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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이야기. 미코토의 방에서.

넥클 2017.04.11 13:01 조회 수 : 37

 미코토는 몸이 찌뿌드드함을 느꼈다. 배배 꼬인 몸을 가누며 고개를 빙빙 흔들었다. 


 "우으..."


 거의 좀비처럼 일어난 그녀는 생각했다. 어제 뭘 했더라? 분명 유튜브를 보고, 트위터를 하고, 음악을 듣다가... 곯아떨어졌을 것이다. 별로 무녀답지 않은 삶을 보내는 느낌이지만 뭐 어떤가. 오늘은 그녀가 정해둔 정기휴일이고 어차피 그녀는 마술사인데. 내일 영령을 소환한다 하더라도 지금 시점에서 그녀가 할 준비는 더이상 없었다. 


 미코토는 이불의 마성에 속박당한 채로 트위터를 들여다봤다. 타임라인은 일명 석유왕이라고 불리는, 클로드(이하생략)에 대한 이야기로 시끌벅적한 와중이었다. 쿠즈류 시는 이미 수수께끼의 운석만으로도 충분히 관심의 대상이 되었지만, 석유왕의 갑작스런 내방은 음모론을 좋아하는 주민들에게는 더없이 매력적인 소재였다. 어째서인지 운석에 대한 이야기도 석유왕에 대한 이야기도 빠르게 사그라들었지만, 밤 동안 쌓인 소재는 읽기엔 충분히 많았다.


 미코토는 스르르 화면을 올려갔다. 석유왕이 운석을 사들이기 위해 쿠즈류에 찾아왔다... 사실 운석은 석유왕이 개발한 우주선이다... 석유왕이 운석을 지구에 충돌시켜 멸망시키기 위한 실험이다... 석유왕은 외계인이다... 석유왕의 약혼자가 우주선을 타고 내려왔다... 등등. 신빙성 없는 이야기가 가득했다. 


 스마트폰을 머리맡에 두고 컴퓨터를 켜려던 미코토는, 모니터만 끈 상태임을 눈치챘다. 생각해보니 어제는 컴퓨터를 하던 중 잠들었었다. 모니터가 꺼져 있던 것은 무의식의 소행일 것이다. 밤사이 재생목록 막바지로 내려간, 이샤나의 노래를 다시금 끌어올렸다. 미성이 방 안을 채워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요즘의 미코토는 이샤의 노래만을 찾아 듣고 있었다. 아마 자유롭게 나다닐 수 있었다면 직접 그녀의 공연을 보러 갔을 것이다. 그만큼이나 이샤나의 노래는 매력적이었다. 실제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일까. 그렇게 생각하던 미코토는 문득 인터넷 창이 하나 더 있는 걸 발견했다.


 "텐노우지 아키라입니다!"


 "...!"


 미코토는 큰 목소리에 놀라 움츠러들었다. 텐노우지 아키라. 쿠즈류 시에 거주하는 학생이면서, 여기저기서 러브콜을 받는 천재 마술사. 드물게 그에 대해 신경이 쓰여 영상을 찾았고, 이샤의 음악을 다 들으면 보려고 했던 기억이 났다. 미코토는 음악을 잠시 끄려다 멈칫했다. 역시, 뭔가 먹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결국 깨어난 지 한참이 지나서야 미코토는 침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대강 먹을거리를 냉장고에서 꺼내오고, 바닥 여기저기 방치된 책과 게임 소프트들을 정리했다. 정확히는 마지막 한 권을 발견하기 전까지.


 '친구 만드는 법 - 당신도 친구 100명' 이라고 적힌 보통은 살 일 없는 책을 집어들고 미코토는 한숨을 쉬었다. 잠들기 전에 했던 생각이 떠올라 얼굴이 새빨개졌다. 결국 책은 책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침대 위에 놓였다. 일단은 허기가 심해졌으므로, 그녀는 식사부터 시작했다.


 적어도, 행복해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미코토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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