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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 막간 - 메로메로 마고 (5)



식사를 날라다 주고, 약을 먹이고 푹 자게 뒀더니 마고씨는 꽤나 건강해졌다.
덕분에 나도 손쉽게 잠들 수 있게 되었고, 오늘은 편안한 기분으로 등교 시간을 꽤 여유롭게 남긴 체 일어날 수 있었다.

"하아암."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몸을 일으키려다가 익숙하지 않은 묵직함에 고개를 돌려보니, 곤히 잠든 마고씨의 얼굴이 정면으로 보였다.

어제도 이유는 같았다.

'혼자 자기 싫어.'

딱히 이상한 짓을 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여자아이와 한 침대에서 잔다는 건 일반적인 상식에서는 허용범위를 훌쩍 넘어서는 일에 분명했다. 하지만 대상은 마고씨, 내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마고씨가 방에 쳐들어온지도 몇일 됐지만, 도저히 저 잠든 얼굴의 보드라움은 익숙해지질 않는다.
당장에라도 키스해버리고 싶은 아름다움, 그리고 그 범죄가 성공할지도 모른다고 믿게 만들 무방비함.

내 스스로가 내 자신을 설득해버리기 전에, 나는 얼른 제동을 걸었다.

'죽을 셈이냐.'

고개를 절레 절레 저었을 때, 마고씨의 눈이 부드럽게 열렸다.

"... 뀨...?"

그러니까 그 소리의 정체는 뭐냐구요. 마고씨.

"잘 잤어요?"

마고씨는 내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멍한 눈으로 나를 오도카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뭔가에 취한 눈, 그리고 삼각형 모양으로 다문 입술, 왠지 평소의 날카로움이나 긴장 같은 건 전혀 느낄 수 없는 한 마리의 새끼고양이 같은 얼굴

설마 또 그건가?

아침이 되면 저혈압의 영향으로 극도로 나긋나긋해지는 증상, 그것이 마고씨에게 일어나면 심각한 어리광쟁이가 된다.

마고씨의 손이 천천히 올라와 내 볼을 쓰다듬는다. 천천히 간지럽히듯 손가락을 빙글 빙글 돌리면서.

"태여...?"

그 순간, 알 수 없는 감정이 마음 속에 들어왔다.

"틀렸어요. 틀렸다구요."

나는 억지로 웃으면서 마고씨를 깨워 볼 심산으로 어깨를 조심스레 흔들었다.
아무리 싸웠든, 심한 말을 주고 받았든, 마고씨에게는 태려씨가 제일 우선인 모양이었다.

태려씨 다음으로 날 찾아왔다는 것도, 결국 내가 2등이라는 이야기잖아?

나는 알고 있었음에도 납득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가볍게 달랬다.

"후으... 태여..."

마고씨는 몸을 비틀며 내게 안겨들었다.
그녀를 밀어내려 노력했지만, 그때와 같은 감정이 아니었다.

"먀고가 잘못했어... 태여... 용서해 줘, 응?"

그리고 그게, 조금은 결정타였다.
마고씨를 부드럽게 밀어내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마고씨는 나를 붙잡으려고 침대 위에서 아둥바둥 거렸지만, 날 쫓아오지 못하고 이불에 묻혀버렸다.

역시 마고씨는, 내게 뭔가를 허락한게 아니다.
어렴풋이나마 그렇게 기대했던 내 자신이 너무 혐오스러웠다.

"태여... 먀고... 버리지 마아."

그 목소리에 물기가 묻어있다.

마고씨는 저 상태를 꿈처럼 느낄까? 기억하는 걸까?
만약 기억한다면 그때, 나를 때리지 않았을 거다. 자신이 탓이라는 걸 알았을 테니까.

"... 흐에에엥."

마고씨가 본격적으로 울어버린다.
이불에 얼굴을 묻고, 정말 서러운 어린아이처럼 울고 있다.

도대체 난 뭘 하고 있는 걸까.

울고있는 마고씨를 달래려하는 몸을 애써 억누르는 자신을 느꼈을 때, 난 아무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마고씨가 나를 봐주지 않는 것 때문에, 삐진 거야?

그래서 아무 것도 모르는 저 마고씨가 울게 내버려 두는 건가?

난 건방지게도 마고씨에게 의지가 되고 있다는 생각에 우쭐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긴 것 때문에 그녀에게 복수하고 있는 거다. 나라는 녀석은 정말 구제 불능이다.

'... 고마워.'

크게도 말하지 못해서 입 속에서 우물거리던 그 한마디는 아직 내 가슴에 남아있다.

난 얼른 달려가 마고씨를 끌어안았다.

"후으으으... 흐으... 태... 태여..."

"미안해요,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나는 정신 없이 사과하며, 마고씨를 품속으로 끌어들여서, 부서지길 바라는 것 처럼 꽉 끌어 안았다. 마고씨도 조금이라도 더 밀착하려는 듯 내게 안겨들었기 때문에, 나는 마고씨를 안은 체 침대에 누워버리는 꼴이 되어 버렸다.

중요한 것은, 마고씨에게 필요한 것이다.

마고씨가 고개를 들어, 눈물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 보았다.
숨막힐 것 처럼 아름다운 얼굴, 마고씨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나를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깨달았다. 그것은, 원래의 마고씨였다.

언젠가부터 제 정신을 차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는 속눈썹에 부서진 눈물이 보석처럼 맺힌 눈을 몇번 깜빡이더니, 생긋 웃었다.

"... 오늘은 진도 꽤 많이 나갔네?"

그 울먹이는 미소가 너무 아름다워서

참지 못 하고 키스 해 버렸다.

잠시 동안,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몰랐다.
마고씨가 싫은 내색도 없이 부드럽게 눈을 감고 내 입술을 받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뭐랄까, 슬픈 꿈을 꿨어."

욕이라도 한마디 들을 줄 알았는데. 마고씨는 엉뚱한 말을 꺼냈다.
분명히 죽기 전까지 맞거나, 아니면 간단하게 죽여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꿈?"

"응, 꿈."

마고씨는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 처럼 행복하게 웃었다.

"그 꿈에서 벗어나게 해 줬으니까. 이 키스는 용서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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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가 너무 한정되어 있다는 생각이 드는 군요.

이것도 작가의 능력이라는데 말이죠.


일단 키스, 하지만 마고씨는 키스를 받아들인 이유를 슬쩍 넘겨 버리는 군요.

결과적으로 뭐였던거야!?


다음을 기대해 주세요.

라기보단 스스로가 재미있어서 계속 쓰는 중


역시 사이드 스토리는 실력 없는 작가에게는 제일 좋은 운동거리가 아닐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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