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보석을 꺼내들어 손가락 사이에 끼워 넣는다. 그 수는 총 6개. 바람의 주문을 담은 3개의 토파즈와 불의 주문을 담은 3개의 루비. 잠시 그 보석들의 가격을 매겨 보려다가 왠지 저 녀석은 그냥 놓아 둔 채 집으로 돌아갈 것 같아서 그만두기로 했다.

캐스터는 검을 꺼내들고 내 앞에 서 있었다. 산보하듯 발을 옮기는 그녀의 모습은 그녀의 마스터인 한 남자가 자신을 알아보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희망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마스터.”

어두운 밤길, 주황빛의 가로등 아래 그 녀석의 얼굴이 보일 정도의 거리가 되자 캐스터는 입을 열었다. 너무나 조용한 침묵을 깨는 작은 목소리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한 남자가 반응을 보인다.

“·······.”

얼굴에 튄 피를 닦아내지도 않는다. 지저분하게 얼굴을 물들이고 있는 핏덩이. 마치 처음부터 그런 무늬가 있던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옷. 아직도 채 마르지 않은 채 손 끝에 매달려 있다가 ‘똑!’ 하고 떨어지는 핏방울까지·······. 한 명의 악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가······, 그대로 달려든다!

“실례하겠습니다! 마스터!”

그런 가람이의 모습에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다는 듯 가람이를 향해 달려가는 캐스터. 찔러 들어오는 가람이의 손끝과 캐스터가 찔러낸 검의 끝이 부딪치며 귀에 거슬리는 소음을 만들어낸다.

그 뒤로 이어지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공방전. 캐스터가 몸을 낮추었다가 검을 쳐 올리는 듯 했지만 가람이의 몸이 옆으로 한 바퀴 돌며 손등으로 캐스터를 칠 듯이 팔을 휘두른다. 검의 손잡이 부분으로 가람이의 팔을 막은 뒤 왼손으로 가람이의 목을 찔러보지만 그는 목을 비트는 것만으로 그 것을 피해내 버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 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눈이 잡아낼 수 있는 한계. 실제적으로 들려오는 소리는 그와는 비교도 안 되는 싸움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내가 잡아낼 수 있는 싸움이라고는 그 둘이 싸우는 실제의 3분의 1이나 될까. 그 정도의 싸움인 만큼 나는 끼어들 틈을 찾지 못한 채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손가락 사이의 보석을 힘껏 누르고 있던 탓인지 조금씩 손이 아파오고 계속되는 긴장 속에서 점차 지쳐만 가기 시작할 때가 되서야 가람이와 캐스터의 사이가 벌어졌다. 그 덕에 내가 겨우 싸움에 끼어들 틈이 생겼지만 그리 좋은 상황이라고는 말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가람이의 킥. 높게 얼굴을 향해 날아온 그 녀석의 다리를 검을 들어 막으려 했지만 그 동안 누적된 충격을 견디지 못한 것일까? 캐스터의 검이 유리처럼 부서져 버렸다. 더불어 날아드는 부서진 검의 파편들. 캐스터는 검의 날을 받치고 있던 왼팔을 당겨 눈을 가리며 고개를 푹 숙여 그 파편을 막아내려 했지만 팔과 얼굴, 그리고 그녀의 가녀린 몸을 할퀴어대는 검의 잔해에 소리 없는 비명을 질러댔다.

더불어 다시 한 번 날아오는 가람이의 킥에 복부를 내 준 캐스터는 내 곁을 스치듯 날아가 버렸고, 그녀가 땅에서 구르는 소리를 들으며 난 재빨리 6개의 보석을 모두 던져버렸다.

“Schlag Wind! Mischung Feuer! und Schlag!”

몇 번이고 입 안에서 뇌이고 있던 주문을 외우자 보석이 그대로 허공에서 부스러져버리며 그 안에 담긴 주문이 발동된다. 폭풍과도 같은 바람에 휘감기는 불꽃. 통상의 3배에 달하는 화력을 뽐내며 시뻘건 불꽃이 허공에서 춤을 추듯 흔들리며 날아간다. 팔을 휘감고, 다리를 감싸며 가람이의 몸에 얽히는 화염. 자그마치 ? 원(스스로도 계산하기 싫다.) 이라는 거금을 날려버린 주문 앞에서 가람이는 움찔거리며 잠시 뒤로 물러······ 나는가 싶더니 그대로 불꽃을 헤쳐버리고 나에게로 다가왔다!

“치잇!”

양팔을 휘두르는 것으로 흩어져 버린 내 ? 원. 그리고 바로 내 눈 앞으로 다가온 그 녀석의 얼굴을 보고 난 일순 굳어버렸지만 곧 정신을 바로 잡고 왼팔과 오른팔을 들어 가람이의 얼굴에 들이대며 양 팔에 새겨진 마술각인에 마력을 있는대로 집어넣었다!

“Frost!”

어머니가 남겨주신 마술 각인이 빛을 발한다. 어머니의 이름에 어울린다고 밖에 할 수 없는 마술. 그 두개의 각인에서 발동한 주문은 가람이의 몸을 완전히 얼려버렸다.

서리가 내린 듯 새하얗게 변해버린 주변의 땅. 더불어 완전히 얼어버린 가람이의 몸. 핏기가 싹 가신 것처럼 하얗게 보일 정도로 그 녀석은 꽁꽁 얼어붙어 버렸다. 최대의 출력으로 양 팔의 각인을 동시에 사용한다면 코끼리 정도는 우습게 얼려버릴 것이라고 말하시던 기억이 떠올라 잠시 움찔했지만 곧 녀석의 괴물 같은 움직임을 떠올리고는 그 생각을 지웠다. 뭐, 이 정도에 죽지는 않겠지. 움직이지는 못하겠지만.

“끝난건가.”

양 팔을 늘어뜨리고 크게 한 숨을 내 쉬었다. 긴장이 풀리며 전신에 힘이 빠져나갔다. 어떻게든 살아난 모양이다. 뭐. 이 녀석의 상태에 대한 문제는 캐스터가 알아서 해 주겠지. 아무래도 그녀는 나 보다는 뛰어난 마술사니까. 나 때문에 마술을 쓰지 못하고 검을 들고 가람이와 싸웠지만 만약 처음부터 그녀가 마술을 사용했다면 이렇게까지 진땀빼는 일을 없었을 것이다.

“뭐. 그럼 캐스터. 이제 어떻게 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면서 물어보았지만 돌아온 것은 경악에 찬 캐스터의 얼굴이었다. 더 볼 것도 없었다. 있는 힘껏 몸을 바닥에 굴린다. 그 자리에서 벗어나는 것과 동시에 내가 있던 그 자리에 냉기가 풀풀 서리는 발이 아스팔트로 된 도로를 부수며 꽂혀버렸다!

“뭐 이런 녀석이 다 있어!”

비명과 같은 외침과 동시에 몸을 일으켰다. 얼어붙은 몸을 강제로 움직이는 가람이. 관절 부분에 있던 얼음은 이미 다 깨져버렸고, 근육이 움직이는 곳 마다 얼음이 가루가 되며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이잇!”

다시 한 번 떨어지는 녀석의 발을 피하며 양 손을 들어 녀석에게 들이댄다. 좀 전보다 더 많은 마력이 흘러들어가며 마술각인이 빛을 발했지만 어느새 내 시야에서 가람이는 사라지고 없었다.

이어 느껴지는 살기. 그 섬뜩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느낌에 다시 한 번, 몸이 비명을 지르는 것을 무시한 채 몸을 굴렸다. 하지만 그 것을 간파 당한 것일까? 그 녀석의 발은 한 템포 늦게 날아들었고 서번트의 목숨마저 빼앗아 갔을 그 발이 날아드는 것을 보며 난 최대한 몸을 웅크리며 이를 물었다.

“!!”

몸이 부서져 나갈 것 같았다. 할 수 있는 만큼 그 공격을 팔로 막아보려 했지만 그 것도 여의치 않았다. 숨이 막히는 충격과 함께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입에서 무언가 거꾸로 올라오려는 것을 억지로 막아보려 하지만 그 역시 소용이 없었다. 바닥에 쓰러진 채 피비린내 나는 토사물을 게워내는 느낌. 속이 타들어가는 그 느낌 속에서 부러진 양팔을 늘어뜨린 채 나는 그 녀석의 모습을 흐릿해진 눈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0 [Fate/Stick night] 4월 중 어느 날 - Epilogue [3] 카와이 루나링 2005.08.13 821
69 [Fate/Stick night] 간단한 설정 및 후기 [2] 카와이 루나링 2005.08.13 736
68 櫻道場 - 운명은 흩날리는 벚꽃처럼 - last sakura [2] 카와이 루나링 2005.08.13 657
67 [Fate/Sticky night] 3 / 12 Sticky night - 05화 [2] 카와이 루나링 2005.08.13 874
66 [Fate/Sticky night] 3 / 12 Sticky night - 04화 [2] 카와이 루나링 2005.08.13 470
65 [Fate/Sticky night] 3 / 12 Sticky night - 02 / 03화 [1] 카와이 루나링 2005.06.01 372
64 [Fate/Sticky night] 3 / 12 Sticky night - 01화 [1] 카와이 루나링 2005.05.29 683
63 [Fate/Sticky night] 지금까지의 줄거리 [5] 카와이 루나링 2005.05.29 651
62 [Fate/Sticky night] 3 / 11 Rule Breaker - 05 [2] 카와이 루나링 2005.03.05 460
61 櫻道場 - 운명은 흩날리는 벚꽃처럼 - 26th sakura [1] 카와이 루나링 2005.03.05 616
60 [Fate/Sticky night] 3 / 11 Rule Breaker - 04 [3] 카와이 루나링 2005.02.17 470
59 [Fate/Sticky night] 3 / 11 Rule Breaker - 03 [3] 카와이 루나링 2005.01.29 504
58 [Fate/Sticky night] 3 / 11 Rule Breaker - 02 [3] 카와이 루나링 2005.01.01 447
57 [Fate/Sticky night] 3 / 11 Rule Breaker - 01 [3] 카와이 루나링 2004.12.12 630
56 [Fate/Sticky night] 3 / 10 Choice - 03 [6] 카와이 루나링 2004.12.12 576
55 [Fate/Sticky night] 3 / 10 Choice - 02 [6] 카와이 루나링 2004.10.25 509
54 櫻道場 - 운명은 흩날리는 벚꽃처럼 - 25th sakura [3] 카와이 루나링 2004.10.25 651
53 [Fate/Sticky night] 3 / 10 Choice - 01 [3] 카와이 루나링 2004.10.25 507
» [Fate/Sticky night] 3 / 9 Magician Killer - 02 [2] 카와이 루나링 2004.10.24 450
51 [Fate/Sticky night] 3 / 9 Magician Killer - 01 [5] 카와이 루나링 2004.10.12 568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