없었다. 저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 몇 번을 생각해보지만 불가능했다. 세이버의 공격력은 전 서번트 중에서도 최고 클래스. 그런 세이버의 공격을 모조리 무위로 돌리고 있다는 것은······.

“역시······. 지금까지 실력을 숨기고 있던 것인가?”

서번트의 강함은 마스터의 힘과도 연관이 있다. 마스터의 실력이 뛰어날수록 서번트의 능력 역시 배가 되는 법. 서번트 자체의 강함 역시 중요한 요인이지만 마스터의 실력과 함께 성배 전쟁이 일어나는 지역에서의 인지도 역시 상당히 많은 영향을 미친다. 예전에 보였던, 서번트를 맨손으로 때려잡는 실력. 그 것이 사실 이성을 잃은 것이 아니고 단지 꾸민 것이었다면?

“깜박 속았군······.”

자신을 질책한다. 얼마 전부터 느껴지던 묘한 위화감도 그렇다면 설명이 된다. 성배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자신의 동생까지 해쳤을지도 모른다. 그녀를 해친 사람이 가람이라는 증거는 없지만 분명 그가 한 짓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흐음? 미안하지만 잠시, 난 속인 적이 없는데?”

그런 날개의 말을 끊으며 가람이가 다가온다. 날개는 적의를 감추지 않으며 일정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조금 뒤로 물러서고, 가람이는 그런 날개의 모습을 보고는 어깨를 으쓱하며 그 자리에 멈추어섰다.

“거짓말. 그렇다면 지금까지 날 속여왔던 것은 뭐지? 그리고 캐스터는 어떻게 된거야?”

“글쎄. 그 것은 내가 대답할 수 없는 문제야.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난 지금까지 거짓말을 한 적이 없어.”

끝까지 잡아떼고 있다. 날개는 그렇게 생각하며 주머니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전에 보여줬던 움직임이라면 별 의미가 없겠지만 그래도 발악조차 하지 않은 채 이 자리에서 죽임을 당하고 싶지는 않았다.

“너무 그러지 말라고. 너와 일부러 싸우고 싶은 마음은 없어.”

그렇게 말하며 가람이는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을 보며 날개는 일순 손에 잡힌 보석을 내던지고픈 욕망을 느꼈으나 그 마음을 억누르며 그를 따라 시선을 옮겼다. 그 곳에는 뒤로 물러난 세이버가 검에 마력을 집중시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보구를 사용할 생각인가? 하긴······. 보구가 아니면 세이버의 공격력으로는 어림도 없지.”

“흥. 겨우 어쌔신이라구. 지금까지는 잘 버틴 듯 하지만 그 것도 여기까지야.”

승리를 확신하는 듯한 목소리. 하지만 날개의 목소리에는 분명 자그마한 떨림이 존재하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몰려드는 위화감.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고 있는 것 같았다.

“어쌔신이라······.”

그런 날개의 모습이 우스운지 가람이는 가볍게 웃었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도 느껴지겠지만, 이 정도로 대단한 마력을 지닌 성배가 왜 겨우 그 따위 힘 밖에 내지 못한다고 생각해?”

“갑자기 왜 딴 소리지?”

“중요한 거야. 성배의 마력은 실제로 대단해. 엄청난 영맥만 골라서 발현되며, 수십년간 그 곳에 있는 마력을 끌어 모은 녀석이지. 하지만 그 마력을 얻는다고 해도 마술사가 마법사가 되는 것도 아니야. 마력의 양이 많아진다고 되는 것이 마법사일리는 없지만 그래도 단지 마력의 양만을 늘려주는 것으로는 그 많은 마력이 설명되지 않지. 알고 있지 않아? 본래의 성배가 지닌 힘. 그 어떤 소원이라도 들어준다는 성배의 마력을.”

알고는 있었다. 실제로 과거 일본의 후유키시에서 일어났던 성배 전쟁의 힘은 그런 것이었다는 것을 들었었으니까. 그 성배가 더럽혀져 파괴되기 전에는 죽은 생명을 되살릴 수도 있는 초월적인 힘마저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 것이 지금 무슨 상관이라는 거지?

“그게 어쨌길래?”

“간단해. 성배는 불완전한거지. 6번째의 서번트가 소멸되는 순간 그 서번트를 받아들이며 성배가 구현된다. 그리고······.”







세이버의 검은 이미 3m 가 넘는 검은 기운을 뿜어대고 있었다. 그런 세이버와 대치한 채 사내는 더욱 검을 세게 움켜쥘 뿐이었다.





“일곱 번째 서번트를 받아들임으로서 성배는 완성된다.”










세이버의 검은 검이 사내를 향해 떨어진다! 하지만 그는 피하려 하지 않는다.









“무슨 헛소리야? 그럼 모든 서번트가 소멸해야 성배가 완성된다는 의미·······”

순간 날개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그제서야 지금까지 자신의 마음 한 구석에서 사라지지 않던 위화감이 납득되었다.

“이제 알겠지?”

“설마······· 어쌔신이 아니야?”

하지만·······.











순간 거대한 붉은 십자가가 어둠을 찢으며 밤하늘을 수놓는다. 흰 방패에 새겨진 성흔이 세이버의 검을 막아내고 있었다. 십자가의 형태를 띈 장벽. 그 것은 흑빛의 파도를 완벽하게 막아내었고, 일순 당황한 세이버가 보인 작은 틈 사이로 순백의 기사는 자신의 검을 찔러 넣었다.

“설마! 성배의 탐색자······. 갤러해드?”

“정답. 그가 바로 내 서번트이자 8번째 클래스인 디펜더의 영령이지.”

그래. 그제서야 깨달았다. 그 동안 느껴진 위화감의 정체는 바로 이 것.



1. 자신의 서번트 세이버.

2. 가람이의 서번트 캐스터.

3. 영아의 서번트 아쳐.

4. 가린이의 서번트 버서커.

5. 토오사카의 서번트 랜서.

6. 아인츠베른의 서번트 라이더.

7. 그리고 가람이의 또 다른 서번트 디펜더.



애시당초 7 이라는 수는 맞지 않았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어쌔신의 서번트는 이미 오래 전. 성배 전쟁이 시작된 직후, 소멸 되었으니까.

그 마스터의 시신을 소각해 없애버린 것이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잊고 있었던 것.

그 것이 자신이 느껴왔던 위화감의 정체였다.





하지만······· 그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0 [Fate/Stick night] 4월 중 어느 날 - Epilogue [3] 카와이 루나링 2005.08.13 821
69 [Fate/Stick night] 간단한 설정 및 후기 [2] 카와이 루나링 2005.08.13 736
68 櫻道場 - 운명은 흩날리는 벚꽃처럼 - last sakura [2] 카와이 루나링 2005.08.13 657
67 [Fate/Sticky night] 3 / 12 Sticky night - 05화 [2] 카와이 루나링 2005.08.13 874
66 [Fate/Sticky night] 3 / 12 Sticky night - 04화 [2] 카와이 루나링 2005.08.13 470
65 [Fate/Sticky night] 3 / 12 Sticky night - 02 / 03화 [1] 카와이 루나링 2005.06.01 372
64 [Fate/Sticky night] 3 / 12 Sticky night - 01화 [1] 카와이 루나링 2005.05.29 683
63 [Fate/Sticky night] 지금까지의 줄거리 [5] 카와이 루나링 2005.05.29 651
» [Fate/Sticky night] 3 / 11 Rule Breaker - 05 [2] 카와이 루나링 2005.03.05 460
61 櫻道場 - 운명은 흩날리는 벚꽃처럼 - 26th sakura [1] 카와이 루나링 2005.03.05 616
60 [Fate/Sticky night] 3 / 11 Rule Breaker - 04 [3] 카와이 루나링 2005.02.17 470
59 [Fate/Sticky night] 3 / 11 Rule Breaker - 03 [3] 카와이 루나링 2005.01.29 504
58 [Fate/Sticky night] 3 / 11 Rule Breaker - 02 [3] 카와이 루나링 2005.01.01 447
57 [Fate/Sticky night] 3 / 11 Rule Breaker - 01 [3] 카와이 루나링 2004.12.12 630
56 [Fate/Sticky night] 3 / 10 Choice - 03 [6] 카와이 루나링 2004.12.12 576
55 [Fate/Sticky night] 3 / 10 Choice - 02 [6] 카와이 루나링 2004.10.25 509
54 櫻道場 - 운명은 흩날리는 벚꽃처럼 - 25th sakura [3] 카와이 루나링 2004.10.25 651
53 [Fate/Sticky night] 3 / 10 Choice - 01 [3] 카와이 루나링 2004.10.25 507
52 [Fate/Sticky night] 3 / 9 Magician Killer - 02 [2] 카와이 루나링 2004.10.24 450
51 [Fate/Sticky night] 3 / 9 Magician Killer - 01 [5] 카와이 루나링 2004.10.12 568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