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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머리 위로 푸른 빛의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가만히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던 소녀는 잠시 인상을 찌푸렸지만 그 익숙한 모습을 한 비행체를 보고는 살포시 미소지었다. 땅에 내려앉는 청녹빛의 무언가의 주변으로 거센 바람이 휘몰아쳤지만 소녀는 개의치 않고 천천히 그 쪽으로 다가갔다. 그 안에서 나온, 오랜만에 보는 익숙한 얼굴. 아름다운 오드아이를 가리는 전장의 상처는 여전한 것 같았지만 이전과는 다른 그녀의 표정에 자신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오랜만. 무슨일이야?"

"왠 아저씨 같은 취미야? 낚시라니."

"꼭 아저씨만 하는 것은 아니잖아."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뿡뿡거리는 아젠의 모습에 실린 역시 웃는다.

"뭐, 그냥... 유람이나 하는 도중에 잠깐 들렀어. 살만한가봐?"

"덕분에. 귀찮은 일도 없고."

말소되어버린 아젠의 데이터. 이미 1년 전부터 아젠의 존재는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드림하트의 귀환과 동시에 이루어진 조치. 이후 그녀는 드림하트에서 빠져나와 이렇게 홀로 외딴 섬에서 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결심을 하기까지 대체 얼마나 많은 심경의 변화가 있었을까. 대체 무엇이 이런 어린 소녀에게 그런 삶의 길을 가도록 만들었던 것인가....

"그나저나 팬텀까지 끌고 무슨 유랑이야? 안 바빠?"

잠시 감상에 젖어있던 실린은 자신을 이끄는 아젠의 손길에 정신을 차렸다. 이미 아젠은 자신을 끌고 그녀의 집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 왕성한 활동력이 1년 전의 풀이 죽어있던 모습과는 사뭇 달라진 것 같아서 실린은 자신도 모르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아. 퇴역했어. 이제 민간인이야. 팬텀을 빼돌리는데 조금 고생했지만..."

"하아?"

"일년을 더 해 보았는데... 못하겠더라. 히로나 나카프네. 류노스케와 같이 퇴역해 버렸지. 어째 다른 사람들도 슬슬 빠질 분위기 인 것 같던데?"

그 말에 옛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자책하던 히로의 모습. 모든 것을 파괴하기 위해 떠나가는 자를 잡지도, 막지도 못했던 자신을 책망하던 그 모습이...

"그래... 결국은..."

반 정도는 예상했기에 아젠은 크게 놀라지 않은 태도를 보여 실린을 실망시키고 말았다. 조금 아쉬워하는 실린의 모습을 보며 아젠을 살짝 머리를 긁으며 말을 이었다.

"뭐, 다른 사람들 소식은 없어?"

"다른 사람들이라면... 비슷해. 슬슬 퇴역준비. 아니면 퇴역했거나. 대부분 이제는 연락도 안되더라고. 함장씨와 비슷한 기분이겠지."

살짝 한숨을 쉰다. 잠시 그녀는 옆에 있는 아젠의 표정을 살피다가 조심스레 말을이었다.

"츠바사나 사이네, 슈안은 소식조차 없어. 그리고...."

"... 그만. 그 이야기는 그만하자."

실린의 예상과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반응. 그 모습에 실린은 쓰게 웃었다. 하임즈의 일이라며 토렌디를 뒤따라간 츠바사와 사이네. 그리고 받아낼 것이 있다며 함께 멀어져간 슈안과 그가 남긴 마지막 메세지까지...

"타일런트의 몫을 받아내야 한다... 인가.."

"응?"

"아니, 혼잣말이야."

아젠의 얼굴을 한 번 힐끗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 이 이상 지난일에 얽매이는 것은 좋지 않을 듯 싶다. 이제는 나도 잊는 것이 좋겠지. 뒷 일을 그 녀석들에게 맡기고...





"그런데... 동행이 있는거 아니야?"

다과를 내어오며 아젠이 쓰게 웃는다. 하지만 실린은 알 것 없다며 손사래를 친다. 그 모습에 어떻게 1년이 지나도록 저 사람들은 변한 것이 없는가 하는 생각에 아젠은 쓰게 웃고 말았다. 이거 참... 도와줘야 하는거야?

"그런데... 그런 말 들어봤어?"

"응? 무슨?"

아젠의 목소리가 낮아진다. 쿠키를 들어 입 안에 넣던 실린은 순간 변해버린 그녀의 분위기에 덩달아 진지해진다.

"첫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 안 믿었었는데 막상 당해보니 그런 것 같더라고..."

아젠의 말에 실린은 잠시 말을 멈춘다. 진지한 아젠의 표정. 하지만 그 말이 단순히 그런 추억담을 논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었다. 거참... 대체 아젠에게 까지 들킬 정도면.... 미행이야? 아니면 대놓고 스토킹 하는거야? 그러다가 결국 실린은 피식 하고 웃으며 아젠의 머리를 살짝 쥐어박았다.

"으이그... 다 좋은데 너무 뜬금없다는 생각 안해? 돗자리는 깔아 놓고 하던지."

실린의 말에 아젠은 가볍게 혀를 내밀며 웃는다. 하긴... 뭔가 지나치게 갑작스러웠던가...

"뭐... 너나 잘해봐. 이 쪽은.... 약간 시간이 걸릴 것 같으니까."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한다. 그 말에 아젠 역시 쓰게 웃는다.

"아니... 이 쪽도 좀 걸릴 것 같은데..."

"상대는?"

"없어. 나중에 생각해 봐야지. 뭐... 빼 놓을 것 하나 없겠다... 어렵지는 않을 것 같지 않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터져나온 웃음. '영 힘들 것 같으면 소개시켜 줄께.' 라며 치근거리는 실린과 '히이로씨는 안돼. 어째 덤으로 붙어가는 느낌일 것 같거든...' 이라며 쿡쿡거리는 아젠. 아직 스물이 채 되지 않은 소녀들에게 뒤늦게 찾아온 그 지독히도 평범한 일상에 두 소녀는 오랜만에 진심으로 즐겁게 웃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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