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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lude

적막한 공간을 비트는 쇳소리. 가볍게 찌른 흑의 검이 튕겨져 나온다. 백의 검을 들어 힘껏 내리쳐 보지만 상대의 검은 여전히 그녀의 검을 막아내고 있었다. 이미 수십 번이나 반복된 공방. 하지만 싸움이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별 다른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었다. 두 자루의 검을 계속 공격을 퍼붓는 은발의 소녀와 그 공격을 계속 막아내기만 하는 백의 기사. 공격조차 하지 않을 채 계속 소녀의 공격을 막아내기만 하는 그의 방어는 실로 철벽이라는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완벽했다.

두 자루의 검을 동시에 찔러 들어갈 때도, 종이 한 장의 차이로 양 쪽에서 베어 들어갈 때도, 쉬지 않고 이어지는 몇 번의 불규칙한 검의 춤 속에서도 검이 자신에게 닿기 전에 차단해 버린다. 소녀가 일부러 보인 틈새에도 결코 손을 뻗지 않는 사내. 그러면서도 전혀 손을 흐트러트리지 않은 채 계속해서 소녀의 공격을 막는 사내. 싸움은 그 이상으로도, 그 이하로도 진행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사람이 있었다. 아쳐의 마스터. 영아는 성공할 듯 하면서도 끝내 무산되는 아쳐의 공격을 보며 아쉬워하고, 또 불안해하고 있었다. 어째서 아쳐의 공격이 통하지 않는 것일까? 그녀의 빠르고,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어지러운 공격은 설령 최강의 서번트인 세이버라 하더라도 한 발 물러서게 하기에 충분할 것인데.

그렇기에 그녀는 명했다. 이대로는 승부가 나지 않는다. 아쳐의 공격으로는 무너지지 않는 서번트. 검을 들 그녀의 전투력은 막강했지만 아무래도 사내의 벽을 무너뜨리기에는 모자라는 것 같기에, 그 보다 더 강한 공격을 주문한다.

아쳐의 주특기는 활. 그리고 자신의 서번트가 자랑하는 엄청난 위력의 마술. 그리고 최강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보구. 그 것이라면 사내의 방어를 부수기에 충분하리라.

자신의 마스터가 하는 생각을 눈치 챈 것일까. 아쳐는 세 번의 거짓된 공격을 퍼부은 뒤 재빨리 뒤쪽으로 물러났다. 자신에게 멀어지는 아쳐를 바라보며 검을 고쳐 잡는 사내를 바라보며 아쳐는 검을 회수한 뒤 왼팔의 각인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활성화 되는 각인. 붉은 날개를 펼치며 실체화되는 “활”에 아쳐는 “화살”을 걸기 위해 주문을 외운다.

“투영 개시.”

펼쳐진 검의 세계. 원본은 아니지만 그에 달하는 검을 복제해낸다. 자신은 “그”처럼 검의 세계를 만들지는 못한다. 하지만 적어도 복제만은 가능하다. 그리고 “그”가 했던 것처럼 이 것을 쏘아낸다. 이 것이 자신이 아쳐가 된 이유. 마술사로서 캐스터가 아닌 아쳐가 된 이유. ‘운명을 여는 거대한 슬픔의 검’이 시위에 매겨지고, 지체 없이 쏘아져 나간다!

용을 죽인 보구. 그 검에 실린 마력을 알고 있는 것일까. 백의 기사는 자신에게 향해오는 검을 막으려 하지 않고 피해낸다. 그리고 이어지는 공방. 다시 한 번 검을 쏘아내며 아쳐는 계속해서 전신에 새겨진 영주에 마력을 불어 넣는다.

보구를 쏘아내는 활. 쏟아지는 검을 피해내며 그 주문의 완성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니, 막아낼 수는 있겠지만 그 경우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 그렇기에 막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막지 못한다.

하늘을 찢으며 칠흑빛의 부검이 휘둘러지는 순간 사내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Interlude Out





“하지만 어째서? 아쳐 자체만으로도 강한데다가 더욱 강한 헤라클레스까지 가세했다면 질 리가 없잖아.”

너무나도 예상되는 이야기의 끝. 하지만 현실과는 다르게 막을 내린 싸움. 그 원인을 묻는 내게 영아는 조심스레 팔을 들어올렸다.

“왜냐고? 그 때 나도, 아쳐도 잊고 있던 것이 있었으니까.”

쓴 웃음을 짓는 영아의 팔에는 당연히 존재하고 있어야 할 것이 존재하지 않고 있었다.




Interlude

“너무 한 쪽에 정신이 팔려있으면 나쁜 아저씨가 잡아간다고.”

“!!”

갑작스레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 그 어떤 기척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었기에 영아는 순간 심장이 내려앉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더불어

자신의 왼쪽 팔꿈치 아래로 섬뜩한 느낌이 스쳐지나갔다.

“아악!”

커다란 비명소리. 갑작스레 들려온 그 소리에 아쳐는 이를 갈며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 곳에서 보인 것은


왼팔을 부여잡은 채 무릎을 꿇고 있는 마스터의 모습과
피로 물들고 있는 새하얀 팔을 들고 서 있는 한 남자의 모습
그리고 빠르게 사라져가는 자신의 마력과 아득해지는 정신이었다.


영주가 있는 팔이 잘려버린 채 쓰러진 자신의 마스터. 그리고 그 뒤에 칼을 들고 서 있는 사내. 그 사내의 왼손에 들려있는 피로 물든, 소녀의 것으로 보이는 팔. 그 것이 누구의 팔인지는 너무나 명확했다. 그리고 자신과 영아를 연결해 주던 선이 사라져버렸다는 것 역시.

“마스터!”

아쳐의 외침. 그리고 치솟아 오르는 살기. 비록 마스터와의 연결이 끊어져 마력의 공급이 중단되었다고는 하나 그녀는 아쳐다. 적어도 3일간은 현계 할 수 있는 서번트. 3일이라는 시간은 저 사내를 ‘죽여’버리고 그녀의 마스터와 다시 계약하는 것이 가능하다.

영주가 새겨진, 잘려버린 팔을 가지고 서번트와 계약하는 것. 혹은 그 영주를 다른 곳에 이식하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니까.

하지만 아쳐는 곧 생각을 바꿔야만 했다. 마스터와의 재개약은 불가능하다. 저 사내의 입에 걸린 미소가 그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렇다면 남은 길은 하나. 아쳐는 빠르게 바닥나 가는 자신의 마력을 자신의 서번트에게 몰아주며 명령했다. 아쳐의 몸에 새겨진 전신의 영주가 빛을 발한다.

“버서커! 마스터를 데리고 도망쳐!”

흑색의 거인은 아쳐의 명령을 충실히 따른다. 부검을 거두는 것과 동시에 기사의 검을 몸으로 받아내야 했지만 개의치 않고 몸을 돌려 영아를 향해 달린다. 그와 동시에 흑백의 음양검을 뽑아들고 상대의 서번트를 막아서는 아쳐. 이미 그 검의 날카로움은 많이 사라져 있었지만 상대의 검을 어느 정도는 받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상당히 성실한 개로군.”

자신의 옆을 스쳐지나가는 거인을 무시한 채 사내는 말을 던졌다. 명백한 비웃음. 굳이 그 흑색의 거인을 막아설 생각 따위는 없었다. 사실 막아낼 수도 없었겠지만. 아니, 막아낼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럴 필요는 없을테니까.

자신은 그 거인의 주인을 조종하는 “권리”를 손에 넣었으니까.

“이제 그만하는 것이 어때? 아쳐. 넌 상당히 특별해 보이는 서번트라 굳이 이런 귀찮은 일까지 하게 되었단 말이야.”

어쩐지 기쁜 듯이 들리는 그 목소리가 상당히 역겹다고 느껴졌다. 자신의 마스터를 죽이지 않고 그 영주가 새겨진 팔 만을 잘라낸 이유. 그 것은 바로 자신 때문이었다는 것에 죄책감까지 느껴졌다. 그 느낌을 지우기 위해 아쳐는 큰 소리로 그의 말을 반박해 버렸다.

“웃기지 마! 비겁한 자식! 네가 그러고도 마술사, 아니! 사람이냐?”

“어차피 성배 전쟁은 죽고 죽이는 싸움이지. 사람들이 정한 규칙 따위는 내 알바 아냐. 성배를 가지는데 그 따위 규칙 따위는 필요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 않아?”

으득

이를 가는 소리가 들린다. 아쳐의 분노가 사내를 찌를 듯 쏟아지지만 그는 개의치 않으며 말을 이었다. 자신의 서번트는 그 아쳐의 분노를 충분히 막아줄 것이다. 아쳐는 어떤 수를 쓰더라도 자신을 공격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는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으며 계속 말을 잇는다.

“뭐······. 나는 룰 브레이커지. 사람들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왕 어기기 시작한 규칙 따위 끝까지 무시해도 상관은 없겠지?”

“네 녀석!”

이미 입에서는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점차 검을 든 손에 힘은 빠져나가고 있었다. 지속적으로 소모되는 마력.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소멸조차 할 수 없었다. 그 끈질긴 생존을 위한 기술이 이 때만은 방해가 되고 있었다.

“더 이상 오래 끌고 싶지는 않군. 그럼 아쳐.”

그가 원하는 것은 알고 있었다. 저 영주를 통해 자신을 구속하고, 자신을 인형처럼 다룰 것이다.

“자. 너의 서번트에게 명령해라.”

그리고 그 첫 번째 명령은 바로 저 것이다. 자신의 마스터. 영아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라는 것. 그 정도는 그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알 수 있었다.

영주가 빛을 발한다.

“너의 마스터를·······.”

그렇기에 아쳐는 그 것을 막을 수 있는 단 한 가지 방법을 택한다.

“죽이라고·······”



“!!! 아쳐 네 녀석!!!”

“엿······· 이나 드시·······지. 빌어·······먹·······을·······ㅈ·············”

그렇기에 아쳐는 스스로를 소멸시킨다. 꿈속에서나마 자신이 보고 싶어했던 사람들을 만나길 빌면서·······.




콰앙!

“아악!”

고통 속에서 비명을 지른다. 버서커는 우직할 정도로 뛸 뿐이었다. 커다란 담벼락에 막혀 쓰러질 때 까지 영아를 안은 채 뛰던 버서커는 그 자리에 쓰러져 일어날 줄을 몰랐다. 벽에 부딪칠 때의 충격에 정신을 잠시 잃을 뻔 했던 영아는 쓰러진 버서커를 보며 그의 품에서 빠져나온다.

“버서커?”

이미 거인의 생명은 멎어있었다. 어쩌면 오래전에 끝나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마스터인 한 소녀의 부탁을 이루어주기 위해 죽음에 이른 그 몸을 이끌고 달려왔을 것이다. 죽어서 영령이 된 뒤에도 그녀을 지켜주던 흑색의 거인. 아쳐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면서 죽은 몸을 이끌고 달리던 그의 얼굴이 왠지 웃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과 함께 영아는 자신을 지켜준 소녀의 이름을 외치며 오열했다.

“아쳐어!”

Interlude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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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늦어지고 있어요. 늦어지고 있어요.
이래저래 게으름게으름.

... 죄송합니다. [머엉]

이제 곧 완결 될 듯 한데 왜 이리 더디게 진행되는지...

덧 : 패러디인지 무단 도용인지 하나 있습니다. [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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