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소환. 신사. 사카키 미코토.

넥클 2017.03.31 23:50 조회 수 : 26

 쿠즈류 시, 신사의 창고 안. 깊숙이 숨겨진 공방에서 한 무녀가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애초부터 마술적 의식에 이용되도록 만들어진 매끈한 바닥은 혹시 모를 먼지 한 톨까지 진공청소기로 정중하게 빨아내졌고, 주변 고등학교에서 헌혈받은 처녀의 신선한 피는 미리 분필로 그려진 소환진을 따라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다.


 마술로 혈액을 조종하는 당사자는 스스로의 노력을 반증하듯 입은 옷마저 땀으로 흠뻑 적셨다. 그녀는 틀리지 않도록 몇번이고 읽은 주문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미리 녹음해둔 음원을 이어폰을 통해 들어, 정확한 시간에 음원을 따라 주문을 영창했다.


 “그대, 억지의 고리로부터 오라.”


 “천칭의 수호자여!!!”


 고개를 쳐들고 마지막 한 마디를 외친 무녀는 마력이 빨려나가는 감각을 느끼며 무릎꿇었다. 동시에,  오색빛깔의 연기가 창고 안을 가득 채웠다.


 “이 몸이 왔다!”


 우렁찬 소리가 창고를 가득 채웠다. 무녀는 서번트를 보고자 고개를 들었으나, 아직 연기가 가득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당신이, 나의, 서번트?”


 잠시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무녀는 불안감을 느끼며 연기가 걷히기를 기다렸다. 다만 무언가가, 가까이 있는 기척이.


 “왁!!!”


 “꺄악!”


 연기 속에서 갑주를 입은 털복숭이가 무녀를 마주보며 소리질렀다. 무녀는 반사적으로 양손을 올려 얼굴을 가리려다가, 허리마저 힘이 풀렸는지 옆으로 풀썩 쓰러졌다.


 “아파…”


 “캬캬캬캬캭! 간이 콩알, 아니 벼룩만한 주군이로구만!”


 남자는 그런 그녀가 우스운지 한껏 웃어제끼고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뭐야, 이 어두침침한 공방은?”


 “내 공방이야!”


 무녀는 울컥한 마음에, 존대하는 것조차 잊고 남자에게 소리쳤다. 남자는 개의치 않고 창고의 문을 활짝 열었다. 달빛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공방? 흐음… 그러고보면 꽤 공들인것 같군. 훌륭해.”


 “정말이지. 왕자님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남자는 털로 뒤덮힌 손으로 턱을 어루만지며 공방과 미코토를 스윽 쳐다보았다. 무녀는 어떻게든 힘을 내 일어서, 투덜거리면서도 칭찬에 대답하려 했다.


 “훌륭하게 허접하군! 캬하하하하.”


 남자가 이어서 말하지 않았을 경우의 말이지만. 무녀는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남자는 계속 말을 이었다.


 “농담. 농담. 요즘 말로 조-크- 라고 하던가? 물론 이 몸에 비하면 보잘것없지만.”


 “사역마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인간 세상의 기본 매너조차 모르는거야?”


 무녀도 이젠 완전히 사양을 거둔 듯. 독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창고를 채웠던 연기는 열린 문을 통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기대한 내가…”


 뭐라 더 얘기하려던 무녀는 순간 말을 멈췄다. 연기가 빠져나가며, 마치 이야기 속 영웅과도 같은 남자의 모습이 완전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중요하진 않지만.”


 무녀는 입을 다물었다. 남자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보니 너, 이몸이 누군지는 알고 소환한거겠지? 아니아니아니 모를리가 없지. 그런 머저리일리가. 아무리 덜떨어진 거머리만도 못한 두뇌를 가졌더라도 최소한의 성유물과 준비는 가지고 의식을 치뤘겠지.”


 “당신이 소환될 걸 바랬지만, 기대하진 않았어. 애초에 사용한 촉매가 이런 거였으니까.”


 무녀는 소환진 한 가운데를 가리켰다. 거기에는 매우 맛있어 보이는 과일 하나가 놓여 있었다.


 “내가 태어났을 때 기념으로 마당에 심은 나무가 저거였고, 우연히 생각이 미쳤지만…”


 “고작 10년 조금 넘은 과수의 생명력을, 끝까지 쥐어짜 만든 과일 하나로 소환이 가능할 줄이야. 당신도 상당히 풋워크가 가볍구나.”


 “그 과일 자손 대대로 물려주는게 좋겠네! 캬하하하하.”


 남자는 기분 좋다는 듯 웃어제끼더니, 이내 과일을 보고 입맛을 다셨다.


 “아 잠깐 배고픈데, 그거 먹어도 되나?”


 “마력은 남지 않았으니까 상관없어.”


 “가문 대대로 물려주란 내 말 무시했구만! 아 신이시여 이 아이를 보살펴주세요.”


 “실제로 만나고 나니 기념으로 삼자는 생각조차 사라졌으니까.”


 남자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기도를 올린 뒤 냉큼 과일을 집어먹었다. 무녀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그녀가 소환에 사용한 마력도 조금이나마 돌아와서, 살짝 여유를 되찾은 것처럼도 보였다.


 무녀는 한숨을 쉬고, 정신을 차리자는 의미로 뺨을 살짝 치고. 똑바로 서서 과일을 먹는 자신의 서번트를 바라보았다.


 “저, 그래서. 할말이 있어.”


 “말해봐.”


 “내가 그. 사람끼리 자주 만나거나 하지만 못했지만, 저기. 서로 모르는 사람이 만나면 우선 이걸 하잖아? 당신이 너무 이상하게 나와서 타이밍은 살짝 놓친 것 같지만. 그래도.”


 무녀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처음 뵙겠습니다. 사카키 미코토라고 해요. 당신은 누구신가요?”


 단숨에 말했다. 몇번이고 혼자서 연습한 듯한, 그런 말을.


 영웅은 달빛을 등진 소녀, 미코토를 바라보고는. 씨익 웃었다.


 “천하제일 최강,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이 바로 이 몸이다. 영광으로 알도록.”


 “네. ■■■■■. 당신을 만나서 반가워요. 부디, 좋은 성배전쟁을.”


 미코토는 그렇게 대답하며 영웅을 향해 오른손을 내밀었다.


 “자, 그럼 기념으로 좋은 경험 시켜주지!”


 “네, 엣?”


 영웅은 미코토의 손을 잡아 끌어당겼다.


 “나도 이 도시의 풍경이 궁금하니까 말이야!”


 “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쿠즈류시 성배전쟁 제5턴 진행 [5] 아르니엘 2017.05.27 103
공지 [공지] 쿠즈류시 성배전쟁 제4턴 진행 [18] 아르니엘 2017.04.30 153
공지 [공지] 쿠즈류시 성배전쟁 제3턴 진행 및 맵과 영지 [19] 아르니엘 2017.04.13 115
공지 [공지] 쿠즈류시 성배전쟁 제2턴 진행 및 맵과 영지 [23] 아르니엘 2017.04.07 141
공지 [공지] 쿠즈류시 성배전쟁 제1턴 개막 및 맵과 영지 [22] 아르니엘 2017.04.05 177
22 2: "내가 이 구역의 성덕이다!" "뭐야 얘 이상해......" 로하 2017.04.09 37
21 1: "도심은 불타고 있는가?" "도심의 공원이 불타고 있었습니다. 아마." 로하 2017.04.07 23
20 "이건 미친 짓이야 난 여기서 나가야겠어" "어딜 도망가" 로하 2017.04.07 6
19 클로드 01화 - 신세계 프로젝트 Rin 2017.04.06 21
18 [공지] 랜덤 이벤트 표 굴리는 순서. 아르니엘 2017.04.05 22
17 [프로필]랜서 file ahaz 2017.04.05 26
16 [오프닝1] 여왕과 여신 아르니엘 2017.04.05 25
15 무제 : 어느 날 로하 2017.04.05 33
14 [소환] 그녀는 라이플을 너무 좋아해 (#2) 벚꽃여우 2017.04.05 24
13 [소환] 내가 이놈의 집구석을 뛰쳐나온 이야기 (#1) 벚꽃여우 2017.04.04 30
12 [소환] 칼은 칼집에 들어가, 때를 기다린다 LiVERTY 2017.04.03 20
11 잘못된 만남 Stella 2017.04.02 23
10 [소환] 내가 납치당해서 구해지기까지의 이야기 로하 2017.04.02 40
» 소환. 신사. 사카키 미코토. 넥클 2017.03.31 26
8 [프로필] 사카키 미코토 file 넥클 2017.03.31 59
7 [프로필] 페네브리아 피오렌티나 file Stella 2017.03.31 43
6 [공개 프로필] 로한나 르아뷔스 file INSURA 2017.03.30 42
5 [프로필] "이샤 쨩이야!" "아닙니다" 로하 2017.03.30 67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