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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곳에 발을 내 딛었을 때 환호를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래, 어쩌면 처음부터 너무 많은 것을 받아온 것일지 모른다. 이 안에서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수 많은 사람들과 헤어졌다. 많은 것을 받아왔고 하나도 되돌려 주지 못했다.

버림받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내던졌다.

뜨겁게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몸짓이 모두를 구한다.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을 위해 쓰러져간 사람이 있었다. 미래를 위해 스스로를 버렸다.

그런 사람들에 비해서 자신은 한 일이 무엇인가. 아니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만 준 것은 아닐까? 자신을 위해, 자신의 실수로 사라져간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래서, 결심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자신의 차례라고.

"1분만 서전트를 묶어줘."

단 한마디. 이별의 말로는 그리 멋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름대로 여운 있어서 괜찮지 않아? 그리 생각하며 그대로 적함을 향해 달려든다. 남아있는 탄을 모조리 날려대며 일직선으로 날아간다. 통신기를 통해 울부짖는 듯한 실린의 목소리가 들린다.

[미치겠냐 이것아? 급하지? 나도 그래. 딱 1분만 이러고 있자꾸나!]

아아. 정말이지.... 고마워. 언제나 신세만 지고 있구나.

....그리고 미안해.

그대로 적함에 몸을 쑤셔박는다. 하이퍼 E - 너클로 함의 장갑을 날려버리고, 있는대로 남을 포를 쏘아댄다. 막 발진하던 함재기가 유키와 충돌하며 커다란 폭발을 일으킨다. 번지는 화염과 부서져 내리는 시설물들. 혼란스러워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아젠은 쓰게 웃었다.

적함과 함께 유키가 천천히 무너져 내린다. 더 이상은 버틸 힘이 없는 듯 하다. '고마워, 그 동안 나 때문에 고생 많이 했지?' 하며 작별의 인사를 건넨다. 번지는 섬광 속에서 아젠은 천천히 정신을 잃었다.


.... 잠깐? 사람이라고?







"아젠! 아젠! 정신이 들어?"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희미한 시야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누군가가 보인다. 새하얀 천장과 코를 찌르는 소독약 냄새가 이 곳이 어디인지 알려주고 있었다.

눈을 몇 번 깜박이자 점차 시야가 되돌아온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누군가가 보인다. 예쁜 오드아이, 그렇지만 그 얼굴의 반이 기계에 덮혀있는 한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실.... 린?"

"다행이야. 정신이 들었구나."

실린의 말에 흐릿한 정신까지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그래. 나 살아있구나.






"그렇다니까. 넌 정신을 잃고 OP실 앞에 쓰러져 있었어. 나카프네씨 말로는 약간의 탈수 증상 말고는 아무 이상도 없다고 하더라. 정말 기억나는게 하나도 없어?"

실린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다.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에 대한 기억은 하나도 없었다. 아페이론 함의 물질 전송 장치 같은 것을 생각해 보았지만 워프에 의한 후유증 - 네이안 레버드의 보손 점프 같은 - 을 생각해 보면 그 것도 아닌 것 같았다. 적어도 자신은 지금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잠들 듯이 누워있던 것이니까.

"뭐. 그래. 상관없겠지. 중요한 것은 살아있다는 것이니까."

실린은 굳어있는 표정의 아젠을 보고 어깨를 두드리며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분명 뒷처리로 할 일이 많은 가운데 자신 때문에 이 곳에 와 있던 것이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아젠은 실린을 따라 몸을 일으켜 침상에서 내려와 신발을 신었다.

"응? 왜? 좀 더 누워있지?"

"괜찮아. 이제 좀 걷고 싶어."

문고리를 돌리려던 실린은 자신을 따라 나오는 아젠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그녀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다 문득 떠올랐다는 듯 고개만을 돌려 아젠에게 말했다.

"아. 그건 좋은데. 덮치기 전에 옷 좀 추슬러. 다 보여."

그 말에 아젠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변한다. 재빨리 옷을 추스르..

"농담이야."

그 말과 동시에 실린은 쏙 하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아젠은 "캬악!" 하고 소리를 질러댔지만 그에 돌아 오는 대답은 없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다. 쇠가 타는 듯한 냄새와 함께 사람들의 외침이 섞여 밀려온다. 기름 냄새가 배어있는 땀냄새가 코를 찔러댔지만 이상하게도 그리 나쁜 느낌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이런 것, 어느 순간부터 좋아했던 것 같다.

저 멀리 그가 보인다.

"귀왕슈.... 정비... 못할텐데."

"뭐. 일단 해 봐야지. 거참. 뭔가 이상한 시스템이란 말이야."

리체에르와 무언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역시 기체 정비에 대한 이야기. 토렌디가 언제나 저렇게 투덜대는 모습은 익숙한 장면이었지만 오늘은 왠지 그 분위기가 많이 다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뭔가 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렇게 생각해며 천천히 토렌디를 향해 다가갔다. 멀어지는 리체에르를 보며 머리를 긁어대는 토렌디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조심스레 말을 건다.

"바빠 보이네?"

작은 목소리. 하지만 그에 대한 대답은 토렌디에게서 들려오지 않았다. 순식간에 정비실 안에 야유와 휘파람 소리가 가득히 차오른다. 토렌디가 '시끄러워! 이 것들아!' 라며 고함을 질러댔지만 그럴 수록 야유 소리는 커져만 갔다.

결국 그 보이지 않는 손길에 떠밀려 토렌디는 아젠을 이끌고 정비실 문 밖으로 나설 수 밖에 없었다. 뒤에서 '반장님! 내일 출근 늦으셔도 됩니다!' 라든지 '잊지 말고 꼭 챙기십시오!' 같은 소리는 애써 무시. 정말이지 정비실에 여군 하나만 배속되면 참 볼만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둘은 재빨리 정비실을 빠져나왔다.






".... 괜찮아 보이네."

토렌디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그 말에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아젠은 활짝 웃으며 기운차게 대답하려 했지만 그 전에 토렌디는 그녀를 꽉 안아버렸다.

"바보야.... 걱정했잖아...."

떨고 있었다. 그 항상 사람좋게 웃기만 하던 토렌디가 떨고 있었다. 옷에 배어있는 땀냄새가 훅 하고 밀려왔지만 이상하게도 그리 싫지 않다는 것을 느끼며 아젠은 조심스레 토렌디를 마주 안았다.

"미안..."

"정말이지. 너라는 녀석은...."

떨리는 목소리. 목소리에 정말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당시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지만... 그래, 이 많은 사람들을 슬프게 할 뻔한 것일지도 모른다.

뭐, 모두를 위해 죽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이렇게 무사히 살아남게 되었다면... 더 이상 안 좋은 생각을 하는 것은 죄악이겠지.

"미안... 다음부터는 안 그럴께."

진심을 담아 사과한다. 그렇지만 토렌디는 요지부동. 움직일줄을 몰랐다. 이거 어째 조금 위험할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며 아젠은 살짝 토렌디를 밀쳐냈다.

"아니, 정비실 문 틈으로 누군가 보는 것 같단 말이야.... "

라고는 미처 말 하지 못했다. 사실 볼 만한 틈새는 없었지만... 하지만 역시 분위기를 조금은 가라앉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아젠은 짐짓 토라진 투로 토렌디에게 말했다.

"아니, 그래도... 나보다 유키를 더 걱정했을 거 아냐."

투덜대는 아젠의 말에 토렌디는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 그 얼굴을 바라보며 속으로 웃은
아젠은 장난스러운 기분에 계속 말을 이었다.

"처음 왔을 때도 그랬잖아. 나는 관심도 없었고. 나참. 20m 짜리 기계가 라이벌이라니.. 할 말이 없어서 원."

고개를 휙 돌리며 투덜거린다. 그런 아젠의 모습을 바라보며 토렌디는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정말이지...

"정말이지... 넌 자신이 사람의 가치관 자체를 바꿔놓았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구나."

토렌디의 말에 아젠이 반문하려 했지만 그녀는 미처 그러지 못했다. 아젠을 그래도 세게 안아버린 토렌디는 그대로 자신의 입술을 아젠의 입술에 가져다 대었고, 그 의외의 행동에 아젠은 눈을 크게 뜬 채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다.

살짝 몸을 비틀어 피해보려 하지만 토렌디는 움직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아젠의 행동에 그녀를 안은 팔에 더 힘을 줄 뿐이었다.






"그런데... 무슨 걱정있어?"

결국 드림하트를 나선 둘은 콜로니에 있는 한 카페테리아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보급함이 이 콜로니로 오는 것은 2일 후. 적어도 1주일은 이 곳에서 머물러야 하는 만큼 조금은 마음을 편하게 가지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콜로니의 사람들은 대부분 대피하였는지 그리 많은 숫자가 보이지는 않았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교통편이 허락하는 한 대부분 이 콜로니를 벗어날 것이라는 말에 남아있는 사람들도 그리 자의로 남은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아니야. 특별한 것은..."

아젠은 괜찮다는 듯 웃으며 답했지만 토렌디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상할 정도로 고집스러운 그의 태도에 결국 손들고 만 아젠은 길게 한숨을 내쉰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신이 본 것을....

"사람... 인가...."

"응. 모르고 있었을 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막상 내 눈으로 보니까... 내가 싸우던 것이 우리랑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나서는... 못싸우겠어."

  아젠의 말에 토렌디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적함에 있던 사람. 인간과 똑같은...

"그거... 사람이 아니야."

"응?"

의아해하는 아젠. 그런 아젠에게 토렌디는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전에 제이 아크의 데이터를 조사하다가 알게 된거지..."






150년 전, 천문학자들은 달의 궤도가 평소와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잘못된 관측이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달은 천천히 지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고 오랜 관측과 계산 결과 얼마 가지 않아 달이 지구와 충돌할 것이라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당연한 듯 혼란이 번졌다. 수많은 탁상공론이 오가는 가운데 하임즈 박사는 달을 박살내어 버린다는 말도 안되는 의견을 내어놓고 수 많은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통칭 [하임즈 계획]을 통과시켰다.

그리하여 하임즈 계획이 통과한 뒤 얼마 되지 않아 하임즈 박사는 이상할 정도로 빠르게 6기의 하임즈를 완성해버린다. 통칭 적색Red, 청색Blue, 녹색Green, 흑색Black, 회색Gray, 은색Silver 의 6기. 사람들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은 모습을 지닌 채 하임즈 박사는 그 병기들을 공개했고, 그들이 지닌 힘을 확인 한 사람들은 환호했다. 이제는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하지만 당연한 듯 반대의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달의 궤도가 바뀐 일. 하임즈 계획의 이상할 정도로 빠른 완성. 그 것들이 지닌 의미가 무엇인지 추측하고, 그에 따라 하임즈 박사의 계획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었다. 결국 그들은 하임즈 박사의 자료를 탈취해 하임즈를 복제하기 시작하고 6기의 하임즈와 싸우기 시작했다.

긴 싸움의 끝에 반대파의 사람들은 살해되고, 그들이 만들어낸 하임즈(僞)는 우주 먼 곳으로 버려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 싸움의 영향인지 6기의 하임즈 역시 뿔뿔히 흩어져 봉인되어 버리고 하임즈 박사의 계획 역시 수포로 돌아가 버린다.

뭐,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니면 본래 그 것이 정상인지... 달은 더 이상 이상 운동을 보이지 않았고... 150년 뒤 우주로 버려진 하임즈(僞)는 자신들의 힘으로 만들어낸 병기를 지니고 자신들을 공격한 지구로 자신들의 칼날을 되돌렸다.






"바로 그들이 우리가 싸우는 적이지. 인간이 아닌 하임즈."

토렌디의 말에 아젠은 인상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무언가 이해할 수 없는 내용. 커다란 소용돌이에 휘말려 버린 자신들. 하지만...

"그럼 뭔가 이상하잖아? 우주로 버려진 것은 하임즈라면서. 그런데 왜 사람들이.."

그랬다. 토렌디의 말에 따르면 자신들이 싸우는 것은 하임즈. 하지만 아무리 봐도 자신이 본 것은 평범한 사람이었다. 하임즈라 하여도 지금까지 본 것이라면...

"응? 아니. 난 하임즈를 보통의 메카닉이라고 한 적 없어."

"에?"

"하임즈. 그건 사람의 형태를 한 병기야. 서전트나 알펜 같은 기체들은 하임즈의 힘을 이끌어 내기 위한 열쇠인거지. 파일럿이 기체의 힘을 사용하는게 아니야. 파일럿의 힘을 사용하기 위해 기체가 필요한 것이지."

최강의 병기 하임즈. 그 것은 2m 가 채 안되는 보통의 사람과 동일한 외형의, 동일한 신체 구조를 지닌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그래. 인형이었다.






후훗... 드디어 나왔습니다. 하임즈의 정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기체
우리의 츠바씨가 만들어낼 OG - Flow Moon 에서의 설정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단 츠바씨에게 받은 설정이 DG 내에서 재구성 되면서 이런 설정으로 변환되었죠.
뭐... 자세한 것은 이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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