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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 막간 - 메로메로 마고 (9)



난 멍청하게 창 밖을 바라보았다.

하루 종일을 물에 흘려보낸 기분이다. 마고가 옆에 있지 않은 시간은 너무 지루하고, 재미 없고, 의미 없었다.

마고의 고백을 받은 후, 수업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생각나는 건 마고뿐, 그 눈, 그 미소, 그 입술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도대체 수업이 어떻게 끝났는지도 모르고, 나는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림과 동시에 주술 연구부실로 향했다.

"방송실? 주술 영상 장비는 뭐야? 도대체 왜 나한테 그걸 봐 달라는 건데?"

조용히 문을 열었을 때, 마고는 학생회의 임원으로 보이는 여학생에게 노골적으로 짜증을 내고 있었다.
마고는 아무 이유 없이 다른 사람에게 짜증을 부리지는 않는다. 아마 저건...

나 때문이겠지

눈에띄게 쩔쩔매는 여학생이 불쌍해서라도, 마고의 기분을 풀어줘야겠지.

<똑똑>

주술 연구부실의 문에 가볍게 노크하자, 두 사람이 동시에 나를 바라봤다.
역시나 학생회 임원은 울것 같은 표정, 돌아본 덕분에 그 순간 마고에게 일어난 이변을 보지 못했다.

그렇게 갑자기 행복한 표정이라니.

뜻하지 않게 주인을 만난 강아지 처럼, 꼬리가 있으면 살랑 살랑 흔들리고 있을 것 같은 모습.

"알았어, 나중에 갈게."

임원은 돌아보더니 화들짝 놀란다.
그렇게 무서웠던 사람이 저렇게 귀엽게 웃고 있으니, 나라도 놀라겠다.

마치 쫓아내듯 하는 그 태도에, 그 임원도 뭔가 눈치를 챘는지 나에게 감사의 시선을 보내왔다.

고개를 살짝 숙여서 답례하고, 난 부실의 문을 닫았다.

그 순간, 배에 짧은 바디블로.

"컥! 무, 무슨."

"벌이야. 늦게 왔어. 늦었어, 흥."

"마, 마고는 어떻게 왔길래 이렇게 빨리...?"

"축지법."

마고의 머리에 춉.

"꺄흑!"

"어떻게 축지법보다 빨리 뛰라는 거야!"

"뭐야! 내 애인이면 공간 이동 정도는 쓰란 말이야!"

순간, 둘 다 행동이 멈춘다.

애인

서로의 연인

마고는 자신이 내뱉은 말을 스스로도 수습하지 못하고,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발그레해진 볼과 대조되는 곧 울어버릴 것 같은 눈. 완벽하게 귀여운 여자아이.

맞아, 우린 연인이었지.

이럴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마고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는 안다.

"아..."

내가 꼭 안아주자, 마고는 그제서야 목소리를 낸다.

긴장이 풀려버린 달콤한 한숨. 안정을 되찾은 것 같은 온기. 마고는 내 가슴께에 볼을 부비며 나를 마주 안아왔다.

"이런 말 하긴 부끄럽지만..."

마고는 얼굴을 내 가슴에 숨긴 체, 눈만 빼꼼히 내밀어 나를 본다.

"... 보고 싶었어."

"나도."

매운 것을 먹었을 때 처럼 얼굴이 화끈화끈 거린다, 하지만 입안에 감도는 느낌은 달콤함.
코 끝을 간질이는 향긋함은 마고의 미소에서 나오는 걸까, 아니면 단순히 이 나긋나긋한 살결에서 나는 걸까.

마고가 손을 뻗어 내 목을 감아온다.

키가 작기 때문에, 내가 숙여주지 않으면 키스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키스해 줘, 키스해 줘.

온몸으로, 눈으로, 그렇게 호소하고 있다.

고개를 숙여 입술이 살짝 닿는 순간, 그 느낌이 너무 보드라워서 살짝 흠칫했다.
덕분에 입술이 조금 떨어져 버렸다. 눈을 살짝 떠서 마고를 바라보자, 예의 그 삼각형의 입을 한체 뾰루퉁하게 나를 보고 있다.
아하하 하고 용서를 비는 의미에서 어정쩡하게 웃자, 마고는 흥하고 볼을 살짝 부풀리더니, 이내 다시 눈을 감았다.

공주님이 용서해 주셨다.

가슴이 뿌듯해져 오면서, 나는 다음 행동을 종용받는다.
더 이상 실수하면 스스로를 용서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자신을 다그친다.

마고가 부들부들 떨고 있다. 잔뜩 긴장한 체 나를 기다리고 있는거다.

손 끝에 전해져 오는 체온, 그리고 그 두근거리는 몸의 보드라움.
다시 입술이 닿았을 때 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 참을 수 없었지만, 마고의 몸에서 느껴지는 그 두근거림이 나를 붙잡았다.

단순히 입술을 마주대고 있었던 이제까지와는 다르다.

마고의 혀가 내 입술 위를 간지럽힐 때, 난 본능적으로 더 큰 쾌락을 찾아 움직였다. 입을 벌리고 혀를 내뻗어 마고의 혀를 햝았다.

그 혀가 움찔 놀라며 도망가려 했지만, 도망 갈 수 없다. 혀를 마고의 입 속에 넣어서, 그 보들보들한 살결을 찾는다. 그러자 마고는 이내 포기하고 자신의 입 속을 간지럽히는 이방인을 부드럽게 애무한다.

놀라울 정도로 선정적인 입맞춤,

곧 마고가 혀를 뻗어 내 입술 사이로 들어온다.
지고 싶지 않아, 마고의 움직임에서는 그런 의지가 느껴져서 빙그레 웃고 만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정신 없이 서로의 입술을, 혀를, 그 타액을 섞는데 정신이 없었다. 뇌가 녹아버리는 것 같고, 온 몸에서 힘이 풀려갔다. 하지만 서로에게 입맞춤을 퍼붓는 것만은 조금도 멈추지 않는다.
머리가 이상해져버린 것 처럼, 그것 밖에 하지 않는다. 그것 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하아, 하아, 하아..."

너무 숨이차서 휴식, 완전히 녹아버린 표정으로 숨을 할딱거리는 마고의 이마에, 부드럽게 입맞춘다.

"사랑스러워..."

왜 그런 소리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그냥 이성이 녹아서 동작하지 않는 그 순간, 가슴에서 떠올라서 입으로 나왔다.

"... 정말?"

마고가 '헤...'하고 바보처럼 웃는다.

그 웃음이, 내 눈에 욕망이 얽히게 만든다.

"마... 마고..."

내 치졸한 욕망을 읽은 것일까, 마고가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 괜찮아, 뭐든지... 네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해도 괜찮아."

그 말에, 내 뇌 속에는 원숭이만큼의 판단력도 남아있지 않다.
마고의 엉덩이를 받쳐 올려 테이블 위에 앉힌다. 마고가 '아응.'하고 알 수 없는 탄성을 질렀지만, 완전히 무시하고 교복 블라우스의 가슴께에 손댄다.

마치 안에서 북이라도 쳐 대는 것 처럼, 쿵쾅쿵쾅 울리고 있다. 그 박력에 그녀의 가녀린 몸이 부서져버릴 것 같다.

마고는 전혀 저항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내 행동을 재촉하고 있다. 응원하고 있다.

"표정이 무서워..."

"아... 미안."

마고가 쿡쿡하고 웃고는 고개를 절레 절레 젓는다.

"그만큼 각오해줘서 고마워."

아아, 신이시여.

이 여자아이는 왜 이렇게 사랑스러운 말만 하는 겁니까.

"... 이제 안 멈출 거야."

"멈추지 마. 명령이야."

그 다음부터, 둘 다 아무 말도 못한다. 잔뜩 부리던 허세가 다 떨어져 버렸다. 이제 남은 건 서로에 대한 동경, 도망쳐버리고 싶을 만큼 부끄러움.

침을 꿀꺽 삼키고 마고의 블라우스 단추에 손을 대는 순간.

<똑똑>

그 소리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마고는 재빠르게 다리를 웅크리더니 내 가슴을 밀어냈다.

"아?"

그리고는 그 자세 그대로 몸을 뒤로 틀더니 원래 앉는 지정석에 아크로바틱 액션을 보이며 안착했다. 박수라도 쳐야 할 만큼 완벽한 동작이었지만...

너무 씁쓸한 타이밍.
척봐도 마고의 기운은 이미 흉악한 수준이다.

부실의 문을 열고 들어올 사람에게 기도라도 해야 할 것 같다.

드르륵하고 문이 열리고 들어온 것은, 예전에 눈치없이 이곳에 들어왔던 주술부원, 하지만 이번엔 여러 사람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라 마고의 기운을 쉽게 감지하지 못한 것 같았다.

"어라, 안은 따듯하네?"

라며 쓸데 없는 소리를 해버리고 만다.
예전에 봤기 때문일까, 식은 땀을 흘리고 있는 내 모습을 의아하게 생각하면서도, 그 부원은 밝은 웃음으로 내게 눈인사를 했다.

인사를 받아주면서 마고를 곁눈질로 보자, 마고는 흉흉한 기운을 풍기면서 읽는 척 하던 책을 탁 하고 덮었다.

매우 전투적인 걸음걸이, 주변의 사람들이 무심결에 비켜나고 만다. 마고는 내 앞에 멈춰서더니, 도도하게 나를 올려다 보았다.

"따라와."

"네? 아, 네."

무심결에 존댓말을 쓰고 말았지만, 이번엔 그게 정답인 것 같다.

학교의 옥상.

멱살은 잡히지 않았지만, 마치 그렇게 끌려 온 것 같은 기분, 분명 다른 사람이 봤으면 내가 그녀에게 뭔가 잘못한 것이 있어서 그 댓가를 치르는 중이라고 볼 것 같았다.

마고는 복잡한 표정으로 옥상의 철조망을 통해서 아래를 쏘아보고 있었다.

"... 당분간 비밀로 해주지 않을래?"

"에?"

내가 놀란 표정을 짓자, 마고는 빙그레 웃었다.

"숨기지 않을 작정이었으면, 누가 들어오든 간에 계속 했을거야."

"그, 그럼 화낸 이유는 뭐야?"

"너에게 숨기게 만드는게 미안했어, 그렇게 시키는 내 자신이 한심했고."

마고는 가만히 내게 달라붙었다.

"숨기려는 이유는... 역시 부끄러워서야?"

"... 부끄러운 탓도 있지만... 태려 때문이야."

"태... 태려씨?"

"응,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태려 때문이야. 네가 밝히고 싶다면 밝혀도 상관 없지만, 나를 위해서 잠시만 기다려 주지 않을래?"

그러고보니, 연희에게서 마고와 태려의 분홍빛 소문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다.

뭘까, 난 도대체 이때 무슨 반응을 보여야 하는 걸까? 그 소문에 대해서 아는 척을 해야하나? 아니면 아무것도 모르는 척 넘어가야 하나? 마고와 태려씨의 관계는 과연 소문과 같은 것일까?

"대신 오, 오늘 밤에... 찾아 갈게."

두근 하고, 가슴이 울린다.

정말 누군가 내 가슴을 대포로 쏴 버린 것 같다.
맹렬한 충격, 마음이 일렁일렁 요동친다.

마고는 생긋 웃더니, 한쪽 눈을 살짝 감고 혀를 살짝 내민다.

"두근 거렸어?"

"으... 응."

"이런 말, 너한테 밖에 안 해."

마고는 발그레한 얼굴로 빙그레 웃었다.

"아까, 학생회에서 부탁한 게 있으니까. 그거 해결하러 갈게."

"응, 괜히 나 때문에 귀찮은 일 맏은 거 아냐?"

"아냐, 학생회 쪽에는 평판을 쌓아 둘 필요가 있어. 아까 귀찮아 했던  건..."

마고는 몸을 빙글 돌렸다.

"곧 네가 올 것 같아서, 초조했거든."

안되겠다. 키스 한 번이라도 안 하면 못 보내겠어.
마고의 어깨를 붙들어서 끌어당긴다. 곧 마고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올려다본다.

그 표정이 너무 좋다.

귀엽다, 사랑스럽다. 키스해버리고 싶고, 그 이상의 일까지 해 버리고 싶다.
품안에 안겨오는 마고는, 너무 따듯하고 향기로웠다.





마고와 헤어져서 아지랑이 나래로 돌아가는 길

두근거리는 가슴이 진정되지 않아서, 죽을 것 같다.
어느새 발 걸음은 빨라지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거의 경보와 다름 없는 수준으로 걷고 있었다.

"자, 잠깐만요!"

그게 내 뒤에서 쫓아오는 사람을 완전히 무시한 체 도망가는 꼴이 될 줄 몰랐다.

"에? 에? 무, 무슨 일이세요?

일단 나보다 상급생인 것 같아서 존댓말을 썼다.

숨을 헐떡이는 그녀를 자세히 살펴보고서야, 주술 연구부의 일원, 마고와 내가 결정 적일때마다 타이밍 나쁘게 등장하곤 하는 그 여학생이라는 걸 깨달았다.

"하아, 하아."

그녀는 천천히 숨을 고르더니. 예의 그 밝은 웃음을 지었다.

"저기, 시간 있으면 이야기 좀 하지 않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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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에게 얽히는 삼각 관계의 결말은!?

... 은 농담.



이제 이야기가 절정에 다달아가고 있음.

곧 H씬도 나올 거고 산 두 개만 더 넘으면 앤딩.


마고 파트가 끝나면 태려 파트를 적어볼까 생각중.

러브 스트레이트,  순수한 애정으로 밀어붙이는 태려를 둘러싸고 얼빵한 영웅과 츤데레 마고가 피 튀기는 경합을 벌이게 되겠죠?

... 나름 그쪽도 재미있을 것 같음 [....]



요즘 글이 좀 안써졌는데, 다시 부활!

다시 재미있는 파트로 넘어가는 겁니다.


번외를 안 넣었길래 추가.



- 번외1 -

마고 : 이런 말 하긴 부끄럽지만...

영웅 : !?!?

마고 : 돈 좀 빌려줘.

영웅 :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이거나...



- 번외2 -

영웅 : 이제 안 멈출거야.

마고 : 왜?

영웅 : ... 아? 그 그러니까. 스위치가 올라갔다고 해야하나 그러니까. 뭐시냐...

마고 : 스위치 오프(Off)

영웅 : 어, 어째서!?

마고 : 난 츤데레니까.

영웅 : 의미를 모르겠어!



-번외 3 -

마고 : 이런 말... 너한테 밖에 안해.

영웅 : 그러니까, 돈은 안 빌려준다고.

마고 : 칫



- 번외 4 -

여학생 : 저기, 시간 있으면 이야기 좀 하지 않으실래요?

영웅 : 할렘인가!? 플래그가 또 선거야? 훗, 역시 이래서 연애 부르주아의 삶은 고되다니까.

여학생 : ... 이, 이 녀석 뭐야. 무서워,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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