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 00.



검은 양복의 여성은 출근이 아주 즐거웠다. 아니, 출근.. 이라고 해야 하나? 거의 24시간 근무에 가깝긴 했지만 (물론 1분마다 한 번씩 보고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보수는 저어어어어언혀 나쁘지 않았고, 무엇보다, 무엇보다, 그렇다. 덕업일치다.


사생.. 아니 아이돌 덕질을 합법적으로 하면서 보수까지 잔뜩 받는다니, 여기가 평생직장이다. 회장님 사랑합니다.





# 01.



검은 양복의 여성은 아아아아주 높으신 분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었다. 잊을 만하면 TIME지, 뉴욕 타임즈, 파이낸셜 타임즈에 CNN, 블룸버그 통신까지. 온갖 종류의 경제지 표지를 장식했고, 간간히 소식이 안 올라온다 싶으면 톱 일간지의 헤드라인을 - 주로 어마어마한 단위가 왔다갔다 하는 사업상의 거래 건으로 - 장식했고. 뭐 하나 새로 손 대면 실패란 걸 해본 적이 없는 마이더스의 손에, 소문에 따르면 세계 유수 대학의 학위 정도 심심풀이 감각으로 싸그리 땄다 뭐라나, 거기에 더해 무진장 잘생긴 높으신 분이었다. 그래, 줄여서 말하면 존재 자체가 치트키인 그런 사람이었다. 세상은 불공평하다.


아무튼 그는, 모종의 마술 관련 해프닝, 통칭 성배전쟁이란 것을 위해 이곳, 일본의 신흥 도시를 찾았고, 검은 양복의 여성과 그 동료들은 그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팀으로 나누어 행동했고, 각각 담당하는 사람이 달랐다.


그리고 여성─카나메는 처음으로 이 일을 하길 잘 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 잠깐, 뭐라고?』


『말했잖아요! 이샤가 아니면 안 할 거에요! 사표 씁니다!』


『야, 야. 미스 아엘리아가 네 친구라도 되는... 아니, 그 전에 그걸로 사표 쓰는 거야?!』


『이샤땅을 합법적으로 눈 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눈 앞에서 NT... 아니 뺏겼는데 이게 말이 되요?! 제가 덕질하는 것 다 알았으면서!』


『아니, 몰랐는데... 정확히 말하면 좋아하는 아티스트라고는 생각했는데 너...』



── 생각보다 중증이었구만. 이란 말까진 나오지 않았다. 적어도 소리로는. 


단도직입적으로, 니시가키 카나메는 예의 "대상" 중 한 명인 이샤나 아르시오네의 팬이었다. 열렬한.. 굳이 따지자면 약간 사생팬의 경지에 든 그런 정도였다. 어차피 돈도 나름대로 잘 벌겠다 이샤의 모든 공식 스케줄을 꿰고 콘서트와 생방송을 따라다니며 우연을 가장해 같은 호텔에 묵었다. 애정일 뿐이다. 그녀는 강조했다. "요즘 진짜 사생 애들이 얼마나 변태 같은지 알아?" 라면서 그녀가 예시로 들어준 것 - 전화 번호를 바꾸자마자 처음 받은 문자가 '오빠, 번호 바꿨네' 라던가, 자는데 집에 들어온다던가, 화장실 몰카를 설치한다던가, 혈서를 보낸다던가 - 을 들은 동료들은 정신병자 아니냐고 기겁했지만.


아무튼, 그런 카나메가 눈 앞에서 매우 합법적..아니 명분 있이 이샤나 아르시오네를 24시간 따라다닐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을 리 없었다. 그럴 바에야 사표를 쓰는 게 낫다. 차라리 이샤에게 이력서를 들고 가서 고용해 달라고 하는 게 나을 것이다. 아니, 정말 그래볼까..? 니시가키 카나메는 나름대로 꽤 실력 있는 사람이었고, 커리어도 견실했으니까.



『아무튼, 그래요! 여기 사표 아예 갖고 왔어요! 퇴직금 입금해주시고!』


『야, 야. 잠깐...』





# 02.



결론적으로 니시가키 카나메는 이샤나 아르시오네의 담당 팀원이 되었다. 그녀는 이샤를 맡지 못한다면 사표를 내겠다고 펄쩍펄쩍 뛰었고, 그 말을 전해들은 그녀의 상사와 그녀의 톱 상사 - 그렇다, 그 높으신 분이다 - 는 뭐 그런 걸로 사표를 쓰느냐는 표정을 지었다지만 결과적으로 배치를 바꾸어 주었다. 역시 우리 회장님, 쿨하셔.


그리고 이샤를 맡은 첫 날, 그녀의 동료들은 그녀가 미쳐 날뛰지 않을까 계속해서 마음을 졸여야 했다. 


당연한 일이다. 자세한 것은 그들 사이에서도 함부로 서로 입에 담지 않는 일급 비밀이지만, 이샤나 아르시오네는 첫 싸움에서 "어휘 그대로" 죽다 살아났으니까. 아주 장거리에서 큰 행동이나 간신히 가늠할 수 있었을 정도였지만, 니시가키 카나메는 가진 돈과 재능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전 단계까지 낭비하여 그녀의 눈에 특수 제작한 렌즈를 끼웠고, 이샤나 아르시오네가 어떠한 공격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상대 서번트의 공격을 맞고 픽 쓰러졌던 것까지 본 것이었다. 그 이후는 본격적인 전투라 그들로서도 진행을 보는 것은 불가능했으니 차치하고, 마지막 순간, 결계가 해제되고, 적 주종이 물러가자 이샤나는 쓰러진 것이다.


본격적인 전투에 돌입하기 전의 공격은 이미 급보가 들어간 상황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것은... 카나메의 동료들은 일반인인 척 달려가 그녀를 당장이라도 부축하고 싶어하며 발버둥치는 카나메를 단단히 잡은 채 보고를 추가했다.


미스 아엘리아는 실신... 서번트는 현 거리에서 보기에는 손상 없어 보임... 



그들은, 니시가키가 발광하고 있다는 구절을 추가할까 진지하게 고민했으나, 그녀가 전투 동안 극한의 인내심으로 자제했다는 것을 떠올리곤 보고를 마무리지었다.






# 03.



딩동, 가볍게 울리는 초인종 소리. 


적막할 만큼 조용한 스위트 룸에 소리가 울리자, 즉시 영체화한 라이더와 상태를 회복중인 류카를 대신해 이비가 문을 열었다. 들어온 건 이 호텔과는 다른 곳의 제복을 입은 남자. 이비는 전투 태세를 취할지 판단했으나 : 상대방에게서 적의는 확인할 수 없었다.



"이걸, 아엘리아 양에게."



남자는 그렇게 말하곤, 이비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고급스러운 종이에 싸여, 끈으로 묶인 무언가. 그에게 적의가 없다고 판단한 이비는 반사적으로 손을 내밀어 그를 받았다. 그녀가 받자, 남자는 더 이상의 말 대신 가볍게 한 번 목례하고는 곧바로 돌아갔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이비는 그가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까지 확인하자, 소리 없이 문을 닫았다.



그녀는 발소리를 내지 않고, 침대로 향했다. 커다랗고 두툼한 솜이불 속에, 인형처럼 폭 파묻혀 있는 소녀는 낯빛이 창백했다. 물론 급격한 마력 소모가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 자체보다는 강한 쇼크로 인한 자체 회복력과 컨트롤 상실, 상태 불균형이 더 큰 원인일 것이었다.



"무해한 물질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적용의 판단을."



그녀는 무기질에 가까운 눈으로,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을 라이더에게 향하는 듯 높낮이 없이 말했다. ── 마력이 담긴 보석이구나. 뒤에 이어진, 네 말대로 해롭지 않아. 오히려... 도움이 되겠지. 란 말에 이비는 입을 움직였다.



"그렇다면 아가씨의 회복이 최우선이라고 판단. 의식이 돌아오는대로 본 물질을 섭취할 수 있는 형태로 올리겠습니다."



이비는 그녀의 주인을 잠시, 가만히 바라보았다. 처음 그들이 만났던 것은 이샤가 갓 열 두 살이 되었을 무렵. 그 '시간' 때문일까. 문득 그녀의 눈에, 조금 다른 빛이 스친 것 같았다.






# 04.



남자 - 이소노는 호텔을 나오며 무사히 명령을 수행했다는 보고를 올렸다.


드물게도 자연발생한 마보석. 그것을 이샤나 아르시오네에게 전달하라는 것. 이소노는 문을 연 것이 서번트가 아니란 사실에 미약하게 안도하고 있었고, 아직 의식이 없을 이샤나 아르시오네가 최소한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사실에 두 번째로 다소 안도하고 있었다.


첫 번째는 약간의 우려였다. 마스터가 상처 입고 의식 불명인 상황이라면 (비록 치명상은 아니라 해도) 대부분의 서번트는 훨씬 날카로워질 테니까. 특히 마스터와의 관계가 양호하다면. 아마 완전한 일반인이라면 운이 나쁠 경우 그대로 기절해버리는 수준일 것이다. 


또한, 그들의 입장에서 이소노는 완전한 일반인 - 즉, 마술과 관계 없는 민간인도 아닌, 마보석을 들고 찾아온 외부의 마술사, 혹은 마술 사용자였으며, 경계심이 강할 경우 그대로 살기를 향할 수도 있는 것. 그러한 상황이 되는 것을 이소노는 결코 바라지 않았다.


두 번째는 지극히 당연한 감정. 비단 이샤나 아르시오네에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었다. 어른의 입장에서 아직 어린 티가 지워지지도 않은 열댓살 먹은 소년소녀들이 이런 무자비한 상황에 던져진 - 혹은 뛰어든 것은 걱정되는 일에 틀림 없었다. 사람이 죽는다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 대상이 채 성인도 되지 않은 어린 아이들이라면 뒷맛이 쓰다.


빨리 딸내미를 만나 치유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물론 한창 사춘기가 찾아온 딸이라면 아빠 아저씨 냄새나! 나가! 아, 나가기 전에 나 용돈 좀! 할 것 같았지만.) 이소노는 대기중인 검은 차에 조용히 올라탔다.






# 05.



그리고 그런 이소노를 바라보며 눈에서 레이저를 쏠 듯한 여성이 하나.



"... 길 가다가 개똥 밟아라.. 개똥 밟아라...."



전반적인 실력 또한 뛰어났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이러저러한 마도구 제작이 주특기인 니시가키 카나메는 이소노의 저주인형 비슷한 걸 만들어서 찌르기 시작했다. 더 잔인한 것을 하지 않은 건 상사에 대한 예의와 정 (그는 상당히 괜찮은 상사였다), 그리고 이소노의 가족을 생각한 것이었다.



"개똥 밟는 게 아니면 새똥 맞아라.... 갈매기똥 맞아라..."



야, 얘 또 왜 이래? 포기하면 편해. 일은 어쨌든 잘 하잖아? 란 동료들의 눈빛 대화는 덤이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쿠즈류시 성배전쟁 제5턴 진행 [5] 아르니엘 2017.05.27 103
공지 [공지] 쿠즈류시 성배전쟁 제4턴 진행 [18] 아르니엘 2017.04.30 153
공지 [공지] 쿠즈류시 성배전쟁 제3턴 진행 및 맵과 영지 [19] 아르니엘 2017.04.13 115
공지 [공지] 쿠즈류시 성배전쟁 제2턴 진행 및 맵과 영지 [23] 아르니엘 2017.04.07 141
공지 [공지] 쿠즈류시 성배전쟁 제1턴 개막 및 맵과 영지 [22] 아르니엘 2017.04.05 177
» 2: "내가 이 구역의 성덕이다!" "뭐야 얘 이상해......" 로하 2017.04.09 37
21 1: "도심은 불타고 있는가?" "도심의 공원이 불타고 있었습니다. 아마." 로하 2017.04.07 23
20 "이건 미친 짓이야 난 여기서 나가야겠어" "어딜 도망가" 로하 2017.04.07 6
19 클로드 01화 - 신세계 프로젝트 Rin 2017.04.06 21
18 [공지] 랜덤 이벤트 표 굴리는 순서. 아르니엘 2017.04.05 22
17 [프로필]랜서 file ahaz 2017.04.05 26
16 [오프닝1] 여왕과 여신 아르니엘 2017.04.05 25
15 무제 : 어느 날 로하 2017.04.05 33
14 [소환] 그녀는 라이플을 너무 좋아해 (#2) 벚꽃여우 2017.04.05 24
13 [소환] 내가 이놈의 집구석을 뛰쳐나온 이야기 (#1) 벚꽃여우 2017.04.04 30
12 [소환] 칼은 칼집에 들어가, 때를 기다린다 LiVERTY 2017.04.03 20
11 잘못된 만남 Stella 2017.04.02 23
10 [소환] 내가 납치당해서 구해지기까지의 이야기 로하 2017.04.02 40
9 소환. 신사. 사카키 미코토. 넥클 2017.03.31 26
8 [프로필] 사카키 미코토 file 넥클 2017.03.31 59
7 [프로필] 페네브리아 피오렌티나 file Stella 2017.03.31 43
6 [공개 프로필] 로한나 르아뷔스 file INSURA 2017.03.30 42
5 [프로필] "이샤 쨩이야!" "아닙니다" 로하 2017.03.30 67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