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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뭉치의 서류를 안고 그에게로 다가선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파묻은 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말쑥한 흰색의 제복에 구김이 생기건 말건 아무렇게나 쓰러져 있는 것은 다름아닌 이 함의 함장인 히로였다. 단 한 번의 사열만으로 완전히 녹초가 되어버린 모습. 지금까지 사열을 단 5번도 해보지 않았다는 어이없는 말은 사실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 것이 왠지모르게 이해가 가는 것 같아 나카프네는 쓰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히로의 옆에 조심스럽게 서류를 내려놓는다.

"가니메데 콜로니 탈환 작전에 대한 개요입니다만..."

하지만 히로는 미동조차 보이지 않는다. 테이블 위에 고개를 파묻은 상태 그대로 손가락 하나만을 펼쳐들 뿐이었다.

"한 장으로 요약합니까?"

손가락이 좌우로 흔들린다.

".... 한 문장 입니까?"

손가락이 OK 싸인으로 바뀐다. 그 것을 본 나카프네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이내 말문을 열었다.

"커피.... 드시겠습니까?"

순간 통제실 안에 침묵이 흐른다. 모두의 시선이 한 곳에 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히로는 고개를 들었다. 히로의 눈에 비친 나카프네는 그저 웃고 있을 뿐이었다.

"후으.... 알았네. 옷 좀 갈아입고 오지."

어쩔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통제실 밖으로 나선다. 히로가 문 밖으로 빠져나가고 철제 문이 굳게 닫히는 순간 통제실 안에 함성과 박수소리가 쏟아진다. "보좌관님 멋쟁이!" "드디어 함장님을 휘어잡았군요!" 라면서 모든 사람들이 나카프네를 향해 치하를 보낸다. 나카프네 역시 일일히 손을 들고, 고개를 숙여 답례하며 환하게 미소짓는다. 마치 연극같은 장면.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류노스케는 쓰게 웃었다. 뭐야? 저 여우. 이전에 보인 그 특유의 말투를 못알아 들어서 좌절하게 만든 것은 언제고 지금은 아예 가지고 놀잖아? 이전에 보인 그 모습이 진짜인지 연극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여자는 역시 무서운 동물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류노스케였다. 아니... 그보다 말이지, 이러면 우리 함장님. 굳이 화법을 바꿀 필요가 있는거야? 그 때 그런 고민은 대체 왜 한걸까?






"흠.... 이거 전투 예상 지역이 너무 넓은데? 당장 내일모레면 1차 경계태세인가..." 지도를 보며 인상을 찌푸린다. 하지만 류노스케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당연하다는 듯 대꾸했다.

"별 수 없죠. 자료가 워낙 딸리니까. 이런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자료는 그게 한계에요. 그나마 타이탄 쪽은 안가도 된다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 겁니다."

그 말에 히로 역시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얼마 전 타이탄과 가니메데의 콜로니가 동시에 공격받을 때만 해도 그 두 콜로니를 탈환할 생각에 머리가 부서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가니메데로 적함정이 이동했을 때 토성 궤도에 있던 타이탄 방어군이 타이탄을 재탈환 한 것이었다.

그와는 반대로 가니메데의 방어군은 완전히 궤멸되어 버렸다. 때문에 적이 머물 수 있는 마지막 전초 기지는 가니메데 뿐. 이 곳을 되찾는 것 만으로 적에게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실은 적 역시 알고 있을 것이었다.

"거참. 달랑 6대의 기체한테 정령당해 이 모양 이꼴로 고생하게 만들다니. 가니메데 방어군은 대체 뭐하는 것인지 모르겠군."

투덜거리며 식어버린 커피를 모조리 털어넣는다. 빈 잔을 치운 뒤, 또 한잔의 커피를 히로의 앞에 내려놓으며 나카프네는 당연하다는 투로 대꾸했다.

"별 수 있나요. 이번처럼 정말 운이 나쁘지 않는 한, 혹은 처음부터 가니메데를 노리고 있는 것이 아닌 한 적 침공루트에 가니메데가 걸릴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그 커다란 목성 궤도 중에요. 화성 궤도라면 어찌어찌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목성 궤도는 사실상 불가능해요. 이번에 토성 궤도와 목성 궤도가 겹친 것도 거의 몇백, 아니 몇천년 만에 발생한 우연이구요."

"하긴.... 그도 그렇지."

커피를 마신다. 적은 아마도 가니메데에서 모든 전투를 종결지으려 할 것이다. 만약 그들이 자신들의 위치, 즉 본거지가 이 쪽에 이미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안다면 다른 방법을 택할지도 모르겠지만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가 그들의 위치를 모른다는 가정하에 자신들의 위치를 감추려고 한다면 분명 이 곳에서 승부를 내려 할 것이다. 그렇다. 이 곳이 이번 전투의 분수령이었다.

"역시 안되겠네. 명령 수정하게. 명일 08시 부로 경계태세 2단계 발령. 예상되는 적 규모는 현재의 4배로 설정하여 전투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히로의 말에 모두가 놀란다. 좀 지나칠 정도의 반응이다라고 하는 것이 대부분의 생각이었지만 요지부동. 그 굳을 표정을 보고 이번에는 뜻을 돌리기 힘들겠구나 라고 생각하며 나카프네는 히로의 지시를 전파했다.

경계태세 2단계 라고 하는 것은 사실 장시간 지속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특별한 사항이 없는 한 자리에서 이탈 금지, 파일럿의 경우는 아예 기체 내에 탑승하여 대기하고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다. 앞으로 몇 시간 이내에 전투가 발생할 것이라는 근거가 있을 때 내려지는 명령을 히로는 예측된 사항보다 3일가량 빠르게 내리고 있는 것이었다.

당연한 듯 불만이 터져나온다. 하지만 그 것도 잠시. 히로가 내린 지시가 절대 성급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되는데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역시, 우리 함장님씨가 적군을 부르는 주범이지 말입니다.]

할 말이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결국은 쓰게 웃는다. 동시에 츠바사의 오르젠더가 함 밖으로 나서고 이후 캐터필러에 오른 슈안 역시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잇는다.

[함장 아저씨, 내기할까요> 내 뒤로 아저씨 욕하는 사람이 한 5명은 더 나올 것 같은데.]

".... 내기 성립이 안될 것 같은데? 나도 5명이 넘는다 쪽에 걸 생각이거든."

아니, 그 보다 제대로 예측한 것도 욕을 먹어야하는 이유가 되는 거야? 라고 투덜거리면서 히로는 궁시렁거렸다. 경계태세 2단계를 발령한지 15분이나 지났을까? 레이더 상에 적이 포착되면서 경계태세는 3단계로 올라갔고, 그 것을 전파받은 파일럿들이 투덜대면서 범인은 이 안에 있다는 둥, 엉뚱한 대상에게 화풀이를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지나체게 유능해도 문제가 되는 것이지. 암...

"함장님. 대충 표정에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지 다 나오는데요."

"통역은 필요없네."

나카프네의 말을 자르며 다시 모니터를 바라본다. 말 그대로 새까맣게 몰려오는 것 같다. 숫자는, 적어도 전함만 50대 이상. 이거 뭔가 심하게 무시무시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히로는 입가에 웃음을 지웠다.

"류노스케. 시간은 얼마나 걸릴 것 같지?"

"글쎄요. 조금 걸릴 듯 한데... 그 사이에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역시 평소처럼 해야겠지. 사실 잘 되리라는 보장도 없으니까."

"역효과가 날 수도 있겠지만요."

히로의 말에 대꾸한 뒤 류노스케 역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일단 시도는 해 보겠습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류노스케의 손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히로는 고개를 끄덕인 뒤 각 부서에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나카프네를 통해 지시가 절파될 때마다 함이 한층 소란함을 더해간다. 함포가 움직이고 방어 장비에 에너지가 충전되기 시작. 검은 우주를 찢으며 바깥으로 나선 기체들 역시 각자의 무장을 정비하고 함 주변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일촉즉발의 상황. 사냥을 위해 온몸의 근육을 팽팽하게 긴장시키는 맹수처럼 언제라도 공격할 준비를 마친 뒤 히로의 지시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쪽이 처음 방아쇠를 당긴 것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 날카로운 균형이 무너지는 것을 계기로 수백의 적이 움직인다. 흔들리는 전장. 순간 쏟아지는 빔의 샤워와 동시에 오르젠더가 드림 하트의 가장 앞으로 나선다. 펼쳐지는 P.D.M 필드. 커다란 장벽처럼 P.D.M을 펼쳐낸 오르젠더의 앞에서 수십번에 달하는 공격은 모조리 무용지물 이었다. 그 공격이 사그라드는 순간 오르젠더는 등 뒤에 장비되어있던 긴 포신을 꺼내들었다.

"센스가 넘치는군. 미리 충전 해 놓았잖아?"

[드림하트에서 충전한거 아니니까요. 대체 콜로니 전체에서 삼일은 써 먹을 전력으로도 풀차지가 안되는 무장은 뭘 어떻게 사용하라는 겁니까?]

츠바사의 말에 토렌디가 투덜거리며 되묻는다.. 하지만 츠바사는 대답하지 않는다. 오직 행동으로 보여줄 뿐. 이미 모든 준비가 끝나있는데 굳이 시간을 끌 것은 없다는 생각에 츠바사는 씨익 웃으며 말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더블 일루갈 캐논. 오르젠더가 들고 있는 포신에서 파괴라는 이름의 붉은 섬광이 폭사되며 적진의 한 가운데를 관통해 버린다. 오르젠더가 일루갈 캐논을 쏘아내는 순간 그 파장은 아군의 함까지 뒤흔들고 타오르는 것 같은 붉은 빛에 눈이 멀 것 처럼 아파오기 시작했다.

- 그어어어어

오르젠더가 환희에 찬 웃음을 토해내는 것 같은 착각 속에서 일루갈 캐논은 끝없이 적을 삼켜가고 있을 뿐이었다.

오랜시간 지속된 섬광이 사라진 뒤에야 파괴는 시작되었다. 일루갈 캐논의 진행 방향을 따라 시작된 폭발. 선두의 전함이 무너지는 것을 시작으로 하여 옆으로 뒤로 끝없이 이어져가며 모든 것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아직도 일루갈 캐논을 쏘아낼 때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파일럿들의 사이에서 '우... 우엑?' 하는 멋 없는 감상만이 그 끝을 알리고, 어처구니 없는 토렌디의 말이 그에 대한 모두의 심정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런 것을 150년 전에는 어떻게 난사해 댔냐는 겁니다....]

이미 화면상에 보이는 적의 7할 이상이 소거되어 있었다. 지우개로 지워버린 것 처럼 일렬로 완벽하게 제거되어 있는 모습은 작위적이라는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이 것이 황제...."

사이네 역시 할 말을 잊은 듯 중얼거렸다. 같은 하임즈라고 하지만 이 정도 차이가 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사실 그가 알고 있는 하임즈라고 해 봤자 서전트지 오르젠더가 아닌 것이다.

"이봐. 츠바사. 남극 조약을 새로 써야겠는데? 핵 미사일 금지 조약 따위 쓸모 없겠어."

슈안이 쿡쿡 거리며 웃는다. 이미 꺼내들었던 B-29 따위는 다시 수납해 넣은지 오래였다. TB를 장착한 뒤 적을 향해 리니어 캐논을 쏘아낸다. 세 번의 사격. 육안으로는 보이지도 않는 거리였지만 리니어 캐논은 어김없이 적 함에 적중한다. 평소대로라면 이미 이 정도로도 충분히 격침시킬 수 있었겠지만 너무 거리가 멀었다. 역시, 단지 두들기는 것 만으로는 오르젠더 급의 화력이 아니라면 격침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확인한 슈안은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 뒤를 이어 드림하트의 엄호를 받는 것과 동시에 아군의 기체들이 적함을 향해 달려든다.





아직 10대 이상 남은 전함에서 적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숫자는 어림잡아 50기 이상. 하지만 확실한 숫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머뭇거리는 사람은 없었다. 적의 탄환을 피해내며 알펜 하임이 움직인다. 한 대의 기체에 두 번 이상 검을 뿌리는 일은 없다. 기존의 센터와 맞붙을 때와는 달리 검을 뿌린 뒤 다른 기체를 찾아 이동하면 어김없이 공격 당한 대상은 폭발해 버린다. 순식간에 7기의 기체를 베어버리고 전함의 옆구리에 검을 꽂아넣는다. 전함의 크기에 비하면 지독할 정도로 미미한 데미지이겠지만 사이네는 그런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검을 꽂아 넣은 채로 전함의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6바퀴, 7바퀴... 전함 전체에 알펜이 그어버린 상처가 늘어나고 처음 검을 꽂았던 위치로 다시 돌아오는 순간 사이네는 알펜하임을 뒤로 물렀다. 검을 뽑고 전함에서 멀어지는 순간 더 이상 버티지 못하며 거대한 전함이 그대로 부서져 내린다.

"우와... 깡통 따기 하냐?"

그 모습을 보며 라렌느가 비웃음인지 감탄인지 모를 말과 함께 웃는다. 양손을 든 채 경련하는 듯 떨고 있는 아스트라나간을 보며 사이네는 '우와. 감기 걸렸냐?' 라며 맞받아쳤지만 라렌느는 입꼬리를 말아올린 채 웃고 있을 뿐이었다.

"미안하군. 이 쪽은 그 쪽과 같은 잽이 아니라 스트레이트라서 약간 폼을 재는 것 뿐이야."

킥킥거리며 웃는다. 아스트라나간의 양 손 사이에 황금빛의 원이 생성되기 시작했지만 그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미안하군. 이 쪽은 그 쪽과 같은 잽이 아니라 스트레이트라서 약간 폼을 재는 것 뿐이야."

킥킥거리며 웃는다. 아스트라나간의 양 손 사이에 황금빛의 원이 생성되기 시작했지만 그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지독할 정도로 불안하다는 느낌 밖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완성된 황금빛의 원은 새하얀 빛과 함께 타올랐고 그 안에서 쏟아진 10개의 푸른 구체는 말 그대로 공간을 일그러트리며 적의 전함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 푸른 구체들은 적함의 주위를 맴돌뿐 폭발하지도, 그렇다고 적함을 관통해 나가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푸른 구체가 움직이는 선을 따라 적의 함선은 말 그대로 깨끗히 지워지고 있었다.

"인피니티 실린더. 궁극의 시간 병기. 전에 이 녀석을 먹여줬어야 하는데 말이지."

더 이상 웃음을 참기 힘든 듯 쿡쿡 거리던 라렌느는 결국 광소를 터뜨렸다.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그 웃음 소리에 나카프네는 또 시작이라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라렌느는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아스트라나간의 날개를 더욱 크게 펼친 뒤 거대한 낫을 움켜쥐고 적의 한 가운데로 파고들고 있었다. 적의 포격이 이어졌지만 아스트라나간은 그 포격을 몸으로 받아내면서 달려든다. 부서진 부분은 자동으로 수복되며 거대한 낫을 휘둘러 주변의 적을 모조리 난도질한다.





창랑의 변화형, 백검이 적 기체를 마구 두들기며 날아다닌다. 가라호의 주변에 떠 있는 창귀, 굴각, 이혼은 가라호와 함께 적의 전신에 있는대로 빔을 난사하며 돌아다닌다. 아이아후투로 부서져가는 적의 몸을 꿰어버린 뒤 자신에게로 쏘아진 적탄을 막아내는 방패로 사용한 뒤 그대로 던져버린다. 일시적으로 가려진 시야의 뒤에 나타난 귀왕슈는 커다란 팔을 휘둘러 또 한대의 기체를 완전히 박살내어 버린다.

이미 키리츠케는 4대의 적기를 벌집으로 만들어 버린 상태. 사풍이 감싸고 있는 귀왕슈의 주변에는 어떠한 폭발의 여파도 전해지지 않고, 거믄바리는 날아드는 미사일을 잡아 채 귀왕슈에게 미사일을 쏘아낸 적에게로 그 것을 던져버리고 있었다.

[마아아아고오~ 괜찮아요?]

"시끄러워. 변태 도깨비. 과잉보호라니까. AI마저 내 이름을 그렇게 이상하게 발음하도록 만든 이유가 뭔데?"

리체에르는 투덜거리며 전장을 바라보았다. 그저 가만히 앉아있을뿐인 자신. 그저 자신의 힘을 받아내며, 때때로 그녀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녀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것 뿐이었다. 어째 바쁜 전장 속에서 자신만 여유 만만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리체에르는 비스크돌과 함께 놀고 있을 뿐이었다.

[리체에르. 꽤 하는데?]

그리고 그 옆으로 전혀 속사정을 모르는 가브리엘이 스쳐 지나가며 칭찬한다. 아니, 알지도 못하면서 떠들지 마. 투덜대보지만 굳이 알려줄 필요까지는 없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리체에르는 입을 다물었다.






쏟아지는 탄환을 피해내며 적에게 접근한다. 경계 경보가 멈추지 않고 울려퍼지는 가운데 목표에 다다르는 순간 적기의 복부에 샷건을 들이대고 그대로 날려버렸다. 박살나는 콕핏. 한 대의 기체마다 정확히 한 방씩. 오직 콕핏만을 영거리에서 쏘아버린다. '토렌디 이 빌어먹을 로리콘. 다른 사람들 것은 죄다 개수하면서 파워업 해주더니만 왜 내 것만 이모양이야.' 하고 투덜거리며 또 한 대의 기체에 접근한다. 샷건의 사정거리까지 적에게 다가가는 순간 모니터에 적 콕핏의 위치가 표시된다. 얼씨구.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 대체 몇 대를 이어붙인거야?

"자고로 6호는 따로 노는게 정석이란 말이야!"

무언가 엉터리 이론을 내세우며 샷건으로 어깨 부분의 콕핏을 날려버린다. 이후 샷건의 손잡이로 머리 부분을 가격해 박살내 버리고 떨어져 나온 적의 팔에 들려있던 로켓런쳐를 회수해 양 다리를 날려버렸다. 나 원참, 본래 기반이 아무리 특수 임무 수행용으로 제작하려 했다지만 화력은 쓸데없이 약해 빠진 놈이 이딴 엉터리 같은 기능이나 달아놓다니, 빌어먹을 로리콘 자식, 나중에 식장에 애 하나 들고 쳐들어가주마. 토렌디가 지금 갑자기 귀를 벅벅 긁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가브리엘은 연신 그의 욕을 해대면서도 착실하게 하나씩 적기를 박살내고 있었다.

"그러면서 왜 전함의 브릿지 위치는 탐색이 안되는 거냐고! 이 빌어먹을 돌팔이 로리콘 자식아!"







연신 들려오는 가브리엘의 욕설에 시피르는 움찔거리는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무딘 애를 쓰고 있었다. 우와, 미안해라. 그거 내가 달아놓은 건데... 하지만 그 말을 한 뒤에 찾아올 후유증은 생각하기 싫었기에 일단 스피커를 꺼 버리는 시피르였다.

"괜찮은 물건인데 괜히 난리야."

중얼거리며 빔샤벨을 꺼내들었다. 센터의 등 뒤에 달린 무장팩에서 집게발처럼 생긴 대형의 암파츠가 꺼내든 무식한 크기의 빔샤벨에 동력이 전달되면서 화려한 빛을 뿌려대기 시작한다.

"하아.... 이 거라도 달아줄 것을 그랬나?"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린다.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센터의 강화도 시급한 문제였다고 자위하며 시피르는 조종간을 당겼다. 암파츠가 길게 늘어나 마치 채찍처럼 낭창낭창한 탄력을 가지고 움직이는 빔샤벨을 휘두른다. 적의 기체를 때리고 전함을 두들긴다. 슈안의 플라즈마 블레이드도 한 수 접게 만드는 무식한 밸런스의 무장이 주변 일대를 마구 휘저어 버린다. 베어내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두들겨 버리는 그 것은 이미 빔샤벨이 아니라 빔 휩이었다.

빔의 채찍에 얻어맞는 부분은 어김없이 부서져 버리고 무너져내린다. 암파츠로 빔 휩을 휘두르며 손에 든 로켓런쳐와 발칸을 앞에 있는 전함으로 집중시킨다. 적함이 부서져 내린다. 이미 모든 포문은 빔 휩에 의해 남김없이 파괴된 상태. 남은 것은 말 그대로 강력한 화력으로 격침 시키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은빛의 섬광이 끼어든다.

"우와. 변태 아저씨. 이번에는 채찍이에요?"

거대한 전함이 시피르를 공격하던 전함을 들이받아 버린다. 부서져가는 전함을 짓이기며 밀고 들어가는 또 한 대의 전함의 출현에 시피르는 잠시 집중력을 잃었었지만 곧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를 확인 한 뒤에 어처구니 없다는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사기야!"

"뭘요? 오르젠더 하는 짓을 보면 이 정도는 약과지."

"전함을 끌고 와서 다른 전함에 들이 박는 것이 약과냐!"

쿠어! 하고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아젠은 알게 뭐냐는 투로 대꾸하며 텔페리온을 움직인다. 집중되는 포격. 하지만 텔페리온에게는 그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한 채 그대로 소멸되어 버린다.

"이.... 이봐! 로리콘! 아무리 오르젠더 기반이라고 해도 P.D.M 까지 달아 놓은거냐!"

그 모습에 츠바사가 경악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츠바사가 비명을 지르건 말건 토렌디는 V자를 그리며 씨익 웃을 뿐이었다.

"미안하지만 일루갈 캐논도 달아놨는데요?"

".... 할 말이 없군."

어이없는 표정으로 전장을 둘러본다. 이미 거진 정리가 끝나버린 상황이었다. 아니, 아무리 그대로 전함을 들어서 휘두르는 저 텔페리온이라는 녀석은 뭔가 익숙해지기 싫은데...

"그거 알아요? 츠바사씨? 텔페리온이 딱 오르젠더 급이라는거?"

어느샌가 한가해지는 전장 속에서 한숨 돌리려는 순간 토렌디가 살짝 목소리를 낮추며 말을 걸어왔다. 츠바사는 그 말에 담긴 뜻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려 했지만 갑자기 내려온 히로의 전투 중단 명령에 그만 집중력을 잃고 말았다.

"그만. 거기까지. 전원 전투를 중단한다. 수고했군 류노스케."

"뭘요. 그나저나 생각보다 너무 일찍 끝났는데요? 이거 이야기가 잘 통할지 모르겠네요."

뜬금없는 히로와 류노스케의 대화에 드림하트와 적의 움직임이 모두 일순 멈추어 버린다. 아니, 드림하트가 멈춘 것은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왜 적까지 모든 움직임을 멈추어 버린거지?

".... 멋진데. 완벽하게 당해버렸잖아."

처음 듣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목소리는 너무나 갑작스러운 등장이었고, 때문에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아무도 생각할 수 없었다.

"이 쪽 친구들이 워낙 대단한 친구들이라서, 나중에 생각 있으면 소개시켜주지."

"나쁘지는 않은 말이군. 지구인."

히로의 말에 답한 여성의 말이 끝나고도 얼마의 시간이 지날 때 까지 그 말의 의미를 깨닫는 사람은 없었다. 단지 토렌디만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눈치 챈 듯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릴 뿐이었다.

"..... 이성인..."

그랬다. 이 것이 처음으로 이루어진 대화. 지구인과 이성인의 First Contect.






.... 우악! 우악! 이게 아냐! 이게 아니라고!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건버스터 + 제네식 이 된거냐! 사실 텔페리온은 제네식 건버스터 였던 것이냐! 3년 동안 준비해 온 전투씬이 왜 이따위 개그가 되어버린거야! 보... 본래는 전함을 끌고 가서 들이 박은 다음에 6대의 전함 사이를 종횡무진 누비며 작살내 버리는 먼치킨 스러움을 강조했어야 하는데 뭐냐 이 것은! 전함을 배트 삼아서 날리는 이 놈은 누구냐! 에잇! 텔페리온 홈런! 텔페리온 크랏샤!

.... 막상 써 놓고 나니 좌절중입니다. 거의 마지막 전투씬이라고 봐야 하는데...
우으... 열혈모드로 글 쓰다보니 앞쪽 친구들이 전투씬 분량 다 잡아먹고 텔페리온 묻혀버렸.
크악! 뭐야! 라면서 절규중입니다.

후으... 어쨌든 탈력 만빵 Wise up...

1. 사열 - 분류 : 용어
  함에 올라타기 전에 인원 점검을 포함한 이상 유무 보고 등의 행사. 절대 쓸모 없는 짓

2. 경계태세 - 분류 : 용어
통상 전투 대기 태세를 분류해 놓은 것. 총 0,1,2,3 단계로 구분됨
0단계는 통상 대기 상태. 1단계는 경계 태세 - 함 외로 출타 금지 정도
2단계는 전투 대기, 파일럿은 기체에 탑승 후 대기
3단계는 전투 준비, 기체는 출격 후 함 외부에서 전투 대기

3. 일루갈캐논 - 분류 : 무장
맵병기. 그 것도 No 정신기로 데미지 5만은 우습게 뽑고 맵의 1/3은 커버하는 인생막장 맵병기. 통상 이 병기를 쓸 일은 이벤트 뿐... 헥시드 엔진이 구동 중이라면 자체 에너지로 난사가 가능하지만 현재 오르젠더는 헥시드 엔진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봉인되어 사용 불가

4. 깡통따기 - 분류 : 기술
하루히 애니에서 신인을 코이즈미 일파가 공격하는 형상을 연상하면 이해가 쉬울 듯

5. 로리콘 - 분류 : 인명
동의어 토렌디



..... 우와... Wise up 도 탈력 만빵... [먼산]
이 기분에 과연 Truth 가 제대로 나올라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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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SRW DG - Fly to the Universe - 28화. Truth [5] 카와이 루나링 2007.03.28 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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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SRW DG 외전 05화 - Ave, Sprits of departed [리체에르 프리엘러] [4] 카와이 루나링 2007.03.25 358
107 SRW DG - Fly to the Universe - 26화. Telperion [8] 카와이 루나링 2007.03.18 496
106 SRW DG - Fly to the Universe - 25화. H-s(하임즈) [4] 카와이 루나링 2007.03.17 474
105 SRW DG 25화 Wise up 및 간단한 후기 [5] 카와이 루나링 2007.03.17 527
104 SRW DG - Fly to the Universe - 24화. Epiloge & .... [4] 카와이 루나링 2007.03.15 473
103 SRW DG - Fly to the Universe - 23화. Blood(하) [5] 카와이 루나링 2007.03.14 430
102 SRW DG - Fly to the Universe - 22화. Blood(중) [5] 카와이 루나링 2007.03.11 349
101 SRW DG - Fly to the Universe - 21화. Blood(상) [3] 카와이 루나링 2007.03.09 463
100 SRW DG - Fly to the Universe - 20화. Endless Battle [5] 카와이 루나링 2007.03.01 431
99 SRW DG - Fly to the Universe - 19화. Destroy [6] 카와이 루나링 2007.02.25 434
98 SRW DG - Fly to the Universe - 18화. Destroyer [6] 카와이 루나링 2007.02.25 388
97 SRW DG - Fly to the Universe - 17화. 폭풍전야(3) [6] 카와이 루나링 2007.02.19 517
96 SRW DG - Fly to the Universe - 15.화 폭풍전야(1) / 16화. 폭풍전야(2) [6] 카와이 루나링 2005.09.04 368
95 SRW DG - Fly to the Universe - 14화. 첫 대면 [8] 카루나 2004.05.23 467
94 SRW DG - Fly to the Universe - 13화. 프로페서 라디언트 [9] 카루나 2004.05.05 833
93 SRW DG - Fly to the Universe - 12화. 龍과 虎 [13] 카루나 2004.03.18 1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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